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도 여성은 여전히 두 가지 의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여성은 프롤레타리아로서 일당을 벌어 자신과 아이들이 먹고살아야 한다. 다른 한편 가정의 노예, 즉 남편과 아버지와 형제들을위해 무상으로 일하는 하인이다. 아침 일찍 공장에 가기 전부터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 만약 남자가 그런 일을 해야 한다면 이 일만으로도 하루치 노동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남자들은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점심시간도 여자에게는 휴식시간이 아니다. 그리고불쌍한 남자들이 자기를 위한 시간이라고 하는 저녁때에도 불쌍한여자들은 일을 해야 한다. 집안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며, 옷을 빨고 꿰매야 한다. 요컨대, 영국 어느 공장 도시의 남자들이10시간을 일한다면, 여자들은 최소한 16시간을 일해야 한다. 상황이이러한데 어떻게 여자들이 다른 일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있겠는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 엘리너 마르크스, [영국 여성노동자운동에 관하여 On the Workingwomen’s Movement in England], 1892년 - P56

일부일처제는 결코 개인적인 성애의 결과가 아니었으며, 이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왜냐하면 결혼은 언제나 정략결혼이었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는 자연적 조건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에 바탕을 둔 것으로, 특히 자연적으로 성장한 원시적 공동소유에 대한 사적 소유의 승리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가족 형태였다.
가족 안의 남자의 지배, 즉 남편의 부를 상속할 확실한 남편의 자식을 낳는 것 이것만이 그리스인이 솔직하게 표명하는 단혼의 유일한목적이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1884년 - P48

여성이 자유롭지 않다면 자기 이름값을 하는 게 가능할까?
오늘날, 아니 오늘날까지, 임금노동자가 자기 육체노동을 팔지 않고는 다른 생계수단이 없는 것처럼, 여성도 자기 성을 파는 것 말고는다른 생계수단이 없다. 여성은 평생 동안 한 남성에게 자기 성을 팔아서 그 대가로 사회에서 존중을 받고 귀부인이나 일꾼으로 새장에 같힌 삶을 살아간다. 아니면 밤이면 밤마다 성을 파는 ‘자유여성‘이 되어 세상의 멸시를 받다가 빈민굴에서 삶을 마감한다. 어느 경우든 간에 (여성 자신이 정말로 이 문제에 관해 생각을 한다면) 그 여성은 자존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참으로 대단한 선택권이다! — 얼마나 오랫동안여성의 운명이 이러했던가?
여성의 해방 말고는 다른 해결책이 없다 물론 남녀 대다수 민중의해방과 경제적 노예제의 폐지도 포함된다.

- 에드워드 카펜터, [사랑의 성년기 Love’s Coming-of-Age], 1911년 - P58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글을 써서는 안 된다. 남을 위해서도 써야한다. 머나먼 곳에 사는 알지 못하는 미래의 여자들을 위해서 말이다.
그들에게 우리가 결코 영웅이 아니었음을 말해주자. 다만 우리는 우리의 목표를 열정적으로 믿고 추구했을 뿐이다. 우리는 때로 강했지만 때로는 매우 약했다.-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 P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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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14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신 와중에서 열심히 읽기 중이시네요. 힘내세요. ^^

다락방 2021-03-15 05:50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주말이라도 책을 읽으려고 애쓰고 있답니다. 흑흑 ㅠㅠ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사랑에 빠질 상대를 마주칠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유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나의얼굴을 살피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평소 내가 동경했던외모나 태도, 자신감, 장난기가 느껴지는 사람 말이다. 드물지만실제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이미다른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해도, 그 상대 역시 옆에누군가 있다고 해도 다시 새로운 관계로 옮겨가게 된다. - P65

그녀의 눈에 나라는 사람은 매우 안정적이고 따뜻하며 생기로 가득한 사람처럼 보였지만, 그런 안정감과 따뜻함, 그리고 생동감의 원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그녀의 태도가 타인을 통해 다시 반사될 때, 얼마나 강력해지는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듯했다. 친밀감과 차분함, 잠재적인 다정함 같은 것들 말이다. - P66

