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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harine McPhee - Katharine McPhee
Katharine McPhee (캐서린 맥피) 노래 / 소니뮤직(SonyMusic)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켈리 클락슨의 『Because of you』를 사서 내내 들으면서도 그녀가 [아메리칸 아이돌]출신이란 사실은 몰랐었다. 그저 실력있는 아이돌 가수인가 보다 했다. 그리고 [아메리칸 아이돌]이란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보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국내에서 다섯번째 시즌이 시작한 뒤였다. 그저그런 연예인 만들기 프로그램인줄로만 알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매주 주제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한명씩만 떨어뜨린다. 그러니 이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운이 좋아서' 우승자가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력이 받춰줘야 한다. 탄탄하게.
그리고 '캐서린 맥피'를 알게됐다. 그녀는 표정으로 노래를 부른다. 보자마자 그녀의 표정에 반해버려서 그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는 목요일과 금요일은 웬만해서 약속을 만들지 않을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면서 미소를 짓고, 감동하는 표정을 보이고, 놀라는 표정을 보인다. 그녀만큼 풍부한 표정을 가진 가수를 나는 알지 못한다. 그녀의 노래가 100점 만점에 80점 짜리라면 그 표정이 18점을 더 주게 만든다. 어쩌면 그래서 그녀는 준우승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녀가 노래부르는 모습을 보지 못한채로 이 씨디를 플레이 시킨다면 사실 그다지 감동할 거리가 없다. 노래는 뭐 하나 크게 가슴을 울리지 않고 그렇다고 가창력이 소름끼치도록 만들지도 않는다. [씨스터 액트]의 OST 를 들으며 우리가 소름끼치는 것은 그날 그 수녀들이 어떻게 노래불렀는지를 연상해 낼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캐서린 맥피'의 노래를 들으며 그녀의 풍부한 표정들을 떠올린다. 이 노래는 이렇게 부르겠지, 이 노래를 부를땐 이렇게 하겠지. 나는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그녀가 [아메리칸 아이돌]의 결승전에서 불렀던 그녀의 싱글 『My destiny』처럼 계속 고음을 내질러야 하는 노래를 불러댄다면, 사실 듣는것이 불안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성을 섞어서 부르는 모든 노래는 곧바로 감성을 두드린다. 그녀의 아버지가 딸의 노래를 듣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나 역시 그녀가 『Somewhere over the rainbow』를 불렀을 때 눈물이 차올랐으니.
앨범에 실린 2번트랙 『Over it』은 그래서 더할나위없이 그녀에게 딱 맞는 곡이다. 강약의 조절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이것은 나의 예쁜 캐서린이 불러내기에 무리가 없다. 아니 정말 잘 어울린다. 그녀보다 가창력이 더 좋은가수라도 그녀처럼 이렇게 맛깔스럽게 불러낼 순 없을거란 생각마저 든다.
리뷰에 별표를 붙여야 하는 것이 짜증스럽다. 이 앨범에 나는 별표로 치자면 세개밖에 줄 수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듣고있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앨범이니깐. 게다가 『Over it』의 가사중에 나오는 'And I pick up the phone' 을 그녀의 발음으로 듣고 있노라면 이 앨범은 완벽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pick up the phone'이란 발음은 어찌나 맘에 드는지 수도없이 따라했지만 한번도 똑같게 나오질 않는다.
회사가 뭐고 다 때려치우고, 골치아픈 일들도 모두 날려버리고, 거실에 커다란 스크린을 설치해 그녀가 노래부르는 모습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 날들을 견뎌내고 싶다. 그녀의 노래도 사랑스럽고, 그녀의 모습도 사랑스럽다.
덧. 이 앨범을 이제야 판매하는 알라딘 나빠요. 2월초부터 엠피쓰리에 담아 듣다가 며칠전에 샀다구요. 나빠요, 알라딘.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