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사이로 찾아온 행복
아녜스 마르탱 뤼강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에 나온 소설이 이럴 수 있다니 좀 .. (어이상실)
안읽고 패스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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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붙잡고도
    from 마지막 키스 2018-07-05 11:10 
    지난 주에 서점에 갔을 때 이 책의 뒷표지를 보았는데 줄거리가 몹시 흥미로웠다. 의상학교 입학에 실패한 여자 '이리스'는 의사 남편과 결혼하여 10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자신의 의상학교 합격증을 가족들이 몰래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 그래서 가족들에게 분노하고 의상공부를 시작한다는 거였는데...그렇다면 당연히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꿈을 찾아 당당하게 서는 여성을 상상하게 될텐데, 자신의 꿈을 뒤늦게라도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파리로 갔지만, 그
 
 
 

서재 친구의 '바로 이순간' 이라는 제목을 보니 '지금 이순간'이 생각났다. 임태경을 좋아했었던 시절, '지금 이순간'을 가장 완벽하게 부르는 건 임태경이라고 생각했었지.. 그 때 그렇게 임태경을 좋아해서 콘서트고 뮤지컬이고 보고 다녔었는데, 요즘에는 임태경이 뭐하고 사는지 나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관심과 애정을 지속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단순히 마음이 시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노력과 애씀이 반드시 필요한 것. 내가 임태경을 한 때 좋아했다가 이제 시들해진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다.



엊그제는 《트와일라잇》의 '벨라'와 '에드워드' 생각이 났다. 한 때, 한때라고 해도 나의 30대..였을텐데, 나는 벨라와 에드워드에게 얼마나 빠져있었던가. 아마도 그것은 '뱀파이어'라는 존재가 주는 신비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겠고, 에드워드가 너무 멋져서일 수도 있겠고..그 때 나의 가까운 친구들은 모두 트와일라잇을 좋아했어. 내가 얼마나 좋아했냐면, 트와일라잇 극장에서 세 번 보고 DVD 도 샀고, 책은 두 번이나 읽었다. 그 책을.... 젊은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를....늑대인간 이야기를...뭐가 좋다고 두 번이나 읽었어...


이건 영화 《더티댄싱》과도 마찬가지인데,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어떤 것을 언제 접하느냐, 그 타이밍의 문제. 나는 더티댄싱을 진짜 너무 좋아해서 그 영화의 OST 가사를 외우고 다녔고, 여러차례 보았고, DVD 도 샀고.. 진짜 내 인생영화라고 말하고 다녔다. 열다섯살, 중학교2학년 때 그 영화를 보았었는데, 그 영화보고는 춤 배우게 해달라고 집에 말했다가 아빠 엄마는 크게 싸웠었지...애가 도대체 저런 영화를 왜 보는거냐고... 하하하하하. 아무튼 그것은 내 인생영화였고, 어느 장면에서 어느 음악이 나오는지 다 알 수 있었고, 주인공의 이름이 '프란시스 하우스만'이라는 것도 풀네임으로 외우고 있었다. 마지막 춤, 그 마지막 춤에서 쟈니가 프란시스 데리고 나와서는 "저에게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준 프란시스 하우스만 양입니다" 이러고 소개하거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서 어른이 되었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에 내가 '지금' 더티댄싱을 처음 보게되었다면 인생영화로 택도 없고, 유치하다고 했을 거라고. 그런데 나에게 그것은 중학교시절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고, 내 친구들은 나 때문에 몇 번씩이나 같이 보았으며 다같이 미쳐있었다.



트와일라잇도 마찬가지. 만약 내가 지금 트와일라잇을 읽었다면 내가 재미있게 읽었을지 모르겠다. 영화도 마찬가지..아니, 영화는 지금 봐도 내 흥미를 끌었을거야. 특히나 벨라를 공격하려는 나쁜 뱀파이어들 상대로 컬렌가 뱀파이어들이 으르렁 대던 것은 아아,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장면이지..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벨라와 에드워드 이야기로 어떻게 네 권씩이나 써냈을까..뭐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싶다. 아무튼.



내가 엊그제 에드워드와 벨라를 생각한 건, '사랑' 때문이었다. 최근에 친구들의 사랑 때문에 내가 덩달아 가슴아팠었는데, 제삼자가 듣거나 보기에 '대체 왜저럴까'싶은 것들도, 내가 그들이 되어서 '너무' 사랑하면 이해되는 것들이 많아지니까. 그러다보니 벨라는? 내가 벨라라면? 하게된 것.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와일라잇의 내용을 알고 있겠지만, 여자인간 벨라는 남자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지게된다. 인간에게 노화는 자연스런 현상이고 뱀파이어는 지금 현상태 그대로 몇 천년이고 살 수가 있다. 벨라는 에드워드와 사랑한만큼 계속 함께있고 싶고, 그래서 자신 역시 뱀파이어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뱀파이어로 사는 삶을 벨라에게 권할 수가 없다. 벨라를 사랑하지만, 벨라를 '인간이지 않게'하는 것에 반대하는 것. 그러나 벨라는 자신의 확고한 의지로 뱀파이어가 되기를 원하고, 그렇게 에드워드랑 영원히 젊은 상태로 앞으로 내내 행복하길 원하는 것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뱀파이어란 존재에게 굉장히 매력을 느껴왔다. 늑대인간도 그렇고. 나도 뱀파이어였으면 좋겠다고 수도없이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읽을 때에도 나는 에드워드를 사랑했으므로, 벨라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현실'이 된다면...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에드워드'의 옆에 있기 위해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것, 물론 그것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의미하긴하지만, 그것이 내게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다. 최근에 '너무 사랑한다면' 포기하는 것도 가능하고 자신의 최대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러니까 벨라 역시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은 거다. 그러니까 벨라는 에드워드에 대한 사랑에 확신이 있었던 것.


