[전자책] [세트] 신들의 전쟁 10주년 기념 개정판 (총2권)
닐 게이먼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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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오래 전에 이 책을 읽었었다. 10주년 기념 개정판은 당연히 아니었지만. 줄거리는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굉장히 하드보일드하고 크고 묵직한 상상력에 책장을 덮으며 정신이 얼얼했던 느낌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하고 있던 것은 주인공이 각성하여 자기가 붓다인지 보디사트바Bodhisattva인지라는 걸 알았다는 것이다. ‘보살’을 영어로 Bodhisattva라고 한다는 걸 이 책에사 배운 줄 알았다.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여기까지 보고 얘가 지금 무슨 책 얘기를 하고 있나 하시겠지?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당황했다. 건조하고 하드보일드풍이긴 했지만 묵직한 느낌은 없었고 절반을 넘어가도 붓다의 ㅂ이든 Bodhisattva의 B든 나올 기미가 없었는데 결국 안 나오기 때문이다. 정말 읽었다면 죽은 사람이 좀비도 귀신도 아닌 상태로 되살아나 돌아다니는 독특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이상한 일로 여겨졌는데…(솔직히 내 기억력은 내가 매우 과대평가하는 몇 가지 중 하나이긴 하지만서도…)

그래서 분명히 읽었던 책인데 전혀 처음인 것처럼 또 재밌게 읽었다. 좀비도 귀신도 아닌 되살아난 죽은 사람 외에 인상적인 삽화라면 조용하고 아름다운 마을의 어린이 연쇄실종사건의 전말. 읽으면서 정말 심장이 쿵 떨어졌다. 누군가의 숭배가 존재의 필요조건인 신보다는 그런 것 없이 존재할 수 있는 인간으로 사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도 내 기준으론 약간 교과서적이긴 하지만 마음에 들고. 닐 게이먼은 유머러스하게 굴 때(예를 들면 <멋진 징조들>)보다 이 소설이나 <샌드맨> 같이 건조하고 살짝 괴기스러운 것이 더 나은 것 같다.

챗지피티를 써서 내가 이 책이라고 기억하고 있던 책이 로저 젤라즈니의 <신들의 사회>라는 것을 알았다. 내친 김에 그것도 다시
읽어볼까 싶었는데 종이책은 모두 절판이고 전자책도 없네. 뭐 엄마 집에 종이책이 있으니까 언제든 다시 읽어보면 되겠지만.

이제 다시 벽돌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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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휠 오브 타임 1 : 세계의 눈 - 로버트 조던 장편소설 휠 오브 타임 1
로버트 조던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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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벽돌 하나 독파!

<반지의 제왕>과 평행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을
정도로 플롯이 비슷하고(뭐 장르소설의 법칙을 따라간 거라 쳐도 너~무 비슷하다) 등장인물들도 일대일대응을 시킬 수 있을
정도다: 프로도-랜드, 갠달프-모레인, 아라곤-란, 오르크-트롤록 , 등등. 보로미르, 나무수염과 골룸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도 등장. 샘과 엘프는 없음.

그리고 왜 이렇게 길게 썼나 모르겠다. 목적지까지 맞닥뜨리는 위험이 한두 개가 아닌 것이 당연하겠지만 몇 가지 에피소드는
좀 쳐내거나 압축해서 쓸 수는 없었나? 빠져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는‘ 에피소드가 여럿이다.

그리고 미터법! 이것 때문에 1천 페이지 내내 미치기 직전이었다. 914미터 간격으로 떨어진 탑들이라니! 18미터 떨어진 곳도 보이지 않는다 라니! 이런 정확도라니! 챗지피티에게 휠오브타임에서 실제로 쓰인 단위로 환산하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더니 pace - 걸음수로 보면 얼추 914미터는 1천 보, 18미터는 20보 정도가 되겠다도 딱 답을 주었다. 번역자가 이걸 좀 봤으면 좋겠다. 아니 어느 누가 눈대중으로 거리를 가늠하면서 유효숫자를 1단위까지 쓰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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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타니오스의 바위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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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가 좀 심심해서 콩쿠르상을 받았다는, 작가의 다른 책은 좀 다를까 하고, 오래 전에 넣어 두었던 이 책을 꺼냈다. 처음 고를 땐 표지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 비견‘ 운운하는 광고에 혹했을 테지만.

