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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읽고 계신거죠? 그런거죠? ㅎㅎ


저는 어제 1장을 읽었는데요, 무지개색연필로 또 박박 밑줄을 그었습니다. '거나 러너' 세상 똑똑하다..감탄하며 읽었어요. 지금은 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페이퍼를 쓸 순 없지만, 주말쯤 페이퍼 하나 올릴 예정입니다.


여러분도 읽고 계신거죠? 그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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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3-1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장.... 음성 지원 되는 사람.... 저 하나 아니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읽고 있어요^^

여러분도 읽고 계신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9-03-13 10:1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오늘 글 많이 쓰네요. 저 지금도 페이퍼 하나 또 쓰고 있어요. 아유 다 써야 일이 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읽고 계시다니 너무 좋고요! 저는 주말쯤에 페이퍼 하나 쓰겠습니다. 필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블랙겟타 2019-03-14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요.. 아직..
저 이제...읽기 시작... ㅠㅠㅠ

마지막 문장에 제일 뜨끔한건 저네요 ㅠ
2월부터 시작이 느려지고 쓰는것도 많이 못쓰고 있는데요 남은 3월동안 부지런히 읽고 쓸려구요.. :))
다락방님 글도 기다릴께요 ㅎㅎㅎㅎ

다락방 2019-03-15 09:20   좋아요 1 | URL
아, 그나저나 3월의 절반이 가버렸는데 저도 1장 밖에 안읽어서 큰일이네요. 남은 시간에 열중해야겠어요. 저는 1장 읽었는데 이 책도 쉬이 읽히질 않더라고요. 1장이 어려우면 뒤는 어떨지...

블랙겟타님, 부지런히 읽고 씁시다. 퐈이야~!

공쟝쟝 2019-03-14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요 사서 딱 꽂아놨어요!!!!!!!!!!!!!!

다락방 2019-03-15 09:20   좋아요 1 | URL
베리 굿! 쟝쟝님 럽럽~ ♡
 















페미니스트로 사는 건 결코 편한 길이 아니다. 일상의 사사로운 수많은 불편함에 노출되는 일이다. 게다가 아주 자주 모순에 맞닥뜨리게 되고. 친하게 지내는 남자사람들과 다투고 사이가 틀어지는 일들도 그렇고, 이성애 연애를 함에 있어서도 그렇다. 내가 이 남자 앞에서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 나아가서, 내가 이 '남자'와 연애를 해도 되는 것인가.. 까지. 남자 앞에서 사랑받고 싶다, 예뻐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나의 자연발생적인 것인가 이 세상이 내게 강요한 것인가 .. 한 인간이 완벽한 존재일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주 나의 부족함에 고통스럽다.


이성애 앞에서의 갈등도 많겠지만 직장 내에서의 갈등은 또 어떠한가.


나는 오늘 이 갈등 앞에 처절하게 무너져내릴 것만 같다.


내가 하는 일은 페미니즘과 가장 거리가 먼 일이고, 성적대상화에 쉽게 오르내리는 직업군에 있다. 또한, 하아- 내가 그토록이나 끔찍하다고 생각하는 '늙고 돈많고 지위 있는 남자'와 함께 일하고 있다. 게다가 그 특징상 가부장제와 권력에 쩔어있어... 화를 참지 못하고 툭하면 소리 지르는 것이 특징인 사람....이세상 하등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존재. 있으면 그저 유해한 존재.. 그런 존재와 일하려다 보니 속이 타들어갈 때가 한두번이 아니고, '원래 저런 사람이다' 라고 무심히 넘기려고 해도,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무심할 수가 있어. 물론 예전보다, 이 일을 처음 시작할 때보다야 훨씬 강해지고 단단해졌지만, 그렇다고 내가 늘상 잘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은 늙은 남자의 사소한 짜증이 나의 화를 너무나 불러일으켜. 내 스트레스를 지켜본 회사 동료가 '차장님같은 꼴페미가 그 사람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니 극과극의 상황에서 진짜 버티기 힘들겠어요' 라고 말한다. 하아-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나는 왜 이곳을 박차고 나가지 않는것인가...



지금으로서는 1년만, 길어도 2년만 더 버티자 싶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면서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바꿔 나가자고.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하면 20년이상을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많은 '여자로서 일하는 것의 참담함'에 마주쳤는가. 게다가 '을로서의 참담함'까지...



그렇게 오늘은 상사 앞에서, 직업 앞에서 자꾸만 바닥으로 가라앉는다.

내가 바란 직업은 이게 아니었고, 내가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도 나는 이 일을 하는게 아니었다. 다만, 더 높은 연봉을 받아들이며 이 부서에 불려왔을 뿐인데, 그 연봉은 나의 스트레스 비용이었어.

이 부서로 옮김으로써 그리고 이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써 그간 들어온 무수한 말들도 생각난다. 일전에 구남친 중 한 명은 '니 직업에 대해 가족들한테 말하지 못했어, 그러면 너 예쁘고 날씬한 줄 알까봐' 라고 말을 했었고, 또 어떤 남자는 '그 직업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닌가 보네' 라고도 했었다. 그들도 세월만큼 더 늙었을텐데, 하등 쓸모없는 남자가 되어있겠지, 그 때처럼....



앞으로 일 년, 길면 이 년. 나는 무사히 이 날들을 참아낼 수 있을 것인가.

왜 참는 것은 내 몫이어야만 하는걸까. 내가 을이니까 그런건가...

출근길에 도넛츠를 잔뜩 사왔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늘 너무 힘드네. 여자인것도, 을인것도 힘들어...





어제 출글길에 읽었던 혁명의 영점에서 '우편주문 신부'라는 단어를 보았다. 어휴, 한숨부터 나오는데, 자, 우리 다같이 깊은 한 숨 쉬고 읽어보자.




특히 일부 아시아(태국, 한국, 필리핀) 지역에서 섹스산업과 섹스관광이 대중화되어, 베트남전 이후로 이런 국가들을 휴양 및 레크리에이션 지역으로 이용해 온 미군을 비롯한 국제 고객들에게 봉사 하고 있다. 1980년대 말 태국 한 곳에서만 5천2백만 명의 인구 중 백만 명의 여성들이 섹스산업에 종사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종종 노예에 가까운 조건에서 매춘부로 일하는 "제3세계"또는 그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들의 수가 어마어마하게 늘고 있다.

1980년대에 국제적으로 성행했던 "우편주문 신부"라는 이름의 "밀매"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한 곳에서만 매년 약 3천5백 명의 남성들이 우편주문으로 여성을 선택하여 결혼한다. 신부들은 동남아시아나 남아메리카의 최빈지역에서 온 젊은 여성들이며, 러시아 같은 구사회주의 국가 출신 여성들 역시 이를 이민의 방법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1979년에는 7,759명의 필리핀 여성들이 이 방법을 이용해서 필리핀을 떠났다. "우편주문 신부"라는 이름의 밀매는 한편으로는 여성들의 빈곤을,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과 미국 남성들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이용한다. 이런 남성들은 고분고분한 아내를 원하고, 해당 국가에서 머물기 위해 자신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취약점을 쥐고 흔든다.(p.132-133)



이 페이지를 읽다가 구석에 작게 '버스데이 걸' 이라고 메모를 해두었다. 까먹지 않고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아주 오래전에, 그러니까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였는지 아니면 졸업 후였는지 모르겠는데, 하여간 아주 오래전에 '니콜 키드먼' 주연의 《버스데이 걸》이 바로 그 우편주문 신부가 나온 영화인 것 같은 기억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러시아 여자로 가장하고 신부가 되기 위해 주문되어온 여자, 그래서 할 줄 아는 말은 'yes' 밖에 없었는데, 알고보니 이 여자가 사실은 러시아 여자가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여자였다... 뭐 이런 흐름이었던 것 같다. 하도 오래되어 기억이 이정도밖에 안나는데, 내 기억이 맞나 싶어 나는 니콜 키드먼을 검색창에 넣고 검색해 보았다.
















줄거리를 읽다보니, 맞아, 그러고보니 마지막에 남자가 살인 사건의 포로가 되는 것도 같았던 것도 같다..



[작품 소개]

평범한 소시민 존 버킹검은 근소한 차이로 과장 승진에서 누락되지만, 은행 금고 열쇠의 보관자로 임명된다. 언젠가 곤란에 처한 상황에서 훌륭하게 접객한 일도 있고, 소위 10년 근속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맡겨진 업무인 셈이다. 평소 말수가 적어 가깝게 지내는 동료도 없다. 태어나 자란 곳에서 줄곧 생활하고 있어 주민들에게 인지도는 높지만, 적극성의 결여로 호감도는 낮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개척 정신은... ‘0에 가깝다. 런던에서 60킬로 정도 떨어진 교외 센트 올반즈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고, 현재 사귀는 여자 친구도 없다.

