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친구랑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애인(혹은 남편)이 바람을 핀다면 나는 그와 헤어질 것인가, 하는. 그때 나는 뭐, 나 모르는 데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상관없다, 의 마인드였지만 여기에 구체적 인물을 대입시키면 대답이 달라진다고 말했었다. 그저 막연히 나를 사귀면서도 다른 사람을 또 사귄다면, 뭐 순간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라고 생각할거라 여겼는데, 여기에 그당시 내가 좋아하던 남자를 대입해버리니 대답이 달라지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그 남자가 다른 여자랑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그 여자를 만나길 기대하며, 눈을 마주치고 함께 웃고 섹스를 하고 다음날 아침 민낯을 마주하는 걸 생각하니, 정말 돌아버리겠는거다. 이미 다른 여자한테 그런 마음을 품은 남자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용서하고 다시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못하겠는 거다. 그래서 그전까지의 개념적인 대답으로는 '그러든 말든 괜찮다' 였다가 구체적 인물을 대입해보고 '아니 나는 그 사람을 떠날 것이다' 로 바뀌었다, 는 대화를 친구랑 했었던 거다.


일전에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고 나서도 그랬다. 영화 속에서 할머니가 손자를 위해 젊음을 포기하는 장면을 보고, 저건 너무나 모성을 강요한 영화잖아, 뻔한 결말이야, 했었더랬다. 왜? 나는 젊음이 좋으니까, 젊음을 포기할 자신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젊음을 움켜 쥐고 싶을 테니까. 그러나 그 뻔한 결말에 구체적 인물을 대입하자 상황이 바뀌었다. 만약 내 젊음을 반환하고 살릴 수 있는 사람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누군가 라면, 이를테면 조카나 여동생 남동생 이라면, 그렇다면 나 역시 영화속 할머니와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은 거다. 이렇듯 개념적인 것에 구체적 인물을 대입하면 정말이지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내 사고방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 '토머스 캐스카트'의 《누구를 구할 것인가?》에서 바로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면, 답도 내려주지 않는 이 책이 뭔가 다르게 느껴지거나 하진 않겠지만, 저 구체적 대입에 있어서만큼은 무릎을 탁, 쳤다. 나는 '절대'를 말하는 사람 앞에서 '구체적 인물'을 대입해보라고 얘기하고 싶어졌다. 그렇다면 당신의 대답이 달라질 거라고. 이 대입은 공감능력과도 연결되어 질텐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개인의 능력일런지도 모르겠다.



자, 일단 이 책의 소재가 되는 '전차 사건'에 대해 옮겨보겠다.



어제 클리블랜드의 커닝햄 지방검사(샌프란시스코)가 2012년 10월에 체스터 '쳇' 팔리(샌프란시스코)가 전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과 관련하여 대배심이 대프니 존스(오클랜드)를 기소했다고 발표했다(미국 사법제도에서 대배심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소배심은 유무죄 여부를 결정한다-옮긴이).

대프니 존스는 선로 전환기 손잡이를 당겨 폭주 전차의 경로를 지선으로 바꾸는 "뛰어난 순발력과 용기를 발휘한"공로로 12월에 시장에게 상을 받은 바 있다. 전차가 본선本線으로 계속 달렸다면 다섯 명을 치어 사망케 했겠지만, 존스 덕분에 지선에 서 있던 쳇 팔리만이 목숨을 잃었다. 커닝햄 검사는 다섯 명 대신 팔리가 죽는 것이 낫다는 존스의 판단에 대해 대배심이 "존스 양은 신처럼 행동할 권리가 없다"라는 올바른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p.15-16)



이 책은 이 일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하고 또 그렇게 끝난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그 말이 이해가 되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또 그 말도 이해되는 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건 퍽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그중 내 관심을 끌었던 건 책 속의 '스텔라'의 대답이었다. 



