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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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소녀 였을때 지금의 남편과 만나 사랑에 빠졌던 여자는 그의 대학 입학을 돕고 그의 공부를 돕고 그가 직장에 들어가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동안 계속 그의 옆에서 그를 돕는다. 그의 아이를 둘 낳고 주부로 살아가면서 그녀는 그전에 가졌던 그녀의 직업을 잊고 살았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남편과 아이들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는데, 남편은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그녀에게 이혼하고 싶다고 말한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남편의 여자는 이제 고작 스무살이다. 게다가 남편의 애인이 스무살이 되기도 훨씬 전부터 시작된 만남이라, 그는 미성년자인 여자를 애인으로 두고 있었던 셈이다. 자신의 옆에서 경력단절이 되며 자신의 삶을 최상으로 만들기 위해 자리를 지켜주었던 아내를 배신한 데에서 그는 개새끼지만, 미성년자인 소녀와 연애를 시작한 걸로는 더 개새끼이다. 이래저래 쓰레기만도 못한 새끼이니 이 세상에 어디에도 그가 발붙일 곳이 없어야 마땅하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엘레나 페란테의 다른 소설에서 그랬던 것처럼, 지독하게 몹쓸 놈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내가 느끼는 건 이 남자에 대한 분노에 앞서, 하아- 남편의 배신에 다쳐버린 여자의 무너짐이다.



여자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그에게 바쳤고 또 그를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배신에 치를 떤다. 그가 떠난 자리에서 그녀는 그전에도 그랬듯이 공과금을 납부해야 하고, 보안에 신경써야 하고, 아이들 둘을 학교에서 데려오며 신경써야 한다. 둘이 하던 때에도 딱히 남편이 도와준 건 크게 없었지만, 그러나 둘이 하던 일을 혼자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는 자기 앞에 닥친 일상들에 힘겹다. 남편이 잠깐 방황하는 것뿐이라고, 예전에도 이런 적이 있지 않냐고 자기 자신을 다독여 보지만 쉽지 않다. 우리가 사랑했는데, 그가 어떻게 해야 내게 돌아올까, 그를 어떻게 있던 자리로 돌려놓을까 고민하느라 그녀는 힘들다. 죽을 생각도 해보다가, 아니야 나는 그렇게 무너져내리는 여자가 아니야, 이를 악물지만, 그러나, 그녀는 무너져내린다.



공과금을 제때 납부할 수 없고, 아이는 아프고 개는 죽어간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이성의 끈을 자꾸 놓친다. 아픈 아이를, 시름시름 앓는 개를, 열리지 않는 출입문을 열어야 하는,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 앞에서 그녀는 자꾸만 과거속으로 빨려들어가며 현실을 벗어나려고 한다. 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아이가 아픈데, 개가 죽어가는데, 그런데 그녀는 자꾸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생각이 뻗어나가 좀처럼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 남편에 대한 신뢰와 믿음과 사랑이 배신으로 돌아온 것에 대한 충격으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나 이 여자야 정신을 차리란 말이야, 나는 읽으며 얼마나 힘겨웠는지 모른다. 게다가 그녀를 힘겹게 하는 건, 자꾸만 남편의 애인과 남편이 함께 발가벗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는 데에 있다. 그의 몸에 내가 새긴 흔적들을 그녀가 그동안 다 지웠겠구나 생각하고, 나한테 했던 것처럼 그녀에게도 했겠구나 생각하고, 내 옆에 있으면서도 그녀를 떠올렸겠구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괴로운데 그들은 섹스하며 쾌락속에 있겠지, 생각한다. 혹시 그동안 나와 섹스하며 나를 최상의 상대라 생각했던 건 아닌건가, 지금 만난 새로운 여자야말로 진정한 짝이라 생각하고 있는건가, 생각한다. 나는 그와 오래 살며 그의 성적 취향을 닮게 되었는데, 이제 그는 그녀와 성적 취향이 닮게 되었겠지, 생각한다. 나는 그녀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그렇게 무너져내리면 안된다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라고, 아이들이 아픈 걸 돌보라고, 당신의 몸을 돌보라고 말하면서도, 그녀의 무너짐에 동참해서 힘들었다. 이제 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취향을 맞추고, 다른 여자에게 익숙해지고, 다른 여자와 은밀한 농담을 새로 만들고, 다른 여자와 역사를 만들어나갈 걸 생각하면 어떻게 무너져내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녀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보는게 정말이지, 너무나 힘겨웠다. 내가 지나온 시간이라 힘들었고, 지내고 있는 시간이라 힘들었다. 아, 나도 까딱하면 이렇게 이성을 잃고 무너져내릴 수 있었어, 하는 생각에 무서워졌다. 아, 내게 돌봐야 할 나보다 약한 존재가 있지 않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미칠것 같은 그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그녀의 영혼이 너무 힘들었다. 그녀가 결국은 그 시간을 극복하는지 보고 싶어서 힘겹지만 꾸역꾸역 책장을 넘겼다. 그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보았지만, 아무 만족도 느낄 수 없는 그 서러움이 너무 슬펐다. 이건 비단 그녀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나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나자 나는 너덜너덜해져있었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데 길 한복판에 버려진 휴지가 된 것 같았다. 이대로 비가 계속 내린다면 흔적도 없이 약해지고 흩어져 사라지고야 말 휴지쪼가리...



