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중국 청도에 다녀왔다. 일전에 마라탕을 잘 먹는 나를 보고 '너는 중국 가면 중국 음식 잘 맞겠다' 라고 누군가 얘기했던 터라, 흐음 그래? 하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그래 이번에 가서 훠궈, 마라샹궈, 꼬치 먹고 와야지. 친구는 여기에 딤섬을 추가했다. 그렇게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기를 타고 슝- 날아서 중국에 갔는데, 하아- 입국 심사에서 막혀버렸다. 내 친구1, 2는 벌써 통과해 저기 앞에 가 있는데, 나는 직원이 오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네?


무슨일인가 따라가보니 거기에는 나처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몇 있더라.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는데, 공항 직원들은 아무도 영어를 하지 않고 다만 거기에 나처럼 통과하지 못한 사람들이 '여권과 실물이 맞지 않아서이다', '지문이 잘 안찍혀서이다' 등으로 추측할 뿐이었다. 그렇게 하나둘씩 다시 통과해 그 자리를 떠나는데, 나보다 늦게 온 사람들도 다 떠났는데, 나와 다른 여성분 한 명만 계속 남겨져있었다. 결국 그 분과 나는 답답한 마음을 서로 감추지 못했는데, 자꾸 남자직원1이 나를 본다. 아까부터 보고 있었다. 아아..그게 내 얼굴과 여권을 대조하고 있는 거였나봐.. 그 직원은 다른 여자 직원1을 부른다. 그러더니 나를 앞에 두고서는 여권과 대조하며 손짓을 해가며 뭐라 한다.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던 나는 너무 답답했고, 게다가 내 얼굴을 보며 손짓을 해대는 통에 불쾌하기도 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인걸까. 손짓과 여권과 내 얼굴... 아마도 야, 눈을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야, 그런데 머리 보면 아닌 것 같지 않아..이런 얘기를 한걸까.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한참이나 둘이서 주고받더니, 결국 통과...흑흑 ㅠㅠ


무슨일인가 나를 기다리려던 친구들은 직원이 어서 내려가라고, 이 자리에서 비키라고 하는 바람에 하는수없이 짐을 찾으러 갔었고, 내가 입국심사 통과해 내려가니 친구들은 이미 짐을 다 찾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다.


"난 이제 중국 안올래."


ㅜㅜ




평소에 여행을 갈 때면 미리 호텔에 이메일을 보내서 라운드트립 서비스를 요청하곤 했고, 그렇게 이용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이메일을 보내도 답이 없고, 호텔예약사이트를 통해서 물어도 답이 없어... 하는수없이 공항에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자, 친구들과 얘기를 해둔 터였고, 그렇게 공항에서 세 명이 버스 타느니 택시를 타자, 라고 의견을 조율하며 나오는데, 누군가 따라붙으며 택시를 타라한다. 나는 단호하게 '노'를 말했다. 와 근데 끈질기게 따라붙어. 사실 우리가 택시를 탈 생각을 했던 터라, 우리 이 호텔까지 가는데 얼마나 물으니 230 을 부르는 거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통해, 호텔까지 100위안정도래~ 얘기 했었는데 어디서 230을 불러. 그랬더니 따라오면서 점점 가격을 내린다. 나는 계속해서 '노'를 외쳤다. 그러자 그는 그럼 니가 얼마를 낼건지 쳐보라고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100을 숫자로 찍었다. 그러자 그건 안되는 거라고 막 하더니 결국 130으로 쇼부를 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0에 택시타고 호텔감 ㅋㅋㅋㅋㅋㅋ 친구1은 내게 '야, 너 어떻게 그렇게 반으로 후려치냐'고 하는데, '우리 애초에 가격 알고 왔으니까 가능하지' 라면서 좀 으쓱. 그러나 친구1,2는 뒷자석에서 계속 쫄아 있었다. 이 차가 과연 우리를 안전하게 데려다줄 것인가, 이렇게 정식 택시가 아닌 걸 타도 괜찮을 것인가 기타 등등.