거기에 나는 의심이 간거다. 벨라는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데, 처음만난 에드워드가 진실한 사랑, 영원한 사랑, 다시 없을 사랑이란 것을 어떻게 확신하고 심지어 그와 같은 존재가 되고자 했을까. 그러다 뱀파이어가 되었는데, 살아보니 '어, 이 놈이 아닌가보네..'라는 생각이 든다면...그러면 자신은 다시 인간이 될 수도 없고 뱀파이어로 계속 살아가면서 떠돌아야 하는데..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조금 더, 조금 더 경험한 뒤에 선택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은 거다. 내가 이 나이 되도록 내가 가장 사랑한 사람은 이십대에 만난 사람도 아니고 사십대에 만난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니까 과거에 만난 사람과 최근에 만난 사람, 그 사이에 끼인 사람이었는데, 내가 어떻게 확신하고 '나는 너를 너무 사랑해, 최고로 사랑해, 뱀파이어가 될게' 하는 걸, 스무살도 되기전에 결정할 수 있었을까... 그건 부모님이 안다면 뜯어 말렸을텐데...라고 생각하면서



어랏, 나도 꼰대가 되었는가!


했던 것이다.



벨라는 아버지랑 함께 살고 있었다. 그리고 뱀파이어가 되기로 결정하는 것에 아버지의 의견은 없었고, 아버지와 의논하지도 않았다. 벨라는 순전히 자기 생각만을 하고 자기의 행복을 위해 결정한 것. 가족에게 이것은 얼마나 아픈 결정이었을까 싶었는데, 그런데 살다보면 아버지도 시간이 흘러 돌아가실테고, 설사 다른 가족들이 있다해도 그렇지 않은가.. 언젠가는 다들 죽고 사라질텐데... 벨라가 굳이 자신의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는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벨라가 되어보기로 했다. 벨라와 에드워드로 놓지 않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뱀파이어라면? 그러면 나는 그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을까? 나는 뱀파이어쪽에 더 힘을 실어줄 수 있는게, 일단 죽음을 두려워해? 그렇다면 불멸의 존재 뱀파이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런데, 내가 정말, 내가 '너무나 사랑한다'는 이유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을 기꺼이 선택하게 될까?



이걸 묻고 묻고 또 물어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대입해도, 나는 단번에 '그럴게!'가 되지 않는 거다. 내가 지금의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되는 것, 이걸 내가 선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 거다. 내가 정말 사랑한다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와 같은 존재, 뱀파이어가 되어야 하는걸까? 그걸 단번에 선택할 수 없는 나는 그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한걸까? 아니면 그를 믿지 못하는가? 그 사랑에 확신을 갖지 못하는건가? 아니면 나는 그냥 '세상에서 내가 제일 중요해' 라서 그런건가..



사랑은 내가 세워둔 벽을 부숴버리고 한계를 지워버린다. 그러니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아'하는 것도,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내가 이럴 줄은 몰랐는데...'하면서 하게 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 그러니까 벨라도 뱀파이어가 되기를 결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사랑하기 때문에, 그 대상에 대한 한계와 벽을 허물고 내가 그간 하지 않았던 것들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러니 나는 큰 사랑 앞에 어쩌면, 뱀파이어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아마도, 그럴 수도....



그가 인간인 것이 감사하구나...












이런 글은 왜 썼을까.

아무 의미도 없는 글...

인생..

글이란 무엇인가.......

스벅 카드에 백만원쯤 충전되어 있었으면 좋겠다...자동충전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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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04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의 문체, 어체는 참 귀에 간질간질거리네요 ㅋㅋ

다락방 2018-07-04 14:25   좋아요 0 | URL
음...그러니까...... 나쁘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쪼록 즐겁게 읽으신다면 좋겠습니다. 후훗.

비연 2018-07-04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에 공감이 너무 되어서 좋아요를 다른 때보다 더 꾸욱 눌러봅니다... 자동충전 넘 좋네요..

다락방 2018-07-04 14:25   좋아요 0 | URL
매번 만원씩 충전하는 제 자신이 넘나 초라합니다... -0-

비연 2018-07-04 21:5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만원 ㅠㅜㅜ

단발머리 2018-07-04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페이퍼에 쓴 것 같은데, 한국 뮤지컬 배우와 가수를 통틀어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부르는 사람은 ‘홍광호‘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임태경 들어봤는데, 임태경도 잘 하네요. 남자가수들이 팬미팅 하면 꼭 이 노래를 부른다지요.
얘들아, 임태경을 생각해라~ 홍광호를 생각해라~~

제가 이틀 전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와일라잇을 읽었어요. 그러니까 1권만 읽은거죠. 다시 읽는데, 또 아~~~~ 옛생각이 나면서 그렇게나 재미있더라구요.
저는 1권이 제일 좋아요. 벨라와 에드워드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에 대해 잘 모를 때, 궁금해하면서....
우아~~ 미치겠다!!!! 할 때요.
예전에 좋았던 게 계속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저도 홍광호를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모르거든요.
근데 예전에 좋았던 게 지금도 좋다면 그것도 나름 즐거운 일이라 생각해요.
그런 것 중에 하나가 책이고, 그리고 트와일라잇이고.

