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눈에 보이는 공간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관계의 빈 공간'이 필요하다. 이 빈 공간에서만은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도 서로 다가가고 만나는 것이 가능한, 마음의 중간지대를 마련하고 싶다. 가족, 연인, 친구 사이에도 이러한 관계의 여백이 필요하다. 사랑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아내려 하고,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남김없이 털어놓으면, 관계가 숨 쉴 여백의 공간이 생기지 않는다. 사랑하는 이들끼리도 각자의 사유와 고독한 비밀의 공간을 남겨줄 수 있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은 눈부시게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p.183-184)

나는 매력이 없다고 골방 속으로 숨으면 절대로 인연의 실타래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모와 매력이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외모 이상의 매력으로 상대를 사로잡는 유혹의 귀재들도 많다. 미모가 뛰어난 사람들보다 매력 넘치는 사람들의 인생이 실제로는 훨씬 행복하다. 매력은 미모처럼 자신을 `볼거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함께하고 싶은 존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미를 감상하는 데는 `거리`가 필요하지만, 함게하고 싶은 인연을 만드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p.32-33)

아무리 매력이 철철 넘쳐도 고백의 용기가 없다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가 `그 수많은 편지의 주인은 나`라고 고백했다면, 사랑은 이루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록산은 시라노의 편지에 감동하여 외친다. "만약 오디세우스가 당신처럼 편지를 썼다면, 정숙한 페넬로페도 집에서 수나 놓으며 기다리고 있진 않았을 거예요." 미모는 정태적이지만 매력은 동태적이다. 연애는 고백이다. 매력은 액션이다. 그러나 사랑은 고백과 액션을 훌쩍 넘어서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사랑은 용기 있는 자에게 쏟아지는 축복, 마침내 영원히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가장 바지런한 동사다. (p.35)

(이반 일리히의 유언을 읽고)나는 내 결핍을 채워주고, 내 불안을 잠재우는 감정이 사랑이라 믿었다. 한 번도 나를 파괴하는 사랑에 몸담아 본 적이 없다. 그런 감정이 다가올 때마다 용케도 잘 피하며 이런 위험한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부정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원래 나였던 나, 나라고 믿었던 나를 파괴하는 사랑이야말로 내가 한 번도 끝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p.45-46)

저 수많은 인간의 정의 중 하나를 굳이 고르라면 나는 `호모 에로티쿠스`를 택하련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처럼`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미소짓게 만들지 않는가. 어떤 존재든 일단 사랑하기만 하면 간도 쓸개도 내줄 줄 아는 아름다운 광기가 있어, 인간은 `다른 동물들처럼` 아직 지구에 살아남은 것이 아닐까. 사랑의 그 끔찍한 계산 불가능성이야말로 결코 정의할 수 없는 인간의 소중한 공통분모가 아닐까. (p.116)

우리는 언어 때문에 위로받지만 언어 때문에 고통받는다. 무심코 던져진 수많은 타인의 말, 익명으로 정체성을 숨긴 수많은 네티즌의 발언, 심지어 자신이 던진 자신의 말에도 우리는 상처를 받는다. 언어는 화살표다. 반드시 어떤 것을 가리킨다. 가리켜서 아름답게 치장하기도 하지만, 가리켜서 처참하게 훼손하기도 한다. 음악은 이러한 날카로운 화살표로부터 자유롭다.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가리키지도 않고, 애써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 음악의 힘은 불가피하게 언어를 쓸 수밖에 없는 인간들의 피로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것이 아닐까. 음악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음악은 해명하거나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음악은 단지 존재를 감싸준다. 존재를 날카롭게 가리키지 않고, 존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준다. (p.162)


댓글(5)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4-11-24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25 0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름 2015-05-19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좋아서 구매했어요. 디자인이 바뀌어 새로 나왔던데 전의 책 디자인이 더 나은 듯 했어요. 그리고 좋아서 글짓기 좋아하는 아이한테도 선물하고. 정여울의 글들은 한겨레와 시사인을 통해 읽었는데 책을 통해 보니 참 좋더라구요. 소개된 책들도 읽고 싶어지고. 다른 책들도 읽었어요. 4월에 수술한다고 또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잘 있지 말아요` 읽었는데 이것도 좋았어요. ^^ 그래서 또 구입.

