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꿨다. 꿈에서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과 나와 이렇게 셋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남자가 벌떡 일어서더니 '약국에 다녀올게' 하는거다. 우리가 왜냐고 물으니 구충제를 사러 간다는거다. 구충제 사올테니까, 그거 먹고 계속 술마시자, 라고. 그러면서 약국에 갔다. 다른 여자와 나는 응 오면 구충제 먹고 술 계속 먹자, 라고 약국에 다녀올 남자를 기다리다가 잠에서 깼다.


음... 


남자와 여자가 누군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는데, 어쨌든 저런 꿈을 왜 꿨을까, 하고 출근길 지하철을 타고 자리에 앉으면서 생각하다가, 가방에 들고온 책을 읽으려고 꺼내는데, 아아, 이거였구나! 싶었다. 이래서 그런 꿈을 꿨어!!!

















나는 어제 퇴근길부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던 거다(따끈따끈한 신간!!). 두번째 꼭지에 나오는 기생충(시모토아 엑시구아)은 물고기의 혀를 먹고 자신이 그 혀의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같이 실린 사진이 으으, 너무 끔직했다. 세번째 꼭지까지 읽고 내려서 명태찜에 술을 마시는데, 명태찜에 명태 대가리가 나왔고....대가리는 입을 벌리고 있었고.....아아아아아.....나는 그냥...대가리를 집어서 가시 버리는 그릇에 버리고 만것이다. 입 벌리지마....입 벌린 모습을 내게 보이지마...... 하아-



흑흑 자꾸 생선 대가리에 들어있던 기생충이 생각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왜이렇게 꿈을 잘꿀까?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독서는 뭐지? 인생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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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16-05-26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일상!! 일상은 인생!! 이히히히히히~


땡초 팍팍 뿌린 명태전 먹고 싶당!!!! ㅎㅎ

다락방 2016-05-26 09:50   좋아요 0 | URL
명태전에 소주!! 크아-
이번에 대전에서 만날 때도 명태전 팔면 좋을틴딩 ㅋㅋ 사서 소주랑 먹게 ㅋㅋㅋ

레와 2016-05-26 09:51   좋아요 0 | URL
바로 검색 들어갑니당~!!!!!!!!!!!!

다락방 2016-05-26 09:54   좋아요 0 | URL
콜!!

2016-05-26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5-26 12:22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 원래 읽는 사람 마음 아닙니까! ㅎㅎㅎㅎㅎ 안주가 생각이 안나네요. -_-

북프리쿠키 2016-05-26 1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기생충열전 개정판이예요?? 사볼까하는데 중복이면 이 책만 사볼려구요

다락방 2016-05-26 13:41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전혀 다른 책이에요. 기생충열전에 나온 기생충은 이 책에서 나오지 않아요. 중복되는 내용 1도 없습니다!! 두 권 다 사보셔야 할듯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6-05-26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하 감사합니다!!마태우스님에게도 좋은 홍보(?)가 될듯 싶어요ㅋㅋ두권 주문해야겠네요!

다락방 2016-05-26 15:29   좋아요 1 | URL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기쁩니다. 제가 말씀드린 건 이 책의 서문을 읽어보고 알게 된 거에요. ㅎㅎ
책 재미있어요. 즐거이 읽으실 수 있을겁니다. 훗.

마태우스 2016-05-2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다락방님. 글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개정판이 아니라는 걸 알려주며 구매를 독려하기까지...ㅠㅠ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 강요에 넘어가주신 북프리쿠키님, 감사드려요 흑흑.