다락방님은 이 페이퍼를 나를 위해 쓴 것 아닌가 싶어요.
나를 위한 글이었다.
에드워드 이야기를 이렇게 신나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다락방님 말고 누가 있겠습니까.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8-07-04 15:17   좋아요 0 | URL
일단,
단발머리님 사랑한다고 말하고 시작할게요.
사랑합니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틀 전에 트와일라잇 읽으셨다니, 어쩌면 세상에는 트와일라잇 주기 같은 게 있는걸까요? 저는 이틀 전에 ‘내가 벨라라면 뱀파이어가 될것인가‘를 계속 고민했거든요. 남들이 들으면 세상 쓸데없는 고민, 이루어질 수 없는일인데, 저는 그게 뭐라고 ‘아아, 내적갈등, 사랑 때문에 나는 뱀파이어가 될것인가‘ 이런 거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아..저는 왜이렇게 세상 쓸데없는 일에 제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걸까요, 단발머리님?

저도 책이 1권이 제일 좋았지만 영화도 1편이 제일 좋았어요! 1편에서 에드워드가 제일 잘생김이 뿜뿜했지요. 그렇지만...영화 4편에서...베드신에서..... 에드워드가 침대 부수는 것도 좀..좋아요 -0-

트와일라잇은 음악도 너무나 좋지요 ㅠㅠ 들으면 울 것 같은 음악이에요. (왜?)

아아 단발머리님, 단발머리님은 어쩌자고 트와일라잇을, 에드워드를 얘기할 수 있는 친구란 말입니까. 왜이렇게 근사한거지요? 단발머리님은 설마, 다락방님에게 맞춤하게 태어난 것입니까?! 네?! 흙흙

오늘은 단발머리님 덕에 마음에 감동을 품습니다. 꼼지락 꼼지락 하면서요.

단발머리 2018-07-04 15:37   좋아요 1 | URL
제가 댓글 달기 전에 잠깐, 아주 잠깐 고민을 했어요.
아~~~~~ 아무리 내가 다락방님 좋아한다고 해도,
트와일라잇 페이퍼 댓글로, 나도 이틀전에 읽었어요, 하면 너무 지어낸 것 같지 않나~~~ 싶어서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하지만 저에게는 증인이 있습니다.
그 책은 큰애 방에 있었거든요. 제가 방에 들어가서 이 책을 뽑으니, 큰애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엄마, 또 읽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읽은 기념으로 ˝A thousand years˝ 뮤직비디오도 봐주고 그랬습니다.
전, 에드워드가 벨라를 만나고 나서, 그녀의 생각을 읽을 수 없어 혼란스워하는 장면이 참 좋아요.
뱀파이어는 잠도 안 자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되고, 힘도 쎄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에드워드네는 돈도 많고, 잘생겼고~~~ 하는데도
벨라한테 쩔쩔매는 게 좋았어요.
사랑에 빠지면 모두 쩔쩔매게 된다,라는 진실을 아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오래오래 에드워드를 이야기해요.

다락방님, 사랑합니다.

다락방 2018-07-04 15:49   좋아요 0 | URL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저도 너무 그 설정 좋아해요. 벨라의 생각을 읽을 수 없는 장면이요. 그건 좋지만,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건 너무 피곤하겠다 싶었어요.

사실 저는 그 장면 되게 좋아해요. 뉴문 처음에 말이죠, 벨라가 에드워드랑 헤어지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절벽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할 때 에드워드가 나타나잖아요. 벨라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에드워드가 나타난다는 걸 알고, 벨라는 제이콥한테 오토바이도 빌려서 세게 몰고 나가잖아요. 그거 너무 좋아서 오래오래 생각났어요. 그리고 그런 일이 정말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고요.

물론 제가 트와일라잇에서 제일 좋았던 건, 밤에 잠을 자지 않는 에드워드가 밤새 내내 잠자는 벨라를 지켜보는 거예요. 새벽에 자다가 깼을 때 눈 앞에 똭- 하고 에드워드가 있다면!! 저는 한창 트와일라잇에 빠져있을 때 그 바람이 얼마나 컸던지요. 제가 바라는 건 그게 전부일 정도였어요. 새벽에 자다 깼는데(전 새벽에 잘 깨거든요) 근사한 남자,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다니, 너무 좋지 않나요? 멋져...


저는 a thousand years 도 좋아하지만 1편의 저 파티에서 나오던 노래도 너무 좋아해요.

아, 좋네요.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거요. 단발머리님을 이 더위에 끌어안습니다. 와락-

레와 2018-07-04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좋아요! 다락방 페이퍼에 좋아요 꾹 누르고 단발머리님 댓글에 좋아요 꾹 누르고.