(니체의 '선과 악'에 대해 언급하다가) 저는, 아무 잘못도 없는데 불우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더 도움을 베풀어야 할 것 같아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사람이나 나이들었거나 허약하거나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 말이에요. 그리고 니체의 철학을 나치가 악용했다는 것도 알아요. 그럼에도 니체의 말에는 일말의 진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습게 들리겠지만 티 파티(미국의 보수 단체-옮긴이)보다는 <오프라 윈프리 쇼>나 <닥터 필>같은 토크쇼에 가까운 것 같네요. 예, 알아요, 하하, 그래도 끝까지 들어주세요. 남의 밑씻개가 되지 않는 건-특히 우리 같은 여자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다른 뺨을 돌려 댔어요(니체의 선과 악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리는 기독교의 영향을 받아서, 누가 한쪽 뺨을 대리면 다른 뺨도 돌려대는 것을 선하다고 생각해요' 라고p.96 언급한 바 있다) . 니체의 말이 맞아요. 그건 '좋은 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건강하지 않은 거였죠! 우리에게도, 우리의 딸에게도 건강하지 않다고요.

그렇다면 이게 선로에 묶인 사람과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요? 손잡이를 당겨서 전차가 자신을 치게 하는 건, 안 그러면 다섯 명이 죽더라도 자연적이지 않고 건강하지 않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그녀는 지금 이타주의로 혼자 있는게 자신이었어도 다섯명을 살리고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브 라는 남자에 대해 반박하는 중이다). 전차가 저 말고 생판 모르는 사람을 치게 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참, 전차가 우리 아이나 남편이나 엄마나 심지어 이웃을 치게 하지도 않을 거예요. 그건 자연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가족과 친구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기 때문에, 낯선 사람 다섯 명을 구하려고 이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건강하지 않게 느껴져요. (p.99-100)




내게 인상깊었던 부분은, 정확히는 스텔라의 이 대답이라기 보다는, 스텔라의 대답을 분석한 '세라'의 말이라고 해야 옳겠다.



남녀가 서로 다른 윤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 결과를 읽은 적이 있어요. 여자는 도덕적 딜레마에 맞닥뜨렸을 때 여기에 어떤 인간관계가 결부되어 있는지를 먼저 따진대요. 이 방법 말고 저 방법을 선택했을 때, 저 방법 말고 이 방법을 선택했을 때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고민한다는 거죠. 그런데 남자는 같은 딜레마를 추상적 사안으로 바라본다고 하네요. 무엇이 정의로운가? 무엇이 공평한가? 누구의 권리가 침해되었는가? 이런 식으로요.


마브와 스텔라의 얘기를 들으면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 것은 문제를 서로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브는 대체로 자신이 전차에 치일 의향이 없으면 전차가 쳇 팔리를 치도록 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마브는 다섯 명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과 손잡이를 당겨서 전차가 친척이나 친구나 자녀를 치도록 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경우에 어떻게 할 것인지 말하지 않았어요. 자신이 아니라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 선로 위에 있었다면 틀림없이 다르게 판단했을 거예요.) 하지만 선로에 누가 있는지, 그가 나와 어떤 관계인지 - 그리고 내 행동에 따라 그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어요.

하지만 스텔라에게서 눈에 띄는 점은 지선에 누가 있는지, 그 사람이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를 매우 중요시한다는 거예요. 자녀, 남편, 엄마, 이웃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잖아요. 물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요.

두 사람이 실제로 그렇게 전혀 다른 행동을 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브는 실제 상황에서 정말로 자신을 희생할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요점은 여자는 남자에 비해 문제를 추상적 도덕성의 사안으로 바라보려는 생각을 덜 한다는 거예요. 남자는 문제를 (구성 요소를 넣고 뺄 수 있는) 일종의 수학 문제로 보려는 반면에 여자는 (실제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는) 이야기로 보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p.105-107)



나는 구체적 인물을 대입했을 때 대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것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학처럼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남자들만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들을 개념적으로 접근하고 추상적으로 대답하는 것보다는 구체적 인물을 대입하고 그 사람이 되어보고 그 상황에 있다고 가정해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내가 '특별히 남자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아니다. 감정에 흔들리는 게 여자의 전유물이고 이성으로 판단하는 게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것처럼.