다락방 2016-05-30 09:07   좋아요 1 | URL
지금 읽고 있는데 너무나 재미있어요, 마태우스님!!! >.<
정말 재미있는 책을 쓰셨어요. 존경합니다!!!

moonnight 2016-06-01 2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지난번 책 읽고 한동안 애먹었어요. 머리부터 해서 온 몸이 막 가렵ㅠㅠ;;;;; 그래도 새책은 장바구니로 ㅎㅎ;;;

다락방 2016-06-02 09:46   좋아요 1 | URL
저도 요충 부분 읽다가 온몸을 긁었던 기억이 있어요. ㅎㅎ 새책 재미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윽, 윽, 하면서 읽었어요. 전 아직까지 기생충이 예쁘진 않아서요. 아하핫
 

.....
43페이지

ㅎㅎ

















나의 대학 졸업 논문이 꼭 이런 식이었다. 저런 오타가 수두룩했다. 내가 쓴 게 아니라 이 책 저 책 짜집기해서 타이핑만 했던 논문..졸업할 때 논문을 책으로 만들어서 한 권씩 줬는데 내 논문보고 내가 너무 부끄러워서 기절하는 줄.. 하아.

당시에 S 여대에 다니는 나의 친구는 K 대를 졸업한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그 남자가 이메일로 자신의 졸업논문을 읽어보라며 줬다는 얘길 했더랬다. 그때, 아, 그 사람은 내가 쓴 것처럼 이 따위로 쓴 게 아니라 진짜 자기가 쓴 거고 그게 자랑스러워서 읽어보라고 줬겠구나 싶었더랬다. 나는 정말 논문에 오타가 수두룩했는데 진짜 타자를 너무 빨리 치다가 생긴 그런 오타였던 것이다. 저렇게 글자와 글자 사이에 뭐가 들어가거나 한 글자의 받침이 다음 글자와의 사이에 놓여있던 일... 부끄럽다.. 지금 다시 돌아간다면 새로 논문 쓰고 싶은데, 이건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해보는 말이다.



어쨌든 43페이지까지 이 책을 읽었는데, 음, 안 읽어도 되겠군, 싶은 책이다. 애초에 이 책을 왜 샀는지... 안읽고 팔아버려야지 싶은데 퇴근길에 읽을 소설책이 없으므로-비소설은 사무실에 쌓여있음- 퇴근길까지만 읽을까...

아니면 당일배송으로 스티븐 킹 소설 하나 시킬까...

소설 읽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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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5-25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까는 핸폰으로 봐서 자세히 안 보였는데, 이제 보니까 참...ㅎㅎㅎ
오타가 야무지네요~~

다락방님 글 읽다보니 저도 졸업논문 생각나요.
길이 길이 남을 논문을 쓰겠다,고 제가 그랬다지요. 누가 학사논문을 읽어나 주나요~~
<호손의 주홍글씨에 나타난 죄의 문제>가 제목이었던건 기억나요.
그 다음은 저도 부끄러워서 기절.. ㅎㅎㅎ

즐거운 점심 시간 되시길요. 밥맛은 꿀맛이 제맛^^

다락방 2016-05-25 10:22   좋아요 0 | URL
저는 논문 제목도 생각 안나요. 유통에 관한 거였던 것 같은데... 아하하하하. 도서관에 들어가서 유통에 관련된 책 몇 권 뽑아다가 짜집기 했더랬어요. 교수님도 아시더라고요. 야 이건 책 짜집기지... 아하하하. 부끄러운 기억입니다. 저에 반해 단발멀리님 논문은 제목부터 근사하네요. 우어어어. 호손의 주홍글시에 나타난 죄의 문제, 라뇨. 제가 안그래도 주홍글씨를 이십대 초반에 읽고나서 내용이 사라져 다시 읽으려고 사두었거든요. 민음사로요. 단발머리님 댓글 읽으니 주홍글씨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발머리님은 진짜..알면 알수록 멋진 분이신 것 같아요!!