아직도 채널 돌리다가 ‘트와일라잇‘ 방영하는 곳 있으면 채널 멈춤. 그대로 다시 보기 합니다.
아.. 또 보고싶네요. ‘트와일라잇‘

‘트와일라잇‘ 소리내어 발음되는 그 느낌도 좋아요. 트와일라잇. 무한애정 ♡

다락방 2018-07-04 15:54   좋아요 1 | URL
맞아요. 채널 돌리다가 트와일라잇 하면 일단멈춤 하게 되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그게 뭐길래. 따지고보면 엄청 유치하잖아! 그런데도 자꾸 우리를 끌어당긴다... 아아, 1편에서 나는 얼마나 에드워드를 사랑했던가. 진짜 트와일라잇 몇 번이나 본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과 트와일라잇 얘길 할 수 있다니 넘나 좋으네.
예전에 쥬드님과도 했었는데. 아아 쥬드님도 그립고! 후훗.

좋다 좋으네. 히힛.

세실 2018-07-0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우 스벅 백만원 저도요~~~ ㅎ
임태경 좋아하셨구나.
저두 한때 좋아했는데 올 초인가 청주 공연때 보고는 실망했어요.
말투가 자포자기한듯한...염세주의자가 되었더라구요.
그 안소니처럼 따뜻했던 남자가...

다락방 2018-07-05 11:26   좋아요 0 | URL
저는 너무 좋아해서 콘서트며 뮤지컬 다 찾아다녔는데, 몇해전에 경희대에서 콘서트했을 가서는 실망해서 그 뒤로 관심을 끊었어요. 저도 노래와 노래 사이, 멘트에서 확 실망을 해가지고...

항상 만원씩 스벅카드 충전하는 제 자신이 초라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7-05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05 11: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렸을 적에 서로 너무 좋아하다가 어른이 되어서도 상대를 그리워하고 우연히 다시 만나 사랑을 이루어간다는 얘기. 그런 한편 내가 정말 너무 좋아해서 찾아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성인이 되어 자기 삶을 살다가 뜨겁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 사람과 헤어져도 계속 마음속에 그 사람을 품고 살다가, 결국은 돌고 돌아 제자리를 찾는 이야기. 내가 싫어하는 이야기와 좋아하는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 만나고 다시 돌아오느냐에 대한 시기적 차이만 있을 뿐 결국은 같다 보여지지만, 그러나 언제 시작되느냐가 나에게는 좋고 싫고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나는 아이었을 때 만난 사람을 '어릴 때 그 소녀' 혹은 '어릴 때 그 오빠' 이런식으로 살면서 내내 가져가다가 애인되고 부부되는 게 너무 싫다. 왜, 그런 거 있잖아. 그 뭐지..제목은 생각 안나는데 청소년기부터 주인집 딸 좋아해서 그 소녀의 보디가드가 되고, 그 소녀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녀를 위해 삶 전부를 내던지는... 그 조폭 나오고, 변호사 나오고...뭐 아무튼 그런 식. 진짜 너무 싫어 싫어. 소꿉친구 로망도 싫고요..



지난 주에 서점에 가서 책들을 훑어 보다가 이 책을 보게 됐다. 제목도 처음 들어보는데 트윗에 연재하던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어 소설로 출판하게 되었다고 하더라. 책 뒤의 표지를 보니 이 이야기는 내가 좋아하는 바로 그 이야기인듯 했다. 이십대 시절 만난 상대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그러나 뜻하지 않게 헤어졌다가 거의 이십년이 지나 페이스북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그런 상대에게 무려 '페친'을 신청한다는 게 아닌가. 와- 이건 진짜 딱 내가 좋아할만한 이야기야! 나는 이 책을 사고서는 사두고 읽지 않은 숱한 책 중에 가장 먼저 집어들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 너무 좋아, 얼마나 할 말이 많아질까, 나는 얼마나 하염없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까...



그러나 책의 첫장부터 '어랍쇼?' 하게 되더니 마지막까지 '이게 뭐야' 하면서 기분이 나빠졌다. 저자는 이 책에 분명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를 등장시켜놓고, 그러나 그 여자에게 딱히 어떤 역할을 부여하지 않는다. 책 소개는 과거의 사랑을 다시 만나 어쩌고 진행되는 걸로 보였는데, 그 과거에 '나 자신보다 사랑한' 여자가 나 자신의 삶에 크게 영향을 미쳤고, 어떤 여자도 그 여자만큼은 사랑할 수 없다고 하면서, 그러나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나 하는 것들은 전혀 보여지지 않는다. 대체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남자는 현재 마흔이 넘었고 그간 방송계에서 꾸준히 일해 경력을 쌓았다. 책의 처음에는 그런 남자에게 접근해 하룻밤을 보내는 여자가 나온다. 연예인으로 크게 되고 싶은 꿈을 가진 그녀는 하룻밤을 보낸 그에게 '내 꿈은 이뤄질까요?' 같은 문자를 보내고. 현재에서 간혹 과거의 여자, 즉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를 회상하면서 지금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인데,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와도 딱히 한 건 없다.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쳐서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게 되었고, 그녀 이후로 그녀만큼 사랑하는 다른 누구도 만날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녀와 만나는 동안 그가 한 일이라곤 그녀와 공기도 탁한 러브호텔에 가는 게 전부였다.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가 인도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는, 암흑계 보쓰의 애인인 성매매여성과 친해져서 그녀의 집에서 잠도 자고. 그런 남자가 어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여자는 동네 성매매 여성이었다. 그러니까 이 책에는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 외에는 성매매 여성만이 나온다. 성을 도구로 이용해서 꿈을 이루려고 하거나 돈을 버는 여자들. 그리고 그녀들은 자신의 삶을 딱히 싫어하지 않는다. 싫어하지 않는게 다 뭐야, 어떤 여자는 '나는 지금의 삶이 좋아'라고 말한다.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성매매 여성에 대한 편견을 쌓아두고는, 그러나 이런 편견은 옳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그보다 더 잘 보이는 건, '여자를 대하는데 편견없는 이렇게 힙한 나!' 이다. 완전 자기뽕에 차있어. 