"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할 거야." - P80

(그리고 마침내 전처의 기도가 이뤄졌다. 나 역시 믿었던 유일한 사람에게 버림받았으며 그 처절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나는 홀로 남겨졌고 누구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바로 이것이 전처가 그토록 바랐던 일이었고, 나는 그녀가왜 내게 그런 말을 했었는지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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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생각과 행동을 합법화하는 제도 또한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아름다움이 절대 선호의 문제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좋아서 좋아하는 거야" 라는 말은 자본가들의 영원한 거짓말이다. 아름다움이 완벽하게 순수한 의미에서 선호의 문제에 그쳤다면 자본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개념이었을 것이다. 자본은 아름다움이고압적이기를 요구한다. 아름다움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 제도권이 나를 어떻게 대우하는가, 내게어떤 규칙들이 적용되는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등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주는 개념이라면 그것은 곧 양식과 제도와 교환의 체계임이 틀림없고, 우리의 선택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열등한 존재라는 것을 내면화하는 것은 폭력적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심리적으로 둘로 쪼개지고 만다. - P73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려 있다고도 하고,
추하니까 추해 보인다고도 한다. 둘 다 거짓말이다. 추함은 아름다움의 이름으로 우리에게 가해진 모든 것이다.
그 차이를 아는 것이 자유로워지는 여정의 일부다. - P88

여성들이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 주장할 수있는 자산은 아름다움뿐이다. 여성에게 용인된 합법적인 자본으로 아름다움이 유일한 세상에서, 흑인 여성들은 우리의 가치를 재규정하는 반대 담론을 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앞 문장에서 "법적, 정치적, 경제적 도전 없이"라는 부분에 주목하기 바란다. 아름다움은 바람직한 자본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한 성별에 대한 억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아름다움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의지에 반하여 그들을 제약한다. 아름다움은 돈이 들어가고 돈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움은 식민지화하고, 상처를 주고, 고통스럽고, 절대 만족을 모른다. 그것은 인류가 융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자본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도 사회 속에서만 가치를 갖는다. 아름다움이 가치가 있기 때문에 흑인 여성들은 우리도 아름답다고 주장해왔다. 우리는 전 세계 비백인의문화적 상상의 세계를 방방곡곡 여행해가며 우리를 배제하지 않는 미의 기준을 모아왔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아름다움에 관한 문화를 창조한다. 우리는 우리의 아름다움을 합법화하기 위해 흑인 남성들과 협상을 한다. - P71

통증은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킨다. 통증은 현실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바꿔버린다. 물리적 통증이 너무 심하면 뇌는 없는 것도 있는 것처럼 볼 수 있다. 임신과 마찬가지로 통증은 관료적 효율성을 불편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체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요소다. 의료진 전체가 흑인 여성들이 통증을 견디며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우리의 통증을 제대로 진단하지 않고, 통증을 감소시키거나 치료하는 것을 거부하고 나면 의료 산업은 우리를 무능한 관료주의적 대상으로 낙인 찍는다. 그런 다음 그들은 우리를 거기에 맞게 처우한다.
흑인 여성이 무능하다는 추정, 즉 자신을 잘 모르고, 자신이 처한 맥락을 이해시키거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을 주체적 존재로 대하게 만들도록 표현할 능력이 없다는 추정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지배하는가장 강력한 위상의 문화, 즉 부와 명예마저도 대체해버릴 정도의 위력을 가진다. 2017년, 세리나 윌리엄스가 딸을 출산했다. 유명인사가 출산을 하면 늘 그러듯 그녀도 딸의 탄생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세리나는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간호사를 설득하기 위해 세계적인 슈퍼스타로서의 위력을 총동원해야 했던 일을 털어놓았다. 그 당시 제대로 치료를받지 않았으면 세리나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만큼 운이 좋지 않은 흑인 여성이 수없이 많다. - P102