 

지극히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존은 문득, 삶의 변화를 결심한다. 어찌 보면 비참할지도 모르지만, 한편으론 용기있는 행동이기도 한 러시아로부터 사랑을"이란 웹 사이트를 통해 신부를 주문한 것이다. 모스크바발 236편으로 도착한 신부를 본 순간, 존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게 된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아름다운 러시아 여성 나디아. 하지만, 황홀한 순간도 잠시. 그녀는 사이트에서 보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한마디도 못한다. 무조건 ‘YES’만을 중얼거리며, 연신 담배를 피워댈 뿐이다. 무엇보다도 대화를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의 열쇠라고 생각하는 존에게 나디아는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날이 밝기 무섭게 그녀를 반품하려던 존은 갑작스레 덮쳐오는 그녀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그녀의 현란한 바디랭귀지에 완전히 포로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두 사람은 자신들만의 색다른 로맨스를 만들어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나디아의 생일을 맞아 러시아에서 사촌 오빠라는 유리와 그의 친구 알렉세이가 들이닥치기 전까지는. 무례하고 폭력적인 그들로 인해 존의 평화로운 일상은 뒤죽박죽이 된다. 급기야 참다못한 존의 집에서 나가달라는 요구가 엉뚱하게 꼬이면서, 두 사람은 나디아를 인질로 존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나디아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10년간 근속해온 은행을 털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 존. 대체 나디아의 정체는 무엇일까...?




(혹시 위의 인용문이나 위 작품소개를 읽고 '여자들도 자기가 원하니까 신부로 팔려가겠다고 등록한 거 아니냐'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런 거 어디가서 반박하지 말고 조용히, 구석에 찌그려저서 '실비아 페데리치'의 《캘리번과 마녀》를 읽자. 모르면 막 말하면 안되고, 알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먼저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신부를 주문한 남자가 도착한 신부인 니콜 키드먼을 보고 너무나 아름다워 놀라며 좋아했던것 같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예뻤던 외모에 놀랐겠지. 만약 이것이 영화가 아니라 정말 있는 현실 그대로를 반영한 것이었다면 영화는 어땠을까. 우편으로 주문한 신부가 자기 생각과 달리 못생겼다면? 그랬다면 그들은 '반품'을 요청했을까?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에서는 신부를 주문한 남자가 착하고 순한 남자였던 걸로 나오고, 운좋게(?) 예쁜 여자를 신부로 맞아 들이게 나오는데, 나중에 사건이야 어떻게 흘러가든, 그러니까 인질이 되고 뭐 그렇든말든, 이 영화는 현실을 지나치게 미화해서, 아니 미화라기 보다는 구라에 가깝지 않나... 머릿속 '신부 사기'로 만들어낸 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 기억이 안나서 이렇게 얘기하지만, 막상 보고나면, '아 이것은 우편주문 신부라는 제도를 까기 위해 만든 영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될까? 그것이 얼마나 부조리한지 보여주기 위해 만든 영화인걸까? 아아, 기억이 안나 모르겠다.



영화속 주인공도 그렇고 그리고 현실에서도 그렇고, 남자는 '여자 없이' 못사는걸까? 외롭고 힘들면 여자를 만나야만 하는걸까? 너무 혼자 못서는 거 아닌가? 외국에서 신부를 '사와서' 결혼하는 남자들은 정말 '사랑을 하고 싶었으나 짝을 찾지 못해'라기 보다는 집에서 밥 차려주고 아이 낳아줄 여자를 원하는 것 같다. 그것이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거야? 뭐 그렇게 잘난 씨라고 퍼뜨리길 원해. 밥 스스로 해먹으면 되잖아. 요즘 전기밥솥이 밥 맛있게 잘해준다. 먹자마자 설거지하면 설거지 쌓이지 않고.


그러고보면 오래전에도 '술마시자'고 전화하는 남자들 보면 '다른 여자애들 데리고 나와'라는 말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나 지금 내 친구들하고 술마시는데 너도 술마시면 다같이 이리로 와' 라고 했었고. 무수히 들었던 말 중에는 '남자끼리 영화를 왜 보러 가', '남자들끼리 어떻게 노래방을 가' 였는데, 남자끼리 영화도 못보고 노래방도 못가면 어디 가요? 안마방? 룸싸롱? 어휴.. 여자 만나 술마시는 거 말고는 문화생활을 전혀 안하니... 남자들끼리 영화도 못보고 노래방도 안가면... 뭐해? 술 마시는데 꼭 여자들 부르려고 하는 것도 '남자들끼리 술마시면 무슨 재미냐'는 거였는데 ㅎㅎ 니네는 니네끼리 만나서 술마시면 재미도 없는데 뭐하러 만나서 그렇게 술 많이 마시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들끼리 재미없으면 재미있는 다른 친구를 사귀면 되잖아. 뭐 자기들끼리 할 줄 아는 게 없어. 아니, 여자 만나면 왜 갑자기 재미있어지는거야? 여혐을 스포츠로 즐기니까?




위에 인용한 우편 주문 신부에 대한 내용은 이 책의 <6장 신국제노동분업에서 재생산과 여성주의 투쟁> 에 나온다. 책 한 권에 죄다 밑줄 긋고 싶을만큼 명징한 내용들로 가득한데, 실비아 페데리치님, 앞으로 님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책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이토록이나 날카롭고 지성적인 여자분이라니, 나는 또 넘나 좋은 것이다.



언론은 우리가 그렇게 믿기를 바라지만, 끝나지 않는 전쟁, 학살, 자신의 땅에서 쫓겨나 난민으로 전락한 모든 사람들, 기근 등, 이 모든 것이 인종적, 정치적, 종교적 갈등을 강화한 극적인 빈곤화의 결과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 같은 참혹한 상황은 그 무엇도 이윤의 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시도와 토지관계의 사유화를 위해 필요한 보완장치이고 최근까지 토지와 자연자원에 접근할 수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이를 빼앗아 다국적 기업들에게 넘기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p.127)




몇 해전에 홍콩을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가사노동을 하던 외국인 여성들을 보고 엄청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다같이 바깥에서 한 데 모여 나와 쉬던 장면. 처음에는 그 장면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기사들을 보고 알게됐었다. 그리고 실비아 페데리치는 '신시아 인로'의 관찰을 빌어 이렇게 말한다.



신시아 인로Cynthia Enloe 의 관찰처럼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은 이민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유럽, 미국, 캐나다의 정부들이 여성운동의 기원과 맞닿아 있는 가사노동위기를 해결하고, 수천 명의 여성들을 "해방시켜" 가외家外 노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었다. 그리 많지 않은 정도의 급료에 집을 청소하고 아이를 돌보며 음식을 만들고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필리핀 또는 멕시코 여성들 덕분에 많은 중산층 여성들이 생활수준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원치 않는 또는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노동에서 탈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법"은 여성 내에 "하녀-주인여성"관계를 만들어내고, 이 관계는 가사노동을 둘러싼 편견, 즉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돈을 적게 지불해야 하고 가사노동에는 분명한 경계가 없다는 등등의 가정 때문에 더욱 복잡해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게다가 가사노동자를 고용할 경우 (국가가 아닌) 여성이 재생산노동을 전담하게 되기 때문에 남성파트너와 가사노동분담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할 일이 사라지면서 가족 내 노동분업에 저항하는 투쟁이 약화된다. 이민자여성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가사노동자는 월급이 박한데다, 자신의 가족을 남겨두고 온 입장에서 다른 이들의 가족들을 돌봐야 한다는 점에서 가사노동자로 취업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선택이다. (p.130-131)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지만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든다. 내가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갔던 것들이 책을 읽다 보면 '아, 이게 그거였구나' 하고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경험들은 의미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처음 홍콩에 갔을 때 마주친 풍경들이 오래 남았고 그래서 오래 홍콩을 싫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홍콩만의 문제일까. 나는 세계 어디를 가도 빈부차를 눈앞에서 목격했더랬다. 싱가폴에서 호텔에 들어와 틀어둔 텔레비젼에서는 명품 광고를 해댔지만, 내가 바깥으로 나가서 만나는 풍경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물론, 그건 내가 이 나라에 오래 살면서 스스로 실감하는 바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삶과 내가 보았던 나와는 다른 삶이 결국은 여성혐오라는 것에서 하나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빈곤이 어디에나 있듯 여성혐오도 어디에나 있으니까. 또한 빈곤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공격하는 대상이 바로 여성이니까.



꼭꼭 씹어가며 읽느라고 읽고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좀 더 잘 읽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똑똑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똑똑하지 않다는 것만 이렇게 더 잘 인식하게 될까. 그래도 똑똑한 여자들의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어떻게든 도움이 된다. 내가 세상의 모든 강간범을 없앨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똑똑한 여자의 글을 읽고 쓰면서 그리고 또 친구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인용하면서 여성 작가가 한 번 더 언급된다. 그 말은 누가 한 말이야, 누가 그렇게 했는데, 라고 하는 것들의 많은 퍼센테이지를 여성들의 것으로 바꾸고 싶다. 결국은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혐오에서도 더 멀어질 수 있는 길이란 생각이 든다. 알쓸신잡에 남자들만 수두룩하게 나왔던 것처럼, 그런 것들만 많이 보고 읽다보면 인용하는 것들이 죄다 남자들의 입을 빈 것이니까. 나는 세상에 더 많은 여자들의 생각과 사고가 스며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좀 더 여성의 이야기를 읽고 말하여야 하고.