나는 혼자였다면 아마 입국 심사에서 통과하지 못한 것에도 쫄았을테고, 이렇게 흥정해서 타기 보다는 버스를 타려고 했겠지만, 친구가 두 명이나 있어서 딱히 쫄지는 않았다. 여행을 통틀어 쫄았던 게 딱 한 번 있었는데, 그건 호텔에서 공항으로 돌아갈 때. 택시를 잡고 캐리어 싣고 공항으로 가는데, 어느 순간 옆자리에서 새액-새액-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리는 거다. 헉. 설마 졸고 계시는건가... 나는 뒤에 있는 친구를 보는 척 하면서 기사님을 봤는데 눈이 깜빡거리고... 아아 어떡하지, 하고 앞을 보고 있는데 고개까지 꾸벅 하시는 거다. 나는 친구들에게 어떡하지, 기사님 졸고 계시는데, 했더니 뒤에 있던 친구가 아아 어떡하지 하는거다. 하는 수없이 나는 기사님을 불렀는데 기사님은 대답하지 않으시고, 나는 기사님을 톡톡 쳤다. 기사님은 나를 쳐다보셨고, 나는 당신 지금 자고 있냐고 물었다(손짓으로). 기사님은 당황하고 웃으시며 자신의 눈을 가리키셨는데, 아마도 졸고 계셨던 게 맞는 것 같다. 일단 깨웠으니 안심이지만 언제 또 졸지몰라, 나는 뒤에 있는 친구1에게 차 앞의 거울을 통해 기사님을 체크해달라 말했고, 친구2에게 지도를 보며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를 체크해달라 말했다.




"아까보다 눈이 또렷해지셨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그 조금은 얼마나 조금일까 싶었는데, 다행히 이정표가 보인다. 500미터만 더 가면 공항이라고. 으앗. 이때가 가장 쫄린 때였다. 내가 낯선 나라에서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당한다면... 으앗. 안돼. 나는 계속해서 흘깃흘깃 기사님을 보았다. 아아. 가장 쫄린 때였어 ㅠㅠ



애초에 와이파이 기기를 빌려갈 때부터 들었던 바이고, 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 가면 구글, 페이프북, 인스타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카카오톡도 원활하지 않다고. 친구와 나는 항상 여행지에서 근처에 뭐 있나 검색하고 음식점이며 마트를 갔던 터라, 검색되지 않는 것에 당황했고 난처했다. 뭘 찾아보려 해도 찾아볼 수가 없어. 트윗에도 트윗이 올라가지 않았다. 왓츠앱으로 동생들과 톡을 하는데 그마저도 매끄럽지 않았어. 구글 지도를 보며 우리는 항상 길을 찾고 있는데, 다행히도 애플지도는 작동하더라.


친구는 인터넷이 되지 않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했지만, 나는 그건 또 그것대로 뭔가 여행한 느낌이라 좋았다고 얘기했다. 뭔가 생각나서 다같이 검색하고 이러는 게 아니라, 어차피 검색 안되니까, 어차피 안올려지니까, 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좀 멀어져있을 수 있었달까. 의도한 바가 아니었지만 스마트폰에서 좀 멀어질 수 있었던 거, 나는 좀 좋았어, 라고 하니 친구1이 내게 말했다.


"앞으로 스마트폰에서 멀어지고 싶을 때마다 중국을 오면 어때?"



아니, 그건 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놀라운 건, 호텔도 레스토랑도 영어를 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어떻게 호텔 직원도 영어를 못하지요? 호텔 직원은 내게 해야 할 말을 번역기를 통해 하고 있었다. 아..... 그래도 뭐 뜻은 통했으니. 레스토랑에서도 영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 'take out' 이나 'to go' , 'spicy' 같은 단어조차도 모르는 터라 의사소통하기까지 꽤 힘들었는데, 그래도 이미 깔려있던 번역 앱으로 간단한 것들을 나 역시 바꿔서 들이밀 수 있었다.


영어를 못하는 게 당황스럽다 했지만, 생각해보면 그게 왜 당황스런 일일까 싶다.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살고 있는데 굳이 영어를 할 게 무어람. 중국에 관광온 사람들을 위해 영어를 하기 보다는, 중국에 여행가기 위해 중국어를 해야 하는게 더 맞는 거 아닌가. 대화를 통 할 수 없으니 답답했지만, 그건 그들이 영어를 몰라서라기 보다는 내가 중국어를 몰라서가 아닌가. 길가의 숱한 상점들의 간판도 역시 죄다 중국어였는데, 그 간판의 의미를 알 수가 없었다. 학창시절 한문을 배웠지만, 그 간판들 속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글자는 한정되어 있어 간판의 뜻을 알 수가 없어. 친구에게 아아, 돌아가면 한문 공부할까, 어쩌면 이렇게 무식한걸까,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답답하네.. 했던 거다.