나는 어려운 문장과 어른들이 쓰는 단어, 이해하기 힘든 배경지식이 많이 나오는데도 억지로 억지로 책장을 넘겼다.(앤 무디의 자서전, 미시시피에서 성인이 되다Coming of Age in Mississippi) 오로지 그 흑인 여성의 소녀 시절이나오는 부분을 읽고 싶어서 말이다.
소녀들이 나오는 책은 별로 없었다. 책벌레였던 나는 소녀에 관한 웬만한 책은 거의 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라모나 킴비가 주인공인 동화 『라모나Ramona』 시리즈‘를 정말 좋아했고, 『스위트 밸리 고등학교 Sweet ValleyHigh』에서 그려지는 10대들의 세계에 흥이 나 어깨를 들썩이며 책장을 넘겼으며, 『베이비시터 클럽Baby-SittersClub』을 읽을 때면 내가 주인공 중 하나인 클라우디아라고 상상했다. 그것들은 학교에서 읽는 책이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 읽는 책은 『안네의 일기』말고는 죄다 소년들이 뗏목을 타고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이거나, 남자들이 대부분인 화자들이 순례길에 나누는 이야기를 모은 『캔터베리 이야기』 이거나 못된 아내들이 자신의 남편이나 왕을 배신하는 이야기뿐이었다. - P198

대학에 다닐 때까지도 흑인 소녀의 이야기를 읽으려면 흑인 여성의 전기를 펴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일곱 살 때 앤 무디의 자서전에서 찾아 헤맸던 것이 바로그것이었다.
흑인 소녀의 삶에 대해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것은 한 여성의 삶을 담은 이야기에서 소녀 시절은 흔히 성적 트라우마로 얼룩져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 일은 항상 벌어졌다. 추잡한 삼촌, 재혼한 엄마의 새 남편,
정신 나간 오빠, 같은 학교를 다니는 못된 소년, 나쁜 백인 남자, 모든 나쁜 남자. 강간을 당하고, 성희롱을 당하고, 주무름‘을 당하는 경험은 짐크로법과 미용실, 흑인영가와 함께 모든 흑인 여성의 삶을 관통하는 주제인듯했다.그것은 나, 오프라 윈프리, 개브리엘 유니언Gabrielle Union 그리고 내가 알 켈리R. Kelly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내게 글을 보낸 수백 명의 흑인 여성들을 한데 묶는 공통점이 확실했다. - P199

내게 그 이야기를 해준 것은 네다섯 번인가 랩 그룹을 결성했다 해체한 경력이 있는 손위 사촌이었다. 그는 자기가 눈을 번히 뜨고 살아 있는 한 여자 친척 중 어느 누구도 알 켈리랑 단둘이 있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직히말하면 나뿐 아니라 우리 친척 중 누구도 알 켈리를 만날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내게 그런 식으로 소식을 전했다. 거드름과 사명감이 반반씩 섞인 목소리로 말이다. 알 켈리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만지는 것을 좋아했고,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상한 사실은 그보다 몇 년 전, 내 앞에서 어떤 흑인 여자아이들은 당해도 싸다는 말을 한 것도 바로 그사촌이라는 점이었다. 숙모 집에서 저녁으로 립 요리를먹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나는 남자들이 내게 어떤 짓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허용되는 한도에 따라 여자로서의 삶이 결정된다는 것을 배웠다. 당시 나는 열네 살이었고, 마이크 타이슨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권투선수였다.
내가 아는 흑인들은 모두 마이크 타이슨이야말로 흑인 스포츠 스타의 최정상에 오른 인물이라 여겼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 노력해서 돈과 명예를거머쥐었다. 그러나 때는 1992년으로, 그가 데지레 워싱턴이라는 18세 소녀를 한 호텔에서 강간한 사실로 유죄를 선고받은 직후였다.
"모두들 그 여자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지만." 사촌은 말했다. "그 애는••• 아, 이모 앞에서 이런 말 해서 죄송하지만, 그 애는 창녀야."
립 요리를 앞에 두고 앉아 있던 그날의 기억에서 가장 뚜렷이 남은 것은 그 대목이었다. 그 사촌은 한 명 빼고는 모두 자기와 피를 나눈 흑인 여성이 가득 앉아 있는 방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강간범을 옹호하고 있었다. - P201