너무 힘든 독서였다. 차라리 엘레나 페란테가 분노를 주는 편이 더 좋다. 무너짐말고 분노를 주세요, 페란테 님...

대신 지나도 우리 가족 모두에게 인심이 후했다. 우리 집에 올 때마다 항상 나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잊지 않았고 내게 자기 소형차를 빌려주었다. 주말에 가서 쉬라며 케라스코 근처에 있는 자기 별장 열쇠를 내어주기도 했다. 별장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기 대문에 우리는 기꺼이 지나의 친절을 받아들였다. 비록 딸과 함께 갑자기 들이닥쳐 우리 가족의 주말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기도 했지만.
상대방의 친절에는 또 다른 친절로 보답하는 것이 인지상정인지라 호의는 결국 사슬이 되어 우리 가족을 옭아맸다. 마리오는 어느새 카를라의 후견인이라도 된 듯 죽은 아빠 대신 카를라의 선생님들과 상담하러 다녔다. 언젠가 부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 크랄르에게 화학 과외까지 해주기 시작했다. - P11

그의 대학 시험 준비를 도운 것도 나였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그를 끌고 시끄러운 푸오리그로타가를 가로지른 것도 나였다. 도시와 시골에서 몰려든 학생들로 주위가 북적이는 데도 터질듯이 두근거리는 남편의 심장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그때 나는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린 남편을 이끌고 대학교 복도를 누볐다.
난해한 정공과목 복습을 도와주느라 남편 옆에서 며칠밤을 새운 것도 나였다. 나는 내 시간을 남편의 시간에 투자해 그를 더 강한 남자로 만들었다. 그의 야망을 위해 내 야망은 접어두었다. 남편이 낙담해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남편을 위로해주기 위해 내게 닥친 위기는 덮어두었다. 남편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그의 시간 속에 스며들었다. 나는 집안일을 하고 요리를 하고 아이들을 돌봤다. 일상생활을 위한 귀찮은 일들을 도맡았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비천한 출신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집스레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올라갔다.
그랬던 그가 이제 와서 나를 떠나버린 것이다. - P116

지금껏 그에게 바친 내 모든 시간과 에너지와 노고를 몽땅 가져가 버린 것이다. 내 모든 노력의 결실을 다른 계집과 즐기기 위해서 가져가 버렸다. 내가 남편을 낳고 길러 지금의 모습으로 만드는 동안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잘 알지도 못하는 여자랑 말이다. 이보다 더 부당한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게 이런 모욕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그의 총기가 흐려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우리 둘만의 추억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어디선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더욱 강렬히 느껴졌다. 열정이라기보다는 불안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남편에게 지금 당장 내 도움이 필요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대체 어디에서 남편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 P117

여자는 흔하디흔한 성욕을 대단한 호의로 오해한다. 남자들의 성욕을 사랑하고 지나치게 현혹된 나머지 사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하고만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과 관계를 가지고 싶어 한다고 착각한다.
그렇다. 여자는 특별한 남자가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 성욕에 이름을 붙인다. 나만의 특별한 것으로 만들어 ‘내 사랑‘ 이라고 부른다.
아! 황홀함이니 설명할 수 없는 짜릿함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지. 남자는 여자와 섹스하고 나면 다른 섹스 상대를 찾는다. 그런 남자들에게 무엇을 바랄 수 있겠는가. 시간이 흐르면 먼저 여자는 떠나고 다른 여자가 오기 마련이다. 나는 수면제를 몇 알 삼키려 했다. 나의 내면 가장 어두운 곳에 누워 잠들고 싶었다. - P139

둘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섹스를 하고 있었다. 둘은 분명 밤새 섹스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나 몰래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내가 괴로움에 경련을 일으킬 때마다 그들은 쾌락에 못 이겨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이제 그만 힘들어하기로 했다. 깊은 밤 그들의 행복한 입맞춤에 나는 복수의 입맞춤으로 맞서야 했다. 나는 버림받고 혼자가 됐다고 무너져 내리거나 미쳐버리거나 목숨을 버리는 그런 여자가 아니다. 조금 망가지기는 했지만 나는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온전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누구든 내게 상처를 주려 한다면 나는 그대로 되갚아줄 것이다. 나는 스페이드의 여왕이다. 나는 독침을 품은 말벌이다. 나는 시꺼먼 밤이다. 나는 불 위를 걸어도 타죽지 않는 불멸의 생명체다. - P143

카를라에게서는 나와 똑같은 맛이 날까? 나와 똑같은 냄새가 날까? 혹시 남편은 지끔껏 내 맛과 체취를 혐오스러워했던 것은 아닐까? 지금 내가 카로노에게서 느끼는 것처럼? 나를 만난 후 수십 년이 흘러 카를라를 만나고 나서야 남편은 자신에게 맞는 체취를 찾아낸 것이 아닐까? - P153

