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회사 업무에 큰 환멸을 느꼈다. 당장 뛰쳐나가고 싶다고 생각했고,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오면 출근하지 말까, 하는 생각을 오후 내내 했다. 이 일을 이제 그만하고 싶다, 그만두고 싶다, 나는 내 보직이 정말이지 끔찍하다, 라고도 생각했다. 내가 맡은 일, 내가 해내야 하는 일, 사실 따지고보면 크지 않은 그 사소한 일이 하루종일 나를 붙들고 놔주질 않아서, 내 에너지는 이미 고갈된 상태였다. 우울했고 울적했고 기운이 쫙 빠졌다. 저녁에 있을 리베카 솔닛의 강연회에 기쁜 마음으로 가기는 애시당초 틀린 것 같았다. 솔직히, 가기 싫었다. 강연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 퍼져 눕고 싶었다. 와인 한 병을 안주도 없이 쭉쭉 들이켠 다음에, 뻗어 잠들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거기에 얼마나 가고 싶었던가, 리베카 솔닛이라니, 나는 얼마나 만나고 싶었던가! 나는 억지로 억지로 지친 몸을 이끌고 건국대학교로 갔다.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났고 나 오늘 좀 지쳤었어, 하고는 강연장에 도착했다. 좌석을 배정받고 자리에 앉았는데, 정말이지 몸이 천근 만근,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되었고 리베카 솔닛이 등장하는 순간, 갑자기 와- 하는 마음이 되었다. 오길 잘했다, 너무 좋다, 내가 살아 생전 리베카 솔닛을 내 눈앞에서 보다니, 그 사람의 목소리르 바로 들을 수 있다니!! 리베카 솔닛이다!! 하는 마음으로 뭔가 눈물까지 날 것 같아서, 아아, 역시 왔어야 했어, 오길 잘했어, 하고 등장의 순간부터 감동에 젖었던 거다.



그러나 그 감동도 잠시, 나는 솔닛의 강연시간을 즐길 수가 없었다. 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나눠준 출력물도 충분히 좋았고(친구들 복사해줘야지!), 강연 내용과 질문, 그에 대한 답도 물론 당연히 좋은 내용이었다. 특히 남성 페미니스트들에게 너무 많은 룸을 차지하게 두지 말라는 말은 인상 깊었다. 그들이 여성 페미니스트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가르치게 두지 말라 하셨다. 남자 페미니스트들이 여성학을 듣는 이유는 여자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서라는 누군가의 트윗 내용도 떠올랐다. 페미니즘을 공부했다고 해서, 거기에 대해 관심있다고 해서, 실제로 여성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야, 페미니즘은 말야~' 하면서 가르치려 든다니, 좀... 쪽팔리지 않나?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건, 페미니스트로서 발화하며 겪게 되는 고통과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억압당하는 고통, 둘 중에 하나를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는 말이었는데, 이게 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나므로, 지금 트윗에서 후기를 검색해보고 오겠다. 이런 거였다.



"여성으로서 살면서 당할 수 있는 벌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내 생각을 자신있게 밝히는 것에 따라오는 벌, 또 하나는 내 생각을 말하기 두려워서 웅크리고 있는 벌. 살면서 둘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지는 여러분들의 몫이다."



저 말은 나를 진짜 후려쳤는데, 나는 내가 전자라고 생각했다. 내 생각을 말하면서 그에 따른 두려움 혹은 누군가의 공격을 당하면서 벌을 받고 사는 쪽이라고. 내가 그렇기 때문에 그 두려움을 갖기 싫어 '말하지 않는 쪽'을 이해하지만, 그들은 또 그들만의 벌을 받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 뭔가 커다란 바위가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거다.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도 다를 것이고, 아마도 우리는 그중에서 '차라리 이 고통을 택하리라' 하게 되는 것일테다. 