그자리는 아버지가 내 남편을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두사람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이 비슷하다는 걸 알고 금세 친해졌다. 아버지는 흡족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 녀석이 너를 때렸다고 나한테쫓아와도 네 말을 다 믿어주지는 않을 거다. 뭐든 양쪽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거든." 내가 믿는 남자가 내게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빌어먹을 행동을 재는 내 머릿속의리히터 척도상, 때리는 남편과 강간하는 남편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나는 아버지의 말을 예전에 사촌이 한 말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흑인 여성의 소녀 시절은남성이 이제 끝이라고 말할 때 끝난다는 뜻이었다.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하거든. 거의 준비가 됐잖아. 그 여자는 창녀야.
나는 이런 말을 수백 번, 아니 수천 번도 넘게 들었다. 모두 흑인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폭력을 감싸기 위한 말이었는데,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남성일 때도 있고여성일 때도 있었다. 남성이 여성에게서 원하는 것이
‘준비되었으면’, 그 여성은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남성이 자신에게 가할 수 있는 모든 짓에 동의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춘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곧 동의 이고 허락이었다. - P207

성인이 되기도 전에 다 컸다고 인식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매우 많고 다양하다. 흑인 소녀와 가까운 주변 사람부터 그 아이가 ‘준비됐다고 생각하면, 법 또한 그 아이에게 성인에 준한 기대치를 적용함으로써 ‘준비됐다‘고 보는 시각을 강화한다. 거기에더해 우리는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들에 대해 법이 얼마나 무관심한지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폭행을당했다는 사실 자체를 증명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폭행받아 마땅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증명해야하는 부담이 오롯이 여성에게 지워진다. 폭행 사실 자체를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공평하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자신이 감정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후 강간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무슨 수로 증명할 수 있을까? 자신이 술에 취했거나 마약을 먹고 정신이 몽롱한 상태가 아니었다는 것은? 남자가 범죄를 저지르려고할 때는 ‘싫다‘고 말했지만 그가 ‘일을 끝내는 도중에는
‘싫다‘고 말하지 못했다면? 여성이 범죄 피해 사실을 증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P209

내가 사랑하는 남자들이 소녀를 성인 여성으로, 성인 여성을 창녀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목격한 경험을 나는 결코 잊을 수가 없다. 숙모 집에서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눈 대화 이전에도 나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것은많았지만, 그날의 대화로 나는 절대 아물지 않을 상처를 입었다. 그 상처는 들어갈 때는 친구, 자매, 여성이지만 나올 때는 창녀가 되어버릴 위험이 있는 문을 조심하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게 만들었다. - P211

흑인 소녀들과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통계는 아주 최근까지도 ‘여성’이라고 하는 큰 범주 안에 숨겨져 있었다. 거의 모든 여성 희생자들에게 비슷한 패턴이 적용된다. 우리는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남성들의 공격이 가장 취약하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것이 우리 잘못이라고 생각하도록 배워왔다. 목소리를 내면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진다. 게다가 흑인 여성과 소녀들은 흑인남성과 소년들의 평판을 보호해야 하는 짐까지 추가로떠안아야 한다. 흑인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듯, 그 짐은우리를 침묵의 문화 속에 가둬버렸다. 성별 간에 이루어지는 폭력이라는 큰 그림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는진짜 문제를 포착할 수 없는데도 말이다.
백인들이 구축한 사회에서 생활하는 비백인들은 거의 예외 없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다. 우리는 스스로농담과 웃음과 감정과 마음의 짐을 자기검열한다. 복잡한 사회적 관계를 관리해서 일자리를 잃거나 고립되거나 오해를 사거나 의도가 잘못 전달되거나 살인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그나마 돌아갈 집이 있을 정도로운이 좋은 사람이라면, 잠시나마 경계의 스위치를 끌 수있다. 우리는, 내가 한때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모습을문학과 대중문화에서 발견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흑인 소녀들에게 집은 피난처인 동시에 가장 은밀한 배신을 경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집에서마저스위치를 끌 수가 없는 것이다. 자기 집 식탁에서 삼촌의 유명한 립 요리를 먹는 동안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가정은 사랑을 받는 곳이지만 그곳에서마저 우리는언제 창녀로 둔갑될지 모른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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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사람은 상처받은 마음보다도 무겁다. - P66

"누가 집에 있나, 젊은이?"
"알고 있을 것 아녜요."
"내가 어떻게 알겠나?"
"집어치워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틀니를 하게 되는 거야." - P156