2월이 어느틈에 사흘 밖에 안남게 되었을까.

오늘 출근길도 그리고 회사에서도 너무 힘들어서, 얼른 가버려랴 2월, 했다. 그래도 가장 짧아 아쉬운 달인데, 이러면 안되는 거겠지. 남은 날들 잘 지내보자, 2월. 그리고 내가 이번 달 안에 혁명의 영점 다 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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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2-27 2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올해들어 알라딘에서 읽은 글 중에 제일 좋은 글이다...... 😍

다락방 2019-02-27 21:59   좋아요 1 | URL
아이쿠, 너무 근사한 칭찬이다! 🥰

2019-02-28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3-04 12:03   좋아요 0 | URL
지적해주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ㅎㅎ
제가 걍 알라딘 창 열고 다다다닥 등록하기 때문에 제 오탈자를 넘겨버리기 일쑤에요. 앞으로도 많은 지적 부탁드려요.

심술 2019-03-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보다 직급이 낮은 다락방님 사무실 사람들 가운데
다락방님을 ‘꼴페미‘라고 아무 걱정 없이 부르는 이들 비율이 문득 궁금해요.
몇 퍼쎈트인지 알 수 있나요?

다락방 2019-03-04 12:04   좋아요 0 | URL
아, 딱 두 명 밖에 안돼요. 평소 저랑 친하고 사적인 이야기 나누는 직원이 두 명밖에 없답니다. 다른 직원들과는 딱히 이런 얘기를 하진 않아요. 퍼센테이지는 그래서 의미 없을 것 같아요.

심술 2019-03-06 10:26   좋아요 0 | URL
잘 알았습니다.
 















자, 달이면 달마다 오는 바로 그, '여성주의 책 같이 읽기' 도서 알립니다.

3월의 같이읽기 도서는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입니다.


제가 오늘 바빠서 미친듯이 일하다보니, 퇴근시간에야 퍼뜩, 아이고야? 이번주말은 벌써 3월이 되네? 했지 뭡니까? 그래서 같이읽는 분들 미리미리 책 준비하시라고 부랴부랴 3월 도서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일전에 한 번 예고한 바도 있지만, 자, '거다 러너'의 가부장제의 창조, 다들 읽을 준비 단단히 하시고요.



내일쯤 《혁명의 영점》페이퍼도 하나 올릴겁니다. (오늘 올리고 싶었는데 일이 많아서 ㅠㅠ)

그런데 여러분 어째서 왜 때문에 혁명의 영점 페이퍼는 올라오지 않는가...왜때문이죠?

그리고 캘리번과 마녀도 왜 때문에 완독인증한 사람이 없는거죠? 왜 때문이죠?

여러분 지치는가..

지치지마요...

기운내요.

힘내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2월 이제 며칠 안남았어요. 힘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자, 저는 혁명의 영점 2월 안에 끝낼 예정이고 3월에 바로, 가부장제의 창조 갑니다. 고고씽!!

같이 하실 분들은, 자, 같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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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9-02-25 2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월에 <가부장제의 창조> 같이 읽을께요 .
<캘리번과 마녀> 오늘 다 읽었는데 페이퍼를 못 써서...
여기에다가 변명 쓰면 되는거죠? ㅎㅎㅎㅎ
<혁명의 영점> 시작하자마자 <가부장제의 창조> 들어가야겠군요.
얼른 주변 정리하고 돌아올께요^^

다락방 2019-02-25 19:56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님, 사실 저는 좀 무섭고 떨리고 그래요. 가열차게 읽어왔는데 가부장제의 창조를 소화할 수 있을까? 막히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ㅜㅜ 저는 일단 목요일까지 혁명의 영점 끝내고요, 다음주부터 가부장제의 창조 들어갈까 해요.
정리 차분히 하고 돌아오세요, 단발머리님. 기다릴게요. 항상 같이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공쟝쟝 2019-02-25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이 독서 클럽(?)에 지치지 않았어요!!! 마감이 안끝날뿐ㅋㅋㅋㅋㅋㅋㅋ ㅠㅠ 진짜 너무 읽고 싶은데 일끝내고 나면 아무 생각이 없어서 가벼운 책들만 보다 자네요. 이번껀 끗나면 일주일내내 밀린 책들 다 읽을 거에요 약속약속!!!

다락방 2019-02-26 08:39   좋아요 2 | URL
ㅎㅎ 쟝쟝님, 제가 쟝쟝님과 이 시간들을 같은 책으로 함께 보내게 되어서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 모르실겁니다. 전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읽는 것도 의미있지만 같이 읽고 있는 사람이 저 어딘가에 있다는 게 저는 너무너무 좋아요.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늘. 게다가 지치지 않으셨다니, 저도 힘이 되네요. 우리 계속 힘차게 달려봅시다. 쟝쟝님 일이 밀리신 것 같아 부담..을 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지만 ㅠㅠ
천천히 가요, 쟝쟝님. 우리 천천히 갑시다. 그래야 꾸준히, 오래, 힘내서 가지요. 헷.

지난번에 쟝쟝님이 자라고 있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되었어요. 우리 같이 성장합시다!

공쟝쟝 2019-02-26 09:41   좋아요 1 | URL
제가 독서 년차도 아주 짧고 이바닥 (?) 사람들 처럼 넓고 깊은 독서력에 비하면 넘 미비한 초짜 독서쟁이라 책읽는데 시간이 오래걸려요 ㅜ_ㅜ 게다가 요 페미니즘 책들은 심호흡하고 읽지 않으면 (누워서 읽을 수는 없더라고요) 안되는 장르에 두꺼워서 조금씩 밀리네요. 아주 기분 좋은 부담감이고 긴장감이구, 그래도 한발한발 함께 읽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의미있고 좋아요. 그러니까 함께 해요! 락방님! 쿄쿄... 전 그럼 ....... 일하러.......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

2019-02-26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1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2-2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랙겟타 2019-02-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그 외침속엔 제 지분이 상당하겠네요. ㅠㅠ
바쁘신 다락방님께서 꾸준히 달리고 계시는데도 함께 달리지 못해 죄송하네요.
몇주간 시간이 안 났던 것도 있고, 가볍게는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여기까지 왔다는 말... 전혀 변명이 안되겠죠?? ^^;;;
위의 쟝쟝님 말씀과 비슷하게 저는 너무 심호흡하고 읽으려하다보니 글을 1도 안쓰는 상황이네요.
너무 돌다리를 두드리고 가고 있었네요. ^^;;
다행인건 지치진 않았어요! (이것도 변명이 될지? ;;)

현재상황은 오늘내로 얼마안남은 캘리번과 마녀 다 읽고 바로 이어서 혁명의 영점도 읽을예정입니다.

최대한 2월 책은 2월에 끝내도록 할려구요.

아, 3월 만큼은 꾸준히 글 쓰겠다는 의미(?)로 3월도 당연히 함께 할께요!

다락방 2019-02-26 14:27   좋아요 1 | URL
블랙겟타님, 지치지 않았다는 말씀이 정말 반갑습니다. 게다가 그 말은 제게 힘이 됩니다.
옆에 같이 가는 동료가 지치지 않는다는 거, 정말 좋잖아요! 함께 힘을 내봅시다.
그리고 3월에도 함께 읽겠다 해주셔서 감사해요. 블랙겟타님과 제가 함께 책을 읽는 일이 그 전에도 없었을 뿐더러 아마 앞으로도 드물지 않을까요. 그러나 이렇게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에 기꺼이 동참해주셔서, 어쩌면 전무후무할지도 모를 일을 지금 우리가 하고 있네요. 고맙고 감사한 일입니다.

3월엔 좀 더 자주 만나요, 블랙겟타님! 3월 도서 미리미리 준비해 두시고요! 후훗.
 















《캘리번과 마녀》때도 그랬는데 이 책 《혁명의 영점》에도 '서문'이 있는데 '들어가며'도 있다. 아아, 실비아 페데리치는 왜 본문에 들어가기까지가 이다지도 힘든가. 게다가 서문이며 들어가며 읽는 글이며 쉽지도 않아. 아아, 도대체 본문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긴장되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렇게 본문에 똭- 들어갔는데, 와-


신이시여.