다락방 2015-05-19 09:31   좋아요 0 | URL
오, [잘 있지 말아요] 좋다고 하신 말씀에 지금 보관함에 넣어두고 왔습니다. 헤헷.
저도 시사인을 통해 정여울의 글을 읽고 있어요. 매번 읽을때마다 좋아서 자꾸 보관함에 넣는 책이 늘어가요. 최근엔 시사인 보고 <소공녀>넣어뒀어요. 그렇지만... 아직 구매하진 않았어요. 구매엔 절제가 필요하니까요. 하핫.
잘 있지 말아요도 언젠가 읽어봐야겠어요.

여름 2015-05-19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공녀`읽고 담아뒀는데. 찌찌뽕. ㅋㅋ 몸만 좀 더 나으면 더 많음 책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눴으면 좋겠어요.
 
그녀에게 일어난 일, 그에겐 일어날 수 없는 일

먼댓글로 연결한 페이퍼는 무려 2010년에 작성한 것이다. 내가 기적은 일어난다는 내용의 페이퍼를 썼다는 걸 기억하고 있었고, 그것을 영화 《워크 투 리멤버》에서 가져왔기 때문에 저 오래된 페이퍼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댓글을 읽다가 '사랑은 키스로 오는가봐요' 라고 써놓은 걸 보고 갑자기 빵 터져버렸다. 나란 여자, 2010년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사랑은 키스로 오기도 하지만, 키스가 반드시 사랑을 불러오는 건 아니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나는 그만큼 더 늙었다.


아,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고.





















남자 주인공은 자신과는 많이 다른 여자주인공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 되면서 그녀가 가진 소원들을 이루어주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죽고난 후 그가 여자의 아버지를 찾아와서는 '다 해줬는데 기적을 보는 것을 해주지 못했다'고 하자 여자의 아버지가 '자네가 그 애의 기적이었네' 라고 말을 한다. 그래서 나는, 기적이란 게 일어날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기적은, 간절히 바랐을 때 이루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저 오래된 페이퍼에도 인용되었지만, 원서에서 기적은, 남자의 이런 독백으로 끝맺는다.



I now believe, by the way, that miracles can happen.



남자가 지금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처럼, 나도 믿는다. 그리고 그 기적을, 나는 최근에 본 영화 《비커밍 제인》에서 만난다.


















제인은 엄청난 부자 '위슬리'로부터 청혼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가난한 남자 '톰'에게로 향해있다. 가족들은 제인이 위슬리와 결혼하기를 원한다. 그녀가 위슬리와 결혼한다면 돈 걱정 없이 평생 여유롭게 잘 살 수 있으니까. 그러나 톰과 결혼하게 되면 제인은, 아침부터 잠들기전까지 노동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제인은 사랑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돈이 아니라 사랑으로. 돈은, 스스로도 벌 수 있는 것이니까.


청혼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녀는 무도회를 간다. 그곳에서 어쩌면 떠나버렸을 남자, 톰을 찾는다. 위를 보고 뒤를 보고 왼쪽을 보고 오른쪽을 보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표정은 어둡다. 그녀는 자신의 파트너로 앞에 선 남자 위슬리와 춤을 춘다. 춤을 추는 그녀는 즐겁지 않다. 무도회에 왔고, 누군가의 파트너가 되었고, 춤을 추고 있고, 그 춤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 다수의 것이었으니,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스텝을 밟는다. 빙그르르 돌고 파트너를 바꾸고, 그렇게 사람들 틈 속에 끼어서 다음 동작을 하며 파트너를 바꾸던 중, 자신의 눈앞에 어느새 톰이 와있음을 보게 된다. 그가, 내 눈앞에 있다, 는 것을 그녀가 알아챈 바로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은 환해진다. 와- 내가 다 가슴이 벅차가지고 두근두근했어. 이건, 기적이야!