글은 글을 쓴 사람의 사상과 생각을 드러낸다. 그것을 세련되게 포장하는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해 원래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글에 다 드러나게 되어버리고 만다. 내가 박범신의 [은교]를 졸라 싫어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박범신의 [은교]에 은교는 없었다. 자아를 가진 은교는 존재하지 않고, '나이 들어가지만 여전히 근육키우고 글도 잘 써서 질투도 받는 멋진 늙은 나'만 있다. 그렇게 자기뽕에 차서 십대 소녀를 성적대상화 시키고만 있는데, 작가는 그 글을 단숨에 써내려갔다고 한다. 왜 아니겠는가. 자기 머릿속에 '이렇게 멋진 늙은 나'가 있는데... 문제는 그게 자기 자신에게만 멋지다는 거. 그리고 이 책의 작가 '모에가라' 역시 '이렇게 힙한 나'에 가득 취해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외에는 성을 도구로 하는 여성만 가득 나오는 소설을 쓸 수있나. 게다가 암흑가 조직 보쓰의 '오늘 밤 나랑 잘래?'란 말에 좋다고 씐나하던 여자가 그 보쓰가 경찰에 끌려가자 '성폭행을 당했다'고 뉴스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남자는 어이없어하는 장면. 자기가 웃으며 허락한 그녀를 기억하는데....



그러니까 이 책은 띠지의 광고 <그 시절 연인보다 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나요?>로 사람을 낚아놓고는 사실 그 얘기는 별로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찝찝해. 

이야기는 그런 게 아니다. 이야기는 분명 힘이 있고 전달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작가가 써내려낸 이 고백식의 글은 이야기랄 수도 없는 자기의 찌질한 삶의 토로인데, 그것은 어디에서도 힘을 얻지 못한다.


얼마전에 호주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나의 이야기>를 시청했다. 해나 개즈비는 그 쇼에서 초반에 웃음을 주다가 마지막에 분노한다. 분노하면서 외친다. "백인남성들이여, 분발하세요!"


나는 이 책의 작가 모에가라와 더불어 숱한 남성들에게 그 외침을 똑같이 들려주고 싶다. 분발하라!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안된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이야기로 내놓아서는 안되는 것이다. 납작하게 두 종류의 여성만 그려내놓고는 뭐 세상 힙한 척 하고 있나. 게다가 작가가 여자를 보는 시선은 '나는 모두를 똑같이 대하는 남자야'를 보여주려고 하지만 이미 상당히 뒤로 쳐져있다. 작가여, 공부하라. 공부해서 좀 바른 의식을 갖자. 자기 자신에게 취해있어서는 안된다. 처음에도 하룻밤 대상이 되는 여자가 나와서 찝찝한데, 어린 시절의 그에게 '이런 거 본 적 없지?' 하고 가슴 보여주는 스트립걸이 나와서 짜증나고, 후반에는 '쵸이스 당했다고 좋아했으면서 성폭행으로 폭로한' 여성이 나온다. 아이고야...그러면서 계속 끈질기게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한' 여자를 집어 넣는다. 러브호텔 간 얘기, 질투한 얘기 같은 거... 도대체 뭘 보고 나는 이 남자가 그녀를 '나 자신보다 더 사랑했다'고 알 수 있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다시, '해나 개즈비'는 자신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나 역시 그녀의 이야기가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힘이 있었고 삶이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의 이야기는 전달될 필요가 없고 쓸데도 없다. 뭐 어쩌라는건지... 그래서 페친 신청해서, 뭐? 



나는 여전히 '파트릭 모디아노'가 [지평]에서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서점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 마지막 장면은, 결국 제자리를 찾게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내 안에 아름답게 기억되고 있다. '페르귄트'는 자신의 자리를 너무 늦게 알아서 '솔베이지'에게 육신만 도달하게 된다. 어디서 젊은 시절 좋은 건 낭비하고 껍데기만 솔베이지를 찾아와, 내내 기다리던 솔베이지를 속상하게 했어. 우리는 우리의 제자리가 어디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늦지 않게 가야해. 어차피 그곳이 제자리라면 얼른 찾아가야지, 괜히 게으름 부려 늦게 도착하면 서로 속상하고 서운하잖아. 그리고 그곳이 제자리라면, 가급적 서운하지 않게 해야 하잖아. 



이렇게 기억되고 이야기되어질 만한 게 이 책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오히려 예쁜 여자 만나면 위축되는 자신만 나오는데, 심지어 그 예쁜 여자는 나를 좋아해?! ㅎㅎㅎㅎ 진짜 ... 할 말 없게 만든다. 자기 이야기에 갇혀서 발전을 모르는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다. 마흔이 넘었는데 어른이 안돼...어른이 못돼... 어른이 되려면 이대로는 안된다. 자기 머릿속 이야기에 갇혀서, 자기 뽕에 취해서 아무리 써대면 뭐하나. 그래봤자 발전없는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일 뿐인데. 분발하라. 공부하라. 공부하고 분발해서 뭔가 좀 기본적인, 인간의 인간에 대한 예의도 좀 장착하고, 입체적인 여자에 대해서도 새기고, 여자에게도 자아가 있다는 걸 좀 알아라. 