여기서 퀴즈 하나. 브루스 리, 아놀드 슈워제네거, 실베스터스탤론, 이들의 공통점은? 물론 이들은 전설적인 액션 스타들이다. 그러나 또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영화 속에서 필립 말로를 위협한 악당 똘마니 출신인 것이다.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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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2-17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었으나 기억이 하나도 안나요. ㅠ.ㅠ

다락방 2021-02-17 08:32   좋아요 0 | URL
저도 읽은지 하도 오래되어서 ㅋㅋ 재독인데도 완전 너무 새롭고 심지어 범인이 누군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모르는것 뿐만이 아니라 범인 밝혀지고나서 헐.. 했어요. 이 사람이 범인이었어? 하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transient-guest 2021-02-1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그 전에 레이먼드 챈들러 (늘 카터와 헷깔리는)의 전집이라고 나온 걸 구했어요. 아직 읽진 못한 것 같지만 다섯 권인가 보기만 해도 든든합니다.ㅎ

다락방 2021-02-17 10:51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재미있게 읽으면서 다 모아 책장에 꽂아두었거든요. 보기 좋고 든든했는데 시간이 오래돼서 책이 다 바래더라고요. 그런참에 문동하고 열린책들에서 새로 나온겁니다..... 어쩝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로 사야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제가 가진 구판 팔고 있어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21-02-17 11:20   좋아요 0 | URL
저도 지금 새로 나오는 톨킨시리즈랑 듄 시리즈 다시 사고 싶어 머리가 이상해질 지경입니다 톨킨은 심지어 당시에도 엄청 비싼 양장본인데 이번에 다른 디자인으로 새롭게 나온다니 너무 갖고 싶어요 ㅎㅎㅎ

다락방 2021-02-17 11:31   좋아요 0 | URL
그래도 트랜님은 부지런히 계속 많이 읽으시지만 저는 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너무 못따라가요. 이래가지고서 왜 자꾸 사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저를 말리려고 하는데 안말려져요 ㅠㅠ

transient-guest 2021-02-17 12:26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저의 읽는 속도나 깊이 모두 락방님을 따라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ㅎㅎ 제 글은 특히 점점 더 엉망이 되어가네요 아무래도 업무위주로 글쓰기를 많이 하니 인문학적 소양의 글쓰기가 퇴보하나 봅니다 ㅜㅜ
 

#바꾸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처음 세상에 알린 것도, 웹하드 카르텔을 폭로한 것도, 소라넷을 폐지시킨 것도 모두 여성이었다. 디지털성범죄라는 단단한 장벽에 균열을 내기 위해 수많은 여성이 무던히 돌을 던졌다. 정부 대책은 늘 한발 늦었다. 여성들이 밀고 당기면 겨우 한 발 떼는 식이었다. 불법촬영물 유포가 논란이 된 지 2년 만에 정부는 디지털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놨다(2017년 9월), 전국 17개 지방경찰청에 사이버성폭력 수사전담팀이 만들어졌다(2018년 3월).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2018년 4월), 촬영물을 동의 없이 유포하면 처벌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2018년 11월). 웹하드 카르텔 방지 대책을 내놨다(2019년 1월).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다(2020년 4·5월). 그리고 디지털성범죄 양형기준안이 확정됐다.
(2020년 9월).
디지털성범죄에 맞서다 하예나와 서승희는 활동가가 됐다. 하예나는 이후 2016년 DSO(디지털 성범죄 아웃)를 꾸려 2019년까지 활동했고, 서승희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를 만들어 피해자를 지원한다. 백가을은 디지털성범죄 연구자가 돼서 지속적으로 여성에 대한 잡지를 만들고 있다. "우리 역할은 이후에 나타날다른 팀들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길을 닦는 것이다. 우리가 이렇게 활동할 수 있는 것도 이전에 활동한 팀들 덕이다."(리셋) 여성의 연대로 세상은 바뀌고 있다. (장수경 기자) - P16

