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탈코일기 1~2 세트 - 전2권 탈코일기
작가1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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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주인공의 나이는 이제 스물셋이다. 내가 뒤늦게 깨달은 걸 작가는 이렇게나 일찍 깨달았으니 아마도 내 나이쯤 되면 더 크고 강한 사람이 되어서 젊은 세대들을 이끌어주게 되지 않을까. 작가의 탈코를 응원하고 앞으로의 활동도 응원한다. 아울러 세상의 모든 페미니스트들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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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티야의 여름
트리베니언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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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자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강간당하지 않게 남자로 태어났어야 한다고, 여자는 그 부당함에 울부짖는다. 그리고 자신을 잊고 잃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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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아니고 부엌 식탁인데, 커피 내리려고 일어나보니 이렇게나 엉망이고...


그러하다..


난 왜 늘 이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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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9-06-09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엉망이라고요? 아닌데...;;;;

다락방 2019-06-09 17:17   좋아요 0 | URL
아아 이게 엉망이 아니라니, 정말 다행이지 뭡니까!

꼬마요정 2019-06-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 옆보다 정돈이 잘 되어 있는데요..^^;; 이 와중에 제 옆에 책더미랑 커피가 담긴 잔이 있다는 것까지 같아서 소오름이... ㅎㅎㅎ

다락방 2019-06-09 17:17   좋아요 0 | URL
아앗 꼬마요정님도 언제나 어수선한가요? 책 읽는 사람들은 이렇게 옆에 막 쌓아두고 펼쳐두고 읽어야 하는가 봅니다 ㅋㅋ 전 정신차리고 식탁 위 초토화 된 거 보고 너무 깜짝 놀라서... 하아-

얼룩말 2019-06-09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다 예뻐! 식탁 책 받침대 머그컵!!! 어느 하나 안 예쁜 게 없어요

다락방 2019-06-09 20:41   좋아요 0 | URL
아니 딱히 예쁜 건 없는것 같은데 말이죠 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6-10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멋져보이는 것은...^^

다락방 2019-06-10 08:36   좋아요 0 | URL
여러분들 늘어놓는 거 좋아하시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왜 참아야 하죠? - 참을 만큼 참았으니 이제는 참교육
박신영 지음 / 바틀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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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앞부분 절반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나온다. 이미 신문기사나 여성학 책들을 통해서 혹은 SNS를 통해서라도 알고 있는 것들이라 새로울 건 없지만, 숱한 성폭력 기록을 읽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제목만 보고 페미니즘 에세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이제 페미니즘 에세이는 좀 건너뛰고 싶은데.. 생각하며 읽었다가 수시로 트리거 눌려서 책장을 덮고 고민했다. 다 읽을까 말까. 묻어두었던 것들을 기어코 꺼내보게 하는 데에서 지쳐버렸달까. 계속 이런 식이라면 내가 이 책을 읽어서 얻는 게 과연 무엇인가.


그러나 2부라도 해도 좋을 뒷부분에서는 저자가 직장내 성폭력을 당하고나서 가해자를 고소한 기록이 나온다. 길고도 힘든 싸움에 지쳤을텐데 끝까지 싸운 기록을 읽노라니, 이 기록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가해자는 자신은 성폭력범이 아닌, 피해자와 사랑하는 사이었음을 핑계로 대고 있고, 피해자가 이 재판을 포기하게끔 협박하기 위해 자기랑 친하다는 조폭 형들까지 부른다. 그런데도 끝까지 싸운다니, 정말 대단하다. 그런 저자가 이 모든 과정을 끝내고 싸움꾼이 된 건 너무 당연한 게 아닐까. 그녀는 이제 마트에서 젊은 여자캐셔에게 시비거는 할아버지에게 으르렁 댈 수 있는 싸움꾼이 되었다.


세상의 모든 버텨준 이들에게, 싸워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



이 책은 페미니즘 입문서라고 봐도 좋을텐데, 이미 꼴페미라면 건너 뛰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페미니즘에 대해 얘기할 친구도 별로 없고 페미니즘을 알고 나니 좀 외로워졌다면, 싸움꾼이 되고 싶은데 격려가 필요하다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아, 그리고 혹여라도 성폭행 가해자 고소를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다.