정말이지, 인정사정없이 도끼를 가지고 휘두르는 느낌이다. 기다랗고 날카로운 무기로 거침없이 쑤셔버리는 느낌이야. 몇 장 읽지 않은 본문에서, 와- 잔인한 말들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가사노동은 다른 직업들과 같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조작행위이자 자본주의가 노동계급의 분파들을 상대로 이제까지 자행했던 폭력 중에서 가장 미세한 폭력임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p.38)



임금을 받는다는 것은 사회적 계약의 일부가 됨을 의미하고, 그 의미에 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노동자가 일을 하는 것은 그 일을 좋아하기 때문도, 그 일이 자연스럽게 그 노동자에게 찾아왔기 때문도 아니다. 그 일이 삶을 허락받는 유일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p.38)



가사노동의 차이는 여성에게 강요된다는 점뿐만 아니라 내면 깊이 자리한 여성 특유의 기질에서 비롯된 자연적 속성, 내적 욕규, 열망[에서 기인한 행위]로 변신했다는 점에 있다. 즉, 가사노동은 부불노동이라는 운명 때문에 노동으로 인식되기보다는 타고난 자질에서 비롯된 행위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자본은 우리에게 가사노동이 자연스럽고 피할 수 없으며 심지어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이라는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우리가 무임금노동을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결국 부불 가사노동이라는 조건은 가사노동은 노동이 아니라는 보편적인 가정을 강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덕분에 전 사회가 비웃어마지 않는 사유화된 부엌-침실에서의 말싸움 정도를 제외하면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거부하는 투쟁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고, 이 때문에 투쟁의 참가자가 대폭 줄어들었다. 사람들은 우리를 투쟁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바가지를 긁는 년들이라고 생각한다.(p.38-39)




사랑 때문에 결혼한다는 환상을 품고 있는 여성들이 많고, 돈과 안전 때문에 결혼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사랑이나 돈은 결혼과 거의 관련이 없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엄청난 노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힐 때가 이제는 되었다. (p.39)



자본은 여성을 희생하여 진정한 걸작을 만들어냈다. 가사노동에 대한 임금지불을 거부하고 가사노동을 사랑의 행위로 바꿔 놓음으로써 일거다득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먼저 터무니없이 많은 양의 노동을 거의 공짜로 획득했고, 여성들이 이에 거부하는 투쟁을 일으키기는커녕 인생 최고의 일로 가사노동을 추구하게 만든 것이다. (p.40)



자본은 여성이 남성노동자의 노동과 임금에 의존하게 만듦으로써 남성노동자 역시 통제했다. 그리고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 뒤 집에 가면 부릴 수 있는 하녀를 붙여줌으로써 이 통제에 순응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여성의 역할은 임금을 받지 않으면서도 행복한,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운 "노동계급"의 하녀가 되는 것이다. (p.40)




하느님이 아담을 즐겁게 하기 위해 이브를 창조하신 것과 똑같이 자본은 남성노동자를 육체적, 정신적, 성적으로 충족시키고, 그의 아이들을 키우며 그의 양말을 기우고 자본이 그를 위해 마련한 사회적 관계(고독의 관계)와 노동 때문에 그의 자아가 산산조각 났을 때 이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도록 주부를 창조해냈다. 바로 여성이 자본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역할과 관련된 바로 이 같은 육체적, 정신적, 성적 서비스의 독특한 결합 때문에 주부라는 이름의 하녀라는 독특한 집단이 만들어지고 주부의 노동이 힘겨우면서도 동시에 눈에 띄지 않게 된 것이다. (p.40-41)




대부분의 남성들이 첫 직장을 잡자마자 결혼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직장이 생기면 결혼비용이 생기기 때문도 있지만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누군가 집에 없을 경우 조립라인이나 책상 앞에 앉아서 하루를 보내고 난 뒤 미치지 안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p.41)




와... 실비아 페데리치는 뭐, 생각하는 걸 그대로 그냥 쏟아내버렸다. 위에 인용한 부분들이 36-41 페이지의 부분들인데, 사실 그냥 본문을 다 옮겼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무지개 색연필 들고 책 읽다가 너무 줄을 그어대서, 아아, 얼마전에 열자루 사놓길 잘했다고, 내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담쓰담. 보면, 참.. 애가 현명해. 앞을 내다볼 줄 알아..



아아, 여러분 혁명의 영점을 시작합시다.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겁나 흥분되고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합니다. 아아아아. 미치겠다 진짜.

책날개 보면 실비아 페데리치의 책 두 권이 '근간' 이라고 되어있던데, 네, 제가 다 읽겠습니다!



이 책 다 읽기 전에 무지개색연필은 준비해 두었는데, 아무래도 스티키 북마크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스티키 북마크 주문하기 위해 책을 좀 주문해야겠네. (응?)


아아, 여러분, 혁명의 영점 읽읍시다. 와- 세 장 읽었는데 장난 아니네요. 피가 끓어올라요.



부글부글 부글부글..


이 책 필사해볼까? 라고 생각하다가 아아, 귀찮다, 그러지는 말자, 하고 금세 포기했다. 킁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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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21 1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2-21 14:24   좋아요 0 | URL
ㅎㅎ 수정했어요. 감사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캘리번과 마녀 - 여성, 신체 그리고 시초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31
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김민철 옮김 / 갈무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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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에는 "인클로저"가 전문용어였다. 인클로저는 잉글랜드에서 지주와 부농이 공동체적 토지소유를 제거하고 자신들의 토지보유를 확대하기 위해 이용한 일련의 전략을 가리켰다. 그것은 주로 공동 경작제open-field system를 폐지하는 것을 의미했다. 공동 경작제란 주민들이 경계 없는 밭에서 서로 인접하지 않고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토지를 갖는 체제다. 또 인클로저는 공유지에 울타리를 치는 것과, 토지가 없지만 관습권 덕분에 생존할 수 있었던 가난한 농민들의 판잣집을 철거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을 전체가 절망에 빠지는 동안, 사슴 사냥터와 방목지를 만들기 위해 넓은 땅에 울타리가 설치되었다.

인클로저는 18세기까지 지속되었다(Neeson 1993). 그러나 종교개혁 이전에도 이미 2천 개가 넘는 촌락공동체가 이런 방식으로 파괴되었다(Fryde 1996:185). 농촌 마을의 몰락이 어찌나 가혹했던지 1518년에, 그리고 1548년에 조사를 명령했다. 왕립 위원회가 여럿 만들어졌지만, 대세를 멈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대신 격렬한 투쟁이 시작되어 무수한 봉기로 이어졌고, 토지사유화의 장단점에 대한 긴 논쟁이 뒤따랐다. (p.111-112)





자본주의 시초부터 전쟁과 토지사유화를 통해 노동계급의 궁핍화가 시작되었다. 이것은 국제적 현상이었다. (p.109)



유럽에서 토지사유화는 15세기 후반에 식민지 팽창과 동시에 시작되었다. 그것은 거주자 추방, 지대 인상, 빚을 지게 하여 토지를 팔게 하는 국세 인상 등 다양한 형태를 취했다. 이것들을 모두 토지 수용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폭력이 수반되지 않은 경우에도 토지 상실은 개인이나 공동체의 의지에 역행해서 이루어졌고 이것은 생존기반의 파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p.109)




토지 사유화가 시작되면서 자신의 땅을 갖지 못한 농민들은 더 가난해졌고 식량 부족에 시달려야했다. 더 나은 제도라고 설득하던 사람들이 진행한 토지사유화는,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들었고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하게 만들었다. 부자들의 창고에는 곡식이 쌓여가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몇 끼를 연달아 굶는 일이 허다했다. 당연히 사람들(대체적으로 여자들)은 봉기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제도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입에 밥을 넣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했고, 그렇게 자본주의안에서 노동자의 육체노동은 제1생산수단이 된다. 가난한 자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범죄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는데, 이에 따라 국가에서는 그들을 더 압박하고 규제를 가하기 시작한다. 이른바 사회무질서를 막기 위한 혹은 엄격한 도덕 개혁 이었다.

인구는 감소하고 경제적으로는 위기였던 이 때 여성들에게는 더욱 가혹한 시기가 찾아온다. 모두 하나되어 여성혐오를 하기 시작했으며, 여성을 더 코너로 몰았다. 여기 있으면 안돼 저기로 가, 거기도 안돼 저 쪽으로 가, 그렇게 자꾸만 코너로 몰리던 여성들은 자신들이 살아갈 방법을 기어코 찾아내려 했으나, 그건 또 법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처형되어야 했다. 읽다말고 나는 책장 한구석에 '어쩌라고' 라는 낙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여성은 대대적인 박해를 받게 되었다. (p.145)



두 세기 동안 지속된(18세기 말에도 여전히 유럽에서 여성은 영아 살해로 사형당했다) 이 정책들의 결과 여성들은 출산노예로 전락했다. 중세에는 여성이 다양한 형태의 피임법을 쓸 수 있었고 분만과정에서 확고한 통제를 행사했지만, 이제 그들의 자궁은 남성과 국가가 지배하는 공공영역이 되어 버렸고, 출산은 자본주의 축적이라는 목적에 직접적으로 봉사하게 되었다. (p.14)