배고파요. 일단 간식으로 몽쉘통통 먹었는데도 계속 배고파서 두유를 하나 마셔야겠어요. 점심 때까지 버틸 수가 없어요. 어흥 ㅠㅠ

단발머리 2016-05-25 10:27   좋아요 1 | URL
에구... 부끄러워라.
제목은 근사하지만 저는, 제가 쓴 리포트를 복사해서... 붙였더랍니다.
전 멋진 사람이 아닌데, 다락방님이 멋지다고 하니까,
전 이제부터라도 멋진 사람이 되어 볼려고요.
당신은 예쁨을 담당해요. 내가 멋짐을 맡을께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몽쉘바나나 새로 나왔던데, 우리 언제 같이 몽쉘바나나 한 판 해요~~

다락방 2016-05-25 10:54   좋아요 1 | URL
네, 예쁨은 걱정 마세요! 제가 힘차게 담당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

몽쉘바나나 저는 먹어봤거든요. 동료가 직원들에게 하나씩 돌렸는데, 맛있더라고요. 그렇지만 제가 돈 주고 사먹을거면 저는 오리지널 사먹으려고요. 우리 몽쉘 한 판 할 때 몽쉘은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

건조기후 2016-05-25 13:11   좋아요 0 | URL
저도 몽쉘통통 참 좋아하는데요. 저는 몽쉘 카카오를 사드리겠습니다 ㅎㅎㅎㅎㅎ

다락방 2016-05-25 13:36   좋아요 0 | URL
어므낫! 아름다운 제안이에요! ㅎㅎㅎㅎㅎ

머큐리 2016-05-25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관심가지고 있었는데... 다락방님 때문에 관심이 급격하게 수그러들었어요...ㅎㅎ

다락방 2016-05-25 12:00   좋아요 0 | URL
43쪽까지만 읽은 제 말을 너무 신뢰하지 마세요. ㅎㅎㅎㅎ 저는 조금 더 읽어볼까 어쩔까 갈등하는 중이에요. ㅎㅎ

moonnight 2016-06-01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덕분에 안심하고 보관함에서 지웁니다^^

다락방 2016-06-02 09:46   좋아요 0 | URL
안읽어도 별 상관 없는 책이에요. ㅎㅎ
 
탐독 - 10인의 예술가와 학자가 이야기하는, 운명을 바꾼 책
어수웅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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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책이 삶과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하게 믿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가 책을 읽는다는 사실이 뿌듯해졌다. 앞으로도 계속 읽고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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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16-05-2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같은 마음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책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다락방 2016-05-25 08:35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이 저보다 먼저 읽으시고 즐거이 리뷰 쓰신 거 봤어요. ㅎㅎ
책은 분명 의미가 있죠. 책 속의 열 사람이 그걸 알고 있고 말해줘서 좋더라고요. 제가 책 읽는 게 좋고요. 힛. 앞으로도 우리 계속 읽어요!

moonnight 2016-06-0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이 책 샀어요. 아직 못 읽었는데 기대됩니다^^ 저자가 제가 좋아하는 분이에요. 호호♡

다락방 2016-06-02 09:47   좋아요 0 | URL
오! 저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한 이름인데 문나잇님은 이미 좋아하는 분이란 말입니까! 크- 문나잇님 멋지네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었어요. 힛.
 

˝야, 너도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귀하게 컸다고 언제까지 받기만 하냐. 아비가 됐으면 식구부터 챙기고. 어떻게 너 혼자 오냐. 너도 참 모질다.˝ (『오늘처럼 고요히』, 김이설, <비밀들>, p.197)


김이설의 소설 <비밀들>에서 베트남 여자와 결혼한 남자는 아내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해 이웃집에 밥을 얻어 먹으러 온다. 아내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하는 건, 아내가 아파서 자신의 마음도 아파 못먹는 게 아니라 아내가 아파 자신의 밥을 차려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아파 밥을 먹지 못한다고 이웃집 아저씨가 우리집 와서 먹어라, 한것. 이에 그 집 아주머니가 저렇게 말한다. 야,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하고. 아니 진짜, 언제까지 받기만 할거야? 소설속에서 그는 아이가 있는 아버지이지만, 설사 아버지가 아니라도 다 큰 성인 남자라면 자기가 먹을 밥을 자기가 차려 먹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일전에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여행을 간다고 하자 남편이 "그럼 내 밥은?" 하고 물었다는 일화가 나왔었는데, 남자들아, 왜 밥을 못차려 먹어요???? 왜야???? 왜지??????? 당신 입이고 당신 배에요, 굶기 싫으면 당신 손으로 차려 먹어요... 엄마가, 아내가, 누나가 니네 밥 차려 줄라고 사는 거 아니에요... 그걸 말해줘야 알아요?