꼬치를 종류별로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에 가서는 양꼬치를 먹고 싶은데, 한자로 羊 을 찾아 들이밀었더니 직원분이 손짓으로 가리키신다. 나는 그걸 골라들고서는 이렇게 고기가 많은데 이것만 양인가 싶어, 양념되지 않은 다른 꼬치를 가리키며 이것도 양이냐고 물었다. 직원은 아니라고 하면서 이건 다른 고기라고 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 혹시 돼지라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직원분께 이렇게 말했다.


"꿀꿀?"



그러자 직원분은 맞다며 고개를 끄덕이셨고, 옆에 있던 직원 갑자기 빵터지고 내 친구들도 동시에 빵터져버림..아아, 나여. 그래도 손가락 코에 대고 올리진 않았어. 거기서 넘나 본능적으로 꿀꿀 나와버린. 아니 그런데 중국도 돼지 꿀꿀 우나요? 왜때문에 알아듣죠?



가기 전에 먹고 싶었던 것 다 먹고 왔고, 다 맛있었다. 마라샹궈도 훠궈도 맛있었는데 밥이 맛있는 건 덤이었다. 으앗, 밥이 너무 맛있어!! 나는 친구들에게 "여기 밥 맛집이네" 하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처음엔 밥을 안먹겠다 했던 친구들도 다음 끼니 식당에선 '밥 세 개 시키자' 이렇게 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매 끼니 모든 음식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우리 세명 모두 맛있게 먹어서 아주 즐거웠다. 좋아좋아.



여행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술 한잔 하는 시간. 친구들과 늦은 밤에 오늘 어땠어, 하면서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는 시간들이 좋았다. 음악을 틀어두고 서로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며 깔깔 웃고, 우리 참 게으른 여행자들인데 그것에 대해 서로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도 서로에게 만족하면서 시간이 가는 걸 아쉬워했다.

그냥 이렇게만 살았으면 좋겠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렇게 같이 여행다니면서 맛있는 것 먹는 삶. 같이 걷고 같이 먹고 같이 마시고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궁극적 행복이 아닐까.





(훠궈 냄비가 얼마나 큰지 보이기 위해 내 손 들이밀고 찍어보았다.)





(한국에서도 해산물을 잘 안먹지만 외국에 나가면 더 안먹는데, 크- 이 바지락은 진짜 맛있었다. 양념 맛이 강해 조개 특유의 맛이 느껴지지 않고-내가 조개맛을 싫어함-, 양념이 진짜 맛있어서 조개를 제외한 것들을 하염없이 먹고 또 먹었다.)








(위의 저 바bar 에서 원하는 걸 골라 담으면 볶아주는 마랴샹궈. 다들 너무 맛있다고 잘먹었다. 아주 큰 그릇이었는데 텅텅 비어버리고 말았어..)













(아, 요건 공항에서 먹은 짜장면인데 중국에서 먹었던 것들중 유일하게 맛없었던 음식이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집에서 밥을 먹으며 텔레비젼을 보다가 친구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다.


"하와이 가자."


친구는 좋다고 말했다. ㅎㅎ



아...개피곤해..............역시 집이 좋고 내 방이 좋아. 나는 진짜 내 집과 내 방이 얼마나 좋은지 깨닫기 위해 여행다니는 것 같다. 킁킁.


아 맞다.

친구들과 분위기 좋은 까페에 들어가 차 한 잔 하면서 읽자고 크레마 들고 나갔는데(우리 셋 모두 크레마를 가지고 있지롱), 우리 중 누구도 크레마로 책을 읽지 않았다. 그나마 친구1은 숙소에서 조금 보긴 했는데 친구2와 나는 크레마 무엇........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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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0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지금껏 이런 여행은 없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많은 여행이었네요.
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저도 중국이 ‘여행자‘ 마인드가 부족하다고 (일테면 영어를 잘 못 해서... 난 잘 못하니까 중국 너라도 좀 잘 해주세요ㅠㅠ)
생각했는데, 다락방님 글 읽다보니... 맞아요. 중국를 여행간다면 중국어를 조금 배워두어도 좋을듯 해요.
사실, 저도 일본 간다고 책 구입하고 회화책 잔뜩 대출해 놓고는, 가서는 영어로 ㅠㅠ 영어가 저 땜에 고생이 많았죠.

