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에 '사랑이 필요할 때'라는 제목이 전혀 생뚱맞다고 생각되어 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원제는 [Touchy Feely] 이다. 영화의 중간중간 '기치료'를 받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touchy feely 는 아마도 그래서 나온것인듯. 영화는 다소 답답하고, 사실 이 영화는 보지 않고 그냥 패스해도 좋을 영화이다. 뭐 딱히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할 것이 없는 .. '엘렌 페이지'는 그런데 참, 묘하게 매력적인 배우인듯 하다. 이 영화에서 뭔가 머리도 빗지 않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머리 빗기 싫어하는 나이니만큼 그래서 동질감을 느낀건지 모르겠지만, 참 이상하게 매력적이다. 여튼 극중 엘렌 페이지는 고모의 남자친구를 짝사랑하고 있는데, 어느 외롭고 답답한 날 고모의 남자친구집 벨을 누른다. 그리고 정확한 문장은 생각나지 않지만 '피부가 따끔거릴만큼 키스가 그립다'고 고모의 남자친구에게 말한다. 그러니 키스해달라고, 그러나 고모의 남자친구는 '나는 네 고모를 사랑하잖아' 라고 말하며 엘렌 페이지에게 키스해주지 않는다. 그러자 '안아주는 건 괜찮겠지?' 라고 엘렌 페이지가 말하고, 거기에는 고모의 남자친구가 그렇다며 엘렌 페이지를 안아준다. 


사랑이 필요할 때란 제목은, 저마다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고 또 외로움이나 우울증 같은 것들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데 사랑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걸 보여주기 때문에 번역된 제목으로 붙은 것 같은데, 실상 영화의 마지막에 가면, 저마다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 들기는 한다. 조금은 답답하지만. 



암튼 이 영화의 마지막, 다같이 밥을 먹기 위해 모여 앉은 장면이 무척 좋았는데, 나는 진짜 이런 장면이 너무 좋다. 그래서 영화 [사이드웨이]의 이런 스틸컷이 진짜 짜릿할 정도로 좋다. 보면서 뭔가 막 좋아서 만족감이 온 몸에 퍼진달까. 손끝 발끝으로 훈훈함이 좌르르르륵 퍼져서, 행복해지기까지 한다. 실상 밑에 두 사진 중에 하나는 집에 있는 내 노트북의 바탕화면이기도 하다.



















[사랑이 필요할 때]의 식사 장면도 스틸컷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찾을 수가 없었으므로 패쓰. 여하튼 이렇게 술이 있는 식사 자리, 가까운 사람들 몇명과의 식사 장면은 크- 나의 로망이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도 친구들이 모여 다같이 식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내가 만약 이런 술자리 혹은 밥 먹는 자리를 마련하게 된다면, 그 자리에 있을 사람들은 개개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던지간에, 내게는 무척 좋은 사람들일 거다. 편하고 깔깔대고 웃고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들. 게다가 위의 [사이드웨이] 사진이 더 좋은 이유는, 그 술이 와인이기 때문이다. 진짜 조낸 좋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칠봉아, 위의 두 영화는 로맨틱 코메디가 아니란다. 이 나는, 로맨틱 코메디만 보진 않아요. 알겠나!!!!!!!!!!!!!!!!)



암튼 토요일에 나도 이런 비슷한 자리가 있었다. 창원 친구네 집에 가서 대낮에는 와인에 토마토치즈 샐러드를 먹었고, 창원 남산공원을 좀 걸었고, 안민고개를 드라이브 하다가 다시 친구네 집으로 돌아와 소주와 맥주를 마셨다. 술자리가 파하기전, 모두가 잠들기 전 내가 개구리 얘기를 해서-이건 설명하자면 길어서 패쓰한다- 모두를 눈물 쏙 빠지게 웃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암튼 친근한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좋다. 술은 근데 진짜 좋은 것 같다. 나는 술 마시는 사람들이 좋다. 함께 술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같이 막 마시고 같이 막 취하고, 안주도 맛있게 막 먹고 그러는 거 너무 좋아!!! 술 만세!! 그래서 나는, 술 마시는 연애를 하고 싶다. 연애에도 술이 짱이다! 우정에도 술이 짱이다!! 술 짱 좋음!!!!! 



밑에 사진은 창원 남산공원에서 찍은 것.