아, 갑자기 김이설 소설의 저 부분이 떠오른 건 빡치는 시 두 편을 내리 읽었기 때문이다. 



공갈빵


                    손현숙



엄마 치마꼬리 붙잡고 꽃구경하던 봄날, 우리 엄마 갑자기 내

손을 놓고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걸음을 떼지 못하는 거야 저

쯤 우리 아버지, 어떤 여자랑 팔짱 착, 끼고 마주오다가 우리하

고 눈이 딱, 마주친 거지 "현숙이 아버……" 엄마는 아버지를 급

하게 불렀고, 아버지는 "뭐라카노, 아주마시! 나, 아요?" 바바리

자락 휘날리며 달아나버린 거지



먹먹하게 서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나는 갑자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어 할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배가 고

픈 건지, 아픈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서러웠거든 우리가 대문 밀

치고 들어서기가 무섭게 아버지는 "어디 갔다 인자 오노, 밥 도

고!" 시침 딱 갈기고 큰소리쳤고 엄마는 웬일인지 신바람이 나

서 상다리가 휘어지게 상을 차렸던 거야 우리 엄마 등신 같았어



그러면서 오늘까지 우리 엄마는 아버지의 밥때를 꼬꼭 챙기

면서 내내 잘 속았다, 잘 속였다, 고맙습니다, 그 아버지랑 오누

이처럼. 올해도 목련이 공갈빵처럼 저기 저렇게 한껏 부풀어 있

는 거야




다른 여자랑 팔짱 끼고 나갔다온 주제에 집에 들어와서는 아내를 보자마자 밥을 달라고 한다.. 이 나라 남자들은 밥을 자기 손으로 차려 먹으면 지구가 망한다고 생각한걸까...




엄마는 출장중


                   김중식



또 석 달 가량 집을 비우신단다

산 사람 목에 거미줄 치란 법은 없는 모양이군, 나는 생각했다

집 앞이 집 앞이니만큼

질펀한 데서 허부적거리다가 저녁에 들어오니

그저께 밥상보 위의 흰 종이


머리라도 자주 빗어넘기고

술 한잔도 두세 번에 나누어 마시거라

엄마 씀.

잠은 좀 집에서 자고


아무리 이래도 저래도

한世上 한平生이라는 각오를 했지만

내 삶이 점차 생활 앞에서 무릎꿇고 있다

한량 생활도 사는 건 사는 건데 이건 아닌 것 같고


치욕 없이 밥법이할 수 있으리요마는 나는 이제 밥벌이 앞에서

性고문이라도 당할 용의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밥상 앞에서

먹고 사는 일처럼

끊을 수도 있는 인연이 따로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감기 들면 몸살을 앓으시는 어머니

아! 한가하면 딴 생각 드는 법

또 석 달 가량 나는 自由다, 라고 외치자꾸나, 내 젊음에 후회는 없다, 라고

그런데 냉장고에 양념된 돼지 불고기가 있어서 그만

엄마, 소리만 새어나왔다.



밥벌이도 엄마가 하고 밥상도 엄마가 차린다. 나도 안다. 내가 사랑하는 존재가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 엄마는 아마 그런 마음으로 아들을 염려하고 밥상을 차려놓고 그리고 밥벌이 하러 나간 것일게다. 그래,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안다. 집에서 술만 마시는 아들이 걱정되어 술 한잔을 세 번에 나누어 마시라고 쪽지를 써놓고 밥벌이 하러 나간 엄마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엄마가 없는 3개월간은 자신의 밥상을 자신이 차릴 수밖에 없겠지만, 이 시를 읽노라니 그 밥상이 제대로 된 밥상이라기보다는 그저 술상일 확률이 클 것같다. 생활 앞에서 무릎꿇는다고 표현하는 시인의 처지가 딱하지만, 딱한데, 나는 내내 김이설의 소설 인용구만 생각났다. 