정말이다. 나는 바보 같았다. 감정의 수로가 꽉 막혀서 삶의 에너지가 흐르지 않게 된 지 오래다. 마리오가 세심하게 제공하는 황홀한 부부생활에 취해 내 존재의 의미를 가정주부로만 한정지은 것은 너무 큰 실수였다. 마리오의 만족감과 기쁨, 날이 갈수록 성공 가도를 달리는 그의 삶을 내 자존감의 기준으로 삼은 것은 너무나도 큰 실수였다. 그중에서 가장 큰 실수는 그와 함께 있어도 내가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게 된 지가 이미 오래인데도 그 없이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일이다. 손끝에 스치는 그의 피부를 마지막으로 느껴본 지가 언제였던가. 그의 입술의 따스한 온기를 느낀 적이 언제였던가. - P275

우리 관계가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그의 어떤 면을 보았던 걸까.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는 남편의 생각과 행동과 말투와 기호와 성적 취향을 얼마나 많이 닮게 되었을까.
나는 그런 식의 질문으로 종이를 여러 장 채우곤 했다.
마리오에게 버림받은 후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되었는데 왜 아직도 그의 흔적을 몸에 간직하고 살아야 하나.
내가 그의 몸에 남겼던 흔적은 나 몰래 은밀한 관계를 지속했던 지난 몇 년 동안 이미 카를라에 의해 지워졌을 것이다. 한때는 내 몸에 새겨진 그의 흔적이 사랑스럽게만 느껴졌다. 이제는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그의 흔적을 내 몸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내 자아를 손상시키지 않고 그가 남긴 흔적만 내 몸과 마음에서 깔끔하게 긁어낼 수 있을까. - P320

앞으로 다시는 이런 자리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이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다리 놔주기를 좋아하는 지인들이 마련한 자선 행사를 찾아다니지 않을 것이다. 상대 남자가 제대로 작업하고 있는지, 여자가 제대로 반응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만남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훔쳐보는 이들 앞에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미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광경은 구경거리일 뿐이었다. 손님들이 모두 떠나고 식탁에 음식 찌꺼기만 남았을 때 농담거리로 삼기 딱 좋은 소재가 아닌가. - P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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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8-12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116쪽 읽는데, 딱 홍상수 감독 부인이 생각나더라구요.
시어머니, 치매인 시어머니를 한참 모셨다고 그러런데, 세계적인 감독이 되고 사랑 찾아 떠났죠.
다 자기 일이니까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겠지만.... 제일 좋은게 사랑이고 제일 잔인한 것도 사랑 같아요.
서로 영혼의 짝이라 믿고 있겠죠.... 허허...

저도 이 책 읽을 때 힘들었어요. 화자가 너무 제정신 아니어서.... ㅠㅠ 정신차려라!!! 하면서요

다락방 2019-08-13 07:58   좋아요 0 | URL
화자가 무너져내리는 게 보이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게다가 아이도 아프고 강아지도 아프고 문은 안열리고 ㅠㅠ 아 저 너무 스트레스. 집어던질까 하다가 그래도 바닥 치고 올라와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보고 싶은 마음에...
화자가 자꾸만 새애인하고 함께 있는 남편의 모습을 그릴 때마다 저도 같이 그리느라고 대환장했답니다 ㅠㅠ

비연 2019-08-12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안 읽고 좋아요 만.. 책 다 읽으면 차분히 읽기로~

다락방 2019-08-13 07:58   좋아요 0 | URL
비연님 이 책 읽기 엄청 힘드실거에요. 포기의 순간이 수시로 찾아옵니다.....
 
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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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너, 로맨틱한 감성들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본 판타지였나 보다. '나폴리 시리즈'부터 이 책까지, 엘레나 페란테는 끊임없이 애기한다. 여기 이곳에 괜찮은 남자는 하나도 없다고. 


[성가신 사랑]에는 멀쩡한 남자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성추행과 폭력을 일삼는 남자들만이 가득하다. 

'델리아'가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고 갈구하는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인 것, 섹스를 할 수 없는 육체가 된 것. 이 모든 것들이, 엄마와 그녀 사이에 남자(아버지, 외삼촌, 이웃 아저씨, 이웃 할아버지, 어린 시절친구, 그 외 수많은 지나쳐가는 남자들)가 없었다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엘레나 페란테가 결국은 이걸 말하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에도 제대로 된 남자는 없어.



한번은 인파 속에서 어떤 남자가 어머니 몸에 손댔다고 확신한 아버지가 우리 세 자매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그 순간 나는 비통함과 놀라움을 느꼈다. 아버지가 그 남자를 죽여버리는 대신 왜 어머니의 뺨을 때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피부와 어머니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감을 통해 전해져보는 다른 사내의 체온을 느꼈다는 이유 만으로 어머니를 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02

아버지는 너무나 광폭하고 증오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쾌락을 갈망하고 싸움을 좋아하는데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어머니가 가끔가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것도 보기 힘들어했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어머니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의심했다. 육체적인 배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도 아버지가 자기 몰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까봐 두려워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아버지가 제일 두려워했더 것은 버림받는 것이었다. 어머니 혼자 적군의 주둔지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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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8-1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런데 뭐가 걸려서 오늘 내 서재 방문객이 천 명이 넘는거지? 어디에서 뭐가 걸린거지??

syo 2019-08-11 22:03   좋아요 0 | URL
왜 불안하지.....?

