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십만왕국 유산 시리즈 1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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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권을 다 읽긴 했다. 결론은 ’아 내가 그동안 괜찮은 판타지를 꽤 읽긴 했구나.’ 그러니까 이 책은 영 아닌 판타지. <부서진 대지>의 작가도 첫 책은 어쩔 수가 없었군 (즉 난데없는 천재는 아니었군).

세계는 진부한데 자잘한 설명과 제약이 너무 많다. 인물들은 너무 도식적이다 (장르소설적으로는 규칙을 잘 따르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만).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순정만화적 감성! 아니 그보다는 좀더 높은 연령대를 겨냥하고 있으니 할리퀸적 감성이랄까. 읽는 내내 (그림이라면 선 하나도 제대로 그을 줄 모르지만) 순정만화 그림체의 장면이 저절로 눈 앞에 떠올랐다. 달리 보면 그만큼 묘사가 생생했다는 건가?!

우리 세대의 전설적인 순정만화로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란 작품이 있다. 그리스 신화의 신들처럼 사랑하고 싸우고 질투하고 배신하고 여하간 인간과 다름없이 온갖 희노애락을 느끼는 신들의 세계와 인간들의 세계가 얽히는 와중에, 인간 대표라 할 수 있는 넷째 딸 레 샤르휘나(“샤리”)와 신 대표라 할 수 있을 전쟁의 신이자 샤리의 ’운명의 상대(!)’인 에일레스가 주인공인데…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이 책의 두 주인공 예이네와 나하도스와 아주아주 비슷하다. <아르미안>이 30년 먼저 나옴.

한편으로는 <트와잇라잇>류의 영어덜트 로맨스 판타지이기도 하다. (남들이 보기엔) 굳센 의지 외에 별것 없는 여주인공과 엄청난 힘과 그만큼 커다란 제약을 가진 어두운 남자 주인공이 서로를 구원하는…(으… 이제는 생각만 해도 으웨엑스러운…)

난 왜 이런 책을 욕하면서 읽고, 읽고 나서 욕하는 글까지 쓰느라 정성을 버리는 걸까. 이게 다 <부서진 대지>가 너무나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 작가를 차마 이렇게 버릴 수는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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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유산 시리즈 (총4권)
N. K. 제미신 / 황금가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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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절반 좀 안 되게 읽었는데… 이게 <부서진 대지> 작가의 책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

여러 신화의 짬뽕 같은 세계에다가 하이틴 로맨스의 도입부 같은 남녀(?) 주인공(?)의 만남과 대화와 분위기… 여고시절 신일숙의 순정만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여고생이니까 정신없이 빠져서 읽을 수 있었지만 지금의 나는, 특히 <부서진 대지>의 작가에게서, 한 겹 벗길 것도 없이 그래서 게으르게 말랑한 이런 이야기를 기대한 것이 절대 아니란 말이다. 머리가 아프려고 하는데… 일단 1권은 다 읽을 거다. 1권 끝까지 살릴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으. 이래서 내가 데뷔작은 잘 읽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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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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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탄 김에, 종이책을 사다 놓은 걸 잊고 전자책까지 내려받은 것도 오래 된 이 책을 드디어 읽었다…

역시 한강의 문장은 아름답다. 한 땀 한 땀 단어들을 골라 끈질기게도 아름다운 산문을 썼다. 눈 속에서 헤메게 되는 1부는 아름다운 데다가 스릴러처럼 책장을 넘기며 읽었다. 그러나 2부부터는… 그 증언이 우리나라의, 나의 역사이기 때문에 절대 소설 작품으로서만, 호오에 대해 말할 수 없다는 어떤 도의적(!)인 마음의 걸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화자와 시점이 일종의 마술적 공간에서 바뀌고 겹치고 하는 것 외에 증언들-그 증언들이 아무리 날것으로 생생한 것을 그대로 갖다가 썼다고 해도-의 나열을 넘어서는 뭔가가 보이지 않았다. 똑바로 바라보지조차 못했던 것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의미라면 그렇구나 할 정도. 역시 한강은 내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아니었다. <소년이 온다>는 아직 읽지 않았는데 창비가 전자책 낼 때까지 미적거릴 수도 있겠다 (종이책은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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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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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무느무 재밌다. ‘재미’만으로 별 다섯 개가 아깝지 않다. 액자 안의 추리소설도 재미있지만 그 소설 뿐이었다면 재미 외엔 남는 게 없다 그러니 별 넷, 했겠지만, 액자 바깥의 ’되고 싶은 나‘와 ’되어 버린 나‘ -셜록 홈즈를 라우헨바흐에서 밀어버린 코난 도일 경 같은- 의 이야기가 붙어 아주 새로운 소설을 만난 기분이다. 이 작가의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은 그냥 추리소설일 뿐이었는데. 내친 김에 다른 책들-<죽요한 건 살인>과 <숨겨진 건 죽음>-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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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연구
그레임 맥레이 버넷 지음, 허진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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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프로젝트> 작가의 책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보자마자 데려옴(전자책이지만)(요즘은 책장에 빈 곳이 없어서 종이책은 정말정말 오래오래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블러디 프로젝트> 작가의 책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전자책)책장에 들여 놓은 지가 5개월이 넘은 지금에서야 읽었다. <블러디 프로젝트>처럼 부커상 쇼트리스트에 올랐다는 건 읽기 시작하면서 알게 되었다.

역시 굉장한 책이다. 리베카 스미스의 비망록을 읽으면서 딱 그 나이 때의 나에 대해, 낯선 지인 혹은 친밀한 타인을 생각하듯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다. 자아의 정의 혹은 정체, 사실과 진실과 거짓의 경계 또는 의미도. <블러디 프로젝트>보다 훌륭하다. 더 나은 소설은 쓴 작가가 부럽다.

*지난 달에는 무려(!) 열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전 달과 일상이 특별히 달랐던 것도 아닌데. 이게 다 추리소설(캐드펠 신부
시리즈 다섯 권 포함)을 주로 읽었기 때문이다. 이 책도 스릴러로 분류해 놓았기 때문에 먼저 읽을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건데 결코 가볍지 읺았다(캐드펠 신부님도 가벼운 건 아니었지만). 요즘은 다른 종류의 책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재미보다 의미가 우선인 책들을 잘 읽던 때도 있었고 여전히 그런 욕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진득하게 읽어내야 할 것들을 읽기에는 쳥온한 인내심이랄까 그런 게 없어졌다.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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