밑에서 두 번째 소보루 스틱에 전... 제일 애정이 가네요. 만두 친구 같은 딤섬(?)인가요? 그 친구랑요^^

다락방 2019-03-05 09:34   좋아요 1 | URL
소보루 스틱 너무 맛있게 생겨서 샀는데 일본 스낵이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국가서 일본 스낵 사먹은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에 슈크림하고 쵸코크림 들어 있었는데 슈크림이 훨씬 맛있었어요!
딤섬은 친구가 먹고 싶어해서 샀는데 저는 딤섬을 안좋아해요. 만두도 별로.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데 저는 안좋아하는 게 있다면 새우, 딤섬, 만두...등이 아닐까 합니다 ㅋㅋㅋㅋㅋ


영어 못한다고 투덜투덜 거렸는데, 거기 중국이잖아요. 거기서 영어 못한다고 투덜거리는 내가 모순인 거 아닌가 싶더라고요. 제가 거기 갔으면 중국어를 기본적인 걸 알고 갔어야 하는건데...

여러가지로 좋았고 또 인상적인 여행이었어요. 다시 갈거냐 물으면 중국은 이제 다시 안가도 될 것 같아요. 입국 심사 또 하기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9-03-05 09:41   좋아요 0 | URL
와하~~~~~ 다락방님과 참 많이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새우, 딤섬, 만두를 모두 좋아합니다. 다락방님과의 음식 텔레파시는 여기에서 그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아침에.... 중국에게 메모를 남깁니다.

사소한 입국 심사 때문에, 중국 넌 다락방님을 잃었어!

다락방 2019-03-05 10:50   좋아요 0 | URL
도대체 제가 어째서, 왜때문에 입국 심사가 한 번에 통과가 안된건지 모르겠어요. 제 얼굴이 왜, 무엇이 문제이길래..
그리고 제가 공부해서 가면 편하겠지만 제가 공부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저는 중국 여행은 이제 포기하는 걸로.. 되게 기분 묘해요. 저를 앞에 두었으되 제가 모르는 말들로 이야기한다는 거요. 무시당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했어요. 하핫.

세계는 넓고 갈 나라는 많으니 이 얼마나 다행입니까.
오늘 트윗에서 봤는데 뉴질랜드 공기가 그렇게 깨끗하대요. 갑자기 피어오르는 뉴질랜드에 대한 욕망... ( ˝)

책읽는나무 2019-03-05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 못해도 ‘꿀꿀‘이 통하는군요??ㅋㅋㅋ
곁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다면 거기서도 다락방님의 재치가 통하는 거였군요~~실은 저도 금방 빵~터졌어요.^^
얼마전 지인이 딸이랑 졸업여행 비슷하게 지인들과 상하이 다녀왔는데 아무꺼나 잘 먹는 본인이라고 여겼는데 음식이 입에 안맞았대서 중국은 음식이 별론가??생각했어요.
근데 전 새우,딤섬,만두 넘 좋아하는데 특히나 조개 같은 해산물을 넘 좋아하는데~~다락방님이 그런걸 좋아하지 않으신다니 응??했어요.
당연할 수 있는건데...왜 갑자기 의아스러운건지??ㅋㅋㅋ

다락방 2019-03-05 10:51   좋아요 0 | URL
꿀꿀이 통하는 게 저도 너무 웃겼어요.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꿀꿀이라니. 아아, 나란 어떤 사람인가.. ㅎㅎ

저는 중국음식 맛있을 거란 얘길 듣고 갔는데(청도를 자주 오가는 사람으로부터) 정말 맛있더라고요. 중국 음식 입에 안맞으면 어쩌나 했는데, 저와 제 일행 모두 맛있게 먹었어요. 그래서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은 사실 저에게는 음식이 다 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

저는 해산물 안좋아하고요, 조개와 굴, 홍합에는 알러지도 있습니다. ㅎㅎ

카스피 2019-03-05 14: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음식사진을 보니 갑자기 청도에 가고 싶네요.주유천하란 프로그램에서도 이연복쉐프가 바지락요리가 맛있다고 칭찬하는데 다락방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진짜 맛있나봐요^^

