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타니오스의 바위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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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가 좀 심심해서 콩쿠르상을 받았다는, 작가의 다른 책은 좀 다를까 하고, 오래 전에 넣어 두었던 이 책을 꺼냈다. 처음 고를 땐 표지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 비견‘ 운운하는 광고에 혹했을 테지만.

우와~할 정도는 아니지만, 또 <백년 동안의 고독>에 비할 바도 아니지만, <사미르칸트>보다 훨씬 낫다. 전설 너머의 진실에는 결국 인간이 있다. 희노애락애오욕을 지닌, 휘둘리는, 떨쳐내려는, 실패하는, 여느 누구와 다르지 않은, 인간.

강대국의 손톱이 레바논의 산악지대의 작은 마을에서의 삶까지 치밀하게 훑고 흔드는 것을 보면서 역사책의 일이라고, 뉴스에나 나오는 일이라고,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이렇게 작아보이는 나와 관계 없는 일은 아닐 것이다. 크파리야브다가 다시 나름의 평온을 찾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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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르칸트
아민 말루프 지음, 이원희 옮김 / 교양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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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정도 여행 갈 만한 곳을 챗지피티에게 물어봤다. 뜻밖에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도시-타슈켄트 사마르칸트 부하라가 추천 목록에 들어있었다. 그래서 읽게 되었다. 세계사에서 여러 번 들어 익숙하긴 하지만 실제로 아는 건 아무 것도 없는 사마르칸트.

음. 책 앞 뒤장의 소개글 칭찬글에서 기대했던 것보다는 아주 밋밋해서, 그럭저럭 읽었다, 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전반부는 셀주크 투르크 시기 이슬람 세계의 유명한 시인이자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오마르 하이얌을 중심으로 셀주크 투르크의 뛰어난 재상 니잠 알 물크, 그리고 암살자라는 영어 단어 assassin의 어원인 아사신 그룹의 창시자 하산 사바흐의 역사 속에서의 얽힘 혹은 그들이 얽히면서 만든 역사에 대한 이야기이고 후반부는 19세기 말~20세기 초 페르시아의 입헌군주 혁명이라는 사건에우연히 얽혀들어간 미국인(화자)이 겪는 이야기인데 그 계기가 바로 오마르 하이얌의 루바이야트의 유일한 필사본(그가 직접 쓴 책)이다. 그럼 사마르칸트는?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청년 오마르 하이얌이 당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알려진 도시 사마르칸트를 부푼 기대를 안고 방문한 장면(으로 시작하지만 곧 그 곳을 떠나게 되고 다시 돌아오거나 그리워하는 장면도 없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화자가 하이얌의 흔적으라도 찾아볼까 하는 장면으로 잠시 들른 장면 뿐. 그 당시(20세기 초)의 사마르칸트는 이미 퇴락한 곳으로 하이얌의 시대의 것은 이미 모래 속에 파묻히고 레기스탄 광장의 티무르제국의 세 개의 큰 건물(미드라사지만 미드라사라고 밝히지도 않고 그냥 건물이라고만 한다)도 화려했을 타일도 깨어져 나가고 낡은 모습이다(요즘의 사진에선 햇빛에 아름답게 반짝이던데 그건 현대에 와서 관광객을 위해 열심히 닦아서 살려놓은 모습인가?).

천 년 전, 종교가 인간의 삶의 모든 부분에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시대에 시와 별과 포도주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 외에 어떤 것에도 가치를 두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자 했던 오마르 하이얌. 이렇게 써놓으니 좀 멋진 사람인 것 같지만 그건 나무위키로 읽어도 알 수 있는 것이고 이 소설에서 하이얌을 특별히 잘 그린 건지는 모르겠다. 주로 하이얌이 이랬다 하이얌이 저랬다라는 식의 서술 뿐이라. 하이얌의 시도 몇 편 없고 수학자나 천문학자로서의 활약(?)도 평범한 문장 몇 줄의 서술 뿐. 후반부의 페르시아 입헌군주 혁명도 연대기적 서술이 주라서 생생함이 없다. 타이타닉은 뜬금없고.

아무래도 사마르칸트를 알려면 다른 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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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궤도 - 2024 부커상 수상작
서맨사 하비 지음, 송예슬 옮김 / 서해문집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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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부커상 수상작.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와 엘튼 존의 <rocketman>은 좋아하긴 하지만 세 번째 들으려면 어쩐지 기운 빠지고 힘들어서 다 못 듣고 그후 오랫동안 안 듣게 되는 노래들이다. 이 소설의 우주비행사들은 이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란 가까이에서 보먄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매우 동감한다. 그리고 내가 생각해 보는 것은 비극으로 보기에는 멀고 희극으로 보기에는 가까운, 딱 그런 거리가 있을까 나는 거기에 있고 싶다.

지구 저궤도에서 지구 시간으로 24시간 동안 지구 주위를 16번 도는 우주정거장은 그런 거리일까? 누구나 자기자신과의 거리는 너무 가깝기에 자신의 인생은 언제나 심각한 비극일 수밖에 없는데 마음 속에 비극을 적어도 하나씩 품고 있는 사람에게 아무리 멀리 떨어진들 그저 희극이기만 한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보잘 것 없는 게 저렇게 빛날 수는 없어.
또는 우리 존재의 의미는 크지만 무의미하다.
그 모든 게 무의미하지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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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의 아름다움을 보려면 바깥에서, 떨어져서 봐야 하는

이곳에서 보는 지구는 천국과도 같다. 빛깔이 흘러넘치는 곳. 희망찬 빛깔이 터져 나오는 곳. 지구에 있을 때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행성이 아닌 다른 곳에 천국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 우주비행사들은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면 지구에서 태어난 우리 모두 이미 죽어서 사후 세계로 온 게 아닐까. 죽어서 가는 곳이 비현실적이고 믿기 힘든 세상이라면, 저 멀리 아름답고도 외로이 빛을 발하는 유리구슬 구체야말로 그런 곳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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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열린책들 세계문학 46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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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속도를 내어 부지런히 많이 읽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두 달 동안 열 몇 권을 읽었다. 하라 료의 사와사키 시리즈 전부, 챈들러의 필립 말로 첫 번째인 <빅 슬립>, 존 르 카레의 카를라 3부작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오너러블 스쿨보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종이책으로 프랑스 작가 장마리 드 라 로블레스의 브라질 소설(!) <호랑이들이 제 세상인 나라>, 글리고 세 번째 읽는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추돌스).

다 무언가를 써두고 싶지만 막상 쓰려고 하면 또 막막해서 은희경의 <아내의 상자>의 아내처럼 마음 속의 상자에 그냥 넣고 뚜껑을 닫았다…

세 번째 읽는 추돌스가 여전히 가장 맘에 든다. 장편소설인데도 모든 문장이 딱 적재적소에 필요한 만큼 맞춰져서 단 한 문장이라도 빠지면 덜한 소설이 될 것 같다. 마지막의 베를린 장벽은 또 먹먹하고. 또 스마일리가 이렇게 못된 작전을 짰다니 카를라릉 찾기 전부터 카를라 저리가라 아닌가 화가 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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