이 좋은 내용에도 불구하고 강연 자체는 내게 우울함을 가져다줬다. 솔닛이 영어를 쓰는 사람이니 당연히 통역이 있을 것이고, 그 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솔닛이 말을 하고 그 말이 끝나면 통역사가 통열을 해주는 순간, 강연자인 솔닛과 나 사이에는 시간차가 생기는 거다. 만약 내가 영어에 능숙한 사람이었다면, 솔닛이 말을 하는 그 순간순간의 감정을 바로바로 포착할 수 있었을텐데, 나는 그게 안되는 거다. 강연장에 모인 800명의 사람들중 다수는 영어를 다 알아듣는 것 같았다. 솔닛이 말을 하면 그 말을 듣고 웃으면서 반응을 한 거다. 그러나 나는 솔닛이 말할 때 웃지 못했고, 그 후에 통역사를 거쳐 듣게 될 때는 이미 시간차가 생겨버려 웃을 수 없었다. 다만, '이 부분에서 웃었겠구나' 하게 되는 거다. 그러니 나는 강의를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되는 거다. 이 좋은 내용을 앞에 두고, 앞으로 페미니스트로서 어떻게 하겠다, 라는 다짐보다 더 앞서, '영어 못하는 나'가 나를 후려치는 거다. 하아-  내가 제때 피드백을 하지 못한다는 것, 누군가가 끼어들어 통역해줘야만 내가 강연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거. 이게 나를 너무 우울하게 하는 거다. '좋은 가르침을 받고 크게 깨우쳐 세상을 더 넓게 보게 됐다'는 후기 같은 걸 안고 부푼 가슴으로 집에 돌아가고 싶었는데, '영어 못하는 나'만이 나에게 가득찬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정희진 쌤과 윤김지영 쌤의 강연이 더 생각났다. 이현재 쌤의 강의를 들을 때, 그 분의 흥분이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던 때도 덩달아 떠올랐다. 그분들의 강연을 들을 때는 그분들의 흥분, 분노가 내게 고스란히 전해졌었는데, 솔닛의 생각이 내게 전해지려면 우리 사이에 시간차가 있고, 나는...백프로 즐길 수가 없었어... 영어, 뭐지?



나는 내가 전체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는, 일부는 알아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팝송을 틀어놓고 정신 뽝- 집중하면 절반쯤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처럼, 이게 슬픈 노래인지 기쁜 노래인지, 연인에게 돌아오라고 말하는건지 꼴도 보기 싫다는 건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솔닛의 강연도 내게 그러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솔닛의 강연은 여행지에서의 영어와 달랐다. 아주 달랐다. 여행지에서 이게 얼마냐고 묻는 건,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어느 쪽으로 가냐고 묻는 것은 솔닛의 강연과 달라도 한참 달랐다. 여행지에서는 상대와 내가 눈을 맞추고 제스쳐를 써가면서 어느정도 서로의 말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솔닛의 강연은 그런 어느 정도로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 강연장을 나오는 나는 울적했다.



강연을 같이 들은 친구와 고기를 구우면서(맛도 없었어...), 소주를 마시면서 강연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다. 친구도 나처럼 강연자와 나 사이의 시간차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바로바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지 너무 신기해했어. 영어 공부 해야겠네...하는 무거운 마음이 되어 후기를 나눴다. 그 날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토로하고 친구로부터 다정한 위로도 받았다. 잠깐 친구 얘기를 하게 되는데, 이 친구는 참.. 새삼 고맙게 느껴지는 게, 언제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거다. 들어준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잘 들어주고, 게다가 어떤 것도 내게 강요하질 않는다. 여행을 함께 계속 하게 되는 것도, 이 친구와 항상 강연을 같이 듣게 되고 술을 마시게 되는 것도, 이 친구가 내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강제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이 모든 울적함이 나의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내내 그 욕심이란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욕심이 없었다면 받지 않았을 스트레스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내가 '영어로 알아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사실 영어 사용자와 나 사이에 통역이 필요한 건 너무나 당연한 거 아닌가. 내가 외국에서 살았던 것도 아니고, 어학연수를 받은 것도 아니고, 고작 학창시절 배웠던 영어가 전부인데, 영어에 대해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 않았으면서 영어를 다 알아듣기를 바란다니, 그것은 욕심 아닌가. 회사 일도 그렇다. 별 거 아닌 일이었고, 나는 그저 '원래 저렇지' 넘겼으면 됐을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잘해서 보고해야지' 같은 생각같은 걸 하니까 스트레스가 오는 거다. 결국 욕심이 문제 아닌가. 사람에 대한 것도 그렇다. 김경미 시인의 시처럼, '내가 세컨드다, 나는 그저 세컨드이면 된다'의 마음으로 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데, '세컨드 따위 되고 싶지 않아!' 라는 바람이 생기다보니 또 스트레스를 받고.... 그저 내가 무언가 되고 싶다, 잘하고 싶다, 최고이고 싶다, 이런 욕심만 버리면 세상만사 다 해결되는 게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결국, 욕심이 문제인 거 아닌가...





