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웬만하면 일자산에 다녀오는데 어제는 집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토요일의 과음으로 완전 녹초가 된 상태. 보통 과음했다고 해서 다음날 녹초가 되거나 하진 않는데 아.. 어제는 진짜 힘들었다. 토요일에 집에 들어갈 때도 얼마나 힘들던지. 길바닥에서 자고 싶을 정도였다. 다리가 흐느적거리고 무거워서 걸음이 힙겨웠어.. 택시를 잡고 싶었지만 택시를 잡기 위해 팔을 들어올려야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강동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려 했지만 버스는 이미 출발. 하는수없이 걸어가는데 걸어도 걸어도 집은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남동생이 어디냐며 만나서 같이 가자고 전화를 걸어왔는데 숫제 대답할 힘도 없어서 나 그냥 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버튼을 누르는 것도 수화기에 대고 무언가 말을 하는 것도 힘들었다. 이렇게 술 마시고 힘들기는 또 처음인듯 ㅠㅠ 천천히, 흐느적거리며 집으로 가면서 집에만 가봐라 쓰러져 자주겠다, 했지만 막상 집에 들어가니 세수도 안하고 그냥 자기는 거시기하더라. 그래서 세수를 하고 발만 씻고 쓰러져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속이 아프다거나 머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숙취는 남아있질 않은데 몸은 여전히 힘들었다. 아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 꼼짝도 하기 싫어. 보통 일자산 가는 걸 갈등하다가 결국 일어나서 가곤 했는데, 이 날은 갈등이고 뭐고 없었다. 그냥 제껴! 안가! 그렇게 나는 어제 널브러져 있었다. 축, 물에 젖은 휴지처럼 ..
토요일에는 오랜만에 여러명이서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아마 그 만남이 너무 즐거워서 에너지를 너무 쏟아가지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몸을 가눌 수가 없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를 포함 총 일곱명의 사람이 있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같이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하는 게 얼마나 즐겁던지! 그래서 좋다, 즐겁다고 계속 말하게 됐고 완전 업되고 흥분됐었던 것 같다. 중간에 여자사람1이 좋다, 고 하길래 '네가 좋다고 하니 좋다' 라고 대꾸했는데, 그러자 여자사람1이 그랬다. 이거 너한테 배운 거야, 라고. 뭘 먹으면서도 맛있다고 생각안했었고 사람을 만나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었는데, 너는 계속 끊임없이 맛있다, 즐겁다, 좋다, 라고 얘기하고 그걸 보니 자기도 그렇게 하게 됐다고, 그렇게 말하다보니 정말 좋더라고. 그래서 나는 또 약간 감동했다. 이런 게 뭔가 좋아서. 누군가에게 좀 좋은 영향을 준 것 같은 기분? 가슴이 뿌듯함으로 빡빡해졌다.
술마시기 전에 우리가 들렀던 곳은 알라딘에서도 활동하시는 분의 까페였다.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까페, <꿈꾸는 타자기>가 그곳이다. 막연하게 책이 많은 까페이고, 조용히 활동하시는 분인것 같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아아, 나는 미처 몰랐네, 주인장이 그렇게나 미모로울 줄은!!!!!
아니 이 분이 이렇게나 미모로운 남자사람일 줄 알았다면 진작에 가볼것을! 그동안의 시간이 아깝다 ㅠㅠ
술은 없을 줄 알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마가리타가 있더라. 꺅 >.<
소금, 사랑해요~ 마가리타의 소금을 홀짝이는 건 짜릿한 쾌락이다. 흣.
그리고 여자사람2가 주문한 커피에는 이렇게 데코를 해주셨다. 까페에도 이미 다섯 마리나 있는 고양이!!
예..예...예뻐.....
그리고 따뜻하게 떠먹는 초콜렛도 내어주셨다. 아..이건...신세계다. 아아, 나는 숟가락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퍼먹었다. 아아, 나한테 이런 쾌락을 안겨주지마... 이건 죄악이야.. 오리지널 씬...
위의 초콜렛도 주인장님이 직접 만드신거고 뒤에 보이는 과자도 직접 만드신 거란다. 게다가 자몽과 레몬을 꿀에 절여 말린 과일도 직접 만드셨다며 내어주셨다. 아, 님하..
저 말린 과일은 너무 좋아서 조카들 주려고 한 봉지씩 사왔다. 조카는 안먹고 내가 다 먹었다는 게 함정..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예약석으로 안내해주시고는 귤도 내어주셨다. 과일을 대접하는 남자사람은 좀 멋지지 않은가!