음란물, 국산 야동은 없다. 그것은 디지털성폭력‘이다. 그의 운동은 이 한마디로 집약할 수 있다. 그는 온라인 음지에서 벌어지던폭력을 오프라인으로 끌고 나와 기어이 드러나게 했다. "이 영상이진짜라는 보장이 있냐?"는 수사기관의 폭력과 부딪히며 ‘대한민국을 상대로 싸웠다. 그리고 불법영상 공유와 성폭행 모의가 이뤄지던 사이트 소라넷을 폐지시켰다. 그는 불법영상물을 쫓는 하이에나, 하예나 전 디지털성범죄아웃(DSO Digital Sexual CrimeOut) 대표다.
하 전 대표에게 평소 팬심을 가지고 있었던 ‘추적단 불꽃’은 그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스치는 가을바람이 유난히 따스하던 지난 10월29일, 서울의 한 맛집에서 만났다. 식당 문 앞에서서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게 무색할 만큼, 우리는 3시간 가까이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다. 가해자들의 가해 행위를 이야기하며분노로 달아오르기도 했지만, 이따금 20대의 일상을 나누며 깔깔웃기도 했다. (추적단 불꽃) - P18

마녀의 이름과 나이, 직업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활동은 대부분 안다.
마녀는 2014년부터 ‘재판 방청 연대를 시작했다. 끈질기게 성범죄를 판단하는 사법부를 감시한다. 이제 많은 성범죄 재판에서사법부를 지켜보고 피해자와 연대하는 여성들이 있다. eNd도 그중 하나다. 마녀는 마모되지 않고 끈질기게 활동하고 싶다. 우리도그러려고 한다. 마녀는 피해자들이 부디 살아주기를 바란다. 우리도 간절히 바란다.
우리, eNd팀은 마녀의 이름과 나이, 직업을 모른다. 대신 더 많은 것을 마녀한테 배웠다. 어떻게 연대해야 할지, 어떻게 지속할 수있을지, 어떤 믿음을 가져야 할지. 마녀는 최근 연대자 D(이하 D)로활동명을 바꿨다. 마녀로 일궈온 활동이 마녀라는 이름에 갇히길원치 않았다. 언제든 대체 가능한, 젊은 여성의 연대 활동을 뒷받침하는 자리에 있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강하디강한, 깊디깊은, 그럴 때 쓰는 ‘디, 연결하는 어미 ‘디에서 새 활동명을 따왔다. 데블,
데인저, 드림… 어떤 D로 이해하든, 괜찮다. D는 한때 피해 생존자였으나, 활동가가 됐고, 물론 연대자이며, 또한 개인이다. 피해자 D,
활동가 D, 연대자 D, 개인 D의 고민과 바람을 듣는다. 배운다.
-eND(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 - P24

D는 2021년부터 시스템 감시를 구축하는 데 골몰할 계획이다. 방법은 이렇다. 여러 연대자를 모으고 그들을 교육한다. 연대하는 다수의 개인이 감시 영역을 나눈다. 체계적으로 재판을 기록하고 분석해 문제를 발견한다. 출발은 교육이다. D는 판결문 듣아보기‘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청소년 대상 자료도 따로 만든다.
2020년 한 해 디지털성폭력 사건 재판에 참여한 연대자를 불러 모아 발표하는 자리도 만들 생각이다.
활동가 D와 개인 D를 철저히 분리하고 그럴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해도, 성범죄 사건을 따라가며 정신적으로 겪는 고통은 어쩔 수 없다. 많은 연대자가 겪는 일이다. 가끔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 특히 괴롭다. 그럴 때면 "다른 피해자들에게라도 삶이라는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며 버틴다. 그러기 위해 활동을 지속해야 하고, 지속하기 위해 지치지 말아야 한다. 다른 활동가들한테 D가 하고 싶은 말이다. "피해자의 말, 시간,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해주시는 활동가분들께 애정과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다만 한 가지, 부디 스스로를 지키시기 바랍니다. 연대도 활동가 자신을 지키지 못하면 의미 없습니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쉬어야 할 때 쉬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십시오.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하나씩 해나갑시다. 그럴 수 있어요."