다락방 2019-08-11 22:04   좋아요 0 | URL
아니야 괜찮아요. 서재 뉴스레터 때문인것 같아요. 친구가 말해줬어요 ㅎㅎ

단발머리 2019-08-11 22:24   좋아요 0 | URL
그 친구 훌륭하네요.
다락방님 의문을 막 풀어주고 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9-08-11 22:24   좋아요 0 | URL
제 주변엔 훌륭한 이들이 많습니다. 훗

syo 2019-08-11 22:48   좋아요 0 | URL
어쩐지, 내가 좀 훌륭하더라니, 그게 다락방님 주변에 있어서 그런 거였구나!!

다락방 2019-08-11 22:51   좋아요 0 | URL
아?! 그게 또 그렇게 되는거구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연 2019-08-1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이 책.. 읽을 때 힘들었어요 ㅜ

다락방 2019-08-11 22:03   좋아요 0 | URL
저 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있었던 진실을 기억해낼 때 엄청 힘들었어요 ㅜㅜ 아아 성인이 되어 섹스를 못하는 것도 다 이것 때문이네 싶어서 너무 화나요 ㅜㅜㅜㅜㅜ

비연 2019-08-11 22:32   좋아요 0 | URL
정말 어느 넘이나 제대로 된 넘이 없는 거죠. 아 정말 힘들었어요 이 책 ㅜ

다락방 2019-08-11 22:32   좋아요 0 | URL
버려진 사랑도 읽었나요, 비연님?

비연 2019-08-11 22:33   좋아요 0 | URL
지금 제 옆에 있어요. <시녀이야기>와 함께.. 고민중.

다락방 2019-08-11 22:34   좋아요 1 | URL
저는 오늘 잠들기 전까지는 버려진 사랑, 내일은 시녀이야기를 읽을까해요. ㅎㅎ

비연 2019-08-11 22:35   좋아요 0 | URL
앗. 저랑 반대. 전 잠들기 전까지는 <시녀이야기>, 내일 <버려진 사랑>을 읽을까 하는데 ㅎㅎ

다락방 2019-08-11 22:36   좋아요 0 | URL
하아 비연님. 버려진 사랑 12쪽에서 저 이미 개빡침이............ ㅜㅜ

비연 2019-08-11 22:44   좋아요 0 | URL
ㅜㅜㅜㅜㅜ 수면을 위해 내일 보기로.. 저 <성가신 사랑> 볼때도 빡치고 답답하고 해서 잠 잘 못잔적 있어서 ㅠㅠ 아 겁나네요.. 다시 느끼게 될 빡침 ㅜㅜㅜㅜ

다락방 2019-08-11 22:45   좋아요 0 | URL
네 ㅜㅜ 내일이 벌써 월요일이에요 ㅜㅜㅜ

비연 2019-08-11 22:46   좋아요 0 | URL
월요일. 절망이 느껴지는 단어 ㅜ

단발머리 2019-08-11 23:02   좋아요 0 | URL
전 세번째 사랑, 그러니까 잃어버린 사랑이 제일 괜찮았구요. 두번째 사랑, 버려진 사랑의 빡침은 끝까지 계속되리라는 점, 소심히 밝혀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제 그만 책 덮으시고요, 여러분, 굿나잇^^

비연 2019-08-11 23:0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이미 세 권 다 읽으셨군요! 두번째 사랑의 빡침을 딛고 넘으면 좀 나은 세번째 사랑을 만날 수 있으려나요. 전 지금 <시녀이야기> 흥미진진 읽는 중이라 좀만 더 있다 자려고 바둥대는 중요. 여러분 미리 굿나잇!

다락방 2019-08-11 23:06   좋아요 1 | URL
세번째는 좀.. 괜찮다고요? 도서관에서 두번째까지만 빌려왔는데... ㅜㅜ
시녀이야기 흥미진진이라니 시녀이야기로 갈아탈까 싶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9-08-11 23:10   좋아요 1 | URL
세번째 사랑에도 빡침 가미되어 있지만 전 가끔 공감 가는 문단이 있더라구요. 시녀이야기는 뭐~~~ 최고죠.
여러분~~ 굿나잇2^^
 