나는야 세컨드 1


                                                           김경미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윳빛 살결의
세컨드,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 이 아니라 늘 다음, 인
언제나 나중, 인 홍길동 같은 서자, 인 변방, 인
부적합, 인 그러니까 결국 꼴지,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칙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적자생존을 믿지 말 것 세컨드, 속에서라야
정직함 비로소 처절하니
진실의 아름다움, 그리고 흡반, 생의 뇌관은,
가 있게 마련이다 더욱 그곳에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토요일에 여동생네 집에 가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술잔을 앞에 두고, 정말 사소한 일, 누구에게 말하기도 창피한 일인데, 나는 이런 일에 아직도 스트레스를 받아, 내 성격이 문제인 것 같아, 그냥 무시하면 되는데 그게 잘 안돼...라고 하자 여동생은 그랬다. 언니, 그게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내가 상처받았던 일이라면 거기에 대해서 번번이 상처받을 수밖에 없어, 그게 인간이야, 사람은 같은 일로 번번이 상처받아, 라고 하는 거다. 아아, 동생아, 너는 어떻게 그렇게 현명한 사람이 되었니, 어떻게 그렇게 제때에 제대로된 말을 해주니. 내가 이 회사에 15년을 다니면서 아직도 이런 걸로 스트레스 받는 내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했고, 그런 내 자신이 너무 싫었는데, 동생은 그랬다. 누구나 번번이 같은 일로 또 스트레스를 받는 거라고...


그러고보니 매사 그런 식이었다. 회사에서의 일도, 그리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도, 그리고 사람에 대한 욕심까지도... 번번이 나를 상처주는 건 언제나 같은 식으로 반복되었다. 아마도 내가 이런 성향의 사람이라서이겠지만, 인간이란 게 무릇 그렇게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인 건 아닐까. 나도 그냥 인간이고, 나 역시도 특별히 더 예민한 부분과 특별히 더 강한 부분을 가진, 그냥 한 명의 여자사람일 뿐인데...내가 뭐라고 모든 일에 다 강하게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한걸까. 


그리고 계속 욕심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욕심만 버리면 돼, 내가 욕심만 버리면 매사가 다 헐렁한 일이 되어버려, 내가 욕심을 버리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어...라고. 그렇지만, 지금까지 내 삶이 욕심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어떻게.... 버릴 수 있을까. 세컨드가 되자고 수없이 다짐해도, 그보다 더 많이, 나는 세컨드가 되기 싫다고 생각하는 걸. 세컨드 싫어!! 라고 버럭버럭 소리치고 싶은 걸. 그렇다면 이런 내게 계속 스트레스와 상처는 따라오는 것인가.... 



나는 이번이 아닌 '다음'이 되기 싫어.

첫번째가 아닌 두번째가 되기 싫어.

나는 새끼손가락으로 표현되기 싫어.



