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게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어. 슬리퍼를 정리하는 것은 간단했지만, 아이들의 눈길이 신경에 쓰여서 말이야. 난 무슨 일이든 대충대충 하는 아이였거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달리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힘이 세서 싸움에 이기는 것도 아니고 청소를 꼼꼼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어. 말하자면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아이는 아니었어. 그런 내가 갑자기 화장실 슬리퍼를 정리하면 이상할 거 아니니?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는 괜찮은데, 너도나도 드나드는 화장실이잖아. 누가 보면 어쩌지. 너 왜 갑자기 슬리퍼 정리하니? 그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지. 아무튼 그게 가장 고민거리였어." (p.52)
















이 부분을 읽다가 잠시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나는,

나는,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사람인걸까?

누군가에게는 타고 가던 배가 침몰해서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도착했는데, 같이 도착한 사람이 너와 함께여서 정말 기쁘다고 할만한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상추가 먹고 싶어서 갈비를 먹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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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1-22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살아남아 도착한 사람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 순간만큼은 그냥 다른 생각없이 기쁠 것 같은데요. 나중에는 무인도라는 걸 알고 사소한 일로도 불만이 늘어가겠지만요. ^^;
(네꼬님의 추천도서였던 저 책을 못 샀어요. 아쉬워요.)

다락방 2014-11-24 09:32   좋아요 0 | URL
그치요, 다른 생각없이 일단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만으로도 기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