여성은 원래 그들만의 직업으로 여겨지던 맥주양조나 산파 일에서 밀려나고 있었고, 여성고용에 대한 새로운 제한들에 묶이게 되었다. 특히 프롤레타리아트 여성은 최하층의 직업 말고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여성 노동인구 3분의 1은 하녀였고, 나머지는 농장 일 · 방적 ·뜨개질 ·자수 ·보따리장사 ·유모와 같은 일에 종사했다. 비스너Merry Wiesner가 말하듯이, 법률 ·징세기록 ·동업조합법령에서 여성은 집 바깥에서 일하지 말아야 하며 남편을 돕는 방식으로만 "생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가 힘을 얻고 있었다. 심지어 여성이 집에서 한 일은 그것이 내다 팔기 위한 노동일지라도 비노동non-work 이라는 주장도 나타났다(Wiesner 1993:83ff). 따라서 여성이 가족이 아닌 사람이 입을 옷을 만드는 경우 이는 "집안일"로 간주되었지만, 남성이 옷을 만들면 "생산적" 노동으로 간주되었다. 여성노동이 이처럼 평가절하 되다보니 시정부는 동업조합들에게 여성의(특히 과부의) 생산물은 무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여성의 가사노동은 진정한 노동이 아닌데다가 공공부조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비스너에 따르면 부양의 책임을 지고 있던 여성들은 이 허구를 받아들였고, 심지어 마뜩치 않아 하면서도 일자리를 구하려 다녔다(같은 책: 84-85). 곧 가내여성은 모두 "집안일"로 분류되었고, 가외여성노동에 대한 보수도 남성노동의 보수에 비해 적었으며 생계유지에도 불충분했다. 결혼이야말로 여성의 진정한 직업으로 인식되었다. 여성은 당연히 생활능력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게 돼서, 독신여성은 설사 임금을 받고 있는 경우라 해도 마을에 정착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토지를 상실한 여성들이 임노동에 고용될 힘까지 잃어버리자 결국 매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라뒤리Le Roy Sadurie가 말한 것처럼, 프랑스 어디에서나 창녀의 수가 늘어났음이 명백했다. (p.152)




어떤 일도 여성이 해서는 안되고, 설사 일을 한다 해도 그것이 노동은 아니야, 라고 정한 세상에서, 그래놓고는 여자들은 생활능력이 없어..라고 말하는 부분은 대체 어느 똥머리에서 나온걸까? 다 못하게 해놓고서는 '역시 쟤네는 안돼, 능력이 부족해' 해버리면, 뭐 대체 어쩌라는건지? 그건 여자라서가 아니라 거기에 어떤 누구를 갖다 놨어도 마찬가지가 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여자가 먹고 살아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니 코너에 몰려서 찾아한 게 매춘.

하아- 그런데 이놈의 세상은 여성에게 매춘은 안된다고 한다.




많은 여성인구에게 매춘이 생계수단이 되자 제도권의 시각이 바뀌었다. 중세 후기에는 매춘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였고 창녀들이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던 반면, 16세기에는 상황이 반전되었다. 종교개혁과 마녀사냥의 전진으로 특징지어지는 격렬한 여성혐오의 시대가 오자, 매춘은 새로운 제한에 묶이게 되었고, 곧 불법화되었다. 1530~1560년 사이에 여러 도시에서 매음굴이 폐쇄되었고 창녀들, 그 중 특히 길거리에서 호객하는 자들은 추방, 채찍질, 그리고 그밖에 온갖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되었다. (p.153)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빡친 부분이었다. 다 하지 못하게 해놓고, 그래도 죽을 수는 없으니까 간신히 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아 하려고 했더니, 그건 또 안된다고 추방하고 처벌을 한다. 그러니까, 여자들은 시키는 것만 해야하는 거다. 너희들은 남자랑 결혼해서 애만 낳아, 그게 너희들이 할 일이야. 사회가 여자들에게 허락한 것은 단지 그뿐이었다. 아이와 먹고 살기 위해 거리로 내몰려 일을 하려고 해도, 그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휴... 진짜 인간들 머리에서 이렇게까지 한 성별을 코너로 몰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매춘이란 것은 정말이지 놀랍다. 성을 파는 여자를 세상 험한 여자로 욕을 하는데, 성을 사는 남자에 대한 욕은 없다. 심지어 그 성을 사면서 뒷골목에 들어가고 여자를 부르고 돈을 내는 남자들조차도, '창녀는 안돼'라며 그들과 자신을 선긋기 한다. 니네가 산거잖아. 나와 당신의 만남, 거래인데 왜 한쪽은 세상 천박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한쪽은 당당한 사람이 되어 창녀를 욕하면서도 '나도 해봤지, 남자는 누구나 다 해봐'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성매매라는 것에 대해 나는 계속 생각하는데, 정말이지 이건 구매하는 남자들을 처벌하는 것 말고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성매매 여성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성매매가 없어지지도 않고, 창녀라는 욕을 뒤집어쓴채로 계속 이 제도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남자들은 자신이 욕을 먹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벌을 받는 것도 아니니까.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것은 여성들이니까. 남자들은 그것이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으로 여자들이 벌을 받거나 죽음에 놓이더라도,관계없이 다음날 또다시 성매매를 하러 가는 거다. 이래가지고 성매매가 어떻게 없어질것이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혐오가 어떻게 없어지겠는가.

그러나 성을 구매하는 남자들을 처벌하고, 그들을 향한 욕이 있다면, 앞으로 성매매를 하러 가려다가도 주춤하게 되지 않을까. 내가 이러다가 괜히 들켜가지고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건 아닐까, 라는 걱정근심을 좀 하게 해야하는 거 아닐까. 나는 진짜 너무너무 이상하다. 성매매 하는 남성이 성매매하는 여성을 욕하면서 산다는 게. 게다가 연애와 결혼 상대로는 성매매 여성을 껴넣지도 않아. 그런데 또 결혼해도 성매매는 한다. 이 스스로의 모순에 대해서 저들은 아무 생각도 없나? 그들은 내가 아니고 나도 그들이 아니지만, 나는, 나의 사소한 내적갈등에도 되게 힘들어하는 사람이라, 그런 스스로의 모순-내가 성매매하는데 성매매하는 사람을 세상 천박하게 욕하고 배척한다-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지 못할것 같다. 그러고보면 남자들은 참 세상 편하게 산다.


좋겠수다..




그러나 이렇게 코너로 몰아 여성들을 아무일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게 끝이 아니었다. 오, 신이시여..나는 이 빡침이 금세 희미해짐을 느낀다. 마녀사냥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아-




피고에 대한 고문이 보여 준 성적 가학증은 역사상 필적할 데가 없는 여성혐오증을 보여 주는데, 이는 마법을 범죄의 하나로만 보았을 때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표준적인 절차에 따르면, 피고를 발가벗긴 뒤 몸에 있는 모든 털을 제거한다(악마가 털 속에 숨어있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마치 잉글랜드의 주인들이 도망노예들에게 하듯) 악마가 자신의 피조물에 남겨 놓은 표식을 찾기 위해 질을 포함한 온몸을 긴 바늘로 쑤신다. 종종 순결의 상징인 처녀성을 검사하기 위해 강간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자백을 하지 않으면 더욱 혹독한 시련이 기다린다. 사지를 찢고 쇠의자에 앉힌 뒤 의자 밑에 불을 지피는가 하면 뼈를 으스러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을 교수형이나 화형에 처하는 경우 이들의 최후를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 각별하게 주의를 기울였다. 처형은 마녀의 아이들을 비롯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참석해야만 하는 중요한 공식행사였다. 특히 마녀의 딸인 경우 때로는 엄마가 산 채로 매달려 화형당하고 있는 화형대 앞에서 채찍에 맞을 수도 있었다.

따라서 마녀사냥은 여성에 대한 전쟁이었다. 이는 여성을 비하하고 악마화하며 이들의 사회적 권력을 파괴하기 위한 집단적인 시도였다. 동시에 고문실에서, 그리고 마녀들이 죽어가던 화형대에서 여성성과 가정에 대한 부르주아적 이상이 구축되었다. (p.274-275)







그러니까 코너로 몰고 몰고 또 몰다가, 이젠 숫제 끌고나와 죽여버리는 것. 가난하고 힘없는 나이 많은 빈곤여성들을, 이제 세상이 마녀로 몰아 죽이기까지 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 마녀에 대해 '마녀가 아니다' 라거나, '그런 짓은 옳지 못하다' 라며 대항하지 못한다. 자신들이 외려 마녀로 몰려 같이 처형당할까 두려워서. 마법을 쓰고 남자를 유혹하고 사탄과 결합했다는 이 말도 안되는 가정을, 그 시대의 지식인들 남자가 찰떡같이 받아들이고 온 몸으로 빨아들인다. 오, 지식인 남자들이여...진보 똥남들이여.....




베이컨 ·케플러 ·갈리레오 ·셰익스피어 ·파스칼 ·데카르트 같은 "천재들의 세기"에,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승리를 거두고 근대 과학이 탄생했으며, 철학적 ·과학적 합리주의가 발전했던 그 시절에, 마녀의 사술은 유럽의 지식인 엘리트들이 가장 좋아하던 토론주제였다. 판사, 변호사, 정치인, 철학자, 과학자, 신학자 모두가 이 "문제"에 정신이 팔려 소책자와 악마론을 저술했고, 이것이 가장 비도덕적인 범죄라는 데 동의했으며, 이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p.246)



지식이란 무엇인가.

공부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책을 읽고 공부했단 말인가, 지식인 엘리트들이여...