1993년 유엔이 채택한 ‘여성폭력철폐선언‘을 볼까요. 제1조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을 ‘사적·공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여성에 대한 신체적·성적·심리적 해악과 여성에게 고통을 주거나 위협하는 강제와 자유의 일방적 박탈 등 젠더에 기초한 모든 폭력 행위‘로 정의내리고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육체에 영향을 미쳐야 성폭력인 것은 아닙니다.
여성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심리적 폭력도 성폭력입니다. 여성을 독립된 인권을 지닌 같은 인간으로 보지 않기에 나오는 온갖 언어폭력들도 다 성폭력입니다. 남성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고 외모를 가꿀 것, 남성 밑에 있을 것, 남성의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을 하거나 표정을 짓지 말 것, 남성을 대할 때는 항상 유순한 표정을 지을 것을 강요하는 것도 성폭력입니다.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성폭력입니다. - P45

피해망상 남성들이 성폭력 사건 기사에 마치 전통 민요 메들리마냥 꾸준히 되풀이해서 다는 댓글이 있습니다. 꽃뱀 타령과 무고 타령이죠. ‘여자가 지목만 하면 무조건 처벌받아 무고한 한 남자의 일생이 끝장난다‘는 말들, 다 뻥입니다. 일반 범죄 사건의 기소율은 85%인데 성폭력 범죄는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아무리 중한 피해를 입어도 증언에 빈틈이 있으면 그 사건은 기소되지 않습니다. 피해 여성의 지목과 증언만으로 남성이 처벌받아 일생을 망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범죄자가 증거 부족으로 기소되지 않고 무혐의를 받는 사례가 훨씬 많습니다. 그런데도 주위에 무고하게 성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많다면, 그것은 단지 성범죄자 남성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저지를 범죄를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P210

그런데 이런 무고죄 맞고소는 굉장히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합니다. 2018년 3월 12일 루스 핼퍼린-카다리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부의장이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카다리 부의장은 "미투 운동 이후 무고나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모습은 한국의 독특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본 적이 없고 이게 얼마나 강력한 전략인지 정부가 인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한국 정부가 성폭력 실태 개선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난 후 현재는 형사 조사와 재판이 끝날 때까지 성폭력 사건에 대한 피의자의 무고죄 접수를 안 받아주도록 정부가 조취를 취했습니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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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은 실제로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넬은 버넌이 미울 지경이었다. 이기적으로 자기 일에만 푹 빠져서, 그녀가 불행하면 자신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싫다고 하고 있었다 …… (p.284)



애거사 크리스티가 '웨스트매콧' 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하여 번역한 여섯권의 소설을 모두 다 읽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보다 웨스트매콧이 쓴 소설을 나는 더 많이 읽어버렸는데, 매작품마다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을 가진 인물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정말이지 대단하다. 이 소설에서도 그랬다. 어느 하나 완벽한 인간은 없지만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특성일 테니까. 입체적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단단하게 자기몫을 하고 있다. 물론 지지리 못난 인간까지도.


이 소설 속에서는 특히 음악의 천재로 나오는 남자, '버넌'이 너무 싫었다 ㅎㅎ

아름다운 '넬'을 사랑하면서 버넌의 가난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게 되는 넬을, 자기 멋대로 '너는 가난을 신경쓰지 않는 여자잖아' 라고 단정짓는다. 위의 인용문에서처럼, 상대가 불행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너가 불행하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싫은 남자. 내가 딱 싫어하는 인간 유형인데, 그러니까 그 누구보다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애착이 심하면서, 그걸 인정하기 보다는 늘상 '너를 사랑해', '너를 위하는 거야'로 포장해버리는 사람. '너를 이토록이나 진실되게 사랑하는 나'에 푹 빠져버린 사람. 정말 딱 싫어. 너무 징그럽지 않은가.


그런 남자이기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잃고나서야 비로소 '아, 내가 이 사람을 사랑했구나, 처음부터 그랬어' 라고 깨닫게 된다. 진짜 바보 천치가 따로 없다. 똥멍충이. 음악의 천재이지만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 똥멍충이. 나는 그런 음악의 천재 따위 필요치 않다. 완전히 자기 중심적이라, 상대가 당연히 자기 생각대로 결정할 거라고 너무나 확신을 갖고 있는 점이 진짜 너무 짜증나고 못마땅하다. 싫어합니다. 책에서도 주변 친구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며 버넌을 비난하곤 하는데, 버넌은 그러니까 현실보다는 환상에 집착해 사는 사람이다. 이 사랑은 아름다울거야, 가난해도 사랑만 있으면 행복할거야 블라블라..



무엇보다 '제인'에게 한 행동이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한 넬이 다른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하자 큰 슬픔에 겨워 제인에게 '옆에 있어달라' 말하고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와 함께 살면서, '내가 잘못생각했어, 너랑 결혼할게' 하고 돌아온 넬을 얼싸안으며, 제인이 보는 앞에서 행복해하고 팔짝팔짝 뛰고, 그래 우리 결혼하자 이러는 개새끼... 제인은 뭐냐, 그러면? 왜 너가 힘들 때는 제인에게 옆에 있어달라고 해놓고, 어떻게 제인 앞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됐다고 팔짝팔짝 뛰어? 니가 인간이냐 진짜? 그리고 결국 어떤 실수를 저질렀죠?