˝야, 너도 밥 같은 건 이제 네 손으로도 해 먹을 줄 알아야지! 귀하게 컸다고 언제까지 받기만 하냐. "

















워낙에 시를 잘 못읽는 사람이라 그런지 실린 시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고 그에 대한 감상도 딱히 와닿는 게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형식만은 좋구나 싶어서 이렇게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을 추려내어 그에 따른 나의 감상을 덧붙이는 일. 그리고 위의 두 시도 선택해서 내 식대로 감상을 적어보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시에 대한 감상을 적기 보다는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공감으로 감상을 적어나갈테고-어쩌면이 아니라 확실하겠구나-, 그래서 나는 이 시들을 이 책에서 황인숙이 그랬듯이 좋은 감상으로 써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이래서 나는 시를 못쓰고 못읽는구나 새삼 깨닫는다. 등장인물이 되려고 하니 시를 시로써 감상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내용으로 감상하려고 해서. 난 위의 두 시들이 너무 화가나.....하아- 그런데 이 책속에서 황인숙은 위에 인용한 첫 시 <공갈빵>에 대한 감상으로는 '재밌는 시' 라고 한다.. 두번째 시 <엄마는 출장중>은 '재밌지만 속살이 쓰라리'며, '독한 마음을 먹어도 해결이 안되는 '생활'의 징그러움' 이라 표현한다. 


난..

나는...

시를 읽기에 맞춤하지 않은 사람인 것 같아......




그렇게 책을 읽어가다가 왈칵, 잠시 페이지에 시선이 멈추어 고정되었던 글이 있다. 시에 대한 황인숙의 설명 부분이었는데, 이런 구절이 나오더라.



"어떻게 사랑은 변하니?"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 대사를 읊은 주인공처럼 풋푹하게 젊은 남자가 아니더라도, 사랑의 백전노장이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은 변하지 않는 게 사랑의 속성이라는 환상을, 미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감정처럼, 사랑이라는 감정도 계속 움직인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이지만, 그 흐름이 향하는 "사랑하는 이"가 바뀔 수 있다. 그럴 뿐 아니라 그 강물의 온도도 늘 같지 않다. 어느 날은 90도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대개는 60도나 70도고, 때로 30도로 내려가는 날도 있다. 물은 100도가 돼야 끓는다. 99도에도 끓지 않는다. 펄펄 끓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90도의 사랑에도 사랑이 변했다고 느낀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늘 움직이고 변하게 마련인 사랑의 속성에 마음이 불안하게 요동친다. (p.176-177)



아아. 갑자기 뭔가가, 내가 잡으려 했지만 잡지 못한 무엇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했던 어떤 것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 같은 감상이다. 펄펄 끓어본 적이 있는 사람은 90도의 사랑에도 사랑이 변했다고 느낀다, 라는 구절에서.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그래, 그런 거였어, 그렇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나는 왜 사랑이 변했냐고 울부짖기 보다는, 100도까지 펄펄 끓었었구나, 하는 것에 감사해야겠구나. 늘 비슷하게 유지되는 60도나 70도이기 보다, 100도까지 끓기를 선택했고, 그렇게 된거였구나, 하고. 이거야말로 가슴 쓰라린 일이구먼..



이런 근사한 감상이 나온 시는 이것.