실제로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 《장미와 주목》에서는 감정에 이끌리는 걸 혐오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화자인 '휴 노리스'의 형수가 바로 그녀인데, 그녀는 시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감정에 빠지는 걸 질색 하니까요, 언제나." 


(‥‥‥)


"감정이 내 의지나 이성을 밀어내고 앞자리를 차지한다는 느낌을 참을 수 없거든요. 난 행동을 제어할 수 있고 어느 정도는 사고도 통제할 수 있어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는 건 내 자존심이 용납하질 못해요. ‥‥‥내게 굴욕감을 준다고요." (p.173)



책 속에서 그녀는 언제나 휴 노리스의 좋은 말벗이 되고 사람에 대한 대단한 통찰력을 보여주는데, 그녀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에 이끌리는 걸 이성에 이끌리는 것보다 더 낮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나부터도 그랬고. 그러나 이성적 판단을 하기에 앞서 그보다 먼저 이끌리는 것이 감정이라고, 누군가의 글에서 봤는데..아무개님의 [바른 마음]에 대한 페이퍼였나..여튼. 나는 최근까지 내가 감정이 앞서는 사람인 것이 좀 속상했더랬다. 휴 노리스의 형수처럼 혐오하는 것 까지는 아니었지만, 내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을 보면 마냥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고. 그러나 이제는 감정에 이끌리는 것이 문제 해결에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추상적으로 개념적으로 내놓는 답보다 좀 더 현실적인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것도 감정이 하는 일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감정적 인간인 것이 전혀 굴욕스럽지 않다. 내 자존심은 나를 용납한다. 내가 내 자존심을 용납하듯이.







크- 

그러나 그런 한편 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여자...

아무리 필립 클로델을 사랑한다지만, 사랑한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한 이 책이 재미가 없어...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건지 내게 전달이 잘 안돼...

애정하는 작가에 나는 기꺼이 '필립 클로델'의 이름을 적어넣을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모든 작품을 사랑하는 건 아니다. 나는 당당하게 그 앞에서 그건 별로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칼같은 여자...인 것이다. 나는 이 책 읽기를 포기한다.

나는 얼음나라 공주..인 것이다. (응?)






- 아침엔 친구로부터 '캬라멜 마끼아또' 기프티콘을 받았다. 안그래도 출근길에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마시고 싶어 집에서 텀블러를 챙겨왔는데,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신나서 원래 5번 출구로 나가 2,900원짜리 아메리카노 마시려던 걸 포기하고 8번 출구로 나가 스벅에 가서 기프티콘을 내밀었다. 씐나! 출근길에 마시라며 보내주는 센스! 우히히히히 우걀걀걀걀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꽂고 회사까지 걷는다. 에피톤 앨범을 한데 모아 재생목록을 만들었는데, 요즘엔 거기서 랜덤으로 듣고 있다. 마침 어제 듣다 말았던 '꿈에 네가 보인다' 가 나오는데, 이게 끝나고 뭐가 나올까 두근두근 하는데, 꺅 >.< '눈을 뜨면' 이 나오는 게 아닌가! 아 좋아 ㅠㅠㅠㅠㅠㅠㅠ좋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러면서 생각했다. 8번출구로 나오면 나는, 대체적으로 행복하구나, 하고. 8번 출구로 나와서 걷는 길은 그러고보면, 계속 행복함을 느끼게 해줬던 것 같다. 물론 8번 출구로 나간 것은 오늘, 커피를 준 친구 덕분이고, 커피를 바로 지금 마시겠다는 나의 의지 덕분이었다. 또한, 에피톤 재생목록을 랜덤으로 듣기로 한 것도 나의 의지였고. 그러니 이 행복은 내가 만들어낸 것.




- 아침에 ㅊ님의 트윗에서 '행여나 지각할까 쫄깃한 출근길' 이란 글을 보았는데, 하아- '쫄깃한' 이란 단어를 보자 그냥 막 좋았다. 두근두근. 일전에 T 님이 내게 멘사에 대한 페티쉬가 있다고 했고 며칠전엔 B 가 내게 손에 대한 페티쉬가 있다고 했는데, 아, 나는 뭐 이렇게 늙어갈 수록 페티쉬가 늘어나. 나는 '쫄깃한' 이란 단어에 페티쉬가 있는 것 같다고, 오늘 아침 생각했다. 실제로 쫄깃한 그 무엇 보다는 '쫄깃한' 이란 단어와, 말. 나란 인간, 변태 인간...