비욘드 앵거 - 분노 폭탄을 안고 사는 이들을 위한 심리 처방
토머스 J. 하빈 지음, 김소정 옮김 / 교양인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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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 주변에는 화내고 소리지르는 게 주특기인 남자들이 있다. 그게 그렇게 화가 나? 라고 되물을 정도로 분노로 똘똘 뭉쳐있다. 목소리가 커야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목소리가 크다. 목소리가 크면서 소리도 잘 질러. 화를 내고 소리지르고 욕하는 그들을 보노라면 그것이 분노 조절 장애 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열등감이나 자존감 낮음을 감추기 위한 거란 생각이 든다. 정말 분노가 조절이 안되는 거라면, 자신이 소리지르고 욕하는 상대를 고를 리 없으니까. 자기가 그렇게 소리 질러도 어쩔 수 업이 자기를 계속 보아줄 수밖에 없는 사람, 그런 사람만을 골라 소리지르고 욕을 하고 화를 내는데, 그것이 어떻게 분노 조절이 안되는 거라 할 수 있는가. 누구보다 잘,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일테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나는 화를 잘 내고 소리를 잘 지르는 사람이 너무 싫다. 머리 끝까지 스트레스가 차올라 돌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사람들을 내 인생에서 아웃시키고 싶지만 밥을 먹고 살려면 내 영혼의 한 부분을 일부 뚝 떼어내어 견디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설사 여기의 이 폭탄을 피한다고 해도 다른 데 가면 폭탄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세상에 남자는 절반이고 그들 대부분은 분노에 가득 차 있으니까.



이 책에서 저자도 얘기하지만, 특히나 남자들은 여자를 통제하려고 한다. 자신의 가족과 여자친구들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여자들이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을 용서하고 이해하려 하고 감싸주려 하니까.


많은 사람들이 남자들의 본능 자체가 여자보다 폭력적이라고 하는데, 하하하하하, 정말 그럴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건 그냥 남자들이 만들어낸 문화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버지가, 선생님이, 직장 상사가, 학교 선배가, 군대 선임이 계속 때리고 학대하는 모습을 보아온 남성이라면, 자신 역시 그러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잖은가. 책에서 저자도 지적하지만, 대중문화에서도 폭력적인 남자를 미화하는데, 온통 폭력적인 남자들만 보고 자란 남자들이 스스로 폭력을 자신 안에 담게 되는 건 도리가 없잖은가. 잘못했으니 맞는 거다, 를 받아들인 피해자는 결국 잘못했으니 맞아야지, 라며 학대하는 가해자가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 역시 분노로 가득차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아내와 사이도 좋지 않은 결혼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그러다 자신의 성향을 고쳐갔고 아내로부터도 같이 사는게 훨씬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는데, 자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이 세상에 분노로 가득찬 남자들에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그러한 성향을 고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주고자 한다. 물론 더 깊게 들어가면 전문가와 반드시 상의하라고 되어있긴 하지만, 이 책의 모든 사항들은 상당히 쓸모 있고 유의미하다. 게다가 저자는 분노로 인해 폭력적이 된 남자와 같이 사는 여자들에게도 말한다. 여자들의 잘못이 아니니 그 옆에 있으면서 남자 고치려 하지 말라고, 그 남자를 고치는 건 여자가 할 일이 아니라 남자 자신이 해내야 하는 거라고, 그러니 떠나는 게 답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운동의 쓸모였다. 물론 익히 잘 알고 있는 사항이긴 하지만, 운동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도 탁월한 효과를 가져오고 우울증에도 역시 그러하다. 우울해 죽겠는데 나가서 뛸 생각이 어디 들겠느냐마는, 평소에 운동하는 습관을 들여둔다면 우울증과 수시로 분노하게 되는 감정들의 에너지를 다른 데로 분산시킬 수가 있다. 어제 친구를 만나 양꼬치에 소주를 마시면서 이 책 얘기를 덧붙여, 친구에게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뭐가 됐든 이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라고, 요즘 사람들 많이 뛰던데 나가서 뛰라고, 그것이 결국은 너를 지탱해줄거라고. 뭐, 꼬박꼬박 요가를 다닌 지 2년 째 되는 내가 건방지게도 그런 조언을 친구에게 한 것이다. 하하.




남자들의 문제 그리고 사회에서 남자를 대하는 문제도 잘 파악하고 있고 그래서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 지 성의있게 쓴 책이긴 하지만, 그러나 실제로 분노에 가득차서 매사 소리지르고 화내는 남자들이 이 책을 과연 보기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안보겠지..화내느라 소리지르느라 미치겠지. 세상이 나를 무시하고 세상이 내 뜻대로 안된다는 것에 에너지를 쏟느라, '나는 뭔가 남들보다 더 화를 잘 내는 것같다'라는 인식 자체도 못할 것이고 설사 인식한다 해도 '이걸 고치고 싶다' 까지 나아가질 않겠지. 거기까지 나아간들 '책을 한 권 볼까, 이런 나를 고칠 수 있을지' 까지 생각이나 할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는 분노한 남자들이 책으로 약간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데까지 과연 생각하기나 할지.


글쎄, 잘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조셉 고든 래빗'이 주연한 영화 《돈 존》이 생각났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분노하는 남자, 포르노그래피에 중독된 남자에 딱 맞는 케이스가 그 영화의 남자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이다.