다락방 2019-03-05 15:19   좋아요 0 | URL
조개를 싫어하는 저도 양념이 너무 맛있어서 먹겠더라고요 ㅎㅎ

syo 2019-03-0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풍성한 페이퍼다.... 읽기만 했는데 살이 찌는 기분이에요. 근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왜 다락방님이 즐겁고 내가 살찌지?? 응?? 대답을 해보세요...... 꿀꿀??🐖

다락방 2019-03-06 08:00   좋아요 0 | URL
즐거운 저도 당연히 살이 쪄서 왔답니다. (응?)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꿀꿀이라니.. 저 위의 페이퍼에서 잠자냥 님도 꿀꿀 이라 하셨는데.. 우리는 이렇게 꿀꿀로 하나되는 것인가요. 꿀꿀..
 
혁명의 영점 - 가사노동, 재생산, 여성주의 투쟁 아우또노미아총서 44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옮김 / 갈무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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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읽으면 좋을 책들과 이 책을 읽고난 후에 읽으면 좋을 책들이 있어 더 좋은 독서가 된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이 책에서도 예외없이, 기존의 남자 작가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 부러 말하지 않았거나 혹은 놓친 것들‘에 대해서 냉철하게 꼬집어낸다.

세상 똑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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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자평] 악인
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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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었던 남동생은 이 책을 읽고 화를 냈었다. 뭐 이런 책이 있냐, 읽고나서 기분 너무 나빴다, 고 한거다. 그 말에 바로 처분할까 하다가, 남동생과 나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독자이니,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단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고, 음, 역시 남동생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해버리고야 말았다. 이런 건 확인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여자 등장인물인 '요시노'는 부잣집 남자랑 사귄다고 친한 직장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데이트앱으로 남자를 만나놓고는, 길에서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게다가 그런 요시노가 원하는 건, '마스오 게이고 같은 남자의 차에 타고 시원스레 하카타 거리를 내달리(p.50)'는 것이다. 전형적으로 남자를 이용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자랄까. 이 책이 국내에 나온 게 2008년이니, '요시다 슈이치'가 써낸 건 그 이전일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물론 '부자 남자 만나서 신분 상승하려는' 여자가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런 욕망에 있는 여자가 '부자 남자랑 사귄다'고 친구들에게 '거짓말'까지 하는 건 도대체 이 여자 캐릭터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게다가 동료중 한 명인 '마코' 역시, 짝사랑만 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잘생긴 남자랑 연애하다 헤어졌다'고 하는거다. 도대체 왜 이들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는걸까. 요시노, 마코를 제외한 다른 친구는 남자를 사귀어본 적이 없고 거기에 대해 거짓말하지 않지만, 남자 만나서 시집 잘 가는 게 꿈이다. 하아- 사람이 끼리끼리 만난다지만 어떻게 하나같이 여자들이 죄다 이런 캐릭터들인지... 어쩌면 하나같이 이래, 하나같이.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요시노가 살해당한다. 그녀가 사귄다고 주장했던 '마스오'가 살인범일지, 그녀에게 지독한 쾌락을 주는 '유이치'가 살인범일지 알 수 없다.



정확한 숫자는 밝히지 않았지만, 형사들은 그녀와 관계가 있는 몇몇 남자들을 이미 만나봤다고 말했다.

심심풀이 삼아 등록한 사이트에서 알게 된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살해되는 바람에 궁지에 몰린 사내들이다. 자기 자신도 그렇지만, 여자를 살해할 마음으로 만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살해당했다.

창녀 하나가 사악한 손님을 만나 살해당했다고 하면 얼마간 틀에 박힌 스토리라는 느낌이라도 있을까. 그러나 살해당한 사람은 창녀가 아니다. 밝히진 않았지만, 견실하게 생명보험 영업을 하며 살았던 젊은 여성이다. 창녀인 척했지만 창녀가 아닌 아닌 여자였다. (p.166)



그전에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안읽어본 게 아니었는데, 요시다 슈이치, 이런 사람이었던건가?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생각하는 여자란 어떤건지 심히 의심스러웠다. '견실하게 살았던 창녀가 아닌 젊은 여성'은 창녀보다 '더' 죽어서는 안되는가? 초반부터 '머릿속에 있는 여자들'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 같아서 불쾌했는데, 그러나 불쾌함은 책을 읽을수록 더해진다.