- 어제 남동생과 대화를 하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나는 무지 사랑하는 사람의 다른 모든 걸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가 **라면 진짜 정 떨어질 것 같아. 나는 그 사랑을 포기할거란 생각이 들어. 더이상 사랑할 수 없을 것 같아, 라고. 그러고보면 나는 사랑을 머리로 하나봐, 라고. 가슴으로 사랑한다면 그가 무엇이든, 어디에 소속되어 있든 사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데 나는 못그러겠더란 말이지, 그건 안돼. 그러자 남동생은 '그건 나도 그럴 것 같은데?' 라고 했다. 나는 사랑을 머리로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안되는 기준 같은게 있는 건 좀 괜찮은 것 같다. 






이제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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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2-16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싫어...일하기.....

무해한모리군 2014-12-16 10:50   좋아요 0 | URL
ME TOO

다락방 2014-12-16 10:57   좋아요 0 | URL
하지말까요... -0-

무해한모리군 2014-12-16 11:2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얘기를 하자면 저는 조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이고 허리야..

다락방 2014-12-16 11:31   좋아요 0 | URL
아..조퇴라니..Orz

조퇴하는 만큼 푹 쉬세요, 휘모리님. 허리 빨리 나아야지요. 얼른 가요, 얼른, 얼른!

무해한모리군 2014-12-16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하루만 먼저 향수에 대한 얘기를 다락방님께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ㅎㅎㅎㅎ

다락방 2014-12-16 10:5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는 궁금해서 사서 읽었을 거에요. 이건 포기! 이긍..

라파엘 2014-12-16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읽어보고 싶은 책이 또 생겼네요. 공감이란 것에 대해서 요새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거든요. 감사합니다 ^^

다락방 2014-12-16 15:25   좋아요 1 | URL
혹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보셨다면 이 책이 뭐 더 특별할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재미있게 읽긴 했어요. 워낙에 생각해보는 걸 좋아해서요. :)

뽈따구 2014-12-1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전 소설책을 굳이 구해서 읽지는 않아서,
서평 책으로 ˝향기˝가 올라왔을 때 쿨하게 넘겼는데,
필립 클로델을 좋아라하며 ˝향기˝를 구입하는 ˝다락방˝님을 보면서
`나도 신청할 걸 그랬나?` 하고 살풋 후회했는데
˝향기˝ 재미없다니 왠지 다행스럽네요.
재밌다고 올리셨으면 계속 후회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4-12-16 15:26   좋아요 0 | URL
필립 클로델의 [향기]는 소설책은 아니고요 산문집이에요. 저는 대체적으로 산문집을 재미있게 읽지 못하는 편이긴 한데 `필립 클로델`이란 이름만 보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한 거지요. 그렇지만 .. 정말 재미가 없... ㅠㅠ

향기 대신 다른책을 읽으시면 되겠습니다, 뽈따구님! ㅎㅎㅎ

아무개 2014-12-1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내가 너를 사랑하니 나의 모든 것을 받아 들여라!` 라는 것은 굉장히 유아적인 사랑이라고 합디다.
그 반대도 다르지 않을꺼라 생각해요.
그러니까 꼭 그렇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른 사람이 하면 싫은 행동도 `그 사람`이니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정도가 뭐...