어째서 남자의 분노에 관한 책이 필요할까? 분노는 어쨌거나 분노일 뿐 아닌가? 물론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자가 분노를 표출하는 방식은 여자와 다르다.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달리 자기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조절할 의지가 크지 않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것이 옳든 옳지 않든지 간에 이미 그렇게 상황이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가 훨씬 막강한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한, 분노한 남자들이 일으키는 문제는 사회 구성원 전체에 엄청난 타격을 가할 수 있다. - P18

어떤 부류의 경험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어휘들을 알지 못하면, 그런 경험을 다루는 법을 알아내기가 훨씬 어렵다. 장식장을 만드는 목수가 나무를 묘사하는 단어를 많이 아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신이 구사하는 나무에 관한 어휘들 덕분에 목수는 자기 인생에서 나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드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능숙하게 나무를 설명할 수 있다. 자유로운 언어 구사력 덕분에 나무들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고, 다른 사람보다 훨씬 깊이 나무를 경험할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미묘한 감정을 구사하는 어휘는 감정을 경험하는 일에 영향을 끼친다. 많은 남자들이 감정적으로 마비되어 있는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정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감정을 묘사하는 어휘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 P94

따라서 감정을 경험하는 일도 적고 감정을 처리하는 일에도 서투르다. 실제로 많은 남자들, 특히 화가 난 남자들이 유일하게 표출하는 감정은 분노와 성욕뿐인 것 같다. - P94

화가 난 남자들은 어디서 감정에 관해 배울까? 바로 대중 문화를 보면서 배운다. 거기서 무엇을 배울까? 난폭함, 경쟁심, (잘못된) 성적 기교를 배운다.
영화를 한번 살펴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 아널드 슈워제네거 같은 남자들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공격적이고 오만하다. 그들은 악당을 물리치고 여자를 황홀하게 만든다.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남성상이 있을까? 이와 완벽하게 반대인 모습도 있다. 시트콤 <앤디 그리피스 쇼>에 나오는 보안관 바니 파이프, 스탠 로럴과 우디 앨렌이 연기하는 조롱받고 비웃음을 당하는 따분한 남자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작품에서 이들은 성적으로 혼란을 겪는 멍청한 실패자이다.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에는 대부분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반복해서 나온다. 남자 주인공은 오만하고 공격적이지만, 만나는 모든 여성에게 굉장한 오르가슴을 하룻밤에 수차례 느끼게 해줄 능력이 있다. - P97

화가 난 남자들이 자기 삶에 존재하는 여성들을 대하는 방식은 결국 그들 자신에게 고통과 슬픔, 죄책감을 가져다준다. 어머니부터 여자 형제, 여자 친구와 아내에 이르기까지 화가 난 남자들은 주로 여자들을 공격한다. 대체로 남자와 여자의 육체적 힘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렇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남자들은 제멋대로 세상을 휘둘러 왔다. 왜냐하면 남자가 여자보다 몸집이 크고 힘도 세서 여자를 강제로 복종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육체적으로 학대했을 뿐 아니라 정치, 종교 같은 모든 모든 권력 제도에도 성차별이 존재하도록 만들어놓았다.
화가 난 남자들 다수가 주로 여자를 화풀이 대상으로 삼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남자의 행동을 참고 견딜 때가 많다는 데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여자들은 대체로 남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참고 인내하며 용서하는 경향이 있다. - P104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도 남자들은 여자들을 다방면으로 통제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아이를 더 능숙하게 기를 수 있다는 핑계를 대면서 여자들은 직장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자 상사와는 함께 일하기 싫다고 투덜댄다. 고위 군 장성부터 기업체 간부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은 비슷한 이유를 들어 모든 공공 기관에서 여자들이 고위 간부직에 오르는 일을 방해한다.
여자를 만날 때마다 자기 마음이 편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려고 든다면, 결국 그 관계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고 상대를 통제하다 보면, 결국 상대방이 정말로 원해서 내 곁에 머무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남자를 칭찬할 때도,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도, 여자가 사랑한다고 말해도 남자는 늘 여자의 진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자기가 필요해서 심은 통제라는 씨앗이 훗날 의심과 의혹이라는 싹을 틔우게 되는 것이다. - P109

일단 한 번이라도 폭력을 쓰게 되면 아주 획기적인 계기가 생겨 두 사람의 관계가 변하지 않는 한 언제라도 다시 폭력을 쓰게 된다. 과거의 폭력은 미래의 폭력을 예측하게 해주는 가장 강력한 변수이다. 더구나 거친 논쟁은 폭력을 부르는 전조이다. 만약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자주 ‘한계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즉시 태도를 바꾸어야만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폭력을 쓰는 일을 피할 수 있다. - P122

《오즈의 마법사》에서 겁쟁이 사자가 갑자기 펄쩍 뛰어오르면서 흐느껴 울었다. "누가 내 꼬리를 잡아당겼어." 그러자 허수아비가 ‘네 꼬리를 잡아당긴 것은 사자 너‘라고 알려주었다. 이게 바로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놓인 상황이다. 화가 난 남자들은 살면서 자신이 겪는 고통과 괴로움은 거의 대부분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이 만든 것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되려면 거쳐야 하는 다음 단계는 스스로 자기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자기 꼬리를 그만 잡아당기자. - P138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내가 당신을 도발하는 말을 했기 때문에 화를 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분노에 가득 찬 반응은 분노를 어뜨리는 현재 상황과 별로 관계가 없는 경우가 많다. 지금 터뜨리는 분노는 현재 무슨 일이 있건 간에 그보다 훨씬 더 전에 일어난 과거의 사건이나 직전의 사건에 영향을 받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 분노를 터뜨리는 순간에 진행중인 사건은 분노의 진짜 원인이 아닐 때가 많다. - P152