수는 시원스러운 눈매와 검고 짧은 헤어스타일이 인상적인 미녀였다. 그녀는 가냘픈 몸매치고는 풍만한 가슴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타이트한 흰색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는 모델이나 영화배우처럼 생긴 여자를 보면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자동적으로 마음의 셔터를 내려버리는 성향이 있었다. 왠지 기분이 저절로 위축되며 계속 자리에 앉아있기가 무척이나 거북살스러웠다. ( p.138)



위의 문장에 이 남자의 온갖 못남, 발전하지 못함이 다 들어가있다. 가냘픈 몸매와 풍만한 가슴의 여자, 그 멋진 여자 앞에서 위축되는 자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카를 보는 남자 심리라고 했던가, 여자들에게 무시당했을 때 화장실 몰카를 보며 '저여자들도 나랑 똑같은 사람이다' 뭐 이런 식의 대꾸를 본 게 생각났다.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에서도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하기 위해 요강 훔치는 이야기가 나왔었지. 아 짜증나... 이 남자는 가냘픈 몸매 풍만한 가슴의 여자에게 위축되고 그렇다면 못생긴 여자 앞에서는 당당해지는가. 아, 그러고보니 그가 '나 자신보다 사랑한' 여자는 못생겼다는 언급이 두어번쯤 나온다. 진짜 어처구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쁜 여자 많이 만나지만 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세상 힙한 나. 꺼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싫다.



제자리를 찾는 아름다운 이야기인줄 알고 이 책을 샀는데 이거 뭐 이럼? 여러분, 이 책 읽을 시간에 '해나 개즈비'의 <나의 이야기>를 듣고 보자. 그 편의 여러분의 삶을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가 굳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은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진짜 어른이 되지 못한 마흔 넘은 남자의 이야기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

헤어지는 순간에 우리는 안녕이라는 말을 전하기 어렵다. 어딘가에 굵은 글씨로 헤어질 때 써먹기 위해 근사한 말을 준비해둔다고 하더라도 막상 이별해야 할 상대가 눈앞에 있으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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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모에가라 지음, 김해용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자기 멋대로 여자란 어떨 것이다 생각한 작가가 자기가 세상 힙한 줄 알고 적어놓은 정말 어른이 되지 못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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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 이야기 - 개정판
김정희 지음 / 동아일보사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은 내게 닿지 못할 영역에 있다. 더이상 수학을 배우지 않아도 되는 직장인이라는 것이 다행인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에 대해서는 어떤 미련 같은 것이 남아있다. 내가 수학문제를 푼다는 등위 행위는 일절 하고 있지 않지만, 수학 문제를 잘 푸는 사람, 수학을 잘했던 사람에 대한 동경은 대단한데, 실제로 나는 수학문제를 풀어낸 노트를 보면, 그 노트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이 답인지 알아채지도 못하면서 이미 정신을 잃을 정도로 푹 빠져버리고 만다. 그래서 나는 나를 '수학 문제 푸는 것에 페티시'가 있는 사람이라고 결론 내렸다.


어떤 하나의 동경 혹은 페티시가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그것이 부재함을 의미하는 거란 생각을 했다. 내가 전완근에 반하는 것, 등근육에 반하는 것은 내게 그것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고. 수학도 마찬가지. x 와 y 를 넘어선 기호들을 제멋대로 좌르륵 써나갈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너무나 불가한 일이다. 도대체 머릿속에서 어떤 사고가 펼쳐지기에 숫자와 기호를 넘나드며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나는 수학을 싫어하지 않는다. 다만 못할 뿐. 못하면서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이게 나를 미치게 만드는 것 같다. 못하면서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돌아버리는 거야. 못하면서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걸 잘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존경과 동경을 보내고야 마는 것이다. 남자든 여자든 수학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두 눈이 하트가 되어버려...그리고 전완근과 등근육에도..



대체 전완근과 등근육은 무슨 상관??



어쨌든,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집어들게된 이유였다. 내가 못하지만 그러나 싫어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수학과 화해하고 싶었다. 조금 더 접근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며 살것인가. 나도 조금쯤, 내 스스로 친해져도 좋지 않은가, 하고. 그것은 운동과도 닮아 있다. 언제까지 등근육과 전완근 가진 사람을 보며 침만 질질 흘리고 있을 것인가. 그것을, 그 멋진 것을 내가 가진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등근육이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듯이, 이 책을 읽었다고 내가 수학과 성큼 가까워진 기분도 전혀 들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을 읽는 것은 나로 하여금 '자 이제 수학과 조금 더 친해져볼까'하는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중학생정도를 대상으로 한 책이어서인지, 처음에 나오는 것들은 어렵지도 않았고, 툭 튀어나오는 식과 풀이를 눈으로 보면서 '음, 이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고등학교 때도 전혀 풀지 않고 새것으로 남겨두었던 수학의 정석을 이제 나도 사서 풀어도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지. 그러니 조금 더 넘겨보니 내가 풀 수 없는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책의 마지막에 가면, 중학교 3학년 정도가 풀 수 있는 문제이니 한 번 풀어보자고 문제를 내줬는데, 나는 이 책 한 권을 충실히 잘 따라 읽어왔지만 그 문제들 앞에서 또 뇌가 꼬여버리기 시작했다. 나는..수학 돌머리인가?