2.<누구를 구할것인가> 왠지 제목만으로 짜증이나서...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게 만드는 선택지를 주는게 너무 싫어요.
그게 삶의 `부조리` 이겠지만....싫어 힝~

3.<바른마음>은 두껍긴 해도 어렵지 않아서
저도 충분히 읽을만 했어요.
다락님도 도전해보심이 ^0^

다락방 2014-12-16 15:31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은 댓글을 `에미`같이 달아요. 번호 붙여서 ^^ 그래서 아무개님이 번호 붙인 댓글 읽을 때마다 에미 생각나요. 나의 에미. 난 레오가 더 좋지만. 근데 레오 밉기도 하고...미아랑 섹스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삼천포로 가는 날 말려줘요! ㅠㅠ)

1. 별 생각 없다가 최근의 뉴스들을 보고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만약 저렇게 한다면`을 대입해보고 나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별 도리없이 돌아서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제가 용납할 수 있는 범위 라는게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용납할 수 있는 범위가 정해져 있다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실제로 며칠 전에는 누군가에게 물어봤어요. `너 혹시 **냐...` 라고. 아니, 라는 만족스런 답변을 얻었습니다. 아닌 줄 알았지만 그래도 아니라는 말을 듣고 싶더라고요. 우히히히

2. 아무개님이 저 제목을 짜증낼 거라고는 생각 못했어요. 오히려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알기는 힘든 거군요. 갈 길이 멀어...전 좋았어요. 전 막 책 읽다가 혹은 누군가의 얘기 듣다가 생각해보는 게 너무 좋아요. 만약 나라면? 만약 당신이라면? 내가 뭔가 잘못 생각했나? 이러면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게 너무 즐거워요! >.<

3. 바른마음은...비싸서..패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몽테뉴의 수상록도 사놓고 회사에 처박아 두고 있어놔서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왜샀냐 ㅠㅠ)

moonnight 2014-12-16 1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구체적인 누군가를 대입했을 때 맘이 확 바뀔 때가 있죠. (불현듯 어떤 생각이 ㅠ_ㅠ;;)
지금 더 드롭을 너무 재미있게 읽고 다음 책을 못 정해서 우왕좌왕 하다가 창비세계문학을 잡았는데, 다락방님 글을 읽으니 <장미와 주목>을 읽고 싶어졌어요. ^^

다락방 2014-12-16 16:41   좋아요 0 | URL
문나잇 님도 장미와 주목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거에요! 아 빨리 또 책사고 싶어요. 더 드롭...저 오늘 산 책 아직 배달도 안됐는데..내일 배달 될텐데 벌써부터 또 사고 싶어지는 이 미치고 조급한 마음... ㅠㅠ

2014-12-16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7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4-12-17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인용하신 저 책의 내용은 정말 궁금하네요.
5명대 1명이라.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아마 큰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였을텐데,
문득 아내가 물었어요.
만약 바다에 자기와 아기가 빠졌다면 누구를 먼저 구할 것인가?
아! 난 이런 류의 질문을 무척 싫어하는데, 그때 좀 고민을 했죠.
처음엔 당연히 아기를 먼저 구할 거라고 말하려다가,
마음을 바꿔 아내를 먼저 구할 거라고 말했죠.
지금 나에게는 자기가 그만큼 더 소중하다고 말이죠.
아내는 내 어깨를 쎄게 때리고는 무조건 아기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어요.

과연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아니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궁금해지는 아침이네요.

다락방 2014-12-17 09:31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의 댓글을 읽고 저도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만, 어쨌든 어떤 선택이든 하긴 해야 둘 중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은 변함없네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으면 둘 다 잃게 될테니까요. 그렇다면 그 `하나`는 어떻게 선택해야 하느냐 하면...하아- 역시 감은빛님, 생각하기 싫은 질문이에요.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생각하기 싫은` 이라고 써놓고 나니 생각이 나서요.
저는 앞으로 조카가 살아가면서 어떤 위험이 닥치진 않을까 생각하다가 되게 힘들어지곤 해요.
되게 심하게 힘들 때는, `그런 고통-조카가 다치거나 상처받거나 힘들어하는 걸 보는 것-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나의 죽음`이 아닌가 싶어지기도 했어요. 나는 아무것도 막을 수 없을테니, 고통에서 빠져나오는 건 내가 없어져 버리는 거라는.
`생각하기 싫은 선택`에 대한 댓글을 읽고 나니, 그때의 기억이 나네요.
한참 우울하던 때라서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다시 힘들어질라고 해요.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사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면 딱히 새로울 건 없거든요. 그런데도 여전히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좋은 아침 보내고 계십니까, 감은빛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