소설속에서 언제나 정의롭고 선한 캐릭터만 나와야 한다는 게 아니다. 이야기의 흐름상 혐오를 하는 인물, 나쁜 인물은 당연히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떤 인물이 어떤 식으로 등장하든간에, 우리는 그 안에서 '결국은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를 읽어낼 수밖에 없고, 그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냐에 따라 우리는 어떤 등장인물이든 소설 속의 캐릭터로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또 받아들여야 한다. 중요한 건 그거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가'.




내가 얼마전 읽은 '사토 쇼고'의 《달의 영휴》를 싫다고 했던 건,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소아성애에 대한 변명'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작가는 사랑을 지켜가는 굳은 인물들의 입을 빌어 결국은 소아성애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 책, 《악인》이 싫은 건, 작가가 결국은 '꽃뱀에게 당하는 불쌍한 남자'들에 대한 변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진실한 사랑을 원했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아, 결국 그런 여자들이 남자를 지옥으로 떠밀어버려, 라는 얘기.



'하퍼 리'의 소설《앵무새 죽이기》에서 작가가 왜 하필이면 '거짓강간 신고'에 대해 얘기해야 했는지 유감이라는 글을 읽었던 적이 있는데, 나 역시 요시다 슈이치에 대해서라면 '왜 하필이면', 이라는 말을 안할 수가 없다. 작가는 왜 하필이면 거짓으로 강간 신고를 하겠다는 여자를 그려냈는지, 그래서 남자로 하여금 그 여자를 죽이게 했는지, 천 번 생각해도 나는 너무 유감인거다. 이 책이 만약 지금 나왔다면, 그야말로 미투 폭로에 대한 가해자들의 변으로 들리지 않겠는가. 소위 말해 '판결 나오기 전까지는 중립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바로 그 입장에 대한 이야기.






"우리? 알잖아, 우린 오래 전부터 여관 하는 거"라고 내뱉듯 말했다.

"여관 하는 게 어떻다고?"

"여관에는 여종업원이 많지."

게이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난 어릴 때부터 여러 번 봤다. 아버지가 여관 종업원들을 데리고 안쪽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 어땠을까? 그 여자들, 싫었을까? …… 그랬겠지, 분명히 싫어했겠지. 그런데 말이다, 내 눈에는 그렇게 안 보이더라."

포장마차를 나오면서 게이고는 가게 주인에게 "잘 먹었습니다. 근데 맛은 영 아니네요." 라고 말했다.

그 순간, 포장마차에 있던 손님들의 손동작이 일시에 멈췄다. 껄끄러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쓰루다는 게이고의 그런 점이 좋았다. 실제로 그곳은 관광객을 상대로 돈만 많이 받는 포장마차였다.(p.114)




아버지가 데리고 들어가는 여자들이 싫어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이고는, 식당에서 할 말을 하는 남자다. 그래서 쓰루다는 그런 얘기를 들어놓고서도 '네가 잘못 생각했어' 라는 말이 아니라, '게이고의 그런 점이 좋았다'라고 말을 한다. 위의 장면에서 독자는 무엇을 느껴야 할까?



가장 어이없는 건, 요시노가 살해된 이유다. 요시노는 게이고가 타라는 말에 게이고의 차에 타는데, 게이고는 그런 요시노에게 남자가 타란다고 타냐고 너같은 천박한 여자가 싫다며 한적한 밤에 그녀를 떠밀듯이 차에서 내쫓는다. 요시노와 만날 약속에 요시노를 기다리고 있던 유이치는 요시노가 자신이 뻔히 기다리는 앞에서 다른 남자 차를 타고 가는 것에 대한 사과를 받으려고 요시노가 탄 차를 따라갔다가 그녀가 차에서 내쫓기는 걸 보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자 한다. 그런데 요시노는 그런 자기의 모습을 유이치가 본 게 싫어서 그를 강간범으로 신고하겠다고 한다. 강간은 없었는데.



"살인자! 경찰에 신고할 거야! 성폭행했다고 신고할 거야! 여기까지 납치했다고! 납치해서 강간했다고! 우리 친척 중에 변호사도 있어! 우습게보지 마! 난 너 따위 남자랑 사귈 여자가 아니야! 살인자!"