가톨릭과 청교도 국가 모두 다른 모든 영역에서는 서로 전쟁을 치르면서도 마녀를 박해할 때만큼은 어깨를 걸고 뜻을 같이했다는 사실은 마녀사냥의 정치적 본성을 깊이 드러낸다. 따라서 마녀사냥은 종교개혁으로 인한 분란 이후 유럽 통합의 첫 사례이자, 새로운 유럽 국민국가의 정치에서 최초의 통합의 장이었다는 주장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마녀사냥은 모든 국경을 넘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독일, 스위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스웨덴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교회는 어떤 공포를 느꼈기에 합심하여 이런 집단학살 정책을 펼쳤던 것일까? 왜 이렇게 극심한 폭력이 횡행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왜 그 주요 대상이 여성이었던 걸까? (p.247-248)



그렇게 통합되니까 좋아?

위의 인용문을 읽다가 나는 한국의 현재가 생각났다. 자신들이 욕하던 일베와 하나되어 워마드를 사탄으로 취급하던 남자들의 모습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워마드와 메갈, 남성을 한남이라 부르는 여자들 앞에서 그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단결했다. 하하하하. 아마 그들은 이렇게 대답하지 않을까. '왜냐면 워마드는 진짜 마녀니까!'.........

그렇게 통합되니까 좋아?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지배계급은 여성을 탄압함으로써 프롤레타리아트 전체를 훨씬 효과적으로 억눌렀다. 지배계급은 이미 토지를 빼앗겨 빈곤해지고 범죄자로 몰린 남성들이 자신의 불행을 거세의 힘을 가진 마녀의 탓으로 돌리게 만들었고, 여성들이 당국에 저항해 획득한 힘을 자신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대부분 교회의 여성혐오적인 선동 때문에)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깊이 품게 된 모든 공포는 이런 맥락에서 동원되었다. (p.281)




일자리에서 차별을 당하고 임금에서도 차별을 당하는 여성들은, 그전에 이미 자라면서 학교에서도 차별을 당하고 있다. 단순히 사회적 제도의 차별을 넘어서 성추행과 성폭력에도 노출되는데, 성인이 되어서는 김치녀와 된장녀라는 혐오 발언 앞에 노출되어, '혹시 내가 그런 여자는 아닐까' 주춤하며 '나는 달라'를 보여주기 위해 애를 써야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외치는 여자들에게 이제는 여자들이 임금이 더 많다, 역차별이다로 대응하는 사람들은, 같은 조건의 남자들과 임금을 비교하지 않는다. 머릿속에 '여자는 일단 나보다 적게 받아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니, 다른 조건으로 비교하며 역차별 운운한다. 지금 이 시대를 살면서 '옛날에 비하면 여자들 정말 살기 좋아졌지'를 말하는 건 도대체 어느 똥대가리에서 나오는건가. 그러는 당신은 지금 옛날에 살고 있는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건 당신과 내가 마찬가지인데, 어째서 여자들에게는 '옛날에 비하면'이라는 전제를 붙이는가. 그걸 붙이려면 같이 붙여야 한다. 그리고 인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로부터 빠져나와야 한다. 언제까지 옛날에 붙들려서 헛소리 하고 있을텐가. 그러니까 멍청한거야.


정희진 쌤이 강연에서 앞으로 지식의 격차는 더 커질것인데, 가장 똑똑한 건 진보페미니스트가 될것이다, 라고 말했던 것은 내가 보기에도 사실이다. 이미 그 일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계속해서 '과거에 비하면', '아랍에 비하면', '아프리카에 비하면 '같은 소리하는 남성들에게 발전은 도대체 찾아오기나 할것인가.



여성혐오와 마녀사냥까지 이르는 이 책을 읽노라면, 그 분노가 단순히 이 책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 이곳이라고 해서 도대체 뭐가 다른가. 여성이 자신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평범한 한국남자나 정부나 마찬가지 아닌가. 여성 가임기 지도를 만들고(맙소사..), 여성들이 결혼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직장에 다니게 해서는 안되고..(얼씨구), 그런 큰 그림을 그려가며, 작게는 구석구석에서 남자들이 여성혐오를 한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셔도 안되고 샤넬백을 가져서도 안돼. 수줍게 얌전하게 남자에게 웃어줘야하고, 남자가 원하면 반항하지 말고 섹스를 해줘야 해. 그런 여자를 원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나서는 여자들을 보니 화딱지가 나고, 자기를 떠받들어 줘야 되는데 그렇게 하질 않으니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다. 자기랑 자야되는데 자주질 않으니 강간을 해.. 못났다 진짜..

그런 모든 열등감들이 모여, 하나의 잘못이 드러났다치면 여성을 아예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이것은 마녀사냥과 다른가? 여성의 몸을 도구화하고, 몰래 촬영하고, 그걸로 돈을 버는 거대한 알탕카르텔은, 중세에 마녀사냥하던 때랑 다른가? 강간을 저지르고 미성년자 성매매를 해도 버젓이 텔레비젼에 나와서 멀쩡하게 돈 벌고 사는 남자들이 있는 지금 한국은, 마녀사냥으로 신나게 토론하던 때와 다른가? 부자들은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들은 더 가난하게 된 이유가 여성들이 사회진출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지금은, 그 때랑 다른가?




제대로 까기 위해서는 제대로 알아야 하고,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제대로 읽어야한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빈곤한 사회에서 여성이 무시되고 배제되고 죽어나갔음을 이야기하며, 맑스와 푸코가 무시하고 넘어갔던 것, 모른척하고 넘어갔던 것들에 대해 얘기한다. 그들이 부러 무시했든, 몰라서 보지 못했든, 그들은 여성이 죽어나가는 현실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자본론》을, 그리고 《성의 역사》를 어떻게 그렇게 비판하며 읽을 수 있었을까. 모두가 위대한 저서로 얘기하는 그 책을 비판할 수 있었던 그 지식과 용기는 어디에서 온것일까.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과 《템페스트》를 읽고 나름 준비하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지만, 처음에는 어려워서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았다. 내가 이 책을 이해 할 수나 있을까, 아직 내게는 지식이 부족한 게 아닐까, 몇 번이나 스스로를 원망했는데, 읽으면서 친구랑 얘기하고 또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어느틈에 내가 내용 파악을 하고 있었다. 내용파악이 안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이게 중세시대의 얘기라고 해도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혐오와 페미사이드.



이 책은 결코 쉬운 책이 아니고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도 아니기에, 그렇기에 먼저 완독한 사람으로서 약간의 팁을 드리고자 한다. 일단, 《템페스트》를 먼저 읽어두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된다. 템페스트 읽으면서 '마녀', '사생아,' 괴물'에 분노했는데, 거기에는 여성혐오만 있었던 게 아니라 계급과 인종차별도 있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실비아 페데리치가 짚어주는 거다. 얼마나 짜릿했는지! 이래서 독서를 하는거라고 흥분했다. 책을 읽고 또 읽는 것이 내 배경지식을 만들고, 그렇게 쌓인 배경지식은 '더 좋은 독서'로 이끄는 게 틀림없다. 템페스트를 읽지 않는다고 해서 이 책을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읽는다면 분명 더 좋은 독서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맑스의 《자본》과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어두었다면 역시 더 좋은 독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읽지 않았다고 해서 위축되지 않아도 좋다. 이 책, 《캘리번과 마녀》를 읽고나니, 이 책을 읽은 후에 자본과 성의 역사를 만나도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자, 캘리번과 마녀를 읽었는데, 어디, 맑스랑 푸코가 무슨 소리 했는지 보자, 라고 책을 펼쳐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마 다른 식의 접근과 다른 식의 이해가 가능해질 것이다. 다르면서 더 넓은 접근.



준비과정의 팁이 위와 같다면, 읽는 중간의 팁으로는 수시로 말하고 쓰라고 하고 싶다. 입밖으로 내지 않으면 정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입밖으로 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정리가 되곤 한다. 나 모르겠는데, 파악이 안돼, 라고 하다가도, 글을 쓰다 보면, 혹은 누군가에게 얘기하다 보면, 내 안에서 차곡차곡 정리되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중간에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서도 바깥으로 이 책에 대해 얘기하는 걸 반드시, 꼭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자신이 지금 얼마나 좋은 책을 완독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부터 여성주의책 같이읽기로 읽는 책들을 보며 새삼 깨닫는게, 세상에는 이미 현명하고 용기있는 여자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그 책들의 저자들도 그러했지만, 그 저자들이 책속에서 얼마나 많은 다른 저자들의 책들을 인용하였는지 모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지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글을 써오고 있었어. 세상에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독자가 읽는 것일테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고 말한다면, 그 현명하고 용기있었던 글들이 세상에 또 알려질테니까. 그렇게 알려진다면 또 거기에 말을 보태고자 하는 여자들도 늘어나지 않겠는가.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이야기나누자고 새삼 결심했다.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 뒤, 다시 서문으로 돌아가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부지런히 읽을테다.












