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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 제153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마타요시 나오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바나가 한국에 번역되어 나와있다는걸 최근에야 알게되어 간만에 다시 읽어보았다.
책을 덮으니 맨 뒤에 '높은 이상과 답답한 현실을 오가며 길을 찾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로 홍보타이틀이 달려있다. 과연 이 책에 어울리는 말일까 생각했다.
책 내용에도 있듯 히바나는 인기없는 개그맨의 고뇌를 다룬 내용이다.
높은 이상(카미야)과 답답한 현실(토쿠나가/주인공)을 오가며 길을 찾는 내용인것도 맞다. 그러나 만약 평범한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이거다!하고 이 책을 집는다면, 대부분 전혀 공감하지 못할것같다.
글을 잘 쓰고 못쓰거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뭐랄까 그런 길은 좀더 다른 책이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ㅋㅋㅋ
이 책은 내가 본 일본소설중에서도 가장 일본색이 강하다. 일본색이 강하다는게 전국시대 소설이라거나 사무라이정신 그런쪽이 아닌 지금 어느정도 일본문화나 티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할 부분이 너무 많은 그런 소재.
토쿠나가는 개그맨, 개그를 향한 노력으로 번역되는데 사실 카미야나 토쿠나가가 업으로 삼는 게닌은 우리나라의 개그맨과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번역가가 애먹었을것도 이해가긴 하는데 보케-츳코미를 굳이 우리나라말로 써놓은건 너무 어색한 느낌. 둘의 첫만남부터 카미야는 말도안되는 헛소리를 하고 토쿠나가는 그걸 받아치는데 그게 기본패턴인것이다(박명수가 던지면 유재석이 받아치듯)
그래서 토쿠나가의 눈에는 대단해보이는 카미야가 일반 독자에게는 뭐야 저 노잼 억지는..이라고 느껴질수도 있을듯. 중간에 토쿠나가의 콤비문제도 나오지만 콤비란 사실 대단히 중요한 존재이고, 음 그럼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그룹의 솔로활동과는 다른이야기다.
주인공 토쿠나가는 인기도 없고 게닌주제에 소심한데다 점점 사무소에서 나이만 들어가는데 그 와중 자신과는 정반대인 카미야를 만난다.
그는 말 그대로 이상을 사는 사람. 그의 개그이론은 확고하다. 평범하지 않은것만 생각하면 이상한것만 치우치고, 특이한걸 생각하지않으면 기술적인 부분만 따지게 된다. 둘의 조화를 생각하려하면 균형만 맞추는데 집착하게 된다. 그냥 기준이나 판단의 정답, 완벽한 개그를 찾는게 아니라 그 인생 자체가 하나의 이론이다.
토쿠나가는 현실에 맞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개그도 조절하고 하지만 카미야는 돈이 없으면 대출을 하고, 자신의 방식을 바꾸지않았다. 그런 카미야를 보며 토쿠나가는 현실에 맞추는 자신을 비참해하고, 그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질투하면서 어떤일이 있어도 자신은 절대 그에 이길수없다 생각한다. 애초에 이길수 있을거란 생각도 하지않고 카미야가 a링크에 존재하는 절대적 인간이라면 자신은 아무리 잘해봤자 b+의 개념이랄까? 그렇게 그에게 인정받기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끝나는 이야기.
위에 약간 불평도 썼지만 난 별 다섯개를 줄만큼 너무나 잘 읽은 소설이다. 다만 이 이야기는 길을 잃은 청춘에게 길을 찾게 생각하는 결말이 아니라는것. 고민하는 답답함과 좌절을 너무나 잘 담아냈다. 일본이 사랑하는 '실패자의 아름다움'이 잘 나와있기에 해결책이나 제시자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환영받지 못할수도. 다 읽고나면 더더욱 슬퍼지는데 그 우울함이 이 책의 장점인것이다ㅋㅋ '이상과 현실에서의 고민'이라기보다, 현실에 맞추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상을 나만의 꿈으로 남겨놓았을때 그 이상마저 무너지는 절망 이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영화로도 만들어졌는데 각각 두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른 연출이다. 실제 작가가 이 책으로 대박이 난후 콤비였던 아이카타와는 서로 새로운 인생길을 시작하게된다. 책보다 더 드라마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