<피해자로 4년, 활동가로 6년>

그리고 한때 자신이었던, 어느 순간 다시 자신일지 모를 피해자에게 말한다. 피해자로 4년, 활동가로 6년을 지내며 겪은 것들,
본 것들, 만난 이들 때문에 간절함은 더하다. "당신들과 앞으로의시간을 공유하고 싶어요. 당신 곁에서 무언가 할 기회를 주세요.
어떻게든 바꿀 테니 가지 말고 부디 있어주세요. 당신이 말하는 것과 당신들의 시간이 단단한 현재 위에서 미래를 향할 수 있게, 당신들이 원하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노력할게요." - P25

To. 가해자들

나는 <한겨레21>제1317호 ‘그루밍 성착취 "2분 안에 답하지 않으면 그들이 왔다"에 나왔던 강지오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약 4년 동안 트위터 등에서 피해를 당했다. ‘n번방 이전의 n번방‘ 피해자인 내가 너희에게 편지를 쓸 날이오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이 편지를 욕으로 다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나는 분노한다. 하지만 후회 없이 하고싶었던 말을 여기에 적어보려 한다.
너희 중 반성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을 것 같다. 경찰이 디지털성범죄자를 잡는 와중에도 2년 전 나에게 했던 것처럼, 또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계정을 만들어서 다른 피해자를 노리며 협박하고 있지 않을까. 너희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경찰에 잡혔는지 알 길이 없는 나로선, 너희는 조주빈이고, 문형욱이고, 강훈이다. 아직도 난 그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4년 동안 겪어온 일들을.
지금도 집으로 협박 편지를 보내고,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가족에게 편지를 들킬까봐 하루에도 몇 번씩 우편함을들여다본다. 집 밖에 나가면 유포된 영상 속 나를 누군가 알아보진 않을지, 내일 내가 살아 있을지 잠이 드는 순간까지 전전긍긍한다. 이 고통은 끝난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았다.
나는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은 집에서 보내고, 4시간은 잠을 자고, 12시간은 일한다. 나머지 6시간은 너희를 찾는 데쏟고 있다. 나는 내가 겪었고, 또 현재 겪는 일들의 증거를 모두 모아 법적으로 독립이 가능한 스무 살에 신고할 거다. 그래서 자신들을 공무원이라 말하며 나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약 20명이 공무직에서 해임되고 처벌받도록 하는게 내 목표다. 이외에 나를 희롱했던 이들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레고 블록을 밟았으면 좋겠다. 너희가 발바닥의고통을 느끼며 운 나쁘게 하루를 시작하길 바란다. 내가 받은 고통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를 괴롭히고 희롱했던초반 4개월만큼이라도 실형을 살았으면 한다. 나는 너희가 감옥에서 사회와 격리되길 바란다.
왜 피해자인 내가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하고, 트위터에 가입했냐는 질문과 조사를 받아야 할까. ‘소년원에 갈 수도있다‘는 말을 왜 내가 들어야 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문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날 괴롭히는 것이 있다.
왜 너희는 이전과 다름없는 일상 속에 편하게 잘 살까.
이젠 내 차례다. 나는 너희가 당당히 살 수 없도록, 저지른 짓을 평생 뉘우치며 살도록 세상을 바꿀 것이다. 힘들고어려운 길이란 걸 잘 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겠지만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기에 이 현실을 변화시킬 거다. 계속 부딪치다보면 사회도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 너희의 시대는 끝났다. 머잖아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고, 공포에 떨길 간절히 바란다. 또한 이 편지를 보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면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지 않을 수도 있지만,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나는 피해자이지만 디지털성범죄라는 전쟁 속에 살아온 생존자로서, 이겨내고 반드시 잘 살 거다. 내 앞은찬란하게 빛날 테지만, 너희의 앞은 썩은 시궁창만 남아 있길 빌고 또 빈다. - P30

"다 (삭제를) 못했어요, 분명히….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11월4일 <한겨레21>과 만난 이도연(가명)씨는 한숨을 푹 쉬며고개를 떨궜다. 그는 전 남자친구로부터 디지털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가해자는 이씨가 목욕하는 장면 등 밝혀진 것만 수십 차례촬영했고 이를 인터넷 성인카페 회원과 교환했다. 가해자와 교제한 지 3년여 흐른 뒤에야 이씨는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추궁 과정에서 본 가해자가 사용하는 클라우드 계정에는 이씨의 피해 촬영물뿐 아니라 성인카페 회원에게서 전송받은 여성의 나체 사진이 가득했다.
범행을 위한 ‘세컨드 계정(타인 명의로 만든 계정)으로 보였다.
(고한솔 기자)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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