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딩이라 부르고 세경이는 준혁학생이라 부르는 그 남자(혹은 소년)에겐 로망이 있었다.
누나랑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윤중로를 걷고 싶었어요, 누나랑 캠퍼스를 걷고 싶었어요, 누나랑 같이 강의를 듣고 싶었어요.
빌어먹을, 같이 강의를 듣는거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윤중로를 걷는 거,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영화 [워크 투 리멤버] 는 뻔한 사랑이야기다. 심지어 여자는 시한부 인생이다. 그런 여자에겐 몇가지의 로망이 있다. 남자는 여자를 (그럴줄 몰랐지만) 사랑하게 되고, 그녀가 죽기전에 그녀가 원하는 것을 다 해주고 싶어한다. 그는 그녀에게,
밤 하늘의 별을 보여주고, 같이 춤을 춰주고, 결혼식을 올리게 해준다.
여자가 죽고, 남자는 여자의 아버지를 찾아온다. 그리고 얘기한다. 그녀가 원하는 걸 다 해주려고 노력했지만 하나는 해줄수 없었다고. 그녀는 기적을 보는 것을 가장 큰 소원이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녀에게 기적을 보여주질 못했다고. 그러자 그녀의 아버지가 그에게 말한다.
"아니, 그 애는 기적을 봤네. 자네가 그 애의 기적이었어."
책의 결말은 내가 기억하는 영화와는 조금 다른데, 책의 결말은 이렇다.
It is now forty years later, and I can still remember everything from that day. I may be older and wiser, I may have lived another life since then, but I know that when my time eventually comes, the memories of that day will be the final images that float through my mind. I still love her, you see, and I've never removed my ring. In all these years I've never felt the desire to do so.
I breathe deeply, taking in the fresh spring air. Though Beaufort has changed and I have changed, the air itself has not. It's still the air of my childhood, the air of my seventeenth year, and when I finally exhale, I'm fifty-seven once more. But this is okay. I smile slightly, looking toward the sky, knowing there's one thing I still haven't told you: I now believe, by the way, that miracles can happen.
시간이 멈추었으면 좋겠어요, 라는 세경의 소원이, 정말로 그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세경이 바라는 그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누나랑 윤중로를 걷고 싶어요, 라는 고딩의 '전혀 어렵지 않았던 소원'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고딩에게도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까? 그게 가능할까? 세경의 시간은 멈추었는데?
기적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말 그대로 기적이라면, 포기하는 법도 배워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얼마동안, 내게도 일어날 수 있을거라 꿈꿔왔던, '나만의' 기적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아래는 영화 [워크 투 리멤버]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반해버리고 만, 여자의 노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