화가 난 남자들의 경우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믿는 성향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성향과 맞물려 훨씬 심각해진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화가 난 남자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인정해주지 않거나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믿을 때가 많다. 이런 남자가 자신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안다고 믿으면 그 사람이 자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고 가정하게 된다. 쓸모없는 정보가 입력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실제 생각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자기 혼자 믿는 것을 근거로 삼아 사람들에게 반응하면, 결국 약간의 타당한 이유만 생겨도 스스로 크게 상처받고 화가 날 것이다. 쓸모없는 정보로 인해 쓸모없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 P160

제프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분명하다. 독심술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 즉시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절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상대방의 견해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야 한다. 여기서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당신의 물음에 대답할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부정적인 생각을 확증하는 듯한 말이 조금 나오자마자 상대방의 말을 끊어버리는 짓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안다고 확신하는 사람에게 해줄 말은,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란다고 해도, 다른 사람은 내 마음을 읽을 수 없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물어봐야 하고,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말해줘야 한다. - P162

분노를 조절하려면 다른 사람이 당신이 하는 일이나 당신의 생각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을 개인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아야 한다. 당신이 고른 넥타이나 당신의 정치적 견해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신이 틀렸다거나 바보라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방어 태세는 취하지 말자. - P196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점점 더 화가 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행동이 감정을 일으킨다는 생각은 우리가 흔히 믿는 것과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화가 나기 때문에 화내는 행동을 한다고 믿는다. 물론 맞는 이야기이지만,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을 하면 더 화가 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논쟁을 하는 동안 고함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고 탁자를 손으로 내려치면 그런 행동을 하기 전보다 훨신 더 화가 난다. 그러니 이제 이 흐름을 바꿔보자. - P201

행복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해야 한다. 결혼 생활과 인간관계가 예전만큼 만족스럽지 않다면 다시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상담을 받거나, 아내를 좀 더 인정해주거나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저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리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 항상 여행을 가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살았다면 기다릴 이유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 P222

삶을 통제하려면 먼저 자기 자신부터 통제해야 한다. 늘 소파에서 빈둥거리기만 하는 사람이라면 운동을 하고 건강해져야 한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우울증, 불안, 분노가 줄어든다. 자제력도 자존감도 높아진다. 신체가 건강해지면 정신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다. - P222

여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자기 통제의 문제이다. 특히 자제력의 문제이다. 여자를 때릴 때 자제력을 잃는 이유는 여자가 손쉬운 표적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이익조차 내팽개치고 덤비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는 절대로 상사나 경찰이나 자기보다 몸집이 큰 남자를 때리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 위험한 상대여서 자기가 다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남성은 여성을 통제하려고, 논쟁에서 이기려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폭력을 쓴다. 하지만 남자에게 그럴 수 있는 권리는 없다.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권리와 기회를 누려야 하고, 남자처럼 폭력을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어야 한다. 논쟁을 끝내려고 폭력을 쓰는 것은 자제력이 없고, 자기에게 찬성하지 않는 사람을 공정하게 대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고, 전반적으로 자기가 폭력배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P237

화난 남자들은 아이들이 어른들을 관찰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물리적 폭력을 써서 문제를 잠재우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폭력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아이들을 또 다른 화난 남자로 키우는 것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배우란 말이야."라는 요구는 정말 터무니없다. 아이들은 당연히 부모와 어른들의 행동을 모방한다. 그러니 부모에게는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할 행동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자제할 줄 아는 남자는 좌절하거나 어려운 일이 생겨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도 보여준다. 일이 생각처럼 흘러가지 않고 어려운 문제가 생겨도 다른 방법을 써서 다시 한번 노력해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다. - P240

‘자유 연애‘ 시대가 온 뒤로 자기 욕망을 억제하거나 잔뜩 긴장한 상태는 나쁘게 여겨졌다. 사람들은 ‘긴장을 풀라‘거나 마음 가는 대로 하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억제가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간다. 따라서 기본적인 충동을 억제해야 할 때가 많다. 친구의 아내와 섹스를 하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할 수는 없잖은가. 가게에서 탄산음료를 훔쳐 나오고 싶다고 해서 정말로 훔칠 수는 없지 않은가. 누군가가 당신을 미친 듯이 화나게 했다고 해서 상대방을 함부로 때릴 수는 없는 법이다. - P250