그는, 없었다. 그녀가 눈을 들어 찾던 그 모든 곳에 그는, 없었다. 그러나 그를 포기하고 체념하고 시간을 버티고 있던 그 때에, 그는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 나타나서 말을 건다. 나타나서 말을 걸고, 그녀로부터 사랑 고백을 듣고, 자신 역시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음을 말한다. 내 심장과 영혼은 당신의 것이라고.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좋은 장면이 바로, 눈 앞에 그가 나타나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찾아 헤맸던 그가 보이지 않아 체념했을 때 그때 불쑥, 눈 앞으로 나타나는 남자. 와- 이게 바로 기적이라고. 소리내서 나는 꺅꺅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때 제인이 눈앞에서 톰을 보면서, 와- 이건 기적이야- 라고 나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 가슴 벅참이, 그 순간의 행복이, 그 기적의 실현이 내게는 몹시도 행복했다. 사랑은, 순간을 기적으로 만드는 것. 눈앞에 나타난 남자가 톰이 아니었다면, 그것은 결코 기적일 수 없었을 것이다. 기적은, 사랑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로구나. 나는 그녀의 기적 앞에 박수를 보낸다. 그녀의 기적의 순간, 나는 전혀 다른 시공간에서 그녀의 기적과 함께 한다. 두둥실- 내 마음이 떠돈다. 너의 마음 나의 마음 울렁울렁 두근두근 쿵쿵!!





그러자, 이 기적을 마주하지 못했던, 그 순간이 비참하고 처참했던 한 남자가 떠오른다. 그는, 《시작은 키스》에 등장했다.
















남자는 같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여자를 사랑하고 있다. 그녀를 만나고 싶어 그녀의 사무실 앞에서 하염없이 서성인다. 왔다갔다, 어떻게든 그녀를 마주치고 싶어 기다리는데, 직장 동료가 전하는 소식은 '그녀는 출장중' 이라는 거였다. 하아- 



그의 전략은 훌륭했다. 계속해서 복도를 서성일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어딘가 향하는 것처럼 걷기란 어려운 일이다. 정확한 행동으로 집중하고 있는 듯 보여야 했다. 가장 힘든 일은 짐짓 서두르는 척 움직이는 것이었다. 오후 끝 무렵이 되자 그는 지쳐버렸고, 바로 그때 클로에와 마주쳤다. 클로에가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좀 이상해 보여 ‥‥‥"

"응, 괜찮아. 다리 근육 좀 푸느라고. 그러면 생각이 잘 돌아가거든." (pp.103-104)


"난 108호 때문에 골치가 아파. 나탈리 팀장님하고 상의 좀 해보려고 했는데, 오늘 안 계시네."

"그래? 팀장님이 ‥‥‥안 계셔?"

"응‥‥‥지방 출장 가신 것 같아. 난 그만 가볼게. 골칫거리를 해결해봐야지."

마르퀴스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

오늘 왔다 갔다 한 거리를 합한다면 그 역시 너끈히 지방에 갈 수 있었다. (p.104)




마르퀴스에게 '그 순간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마르퀴스는 결국, 그녀의 옆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된다. 그러나 제인은, 그 순간의 기적에 놀라고 행복하고 감격했지만, 그의 옆에 앉을 수 없다.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러나 그 기적이 얼마만큼의 크기, 얼마만큼의 지속성을 가지고 나타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기적은, 일어나는 그 순간 놓치지 않고 꽉 붙들어야 한다. 기적은, 기적의 특성상, 수시로 찾아들지 않으니까. 전 생을 통틀어 단 한 번 나타날지도 모르니까. 꽉 잡고, 놓지 않기. 그것이 기적을 마주한 사람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워크 투 리멤버》에서의 기적은, 그녀가 노래를 부르던 그 순간이 존재했으므로 시작됐다.


http://youtu.be/9CVbe00lK9I


(유튭 이전소스 보기가 안돼..왜죠? ㅜㅜ)




150데니아는 이제 춥구나. 기모로 가자.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14-11-24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기하고 체념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네요.
아직 `비커밍 제인`을 보지 못한게 너무 기쁘네요.
얼른 찾아보고 싶어요. 앤 해서웨이도 좋아하구요.