우와~할 정도는 아니지만, 또 <백년 동안의 고독>에 비할 바도 아니지만, <사미르칸트>보다 훨씬 낫다. 전설 너머의 진실에는 결국 인간이 있다. 희노애락애오욕을 지닌, 휘둘리는, 떨쳐내려는, 실패하는,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인간.

강대국의 손톱이 레바논의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에서의 삶까지 치밀하게 훑고 흔드는 것을 보면서 역사책의 일이라고, 뉴스에나 나오는 일이라고,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렇게 작아보이는 나와 관계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크파리야브다가 다시 나름의 평온을 찾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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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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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여행 갈 만한 곳을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다. 뜻밖에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도시-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가 추천 목록에 들어있었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세계사에서 여러 번 들어 익숙하긴 하지만 실제로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는 사마르칸트.

음. 책 앞 뒤장의 소개글 칭찬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주 밋밋해서, 그럭저럭 읽었다, 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전반부는 셀주크 투르크 시기 이슬람 세계의 유명한 시인이자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을 중심으로 셀주크 투르크의 뛰어난 재상 니잠 알 물크, 그리고 암살자라는 영어 단어 assassin의 어원인 아사신 그룹의 창시자 하산 사바흐의 역사 속에서의 얽힘 혹은 그들이 얽히면서 만든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페르시아의 입헌군주 혁명이라는 사건에우연히 얽혀들어간 미국인(화자)이 겪는 이야기인데 그 계기가 바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의 유일한 필사본(그가 직접 쓴 책)이다. 그럼 사마르칸트는?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청년 오마르 하이얌이 당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알려진 도시 사마르칸트를 부푼 기대를 안고 방문한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 곳을 떠나게 되고 다시 돌아오거나 그리워하는 장면도 없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화자가 하이얌의 흔적으라도 찾아볼까 하는 장면으로 잠시 들른 장면 뿐. 그 당시(20세기 초)의 사마르칸트는 이미 퇴락한 곳으로 하이얌의 시대의 것은 이미 모래 속에 파묻히고 레기스탄 광장의 티무르제국의 세 개의 큰 건물(미드라사지만 미드라사라고 밝히지도 않고 그냥 건물이라고만 한다)도 화려했을 타일도 깨어져 나가고 낡은 모습이다(요즘의 사진에선 햇빛에 아름답게 반짝이던데 그건 현대에 와서 관광객을 위해 열심히 닦아서 살려놓은 모습인가?).

천 년 전, 종교가 인간의 삶의 모든 부분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시대에 시와 별과 포도주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외에 어떤 것에도 가치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오마르 하이얌. 이렇게 써놓으니 좀 멋진 사람인 것 같지만 그건 나무위키로 읽어도 알 수 있는 것이고 이 소설에서 하이얌을 특별히 잘 그린 건지는 모르겠다. 주로 하이얌이 이랬다 하이얌이 저랬다라는 식의 서술 뿐이라. 하이얌의 시도 몇 편 없고 수학자나 천문학자로서의 활약(?)도 평범한 문장 몇 줄의 서술 뿐. 후반부의 페르시아 입헌군주 혁명도 연대기적 서술이 주라서 생생함이 없다. 타이타닉은 뜬금없고.

아무래도 사마르칸트를 알려면 다른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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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궤도 - 2024 부커상 수상작
서맨사 하비 / 서해문집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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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커상 수상작.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와 엘튼 존의 <rocketman>은 좋아하긴 하지만 세 번째 들으려면 어쩐지 기운 빠지고 힘들어서 다 못 듣고 그후 오랫동안 안 듣게 되는 노래들이다. 이 소설의 우주비행사들은 이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란 가까이에서 보먄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매우 동감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 보는 것은 비극으로 보기에는 멀고 희극으로 보기에는 가까운, 딱 그런 거리가 있을까 나는 거기에 있고 싶다.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지구 주위를 16번 도는 우주정거장은 그런 거리일까? 누구나 자기자신과의 거리는 너무 가깝기에 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심각한 비극일 수밖에 없는데 마음 속에 비극을 적어도 하나씩 품고 있는 사람에게 아무리 멀리 떨어진들 그저 희극이기만 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보잘 것 없는 게 저렇게 빛날 수는 없어.
또는 우리 존재의 의미는 크지만 무의미하다.
그 모든 게 무의미하지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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