나는 수학을 못하지만, 내가 수학을 못하기 위해 태어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태어날 때부터 수학을 못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 몸의 근육을 키워나가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처음 계단을 오르지 않고 저 위에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서서히 기초부터 다져야한다고 하는 거다. 나는 그것을 꽤 잘해왔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그러니까 국민학교때의 수학이란(산수지만) 내가 특별히 못하는 영역이 아니었다. 사실 뭐 국민학교야 내가 못하는 게 없었지. 심지어 이어달리기 선수도 했다니까? 가슴이 커지는 바람에 달리기 망해버렸지...중학교에 가서도 내가 특별히 고민하는 과목이 수학은 아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때문에 속썩었지만, 그러나 영어... 팝송 들으면서 듣기평가까지 완전정복하는 영어 똑똑이가 되었었지. 그리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남들이 다 수학 고등학교때 포기한다는데, 나는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수학이 어렵지가 않은 거다.


'남들 다 이 때 포기한다는데, 훗, 나는 괜찮네?'


이렇게 자만심 뿜뿜이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월요일이면 주요과목의 시험을 쳤었는데, 수학 시험을 보는 날, 문제는 다섯 개였고 풀이과정까지 다 써서 제출해야 했었다. 이 때 학급의 많은 아이들이 다 틀리거나 하나 맞았고, 두 개 맞힌 아이들이 많았고, 전교에 다 맞힌 애는 한명인가 둘이었고, 그리고 우리 반에 세 개 맞힌 애가 두 명인가 세 명이었는데..반장을 포함애서 내가 그 세 개 맞힌 아이들중 한 명이었다. 훗. 고등학교 올라와도 나는 수학 잘해..같은 마음같은 게 내 고딩1년 시절에 있었단 말이야? 그러나 왜때문에..도대체 언제, 무엇이 계기가 된건지 모르겠지만...1학년 2학기때는 재시험 보는 부류에 내가 속해있었다...재시험도 간신히 커트라인 넘는 사람이 되어있었고, 나는 내가 그런 사람이란 걸 안 순간....수학을 놓아버렸어.



잘가..



그 뒤로 수학은 내게 없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수학 과목 들은 날은, 어차피 수학을 포기할것이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늘어나는, 내가 바로 그런 아이었어.. 수학 너무 멀었지...

이런 나와는 다르게 내 여동생은 생물을 전공했고 수학을 부전공했다. 두 과목 모두에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아이들에게 생물을 혹은 수학을 가르친다. 여동생이 대학생이던 시절 수학 문제를 풀다가 자기 친구랑 통화하며 이거 어떻게 풀었냐고 열심히 얘기하는데, 나는 이 아이는 지금 다른 곳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연습장에 빽빽한 기호와 숫자들..심지어 교재도 원서였어...



얘기가 너무 길어졌는데, 어쨌든 나는 수학을 못하지만 미워하지 않는다는 거다. 수학을 못하지만 싫어하지 않아. 그러므로 나는 수학과 화해하고 싶었다. 그렇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는데, 아직 수학은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있는가보다. 그러나, 내가 더 노력하면 돼. 어떻게? 구몬수학..신청할까? 하다가 서랍 가득 처박힌 밀린 구몬영어 생각나서 때려치기로 한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중3이 풀수 있는 문제를 냄으로써, 성인이라면 이 정도는 차근차근 풀 수 있을 것이다..를 생각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 책을 집어들은 사람이라면 수학에 관심이 잇을 것이고 이 정도의 문제는 풀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나는 그 문제들을 보고나니 서점에 가고 싶어졌다. 서점에 가서, 초등학생용 문제집을 사야겠다. 덧셈 뺄셈부터 시작해서 기초를 단단히 해놔야지, 이렇게 중3 문제 봤다가는 다시 수학에게 우리는 아닌 것 같아 하고 뒤돌아 설 것 같아.



저자는 수학을 취미 삼아 하고 있다. 가벼운 노트와 연필을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든 수학문제 푸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거기에서 기쁨을 찾는 사람이야. 나는 내가 그렇게까지 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어느 무료한 날은 책상 앞으로 가 차분한 마음으로 수학문제를 풀고 싶다. 이 때 풀어내야 스트레스가 풀리지 이 문제가 도대체 뭘 어쩌라는 거냐...하면 스트레스를 더 받겠지. 그러기 위해서라도 기초부터 탄탄히 다져야겠다.



저자는 '소설처럼' 아름다운 수학이라고 했지만, 나는 수학이 가진 아름다움은 소설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수시로 내가 주변인들에게 '클래식은 수학의 영역인 것 같다'고 말해왔는데, 저자 역시 이 책에서 몇 번이나 음악과 수학의 연관됨을 얘기한다. 에피톤의 발라드는 시적 감수성이지만 바흐의 클래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수학의 영역이야. 이 정도를 내가 스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내게도 발현되지 못한, 저 깊이 숨겨져 아직 제 빛을 보지 못한 수학적 능력 혹은 수학적 뇌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는 문제풀이를 못하고 식도 외우지 못해 수학 점수가 형편 없었던 사람이지만, 그러나 수학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 수학 문제를 이해는 못하지만 수학은 이해한달까. 그래서 수학이 아름답다 생각한다. 소설과는 다른 부분으로.