전, 진작에 기모를 지나, 밍크로~~~ 다락방님, 따뜻하게 입고 다니셔요^^ - 추위를 많이 타는 단발머리가

다락방 2014-11-24 21:2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저는 마침 네이버앱에서 굿 다운로드 무료이길래 잽싸게 받아서 봤어요. 단발머리님도 얼른얼른 서둘러 검색해보세요. 지난주까지 회사 동료도 무료로 받았거든요. 영화가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게다가 이게 무려 실화더라고요!! >.<

이제 기모스타킹 신어야겠어요. 다리 추워.. ㅠㅠ

단발머리 2014-11-25 08:36   좋아요 0 | URL
좋은 정보 감사해요!!!!! 저, 지금 다운받아서 영화 보고 있어요. 완전 행복합니다^^

앤 해서웨이가 지금 입고 나오는 저 자주색 긴 드레스 웬지, 편해 보이고 ㅋㅎㅎㅎ
저한테도 어울릴것 같다,고 하면 안 되겠지요? ㅎㅎ

다락방 2014-11-25 08:48   좋아요 0 | URL
안되긴 뭐가 안됩니까? 됩니다! 그 자주색 긴 드레스, 단발머리님께 딱 맞을 거에요! 잘 어울릴 겁니다. 후훗

영화 다 보시고 감상 남겨주세요, 단발머리님. 꼭이요! >.<

세실 2014-11-2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커밍 제인의 앤 해서웨이는 참 예쁘네요^^
제인과 톰은 끝까지 갈까요? 가겠죠? 갈꺼야........

다락방 2014-11-24 21:25   좋아요 0 | URL
비커밍 제인의 앤 해서웨이도 예쁘고 인터스텔라의 앤 해서웨이도 예쁘더라고요. 후훗.

제인과 톰은 어떻게 될지, 자, 영화에서 확인하세요. 전 말 못해요. 흑흑 ㅜㅜ (이 영화는 실화입니다, 세실님!!)

꼬마요정 2014-11-2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젤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춤을 추는 장면에서 짜잔~ 하고 등장할 때, 제인의 입가에 어쩔 줄 몰라하며 퍼져가는 미소와 톰의 그 간질거리는 표정이요~ ㅎㅎ

영드 중에 <제인 오스틴의 후회>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거기 보면.. 그러더라구요. 톰이든 누구든 자신을 제법 행복하게 해줬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제법 행복한 게 아니라고.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그녀가 진정으로 원한 사랑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락방 2014-11-25 08:49   좋아요 0 | URL
크- `톰이든 누구든 자신을 제법 행복하게 해줬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제법 행복한 게 아니다` .. 멋진 말이네요, 꼬마요정님. 그런 드라마가 있군요. 전 사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딱히 좋아하진 않는데, 비커밍 제인을 보니 호기심이 생기긴 하더라고요. 나이 들어 재회환 톰과 제인을 보는데 어휴...그냥 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어. 슬리퍼를 정리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아이들의 눈길이 신경에 쓰여서 말이야. 난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하는 아이였거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힘이 세서 싸움에 이기는 것도 아니고 청소를 꼼꼼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어. 말하자면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아이는 아니었어. 그런 내가 갑자기 화장실 슬리퍼를 정리하면 이상할 거 아니니?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는 괜찮은데, 너도나도 드나드는 화장실이잖아. 누가 보면 어쩌지. 너 왜 갑자기 슬리퍼 정리하니?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아무튼 그게 가장 고민거리였어." (p.52)
















이 부분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나는,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사람인걸까?

누군가에게는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추가 먹고 싶어서 갈비를 먹으러 가야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4-11-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살아남아 도착한 사람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순간만큼은 그냥 다른 생각없이 기쁠 것 같은데요. 나중에는 무인도라는 걸 알고 사소한 일로도 불만이 늘어가겠지만요. ^^;
(네꼬님의 추천도서였던 저 책을 못 샀어요. 아쉬워요.)

다락방 2014-11-24 09:32   좋아요 0 | URL
그치요, 다른 생각없이 일단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만으로도 기쁘겠지요. :)
 
쌍둥이할매식당
우에가키 아유코 글.그림, 이정선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물친구들도 환영`이라는 말을 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과정이었음을 알지만, 그래도 잠든 사이에 할머니를 납치하는 곰이라니, 급한 상황이었다는 걸 알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순간 욱- 빡쳤더랬다. 흐음.
이거 좋은책이야 안좋은책이야...잘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커밍 제인
줄리안 재롤드 감독, 제임스 맥어보이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가슴이 찢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댓글(3)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꼬마요정 2014-11-21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그랬어요ㅠㅠ 우리 맥어보인데 흑흑

버벌 2014-11-22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도 그랬어요 저도 ㅠㅠ

- 2022-12-04 2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찢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