여성 "억압"과 남성에 대한 종속을 봉건적 관계의 잔재로 보는 맑스주의의 정설에 맞서, 달라 코스타와 제임스는 여성이 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상품인 "노동력"의 생산자이자 재생산자였던 만큼 여성 착취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했다. 달라 코스타의 말에 따르면 임금노동자의 착취, 즉 "임금 노예제"는 여성의 가정 내 무임노동이라는 기둥 위에 세워졌고, 이 무임노동이 임금 노예제의 생산성의 비결이다(1972:31).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의 여성과 남성의 권력 차이는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기 때문도 아니고, 문화적 기획이 영원히 존속하기 때문도 아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지배했던 엄격한 규칙들을 고려하면, 가사노동이 자본주의적 축적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남녀간의 권력차는 특정 사회적 생산체제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p.21)

여기서 남녀간의 권력차를 만들어내는 사회적 생산체제란 노동자의 생산 및 재생산에 들어가는 무임노동의 이익을 보면서도 그것을 사회경제적 활동이나 자본축적의 원천으로 인정하지 않고, 자연자원 또는 개인적 봉사로 신비화하는 체제를 말한다. (p.21)

"시초축적"은 맑스가 『자본』1권에서 자본주의적 관계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가 되는 역사적 과정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이 용어는 자본주의가 도래하면서 경제 및 사회적 관계에서 나타는 변화를 개념화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용어가 중요한 것은 맑스가 "시초축적"을 자본주의 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을 드러내 주는 기본적인 과정으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이로써 우리는 과거 속에서 현재를 읽어낼 수 있게 된다. 바로 이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이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p.29)

그 예로 1652년 코르도바 봉기를 들 수 있다. "아침 일찍 한 가난한 여인이 굶어죽은 아들의 시체를 안고 가난한 사람들의 동네를 울면서 지나가자" 봉기가 시작됐다(Kamen 1971:364). 1645년 몽펠리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나서, 여성들이 "자식을 굶기지 않으려고" 길거리로 나섰다(같은 책:356). (p.128)

종교개혁가들은 성적 금욕에 대한 기존 기독교의 찬양을 부정하면서 결혼과 성의 가치를 드높였고, 출산능력 때문에 여성에게 가치를 부여하기까지했다. 루터는 여성이 "인류를 늘리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 "여성은 그들이 가진 온갖 약점을 전부 만회하는 한 가지 덕성을 갖고 있는데, 바로 자궁을 갖고 있으며 출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King 1991:115). (p.142)

그러나 국가가 원하는 인구비율을 회복하기 위해 취한 조치들 중 정말 중요한 것은 여성이 자신의 신체와 출산에 대해 행사하던 통제권을 파괴하기 위해 국가가 개시한 진정한 전쟁이었다. 뒤,에 살펴보겠지만 마녀사냥이 이 전쟁을 수행한 주요 수단이었다. 마녀사냥은 여성이 악마에게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고 고발하여, 모든 형태의 피임 그리고 출산과 무관한 성관계를 문자 그대로 악마화했다. 이는 재생산 범죄의 구성요소에 대한 재정의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따라서 16세기 중반부터, 포르투갈 선박들이 아프리카에서 인간을 화물처럼 싣고 오는 한편, 유럽의 모든 정부는 피임, 낙태, 영아살해에 대해 가장 가혹한 처벌을 가하기 시작했다. (p.144)

임신한 여성이 낙태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형태의 감시도 도입되었다. 1556년 프랑스 국왕은 칙령을 공포했는데, 그 내용인즉슨 모든 여성은 임신할 때마다 등록해야 하고, 만약 비밀리에 출산했다가 아이가 세례를 받기 전에 죽게 되면 그 산모를 사형에 처한다는 것이었다. 그 밖에 지은 죄가 없어도 마찬가지였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도 1624년과 1690년에 비슷한 법령이 통과되었다. 미혼모를 감시하고 그들로부터 모든 원조를 박탈하기 위한 감시인 체계 또한 만들어졌다. 임신한 미혼모가 공적 감시망을 벗어날까 염려하여, 그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것도 불법화되었다. 그들과 친분을 맺는 사람들은 공공의 비난을 받게 되었다(Wiesner 1993: 51~52; Ozment 1983:43). (p.144-145)

독일에서는 출산장려 십자군이 어찌나 활개를 치고 다녔던지 충분한 출산 노력을 기울이지 않거나 자식을 낳으려는 열정이 부족한 여성이 처벌당하는 지경에 이르렀다(Rublack 1996:92). (p.146)

피임 관련 지식은 여성이 출산에 대해 일정한 자기통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하지만 피임이 불법화되면서 여성들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어 오던 이 지식들을 박탈당했다. (p.150)

한편 16세기 프랑스에서는 창녀를 성폭행하는 것이 더 이상 범죄가 아니게 되었다. (p.154)

동업조합의 시도는 많은 증거를 남겼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어디에서나 직인들은 당국에 여성들과의 경쟁을 금해 달라고 청원했고, 각 직종으로부터 여성을 배제했으며, 이 금지사항이 지켜지지 않으면 파업을 하고, 심지어는 여성과 함께 일하는 남성과는 함께 작업하기를 거부하기도 했다. 또 경제적 곤경에 처한 직인들이 파산을 피하고 독립적인 가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성실한 가정관리"가 필수적인 조건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일을 가사노동으로 국한시키고 싶어 했다. (p.155)

다른 한편, 당국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이 시도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명백히 당국의 입장에서도 여기에 협조하는 것이 수지에 맞는 일이었다. 반항적 직인들을 달랠 수도 있었거니와, 여성을 작업장으로부터 쫓아내는 것이 그들을 재생산 노동에 묶어두거나 가내수공업에서 저임노동자로 부릴 수 있게 하는 토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p.156)

새로운 노동편성에서 (부르주아 남성이 사유화한 여성만이 아닌) 모든 여성이 공유재산으로 변했다. 일단 여성의 활동이 비노동으로 정의되자 여성의 노동은 마치 공기처럼 누구나 마음껏 쓸 수 있는 천연자원으로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성으로서는 역사적인 패배였다. 동업조합에서 여성들이 쫓겨나고 재생산 노동이 평가절하 되면서 빈곤은 여성의 몫이 되었다. 또한 여성노동에 대한 남성의 "일차적 전유"를 이행하기 위해서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가 구축되면서 여성들은 고용주과 남성이라는 이중적 종속관계에 얽매이게 되었다. (p.157)

이 일에 종하사는 남성들은(가내수공업 노동자들) 결혼과 가정꾸리기를 피하기는 커녕 그것에 의존했다. 결혼하면 자신의 노동에 부인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데다, 집안일도 해결되고, 성욕도 해결되고, 자식도 생기는데, 자식들은 아주 이른 나이부터 베틀을 돌리거나 잡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 감소기에도 가내수공업 노동자는 그 수가 곱절로 늘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p.159)

잉글랜드에서는 부인이 간병이나 수유와 같은 노동을 한 경우에조차도 "아내의 소득은 법적으로 남편에게 귀속되었다." 그래서 행정교구에서 이와 같은 업무로 여성을 고용한 경우, 보수의 직접수취인을 남편으로 지정함으로써 "흔히 노동자로서의 여성을 은폐했다." 이때 "보수가 남편한테 지급될지 노동자 여성에게 직접 지급될지는 사무원의 변덕에 좌우되었다"(Mendelson and Crawford 1998:287).
이처럼 여성이 자신의 재산을 갖지 못하게 하는 정책은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고 남성노동자가 여성노동을 전유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질적 조건을 창출했다. 내가 임금 가부장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임노동체제 아래에서 남성노동자가 형식적으로만 해방되었다고 하지만, 노동계급 여성의 처지는 노예와 다를 바가 없었다. (p.159-160)

게다가 매춘부는 가혹하게 처별하면서도 남자 손님은 거의 손대지 않는 방식의 불법화 때문에 남성의 권력이 강화되었다. 모든 남성은 이제 창녀라는 선언만으로 한 여성을 간단히 파멸시킬 수 있었다. 여성은 마치 봉건영주처럼 그들의 생사여탈을 손에 쥐고 있는 남성들에게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명예를 빼앗지 말라고"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Cavallo and Cerutti 1980:346ff) (p.162-163)

여성의 사회적 권력상실은 새롭게 등장한 공간적 성차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중해 국가들에서 여성은 임노동 직종에서뿐만 아니라 길거리로부터도 쫓겨났고, 홀로 다니는 여성은 놀림감이 되거나 성폭행을 당할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Davis 1998). 몇몇 이탈리아 방문객들이 "여성의 낙원"이라 묘사했던 잉글랜드에서도 공공장소에 여성이 있는 것을 좋지 않게 보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여성은 집 앞에 앉아 있거나 창가에 얼씬대지 않도록 교육받기 시작했다. 또 그들은 다른 여성과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장려되었다. 원래는 여성친구를 의미하는 "가십"gossip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함축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더군다나 결혼한 여성은 친정에도 자주 가지 말라는 요구를 받았다. (p.164)

첫째로 남성과 여성 간의 차이를 극대화하고 남성성과 여성성의 전형을 더욱 명확하게 구분지은 새로운 문화적 규준이 구축되었다(Fortunati 1984). 둘째로 여성은 과도하게 감정적이고 욕망이 넘치며 자기통제능력이 부족한 만큼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열등하기 때문에 남성의 통제 아래에 놓여야 한다는 명제가 확립되었다. 이 문제에 대한 동의는 마녀에 대한 비난과 마찬가지로 종파와 학파의 경계를 넘어서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인문주의자, 개신교 종교개혁가, 가톨릭 반종교 개혁가 모두가 협력하여 설교나 글을 통해 지속적 · 강박적으로 여성을 비방했다. (p.165)