엉엉 ㅠㅠ





금요일은 그렇게 여러가지로 내 에너지를 쑤욱- 가져가버렸고, 나는 어제 저녁 여섯시반부터 자버렸다. 아니 그러니까, 한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책도 읽고 구몬영어도 하고 그럴랬는데, 하하하하, 잠깐 눈뜨니 몇 시였더라? 아무튼 정신 안차려져서 조금 더 자자, 했고 그렇게 또 밤에 눈떴다가 아아 눈 감겨, 하고 계속 자고, 새벽 세시에 눈 한 번 또 떴따가, 아아, 아침을 맞이하자, 그러고는 더 자버려서, 결국 어제 저녁 여섯시반부터 오늘 아침 다섯시반까지 잤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게 뭔일이래 대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계획했던 걸 아무것도 못했어!!!!!! 역시 체력 소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심한 육체적 움직임보다, 과음보다, 스트레스다.... 스트레스가 내 육신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그게 어떠한 것으로 생긴것이든간에, 극심하게 신경쓰는 게 있다면, 그것은 나를 갉아먹어... 그나저나,



구몬영어는 어떡하지? 구몬영어도 주인 따라 역마살이 있는지, 내 가방에 들어간 채로, 회사로도 따라갔다가, 집으로도 따라갔다가..... 그렇지만 꺼내어져 하게 되지는 않는, 그저, 이에저에 뻐딜 닙다이...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이르고 가는것인가......... 구몬이여....내가 미안해........그렇지만 그거슨 너의 팔자, 나란 주인을 만난 너의 운명의 데스터니........




아아, 더 자고 싶다. 회사 같은 거 안다니면서 살고 싶어.........








*이렇게 많은 사람들 가운데 너를 만난건 정말 행운이야 
황무지 같은 이 세상에 너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렇게 넓은 세상 한가운데 그댈 만나건 나 역시 기쁨이야 
가시 나무같은 내 맘에 그댈 만나지 못했다면 

**힘겨웠던 지난날을 견딜 수 없어 
어딘가에 한 줌의 흙으로 묻혀있었겠지 
바라보고 있는 너를 사랑하고 있어 
아직 네게 말은 안했지만 내가 살아있는 
살아숨쉬는 이유 

우리들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거야 운명이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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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7-08-28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더 자고 싶다. 회사 같은 거 안다니면서 살고 싶어.........
이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영어에 대한 다락방님의 심경 또한 격하게 공감하며
이 어지러운 월요일을 시작...

다락방 2017-08-28 14:08   좋아요 0 | URL
영어는 뭘까요, 비연님? 대체 무엇이길래 이나이 먹도록 저를 고민하게 하고 우울하게 하는걸까요.
오히려 학창시절에는 별 고민 없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영어 시험 보거나 하면 점수는 좋았거든요. 그래서 영어가 저에게 아주 오래 고민거리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학창시절을 보내고나니 제가 얼마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인가를 실감하게 돼요. 아, 완전정복하고 싶지만 때로는 꼴도 보기 싫은 영어여...

월요일도 벌써 반나절이 지났어요. 남은 시간에는 저녁 메뉴에 대해 생각하며 보내야겠어요. 휴...

책읽는나무 2017-08-28 09: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동생분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본인은 못느끼지만(많은 부분을 느낄때도 있지만요!) 늘 같은 상황,같은 이유로 신경을 쓰고 있고,그것에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요.그러다 슬쩍 상황이 어물적 넘어가면 또 괜찮다가 포물선처럼 휘어진 선에 도달!! 그럼 또 그 상황에 닥치면,어느새 스트레스 강물에 젖어 있더라는!!!!!
이걸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인데~~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다락방님은 또 현명하게 잘 대처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저도 만약 리베카 솔닛의 강연에 갔더라면?영어 때문에 자괴감이 들다 못해...좋게 읽었던 리베카 솔닛의 책들에게도 부끄러움이 들지 않을까?뭐 그런생각이 드네요ㅋㅋ
왜냐면 지금 <멀고도 가까운>을 읽고 있거든요....작가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작가님이 내귀에 속삭이는 듯하게 친근감이 들곤 하는데 영어로 속삭여 준다면??
어휴~~~~~ㅜㅜㅜ
아마도 누구세요??한국말로 답해드릴지도 모르겠군요ㅜㅜ