요시노가 소리쳤다. 모두 다 거짓말인데도 유이치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이 떨렸고, 떨림은 멈출 줄을 몰랐다. (p.345)



부자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짓말했던 요시노는, 강간했다고 거짓으로 신고할거라고 악을 쓰고, 그러다 살해당한다. 목격자도 없는 상황에서 강간범으로 신고당하면 자신이 그 다음을 살아나갈 수 없을 거란 두려움에 유이치는 그녀를 죽여버린다. 왜냐하면, 자기는 강간범이 아닌데, 자기를 강간범으로 신고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런 유이치를 사랑하게 된 여자는, 자수를 하겠다며 경찰서 앞까지 찾아간 유이치에게 같이 도망치자고 한다. 결국 유이치는 자수를 하는 대신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도망치며 보낸다. 유이치를 살인으로 유도한(?) 것도 여자고, 그런 유이치에게 삶의 기쁨을 주며 그러나 벌 받으러 가는 길을 막는 것도 여자고.



작가는 처음부터 왜 요시노를 그렇게 거짓말하는 캐릭터로 만들어서는, 그렇게 거짓말하다 살해당하게 만들었을까? 왜 하필이면 그녀를 죽음으로 이끈 거짓말은 '성폭행당했다고 (거짓말)할거야!' 일까? 토할뻔했다. 혹여 거짓미투일까봐 두려워하는 남자들을 대신해 변명해주는 것 같았다.


일전에 '트레버 노아'가 자신의 토크쇼에서 관객들을 향해 '여기에 거짓 성폭행 신고를 당했던 사람이 있으면 손들어 보라, 아마 없을 것이다', 라고 말하면서 '그러나 이중에 성희롱이나 성추행이을 당한 사람은 많을 것이다' 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요시다 슈이치는 대체 누구의 편에 서서 어떤 변명을 하고 있는가. 요시다 슈이치가 이 책을 통해 계속해 하는 말은, '응 나쁜 여자들 많아', '응 남자로 팔자 펴려는 여자들 있지', '응, 남자 엿먹이려고 거짓 성폭행 신고하는 사람 있어' 밖에 없다. 게다가 그녀가 성폭행범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던 그 남자는 자신으로 하여금 신음 소리를 참지 못하게 했던 쾌락을 준 남자이고, 자신의 상반신 누드를 찍었기에 돈을 요구했던 남자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를 이용하려는 나쁜년이 얼마나 해로운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 



정말이지, 이런 소설은 도대체 왜 쓴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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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hinew 2020-04-2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 이 이야기는 이 세상에 나쁜여자들많아! 만 외치는게 아니라 악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이야기인데, 하나에만 꽂혀 생각하면 큰 줄기는 안보이나봅니다.

다락방 2020-04-28 15:55   좋아요 0 | URL
ㅎㅎ 님도 별 하나준 책 있던데, 별 하나 주면 큰 그림 못본건가요? sunshinew 님이야말로 이책을 제대로 읽으신건지 모르겠네요. 뭐, 어차피 소설은 읽는 자의 몫이니까요.
 
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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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분의 일정도 읽은 지금 그만 읽을까 고민하다 계속 읽는다.
딱 기다리고 있어라.
다 읽으면 진짜 대차게 까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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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런 소설은 도대체 왜 쓴건지 모르겠다.
    from 마지막 키스 2019-03-04 14:15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었던 남동생은 이 책을 읽고 화를 냈었다. 뭐 이런 책이 있냐, 읽고나서 기분 너무 나빴다, 고 한거다. 그 말에 바로 처분할까 하다가, 남동생과 나는 다른 사람이고 다른 독자이니, 나에게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단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고, 음, 역시 남동생 말이 맞다는 걸 확인해버리고야 말았다. 이런 건 확인하지 않았어도 됐을텐데...여자 등장인물인 '요시노'는 부잣집 남자랑 사귄다고 친한 직장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 데이트앱
 
 
2019-02-28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2-28 12:53   좋아요 0 | URL
네네 조금 기다려 주세요. 다음 주 중에 받으실 수 있도록 보내드릴게요! :)
 
여성이라는 예술 - 우리는 각자의 슬픔에서 자란다 아르테 S 1
강성은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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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책은 의미는 있긴 하지만 시류에 편승한 기획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기획된 책이라서인지 글쓴이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글쓰기도 아니었던 것 같다. 가독성이 떨어짐. 특히 박연준 글 보면서 ‘흠, 왜 이정도인 거지..‘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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