성차별과 마찬가지로 인종차별도 입법을 통해 제도화되고 강제되어야 했다. 흑인과 백인 간의 성관계가 금지되었고, 흑인노예와 결혼한 백인여성은 비난을 받아야 했으며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평생 노예로 살아야 했다. 1660년대에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통과된 이 법령들을 살펴보면 인종차별 사회는 위로부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게다가 "흑인"과 "백인"의 관계를 종식시키기 위해 종신노예화라는 처벌이 필요했다는 점은 그 관계가 얼마나 친밀했었는지를 보여 준다. (p.179)

예수회 선교사들은 이 모든 것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인디언을 쓸 만한 무역상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문명의 기본요소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믿고 교육에 들어갔다. 선교사들은 먼저 "남자가 주인임"과 "프랑스에서는 여자가 남편을 다스리지 않는다"는 것을 가르쳤다. 그리고 늦은 밤의 데이트, 남녀 중 일방의사에 의한 이혼, 결혼을 했든 안 했든 남녀 모두의 성적 자유가 금지되어야만 한다고 가르쳤다. (p.183-184)

여성과 시초축적의 역사를 개괄했을 때 우리는 새로운 가부장적 질서의 구축, 즉 여성을 남성 노동인구의 하인으로 만든 것이 자본주의 발전의 중요한 양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반 위에서 노동의 새로운 성적 분업이 강제될 수 있었다. 새로운 분업은 남성과 여성이 수행하는 업무에 차별을 두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경험, 삶, 자본과의 관계, 노동계급 내의 다른 부문들과의 관계에서도 차별을 규정했다. 그러므로 국제적 분업과 마찬가지로 성적 분업은 무엇보다도 권력관계였다. 즉 그것은 노동인구 내부의 분할임과 동시에 자본축적을 어마어마하게 촉진시켰다. (p.191)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초의 기계는 증기엔진이나 시계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신체였던 것이다. (p.218)

1세대와 2세대 마녀사냥 학자들 중에는 희생자를 탓하는 이런 경향과는 다른 예외도 있었다. 2세대 마녀사냥 연구가들 중에서는 맥팔레인Alan Macfarlane(1970), 몬터E.W.Monter(1969,1976,197), 소만Alfred Soman(1992)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마녀사냥이라는 주제는 여성주의운동이 등장한 뒤에야 그동안 처박혀 있던 음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여성주의자들 스스로 자신을 마녀와 동일시하면서 마녀가 곧 여성 저항의 상징으로 채택된 덕분이었다(Bovenschen 1978: 83ff). 여성주의자들은 수십만 명의 여성들이 권력구조에 도전하지만 않았더라도 대량살상과 극악한 고문에 시달리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순발력있게 알아냈다. (p.238-239)

박해에 가장 큰 기여를 한것은 법학자·치안판사·악마연구자들이었는데, 이들은 종종 한 인물처럼 행동하곤 했다. 이들은[마녀박해를 지지하는] 주장을 체계화하고 비판에 답했으며, 법적인 장치를 완벽하게 갖춰 놓음으로써 16세기 말엽에는 표준화된, 거의 관료적인 수준의 마녀재판 형식을 마련했다. 이는 국가 간에 자백의 형식이 유사한 이유를 설명해 준다. 법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업무 중에 철학자나 과학자 같은 당대의 지식인이라 할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의 협력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두 부류는 오늘날에도 근대 합리주의의 아버지로 칭송받고 있다. 이런 협력의 대상에는 영국의 정치이론가 홉스가 있었는데, 그는 마법의 존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지만 사회의 통제수단으로서 박해를 인정했다. (p.245-246)

마녀의 몰살을 단순한 탐욕의 산물로 설명할 수도 없다. 대다수가 극빈층이었던 여성들을 처형하고 이들의 재산을 몰수한다 하더라도 결코 아메리카 대륙의 부에 비견될만한 보상을 얻을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p.249)

마녀사냥이 일어난 역사적 맥락과 피소자들의 젠더와 계급, 박해의 영향 등을 살폈을 때 우리는 유럽의 마녀사냥이,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을 저지하려는 여성들의 저항에 대한,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재생산에 대한 통제력과 치유능력을 통해 여성들이 획득한 권력을 공격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어야만 한다. (p.249)

마녀사냥이 늘어난 것은 "더 나은 부류의 사람들"이 "낮은 계급"에 대한 꾸준한 공포를 느끼며 살고 있는 사회적 환경에서였다. "낮은 계급"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을 빼앗기던 시기였기 때문에 그들이 사악한 생각을 품을 수도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p.255)

『마녀들의 망치』의 저자들은 여성이 마법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이들의 "만족을 모르는 욕정"때문이라고 주장했고, 마틴 루터와 인본주의 작가들은 여성의 도덕적·정신적 약점을 타락의 기원으로 강조했다. 어쨌든 모두 여성을 사악한 존재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p.267)

클락Alice Clark에 따르면


전문 직종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자리를 꾸준히 채워나갔다는 점은 여성들이 적절한 전문적 훈련을 받을 기회를 거부당함으로써 모든 전문직에서 배제되는 과정을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Clark 1968:265)

마치 인클로저가 농민들로부터 공유지를 박탈한 것처럼 마녀사냥은 여성들로부터 신체를 박탈했다. 따라서 신체는 노동의 생산을 위한 기계로 전락하지 않게 막아 주던 모든 예방장치에서 "해방되었다." 화형대의 광경은 공유지에 둘러쳐진 담장보다 더 무시무시한 장벽을 여성의 신체 주변에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p.272)

제 멋대로 돌아다니는 문란한 여성들(창녀나 간통한 여성, 그리고 일반적으로는 결혼과 출산의 구속 밖에서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행사한 여성들)또한 마녀였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재판에서 "평판이 나쁜"것은 유죄의 증거였다. 말대답을 하거나, 논쟁을 하고 욕을 하거나, 고문을 받으면서도 울부짖지 않는 반항적인 여성들도 마녀에 속했다. 여기서 "반항적"이라는 것은 반드시 여성들이 연루된 특정한 전복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주로 농민들이 봉건권력과 투쟁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여성적인 개성을 나타낸다. 당시의 투쟁에서는 이단 운동의 전면에 여성들이 앞장서서 여성들의 결사를 조직하고 남성의 권위와 교회에 점점 강하게 도전해 갔다. 마녀에 대한 묘사를 살펴보면 중세 도덕극과 우화시에 나오는 여성들이 연상된다. (p.273)

이런 여성들은 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고, 남자들처럼 공격적이고 방탕하며, 남자 옷을 입고 다니거나 채찍을 들고 자랑스럽게 남편의 등에 타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p.273-274)

마녀사냥은 여성에게 새로운 성적 능력이나 승화된 쾌락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대신 "깨끗한 이불 속의 깨끗한 성"을 향한 기나긴 행군의 첫 출발로서, 여성의 성적 활동을 노동과 남성에 대한 서비스, 그리고 출산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출산과 무관하고 비생산적인 모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반사회적이고 사실상 악마적이라는 이유로 금지한 것이다. (p.285)

(그림 마녀와 재판관 사이의 논쟁. 부르크마이어(Hans Burkmair)(1514년 이전).

사술을 부렸다는 이유로 기소당해 재판을 받은 많은 여성들은 늙고 가난했다. 이들은 공공구호에 의존해 살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술은 힘없는 자의 무기(라고들 한)다. 하지만 나이 든 여성은 지역사회 안에서 자본주의적 관계의 확산으로 인한 공동체적 관계의 파괴에 저항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부류이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공동체의 지식과 기억을 구현한 이들이었다. 마녀사냥은 이런 나이 든 여성의 이미지를 뒤집었다. 전통적으로 현명한 여인으로 간주되던 이들이 불모와 생에 대한 적개심의 상징이 되었다. (p.287)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비난했던 마녀사냥은, 새로운 자본주의적 노동규율에 순응하여 가족 내에서의 재산상속과 출산을 위협하거나, 노동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다른 곳에 낭비하게 만드는 모든 성적 활동을 범죄화하는 광범위한 성생활의 재구조화를 위한 주요 수단이기도 했다. (p.288)

역사가 이슬리아에 따르면 흑인의 성적 능력에 대한 이 같은 체계적인 과장은 부유한 백인 남성들이 자신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느끼는 불안을 드러낸다. 백인 상류계급 남성들은 자신들보다 본성/자연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 노예와의 경쟁을 두려워했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들은 자신들이 과도한 자기통제와 분별 있는 이성적 능력 때문에 성적으로는 적절하게 기능하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Easlea 1980:249~50).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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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19-02-18 2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글을 읽고 싶지만 아직 읽지 못하겠어요 ㅠㅠ 밀린것 들 읽구 또 따라갈게여~~ ㅠㅠ

다락방 2019-02-19 10:53   좋아요 0 | URL
너무 훌륭한 책입니다, 쟝쟝님.
얼른 읽고 쟝쟝님도 이 세계로 빠져들어 주옥같은 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곧 따라오세요, 지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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