다락방 2017-08-28 14: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나무님. 같은 상황, 같은 이유로 스트레스 받는다는 게 바로 제 성격이고 성향이란 거겠죠. 한 번 해보고 이제 여기에 대해 스트레스 받지 말자, 라고 해서 그게 잘 된다면, 그건 애시당초 저를 신경쓰이게 할 문제가 아니었겠죠. 어찌보면 아주 단순한건데, 그런데도 매번 이렇게 그 상황에 맞닥뜨려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게 돼요. 저는 지난 금요일에 아주 많이, 제 성격이 지금과 달랐다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답니다. 조금 더 무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대범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무신경하다면 등등... 지금과는 많이 다른 성격을 바랐었어요. 그러나 제가 다른 성격의 사람이 된다해도 모든 걸 다 무심히 넘길 순 없겠죠. 분명 지금과는 다른 부분에 대해서 예민해지고 불끈하게 되고 그럴거예요.


리베카 솔닛의 강연에서 영어 때문에 자괴감을 느낄 거라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갔었어요. 통역이 있다니 괜찮구나, 하면서 갔던건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강연자와 나의 시간차 때문에 당황하게 되더라고요. 여기서도 또 제 자신이 좀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영어를 못한다면 걍 통역자의 말을 신경쓰며 들으면 되는 것이고, 그게 싫다면 공부를 해서 잘하면 되는데, 현실은 구몬영어 밀리기.... 휴....


그렇지만 리베카 솔닛의 책들을 계속 읽을겁니다. 읽겠어요! 책나무님, 우리 부지런히 읽으며 이야기 나눕시다!!

단발머리 2017-08-28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베카 솔닛 강연회 다녀오셨군요. 리베카는 정말 금발인가요? 금발에 파란 눈....
저도 리베카 보고 싶었는데, 보고는 싶었는데... 못 갔네요.

영어에 대해서 다락방님이 느꼈던 생각에 공감해요. 저도 그럴 때 많고요. 근데,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웃었다는 사람들이요. 다 알고, 그러니까 리베카의 말을 다 이해하고 웃는 게 아닐수도 있어요.
그냥 리베카의 표정 보고 웃는 것일 수도 있구요.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웃기는 이야기 같아‘, ‘미리‘ 웃는 경우가 많답니다.
정확히 이해도 못 했으면서요. 다는 아니겠지만요.....
그나저나 다시 시작되는 영어 공부의 유혹과 협박이 우리를 옥죄네요. ㅠㅠ
다시 한 번 구몬영어에게 화이팅을 불어넣을 시간인가요.

그 좋은 친구분 말이예요.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니... 참 좋아요.
다락방님을 좋아하는 친구니 그럴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도, ‘훈계‘하려고 하니까요.
제일 중요한 건 ‘들어주는 거‘, 맞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17-08-29 11:47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금발입니다. 파란 눈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제 자리가 뒷쪽이었거든요. 긴 머리를 풀고는 강연 도중 자꾸 머리를 넘겼답니다. 목소리는 조용했어요. 음, 저는 좀 더 큰, 열정적인 목소리를 기대했는가 봐요. 제게 흥분과 분노가 전해지기를 원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그게 안되니까 제가 좀 실망한 듯요..

구몬영어에 화이팅 해야 하는데, 이건 그냥 제 가방에서 조용히 숨쉬는 가운데, 내일이면 또 이번 주의 구몬이 와요..아 인생.. .이렇게 구몬 밀리는 인생을 제가 살 줄이야.
생각해보면 저는 학창시절에도 엄마 졸라서 학습지 신청하고서는 하지 않고 밀렸죠... 책상 깊숙하게 숨겨두었더랬어요. 하하하하하. 공부 못하는 데는 다 까닭이 있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님도 제게 너무 좋은 친구에요. 다정하고 아름다운 친구예요. 저는 단발머리님이 여기에 계시다는 게, 그리고 부르면 응답해주신다는 게 진짜 행복합니다. 우리 다정하게 지내요, 단발머리님. 오래오래. 제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요가 선생님을 한다해도, 우리는 친하게 지내는 겁니다!! 쿠알라룸푸르에 놀러오세요!! (막 이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7-08-28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29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7-08-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

마음속으로 외워야겠네요.
세컨드다 세컨드다.