이긍...

그만하자....



책의 제목이 '인생의 양식'이어서인지, 나는 오늘 나의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점심시간. 나보다 먼저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동료 직원에게 맛있게 잘 먹고 오라고 인사하고 웃으면서, 아 좋다,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할 게 없고 어제와 같은 일상이 안정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사가 몹시 싫어서 미칠 것 같은 시간도 지나갔고, 동료와도 늘상 사이좋게 지내고, 그렇게 평온하고 가만한 나날들이 이어지니 좋구나, 하는 생각. 물론 이런 틈틈이 슬프거나 힘든 일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오늘은 평온한 오늘이 좋다, 하는 생각을 한것이다. (아, 내일이 쉬는 날이어서 기분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너무 힘들었던 작년과 재작년 생각이 났다. 작년과 재작년은 심정적으로 몹시 힘들었다. 재작년에 일어났던 일과 작년에 일어났던 몇몇 일들이 나를 몹시 힘들게 했는데, 지금와 돌이켜보면 '그것이 그렇게까지 힘들 일이었나'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면 어김없이 '그렇게까지 힘든 일은 아니었는데' 하게 되는 것이다. 넓게 보면 좋은 일에 대해서도 나는 되게 힘들어했다. 남동생의 결혼과 조카의 성장에 있어서, 내가 너무도 사랑하는 그들이 내게서 멀어지는 것 같다는 서운함이 어찌나 크던지 너무 힘들어서 곧잘 울곤 했다. 애인의 이성친구가 몹시 신경쓰여서 숨이 막힐 지경인 적도 있었다. 몇 번이고 '나 좀 어떻게 해줘'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나는 얼마나 지옥에 살았던가. 그 때의 나를 그 지옥에서 건져내기 위해 나는 사랑을 좀 공부해보자 생각해서 사랑에 관한 책도 읽었더랬지. 그러나 그 지옥에서 빠져나오게 된 건 한참이 지난 후였고, 떠나갈 사람들이 떠나간 뒤였다. 그때 내가 그에게 나 좀 살려달라고, 속으로만 외치지 않고 입밖으로 말했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나는 수차례 내게 물었지만, 딱히 긍정적인 생각은 들질 않는다.



대학시절 '스토리'의 <다시>란 노래를 좋아했는데, 이게 유명한 노래가 아니어서 내 주변에도 아는 사람이 없는 노래인데, 요즘 이 노래가 너무 생각이 나는 거다. 다시 듣고 싶어 음악앱을 검색해도 안나오고 유튜브를 검색해도 안나와, 그저 혼자 흥얼거리는 게 전부이구나, 했는데, 이 노래를 알만한 사람에게 이 상황을 얘기하고 싶은 거다. 역시 남동생 뿐이었다.



"스토리의 다시 라는 노래 알지? 이게 유튭에 없네."



나는 남동생이 안다는 답을 할거라고 생각했다. 아니까. 그리고는 나처럼 없냐고 서운해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 놈은 아 글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답을 보내왔다.



"나한테 있어."



아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얜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이런 새끼가 다잇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더니 슝- 파일을 보내주는 게 아닌가. 대단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너무 좋아서 계속 웃었고, 이걸 동료에게 얘기하니, 차장님네 남매는 진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남매인 것 같아요, 하며 엄지손가락을 들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전에는 조카와 같이 서점에 갔다가 사달라는 책을 사줬는데 다 읽었다고 하더라. 앗, 타미야, 그 책 어땠어? 물어보니. 이모 그거 감상문 썼어, 하고는 '사진 찍어 보내줄게' 하면서 슝- 사진을 보내주는 게 아닌가. 아아, 내 조카여. 너는 누구 조카다? 이모 조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내 안에 사랑 넘쳐서 어떻게 하지를 못하겠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나는 남동생과 조카가 각자 더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음을, 자신들의 세계를 더 확장시키고 있음을 알고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그들이 나로부터 멀어진 게 아니라 그들이 더 성장하는 거였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여전히 나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고 나 역시 그러하며 우리가 서로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로부터 멀어진다는 생각에 서운해했던 시간은 이제 다 지워져버렸다.

애인의 어떤 말들에 크게 상처받고 힘들었던 그 시간도 돌이켜보면 내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모를 일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 때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왜그렇게 숨이 막혔을까.