이 책은 수학에 다가갈 수 있는 의욕을 충분히 톡톡 건드려준다. 누군가는 이 책을 보고 수학의 정석을 샀다는데, 나는 정석까지는 아니고 문제집은 하나 사고 싶어졌다. 그리고 저자가 그랬듯이 수학을 취미 삼아 노트와 연필을 가지고 다니며 문제 풀기를 할 순 없겠지만, 책상 한 구석에 문제집을 놓아두고 싶다. 수학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 말하지만, 사실은 삶을 단단히 꾸려가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게으르고 정리 안되는 삶을 살다가, 그런 자신을 다잡기 위해 수학 문제 풀기에 집중했던 일. 그리고 근육을 키우듯 수학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느 한 부분 틀림이 없다.



저자는 사실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취미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어쨌든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데 분명한 도움이 된다. 나는 취미가 다양하진 않고, 이렇게 공부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반짝 그 때뿐이지만, 지금 삶이 무료하고 지겨운 사람에게는 취미를 가지라고 나 역시 권하고 싶다. 수학이 취미가 된다면, 적어도 내게는 너무 멋진 일이고.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취미를 가져라, 직장이나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어낼 다른 것을 가지는 것은 정말 필요한 일이다, 주된 것이 아니라 보조적인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얘기하곤 했다. 이것이 아닌 저것도 꼭 필요해! 그것이 수학이 되는 것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서핑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요가를 하고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모두 다 좋지만, 거기에 수학문제 풀이가 더할 수 있다니, 내가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너무 근사하지 않은가. 나에게 수학은 아직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지만, 그래도 싫어하지 않으니 가까이 가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봐야겠다.



수학, 난 너를 싫어하지 않아.










음악은 미술보다 수학과 더 친해서, 음악을 잘하려면 먼저 수학을 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학창 시절에 화성음 같은 음계 때문에 고생한 경험을 떠올려 본다면 음악과 수학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 소리는 진동들의 배열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손뼉 치며 박자를 맞추는 행위는 매우 수학적인 것이다.(p.43)

수학을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학문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때문에 암산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수학의 천재라고 치켜세우기부터 한다. 그러나 역사 속의 수학 천재들 가운데 암산 실력이 계산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뛰어났던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암산에 능한 것은 기계적인 기능이지, 수학적 깊이와는 무관하다. 암산과 암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똑똑해 보이지만, 진실로 수학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p.44-45)

그 어느 것도 파스칼의 수학에 대한 열정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그는 아버지가 하지 못하게 하는 수학을 어린애가 만화책 보듯이 숨어서 공부했으며, 놀라운 기하학적 재능을 키울 수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까 어린아이 혼자 종이접기를 통해 삼각형의 세 각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증명해 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파스칼의 이러한 재능을 보고 유클리드의 《기하학 원론》을 읽게 했고, 이로써 파스칼은 수학과 기하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게 되었다.
파스칼은 천재성을 인정받아 14세 때 프랑스 수학자들의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16세 때 <원뿔곡선시론>이라는 논문을 발표햇는데, 아무도 파스칼이 그 논문을 썼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버지가 썼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했을 정도로 이 논문은 어린 소년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p.165)

여기서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수학자한테서도 생활의 작은 것들을 본받을 수 있다. 파스칼은 《팡세》에서 아마추어 수학자로서 철학과 문학에도 깊은 조예를 드러내 귀감이 되었다. 1946년의 초보적인 디지털 컴퓨터와 관련된 튜링(Alan M.Turing, 1912-1954)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Murakami Haruki, 1949~ )처럼 달리기 마니아였다. 하루키나 튜링이나 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정신적인 노동을 하는 사람들에겐 육체의 움직임이 많은 도움을 줄 듯하다. (p.184)

누구나 마음속에 살리에르를 감추고 있다. 재능 있는 사람에 대한 질투, 그 사람의 재능을 훔치고 싶은 욕망, 역사와 영화, 혹은 소설속에서 우리는 그런 인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그 인물은 바로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속에도 존재하며 어떤 순간 갑자기 날을 퍼렇게 세우기도 한다. (p.195)

달랑베르는 줄리 드레스피나스라는 여인과 동거를 하게 된다. 달랑베르에게 만족하지 못한 줄리는 모라 후작, 기베르 백작 등과 연애를 했으며 끝내는 달랑베르에게 돌아와 그의 품에서 숨을 거둔다. 달랑베르는 사랑하는 여인 줄리를 위해 <마드모아젤 드레스피나스의 영혼에게>라는 글을 쓴다. (p.200)

‘그래, 수학을 취미 삼자. 수학은 내 마음속의 지도를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을 옮겨 길을 더듬어갈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p.213)

클래식은 공부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장르이다. 잔잔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면서 사람의 목소리로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일도 없어 공부할 때 좋은 배경음악이 되어 준다. (p.238)

수학은 몸의 근육과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근육을 발달시키고,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고, 실제로 멋진 근육을 갖게 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을 극복하고, 남들이 귀찮아 하는 일에 과감하게 매일을 투자한 사람들이다. 꼼꼼하고 성실한 사람만이 멋진 근육을 갖게 된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집중해서 공부한다면 멋진 수학 실력을 갖출 수 있다. 시험 때만 되면 공부하는 벼락치기 방식에서 벗어나 매일의 주어진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부담도 없고, 시간도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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