냇물에 철조망


                       최정례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이를 향하여 흐르는 강물이다

어제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아닌 것 같다

조금 바람이 불었는데

한 가지에 나뭇잎, 잎이

서로 다른 곳을 보며 다른 춤을 추고 있다

저 너머 하늘에

재난 속에서 허덕이다가 조용히 정신을 차린 것 같은 모습으로

구름도 흘러가고 있다

공중에서 무슨 형이상학적 추수를 하는 것 같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펄펄 끓었다가 90도가 되어 한쪽이 변했다 느껴졌는데 상대가 여전히 펄펄 끓고 있다면, 그렇다면 펄펄 끓던 쪽은 그대로 계속 끓어 끓어 쫄아버리게 되는걸까..그러다 냄비도 다 타고...불나서 타버리게 되나...소방차 불러야 되나.....



그리고 이 책 한 권을 통틀어 가장 좋은 시는 아래에 옮길 '김경미'시인의 시다. 일전에 <쉿, 나의 세컨드는>이라는 시를 좋아했었는데, 어쩌면 시도 취향이란 것이 있는걸까. 좋아했던 시를 쓴 시인의 시가, 이번에도 또 좋으네.



봄, 무량사



                      김경미



무량사 가자시네 이제 스물몇살의 기타소리 같은 남자

무엇이든 약속할 수 있어 무엇이든 깨도 좋을 나이

겨자같이 싱싱한 처녀들의 봄에

십년도 더 산 늙은 여자에게 무량사 가자시네

거기 가면 비로소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며



늙은 여자 소녀처럼 벚꽃나무를 헤아리네

흰 벚꽃들 지지 마라, 차라리 얼른 져버려라, 아니,

아니 두 발목 다 가볍고 길게 넘어져라

금세 어둡고 추워질 봄밤의 약속을 내 모르랴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좀 짧게 자른 머리를 차창에 

기울이며 봄마다 피고 넘어지는 벚꽃과 발목들의 무량

거기 벌써 여러번 다녀온 늙은 여자 혼자 가네

스물몇살의 처녀, 오십도 넘은 남자에게 무량사 가자

가면 헤아릴 수 있는 게 있다 재촉하던 날처럼




아, 좋다. 좋구먼.. 크.. 좋다.


올림픽공원 생각난다. 일전에 아빠랑 올림픽공원 근처를 걸으면서 '아빠, 내가 올림픽공원에 데리고 온 남자가 몇인줄이나 알어?' 했더랬다. 그러자 아빠는 '좋겠다, 넌 남자 바꿔서 계속 가도 되잖아, 싱글이라. 난 안되는데..' 라고 하셨더랬지...아빠.... 

김경미 시인에게 무량사는 나에게 올림픽공원 같은건가.....



그런데 저 마지막연좀 보라지.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라니. 아아.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거야... 김경미 시인이 자신의 시, 쉿 나의 세컨드는, 에서 그랬었지. 새끼 손가락을 들며 나는 세상의 이거야, 이거, 라고.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무량사 끝내 혼자 가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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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4 1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5-24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공원이라면 다락방님과 술먹고 토하고 술먹고 토하자고 백만년전에 약속했던 그 곳이군요 ㅋㅋㅋㅋㅋ 아 아닌가 음.. 그냥 술먹고 토하자고 했지 올림픽공원은 아니었나 ㅋㅋㅋㅋㅋ 저는 왜 올림픽공원에 가기로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ㅋㅋㅋ 그나저나 우리는 무려 토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5-24 11: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술멈고 토하고 술먹고 토하자고 약속한 건 기억나는데 그게 올림픽공원이었는지는 저도 잘 기억이 안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림픽공원도 좋죠. 좋아요. 요즘엔 좀 많이 덥겠지만요.
우리 좀 멋진 사람들이네요. 토하자고 약속하다니 ㅋㅋㅋ 남들이 하지 않는 약속을 하는 우리 ♡ 건조기후님과 나♡

2016-05-24 14: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24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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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여자의 공간 -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
타니아 슐리 지음, 남기철 옮김 / 이봄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독서의욕이 또 화르르 불타오르는데 [더 컬러 퍼플]이 절판이더라... 아쉽.....

이 책이 딱히 좋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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