그 일들이 정말 나를 그렇게까지 힘들게 할 일이었나. 만약 지금 이순간 또 닥친다면 나는 그때처럼 똑같은 크기로 힘들어할까? 지금의 내게 그 일들이 똑같이 일어난다면 나는 물론 서운할 것이다. 힘들기도 할것이다. 그러나 그 크기는 작년이나 재작년과 같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작년과 재작년의 바이오리듬 탓일까? 왜 그 일들을 나는 그토록이나 크게 비극적으로 받아들였을까? 내 운명의 흐름은 그 때, 그 모든 것들을 그렇게 힘겹게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지점에 와 있었던 걸까? 그 흐름이 지금은 안정적인 단계로 넘어왔고,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이라면 그렇게 힘들지 않을텐데' 라고 생각할 수 있는걸까?




인생은 뭘까.

나는 인생에 대해 아주 자주 생각한다.

앞에 누가 있든, '인생은 뭘까' 종종 묻곤 한다.



인생은 뭘까.



그리고 지금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은 얼마나 유지될까. 내일 일은 나도 모르기 때문에, 당장 내일 나는 무언가로 인해 힘들어할지도 모르고 슬퍼할지도 모른다. 분노야 뭐, 자주 일어나는 것이고. 또 어쩌면 당장, 아직 닥치지 않은 오늘 밤에 즐거울지도 모른다. 자기 전에 웃으며 잠드는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겠지.




버넌은 음악을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천재였고, 넬을 사랑한다고 생각해 결혼까지 밀어부쳤지만 훨씬 더 나이들고 나서야 넬에게 '아니'라고 덤덤히 말할 수 있을만큼 실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제인은 자신에게 사랑과 죽음이 그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 전혀 몰랐을 것이다. '조'는 '난 너같은 사람이 싫어'라고 해놓고 진실된 마음으로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결국 인생이란 '이럴 줄은 몰랐는데'의 연속인걸까.



지금까지의 나의 삶도 그랬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라는 말을 얼마나 여러번 뱉었던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이 회사에 입사했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여태 다니고 있다.

그럴 줄은 몰랐는데 사랑에 빠지기도 했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이별도 했지.

그럴 줄은 몰랐는데 슬퍼서 울기도 했고 그럴 줄은 몰랐는데 행복해서 엉엉 운 적도 있다.





지금 확실한 건 내가 오늘 저녁 양꼬치를 먹는다는 것.

그것 뿐이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닥쳐봐야 알겠지만, 쉬는 날인 내일 점심에는 치즈 닭갈비를 먹으러 갈 것이다. 동네에 새로 생겼어, 꼭 한 번 가서 먹어보고 싶어. 아빠한테 가자고 해야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밥도 볶아 먹어야지. 이런거슨 인생의 작은 기쁨....... ♡




그녀는 슬픔에 잠겼지만 행복해했다. 남편은 죽어서 그녀 차지가 됐고, 그의 생전에 그런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마이러는 상황을 원하는 대로 만드는 능력을 발휘해서 자신의 결혼생활이 아주 행복했던 것처럼 그럴듯한 이야기를 엮어가기 시작했다. - P128

"네, 이 오페라는 페르 귄트보다 솔베이를 위한 거예요. 솔베이는 정말 매력적이에요. 아주 얌전하고 소극적이지만 페르 귄트를 향한 자신의 사랑이야말로 세상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굳게 확신하죠. 솔베이는 페르 귄트가 자신을 원하고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가 그렇게 말한 것도 아니고, 방치되고 버림받기만 하는데도 말이죠. 솔베이는 그가 자신을 버린 것이 오히려 사랑의 큰 증거라고 생각해요."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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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19-06-0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 안에는 이토록 ‘사랑이 넘쳐서‘ 사랑대신 돈을 선택하는 것이로군요.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5 17:48   좋아요 0 | URL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망친다) =3=3=3=3=3=3=3=3=3=3=3=3=3=3=3=3=3=3=3

사랑은 내안에 넘치는 것이니 저는 돈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응?)

잠자냥 2019-06-05 17:57   좋아요 0 | URL
제가 사람을 한참 잘못 봤어요. 저 그거 ‘사랑‘ 선택했는데 ‘돈‘이라고 하셔서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6-05 18:01   좋아요 0 | URL
저런. 정말 잘못보셨군요! 아니, 다들 왜이렇게 잘못보시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 분 빼고 다 틀리시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룩말 2019-06-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정말 좋아요.

다락방 2019-06-06 11:2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좋아해요! ㅎㅎ

비연 2019-06-0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가사 크리스티의 이 책들, 읽어봐야겠네요.

다락방 2019-06-06 11:42   좋아요 2 | URL
이 시리즈 좋아요, 비연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