다락방 2017-08-29 11:56   좋아요 0 | URL
저는 예전에는 자꾸 세컨드라고 생각하려고 했거든요. 그걸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런 태도로 살 거라고, 그게 더 속편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런 마음이라 저 시도 좋아서 시집을 사고 그랬는데,
오히려 더 나이들어버린 지금 ‘세컨드는 싫어!!‘하는 마음이 되었어요.
세컨드가 될 바에야 아무것도 되지 않겠다! 하는 마음이요.
그래서 힘들어요 ㅠㅠ

꼬마요정 2017-08-2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흑.. 맞아요.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잘 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죠. 저도 그렇거든요. 잘 하고는 싶은데 공부는 안 하는...ㅠㅠ 그런 욕심을 버려야 하는데, 그러면서도 노력한 만큼 보상 받는다면 그건 운 좋은거라면서!!! 그 반대는 왜 안 되는거야!! 라고 혼자 궁시렁거리죠. 노력 안해도 잘 할 수 있을 수도 있자나.. 뭐.. 이런... 하아... 삶이 참 쉽지 않아요. 내 노력대로, 내가 의도한대로, 내가 생각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그것들이 새끼를 쳐서 어떤 때는 기쁘게, 어떤 때는 억울하게 덮쳐 오니까요. 살다보니 억울한 일이 제일 스트레스로 남더라구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지는... 일이 많으면 최악의 경우 다 던져버리고 그만두고 이러면 되는데, 억울한 일은 풀 길이 없잖아요. 가해자가 풀기 전에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내가 한 행동이 남에게 억울함을 안 주도록 조심하게 되는데... 아니, 왜... 또 그렇냐구요. 아.. 왜... 내 걱정 안 하고 남 걱정이냐구요..

다락방님... 우리는 참 좋은 사람들이에요.. 그렇죠?^^

다락방 2017-08-29 12:02   좋아요 0 | URL
왜,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간절히 원하면 제 스스로 길을 찾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건 너무 빠져나가기 쉬운 말인 것 같긴한데, 간절히 원한다면 제가 그렇게 되도록 선택을 하더라고요. 거기에 가깝게 가게 되는거죠. 그래서 결국은 원했던 것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핑계를 대자면, 제가 영어를 못하는 건, 영어를 잘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없는거죠. 만약 영어를 잘하고 싶고, 영어가 내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러면 저는 어떻게든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했겠죠. 제가 공부안하는 건, 사실 안해도 사는 데 지장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라고 어떻게든 빠져나가 봅니다.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게 너무 많죠. 저는 지금 회사 업무가 그래요. 저한테 너무 스트레스를 주고 있고 그래서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어요. 이걸 그만둬야 행복해질거란 생각이 들어요. 회사에 오기만 하면 [나는 자연인이다] 찍고 싶어져요. 도망가고 싶어요 ㅠㅠ
그렇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제가 책을 살 돈도, 술 마실 돈도, 여행 다닐 돈도 없게 되겠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참고 해야 하다니... 세상 진짜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이렇게 살아야 할까, 술도 안마시고 책도 안읽고 여행도 안갈거라면...그렇다면 회사를 그만둬도 될까..
뭐 이런 생각을 반복해 하고 있어요.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고 그냥 어렵기만 해요.
직장생활 거의 20년 다 되가는데, 아직도 방황하는 기분이예요, 꼬마요정님.


그렇지만 우리는 좋은 사람들인 건 맞아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점심시간이에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psyche 2017-08-31 0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는 참으로.... 미국 살면서도 못하는 저같은 사람도 있으니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흑

다락방 2017-08-31 08:19   좋아요 0 | URL
흙흙... 그렇습니까? 미국에 가면 다 잘하게 되는 거 아니었어요? 흙흙 ㅜㅜ
구몬영어 열심히 해야겠어요. 어제 또와서 밀림이 또 늘었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7-08-31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