아, 다시 엘렌 페이지 앞머리로 돌아가서, 나랑 하룻밤을 같이 보낸 친구는, 내가 내 머리(카락)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그도그럴것이 내가 머리가 긴데 빗지는 않고 그냥 대충 올려버리기 때문에... 하하하하하. 나는 진짜 머리 빗는거 너무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머리 감는거보다 빗는 게 더 싫다. 그냥 대충 올려버리기 때문에 누가 봐도 머리에 신경 안쓴다는 게 너무 티가 난달까. 근데 뭐, 나 이런거 티나도 완전 괜찮다. 나는 이게 내 매력인 것 같아. 머리를 엉망진창으로 냅두는 거..엘렌 페이지도 그러잖아? 뭐 어쨌든. 근데 요즘에 머리 감을 때 머리가 길어서 좀 짜증이 나는거다. 머리가 짧을 때는 머리 감기 얼마나 편했던가. 그래서 며칠 전에는 욕실에서 가위를 들고 내가 내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 그냥 뎅강, 가위질을 해서 묶일 수 있는 단발로 잘라버리자, 하고. 굳이 미장원 갈 것도 없는게 어차피 묶어서 올리거나 할테니 고르고 가지런히 자를 필요가 무언가 싶은 거다.  어차피 묶을 거니 내가 잘라도 아무 상관 없지 않나? 그래서 가위를 들고 길이를 가늠하여 자르려다가, 잠깐 찾아온 이성 덕에 손을 내려 놓았다. 이러지말자...미장원 가자...이러다가 또다시 아니 왜 미장원에 돈주나 싶은거다. 그냥 내가 자르자. 그리고 묶자... 뭐, 그랬다는 거다. 으응? 그러고보니 내가 알라딘에서 지은 첫 시가 머리 빗기 싫다는 거였던것 같은데? 

찾아보니 정말 그랬다.  요기 ☞ http://blog.aladin.co.kr/fallen77/1123411





지난 2주간 친구가 보내준 꽃배달을 받다가 받지 않게 되니 화병이 놀더라. 나는 또 쓸모 없는 걸 싫어해서, 저 화병이 노는 게 좀 안쓰러운 거다. 그래서 여태 살면서 한 번도 하지 않던 걸 했다. 바로, 내 돈 주고 내 책상에 놓을 꽃을 산 것!!  와우!!  지난주 내내, 흐음, 내가 사서 꽂아 놓아야지, 라고 생각만 했다가, 오늘 점심을 함께 먹던 동료에게 '여기 꽃가게가 어디있지? 근처에 있던가?' 라고 묻고는, 동료랑 가 꽃을 샀다. 작은 화병에 꽂을 거 몇 송이만 사려고요, 하고. 그래서, 샀다!!


이렇게 사가지고 와서,





이렇게 꽂았다!!



히히히히히. 어릴적에는 누가 꽃을 주는 게 싫었다. 금방 시들어버릴 걸, 왜 이런걸 주나 차라리 먹을 걸 사주지, 라는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그런데 역시 나이는 먹고 보는 건가, 이제는 내 돈 주고 꽃을 사고 있다, 내가!!!!! 뭔가 내 책상에 놓을 꽃을 내가 사는데 기분이 좋더라. 아- 나는 어쩐지 앞으로 계속 이 화병에 꽃을 꽂아주고 싶어질 것 같아!! >.<





창원으로 가는 KTX  안에서는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머리가 복잡해 책을 펼쳐 들었지만 읽히지는 않았던 상황, 무심히 책 뒷면을 펼쳤는데, 오, 이런 게 책 뒷날개에 붙어있더라!



아, 이 예쁜 건 뭐야? 책갈피야? 아 깜찍해! >.< 떼어서 꺼내보니 이랬다.



히히. 예쁘다. 이걸로 책갈피 해야지. 그래서 나는 이 책에 책갈피로 꽂아두었던 걸 빼냈다. 안녕... 이 시크릿 책갈피 전에 쓰던 책갈피는 이것이었다.





아직 이 책을 아주 조금밖에 읽지 못했는데, 등장 인물 중 '테스'의 이야기가 씁쓸했다. 테스의 남편 '윌'과 테스의 사촌동생이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이 지독한 이야기에 테스는 놀랍고 슬픈 가슴을 진정시키러 아들을 데리고 자신의 엄마에게로 간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한다.