까페 안에는 책들이 가득했다.
책들을 판매하기도 하셨는데, 나는 정신없이 또 네 권이나 사버리고 말았다.
잠시후 주인장님은 나를 부르시더니 사인을 해달라며, 세상에서 제일 근사한 책, [독서공감, 사람을 읽다]를 내미셨다. 아아,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시뻘재셔저는 사인을 했다. 아아, 부끄럽다 부끄러워...
하하하하. 책에다가 잘생겼다고 사인한 건 또 처음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들하, 이 까페 미아사거리에 있는데 꼭 가보셈. 두번 가보셈. 한 번 가면 두 번 가게 될 거임. 여자사람3과 조만간 또 가보자고 막 얘기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까페에서 나와 레스토랑에 가서 와인을 마시는데 이때는 까페 주인장님까지 합석해서 남자사람1+여자사람6이 되었다. 다같이 와인잔을 들고 건배를 하는데 아아 너무 좋았어. 맛있는 음식, 와인, 그리고 남자사람...술자리에서 남자사람과 함께하게 된 게 너무 오랜만이라 감개무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젠가부터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잘 기억안나지만 여튼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즐겁다니, 그 사실이 또 너무 좋았다. 새삼 생각했다. 아, 나는 사람들 많은 거 되게 좋아하는구나. 사람들 많으면서 즐거운 거 너무 좋아하는구나, 하고. 뭐, 적은 사람을 만나도 즐거워하지만. 나는 진짜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많은 에너지를 받고 돌아오는 것 같다
지만 어제 하루종일 시체처럼 굴었어. -0-
내 눈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한쪽만 쌍커풀이 있다. 한 쪽은 없어...나는 이 사실에 대해 대수롭잖게 생각하고 내 눈은 그런 눈, 하고 넘어가는데 우리 엄마는 그게 영 못마땅한지, '삐꾸같다'고 말씀하시면서 '돈 줄테니 한 쪽만 수술해라' 라고 하시는거다. 그때마다 나는 괜찮다니까? 하는데, 영 싫으신가 보다 ㅎㅎㅎㅎㅎ 칠봉이도 나한테 '한쪽만 살짝 찝을까?' 라고 두어번 말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괜찮은데? 아 임 오케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 돈 캐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이 눈이 사진을 찍으면 너무 선명하게 짝짝이로 티가 나가지고 내가 봐도 안이쁘긴 하더라. 그리고 쌍커풀 있는 쪽은 섀도우 바르기가 편한데 쌍커풀 없는 쪽은 어디까지 발라야할지 아무래도 모르겠어...눈화장은 워낙 안하기도 하지만 간혹 하게될때마다 곤란한 거다. 어디까지..널 발라야 해?
그래서 으음, 아이참을 한 이틀 붙이다보면 쌍커풀이 생기려나 싶어서 검색해봤는데, 오, 이 세상은 언제 이렇게 발전한 것이냐. <쌍커풀액>이라는 게 있다더라. 풀처럼 발라서 꾹 눌러주면 쌍커풀이 생긴다는 거다. 내 경우엔 안 쪽에 자리만 잡아주면 뒤까지 연결되는 쌍커풀이 생기는 터라, 옳다쿠나, 이걸 한 번 해보자 싶어서, 오천원 주고 샀다. 그리고 앞쪽에만 살짝 발라 눌러주니 쌍커풀 완성! ㅋㅋㅋㅋㅋ
다 늙어서 별 걸 다 해보는 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오늘 출근할 때도 해봤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풀자국만 나고 쌍커풀은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잇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뭐 오늘은 회사에만 있을거니까 그러든지 말든지 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제는 여섯살 조카가 왔다. 어제 완전 어휴 너무 예뻐가지고. 귀욤귀욤 ㅠㅠ 실컷 안아줬는데 기침이 심해 오지 않은 세 살 조카 생각도 엄청 났다. 세 살 조카가 자라면서 완전 인물나는데 어휴, 이모 닮아가지고 조카들이 다 한 미모 한다. 세 살 조카가 방싯방싯 웃는 게 너무 생각난다. 어제 여섯 살 조카는 뭐가 그리 좋았는지 가면서는 뽀뽀하자고 입을 내밀더라. 보통 입에다 뽀뽀 잘 안하는데, 어제는 나도 모르게 그냥 했다. 아이구 이뻐라 ㅠㅠ 얘네들은 참... ㅠㅠ 이뻐 ㅠㅠㅠ
앗.
동료가 커피를 사왔다.
향이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