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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사랑 ㅣ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평점 :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이탈리아 남자들의 매너, 로맨틱한 감성들은 말 그대로 외부에서 본 판타지였나 보다. '나폴리 시리즈'부터 이 책까지, 엘레나 페란테는 끊임없이 애기한다. 여기 이곳에 괜찮은 남자는 하나도 없다고.
[성가신 사랑]에는 멀쩡한 남자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뿐이랴. 성추행과 폭력을 일삼는 남자들만이 가득하다.
'델리아'가 엄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질투하고 갈구하는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인 것, 섹스를 할 수 없는 육체가 된 것. 이 모든 것들이, 엄마와 그녀 사이에 남자(아버지, 외삼촌, 이웃 아저씨, 이웃 할아버지, 어린 시절친구, 그 외 수많은 지나쳐가는 남자들)가 없었다면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는 엘레나 페란테가 결국은 이걸 말하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어디에도 제대로 된 남자는 없어.
한번은 인파 속에서 어떤 남자가 어머니 몸에 손댔다고 확신한 아버지가 우리 세 자매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어머니의 뺨을 때렸다. 그 순간 나는 비통함과 놀라움을 느꼈다. 아버지가 그 남자를 죽여버리는 대신 왜 어머니의 뺨을 때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아버지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아마도 아버지는 어머니가 피부와 어머니의 몸을 감싸고 있는 옷감을 통해 전해져보는 다른 사내의 체온을 느꼈다는 이유 만으로 어머니를 벌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P102
아버지는 너무나 광폭하고 증오심으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 쾌락을 갈망하고 싸움을 좋아하는데다 나르시시즘에 빠져 어머니가 가끔가다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머니가 즐거워하는 것도 보기 힘들어했다. 그런 기미가 보이면 어머니가 자기를 배신했다고 의심했다. 육체적인 배신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나도 아버지가 자기 몰래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할까봐 두려워했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아버지가 제일 두려워했더 것은 버림받는 것이었다. 어머니 혼자 적군의 주둔지로 넘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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