테스의 뇌는 아직 그 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어젯밤에 침대에서 자면서 계속 윌이 있는 곳으로 굴러갔다가, 윌이 있어야 할 곳이 텅 비었다는 걸 깨닫고 놀라서 벌떡 일어났던 것과 마찬가지 증상이다. 테스와 윌은 둘이 함께 잘 잤다.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고 몇 달도 되지 않아 윌은 "당신이 없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 당신은 꼭 있어야만 잘 수 있는 베개 같아. 가는 곳마다 가져가야겠어" 라고 했다. (p.120)



가는 곳마다 가져가야겠다고 했던 사람이, 꼭 있어야만 잠을 잘 수 있다고 했던 사람이, 왜 이제는 '미안해' 를 말할까. 왜 미안해, 네가 아닌 사람과 사랑에 빠져버렸어, 라고 말할까. 왜 그렇게 될까. 나 아니면 너 잠도 제대로 못잔다며...근데 왜 이젠 내 옆에서 자지 않아? 아- 삶이란 살수록 묘하고 살수록 어려운 것인가, 정녕. 왜 시간은 사랑을 변질시킨걸까. 왜 너 아니면 안돼, 가 너는 안돼 로 바뀌는걸까. 





주말 동안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어제는 집에 돌아와 오랜만에 울룩불룩 훌라후프를 돌렸다. 울룩불룩한 부분이 배를 건드릴때마다 아팠는데, 이럴줄 알았지만, 오늘 일어나니 곳곳에 멍이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참..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퍼 ㅠㅠ



악몽을 꾸고 일어난 아침, 악몽을 꾸든 말든 월요일은 다가왔고, 그렇게 출근을 하는데, 또각또각 걷던 골목길에 핀 꽃들이라니! 아니, 이 예쁜 꽃은 뭐야? 출근길에 멈춰 서서 사진을 찍었다.





꺅 >.< 

방금 알라딘에서 문자왔다. 중고 판 내역 정산됐다고. 책 사러 가자!!!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5-04-13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뭔가 지난 주말로 시간을 돌리고 싶구만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아..;;


다락방 2015-04-13 17:05   좋아요 0 | URL
다음엔 와인 싸들고 피크닉!! 꼭!! ㅎㅎㅎㅎㅎ

붉은돼지 2015-04-1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후 대머리 마일즈(맞나?)아저씨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요 ^^

다락방 2015-04-14 08:25   좋아요 0 | URL
마일스는 그 뒤로 계속 글을 썼을까요? 결국은 출판하게 되었을까요? 저도 궁금해요. 마야를 다시 만났는지도.

nomadology 2015-04-13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구리.. 제가 오늘 본 개구리 유머가 있었는데요. 거기선 그 유머하신 분이 방에서 쫓겨나고 뭐 그런 분위기였는데.
좋은 술자리는 아주 좋죠. 직장인이 된뒤론 권력관계의존형? 술자리 밖에는 가지기가 어려워서 아쉽습니다.

다락방 2015-04-14 08:26   좋아요 0 | URL
제 개구리 유머는 모두를 눈물 쏙 빠지게 웃게 했습니다. ㅎㅎㅎㅎㅎ
네, 좋은 술자리는 아주 좋죠. 어제도 친구랑 통화중에 제가 말했어요. 아우, 술 너무 좋고 남자랑 술마시는 것도 너무 좋아! 라고요. 전 정말 술이 좋습니다. 술을 함께 마실 좋은 사람들도 좋고요.

singri 2015-04-13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사이드웨이 ~술술술~^^

다락방 2015-04-14 08:27   좋아요 0 | URL
사이드웨이 정말 좋죠!! 와인을 사랑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에요. 히힛

보슬비 2015-04-1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이드웨이 볼때마다 와인한병은 기본으로 깔게되는 마성의 영화죠^^

다락방 2015-04-14 08:27   좋아요 0 | URL
언젠가 나도 한번은 저렇게 포도농장을 찾는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돼요. 전 이 영화 사랑합니다, 보슬비님. 특히 마일스가 1961년산 슈발 블랑 마시는 장면이요!! >.<

순오기 2015-04-14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숭아꽃이네요~~어릴 때 촌에 살면서 보고 자란 풀꽃나무는 언제 어디서 만나도 알아볼 수 있어요!^^

다락방 2015-04-14 08:28   좋아요 0 | URL
아, 저게 복숭아꽃이군요!! 주택단지에 있는 나무인데 저 나무가 딱 한 그루에요. 다른 거랑 달라서 도대체 저게 뭘까, 해마다 궁금했더랬습니다. 고맙습니다, 순오기님! 그렇지만 제가 나중에 다른 곳에서 저 나무를 보게 된다면 과연 복숭아나무라고 알아볼 수 있을까요? (시무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