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ule 2006-09-11
시집 일하다가 잠깐 짬이 나서이제야 답글을 올립니다. 저는 시를 잘 모릅니다. 그러니 다락방님께서 찾으시는 '로맨틱하고 아름다우며 영혼을 울리는 시'를 제가 과연 추천해 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네요. 다락방님의 글을 읽었을 때 일단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브라우닝이었습니다.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러브스토리야 이미 알고 계실테고 병약하고 감수성 여린 시인이었던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를 고등학교 때 도취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영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이유도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를 원어로 제대로 읽고 싶다는 욕심이었던 만큼 감수성 풍부한 시절에 그녀의 시가 자극이 되긴 되었나 봅니다. 시집 제목은 잘 모르겠고 언제 큰 서점에 가실 기회가 생기면 그 때 그녀의 시집을 찾아서 한 번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그리고 보통은 최승자의 시집을 봅니다. <즐거운 일기>를 가장 즐겨 보는 편이며, 오규원의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와 정호승의 <서울의 예수>도 곧잘 들춰 보지요. 지금 생각난 건데 정호승의 시가 어쩌면 한국 시에서는 님이 찾는 그런 시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가 말랑말랑하고 사랑에 관한 단상들이 많아서요. 정호승의 후기 시가 특히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역시 큰 서점에 나가서 이거저것 한 번 들춰보시고 구입하시는 게 좋겠지요.
컴필레이션 시집으로는 저는 문정희가 엮은 <기생시집>과 신경숙이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 놓았다는 <내 마음의 빈 집 한 채>도 가벼운 감성으로 읽어나가기에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저런 말들을 늘어놓긴 했지만 정작 다락방님에게 필요한 말이 있기나 한 건지는 저도 자신이 없네요. 예이츠나 프로스트, 로제티의 시도 훑어 볼 때 같이 참고해서 보셔도 좋겠습니다. 시간이 있으면 제가 좀 더 알아보고 답변을 드리면 좋을 텐데 9월에 시간이 날 것 같지 않네요. 시를 잘 아는 알라디너 분들이 많으니 그 분들께도 이리저리 여쭤보시면 훨씬 양질의 답변을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얼핏 지금 드는 생각에 카이레님, 또마님, 인간아님, 로드무비님 등이 떠오르는데 한 번 살짝 말씀 건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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