우울하고 화까지 난 남자들은 자기 자신을 고립시킨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려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흥미를 보이려는 시도는 화난 남자들을 지치게 만든다. 그들은 그저 혼자 있고 싶어한다. 가능하면 사람들을 피하려 한다. 하지만 고립은 우울증을 한층 더 악화시킨다. 그 이유는 터무니없게도 자기가 우울해서 사람들을 피하고 있으면서도 왠지 사람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고 자기와 함께 있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기가 사람들을 피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당연히 전혀 말이 되지 않는 생각이지만, 이는 사람들이 나를 원하지 않고 부당하게 대우한다는 생각으로 이끌어 더욱더 심한 우울과 분노에 빠지게 한다. - P259

화가 난 많은 남자들이 삶의 다른 영역에서 겪은 불만족과 불행을 성생활에서 보상받으려고 한다. 당신은 형편없는 직업에 아이들은 예의 없고 머리도 벗겨지고 있을지 모르겠다. 화난 남자들은 적어도 암묵적으로는 섹스를 자주 해야 하고(매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모든 섹스는 놀라울 정도로 근사해서 섹스가 끝난 뒤에는 두 사람 모두 반쯤 넋이 나간 황홀감에 휩싸여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인생처럼 섹스도 엄청나게 근사할 때가 있으면 그저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다. 성생활이 흥미롭고 만족스러운 삶의 한 부분이 될 수 없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모든 감정의 달걀들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아하더라도 매일 같은 음식만 먹는다면 어떨지 생각해보자. 인생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느끼게 해주는 일이 섹스밖에 없다면 기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도 찾아봐야 한다. - P285

가능한 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해야‘만 자신의 진가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남자들도 있다. 가능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는 이유는 섹스 외에는 아무런 기쁨도 없는 황량한 인생에서 즐거움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절제하게 섹스를 하면 성병에 걸릴 수도 있고, 대체적으로 남자들이 찾고자 하는 즐거움도 찾지 못할 때가 많다. 아무 의미 없이 여러 사람과 하는 섹스로는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은 욕구를 조금도 채우지 못한다. 자신을 입증하는 문제와 섹스는 아무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섹스로 자신을 입증해 보이고 싶다는 욕구는 사실 자신감과 자존감이 아주 낮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불안을 감추려고 남성성을 계속 확인해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밖에 삶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면 결국 계속 좌절하고 불행할 수박에 없을 것이다. - P287

결혼 생활에 문제가 생겼다며 상담을 요청하는 남자들이 그 원인으로 제시하는 이유는 ‘성 중독‘일 때가 많다. 그들은 거의 대부분 혼외정사를 한다. 포르노그래피를 만이 보고 스트립쇼를 하는 술집에도 자주 간다. 하지만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있다. 이 세상에 ‘성 중독‘은 없다. 성 중독이라는 말은 무책임하게 섹스를 하는 남자들이 책임을 다른 곳에 전가하려고 약물 중독이나 알코올 중독 같은 용어를 차용한 것이다. 자신이 ‘성 중독‘ 이라고 말함으로써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난 책임 없어" 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 책임이다. 언제 누구와 함께 섹스를 할 것인지는 당신이 한 선택이다. 그 선택은 중독과 아무 상관이 없다. - P287

혼외정사는 잘못이다. 솔직하게 밝힐 수 없다면 옳은 일이 아니다. 결혼 서약을 깨뜨리는 일이며, 아내를 속이는 일이다. 혼외정사라는 기만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 P288

질투는 사랑의 증거가 아니다.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증거이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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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 이상의 도서관 41
고정갑희 외 지음, 한정숙 엮음 / 한길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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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도 다 읽었다. 만세!! 나는 짱이야!! 한다면 한다!!!!!!!! 내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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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30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짜장면 곱배기를 허하노라~

단발머리 2019-07-30 12:39   좋아요 0 | URL
짜장면 곱배기랑 으쓱으쓱 부럽습니다!!!

블랙겟타 2019-07-3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위는 없지만) 2019상반기결산 ‘밀리지 않고 꾸준히 읽었어요‘ 상 드릴께요 ㅋㅋ
✧ヾ(❀╹◡╹)ノ゙♡
곱빼기 얼마든지 드세효!!

다락방 2019-07-31 14:08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짱인것 같아요. 제가 저한테 또 반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19-08-01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 짱짱걸! 저도 거의 다 읽어가용 ㅋㅋ 오늘 일끝나면 별표달 수 있을 거같아욥

다락방 2019-08-01 17:31   좋아요 0 | URL
오오, 쟝쟝님 짱이네요. 그래요, 열심히 달려요! >.<

공쟝쟝 2019-08-01 17:38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정말 힘든 7월이었어요. 8월이 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ㅋㅋ 얼른 책 다 읽어버리고, 락방님 글 너무 읽고 싶어요 ㅠㅠ 콜론타이 만세~!

공쟝쟝 2019-08-0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오늘 다 읽고 일단 총평 페이퍼썼어요! ㅋㅋㅋㅋㅋ 그리고 멋지게 시녀이야기 구입 ㅋㅋㅋ
 
눈과 사람과 눈사람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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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를 가져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먼저 가져가 내뱉으면 세상이 뒤틀려 버린다. 노동력 착취, 혐오. 그 단어를 당신이 그 때 써야 하는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을 위한 글쓰기와 자신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임솔아는 철저하게 후자인데,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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