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 코리아] 를 보면 샤방샤방한 분위기에 나오는 백뮤직이 있다. 지난주에 신성우 편을 보았는데, 신성우를 처음 보게 된 안영미의 마음을 표현할 때도 그 곡이 나왔다. 무슨 곡인지 잘 모르겠고 가사도 잘 못들었는데 여튼 그 분위기가 상당히 므흣므흣하고 상대에게 반한 마음을 잘 표현한다. 샤라라라라라라라~ 뭐 이런 곡인데. 여튼,


오늘 받은 문자메세지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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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백뮤직이 들려왔다. 샤라라라라라라라~ 그러나 이 책을 지르기에 앞서 신중해지도록 내 자신에게 명령한다. 기다려. 며칠 있다가 사자. 조금만 참아. 지금 사면 신용으로 사야 해, 며칠 기다리면 현금으로 살 수 있잖아. 기다려. 그리고 그때 5만원어치를 채워서 달력을 받자. 피터 래빗과 백희나 그림은 조카를 주자. 책읽는 명화는 내가 갖자. 그래 이번 달력은 삼종을 다 가지는거야! 기다려, 참아. 나는 이를 악문다.


젠장 삶은 왜이렇게 어려워. 나는 왜 맨날 이를 악물어야 해. 쓰벌.









아침에 일어나면 라디오를 트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와 상관없이 머릿속에서 어떤 노래들이 떠오를 때가 많다. 그러면 라디오 노래는 그대로 둔채로 나는 내가 생각한 노래를 계속 생각하는데, 오늘 아침 내가 생각한 노래는 '이아립'의 <누구도 일러주질 않았네>와 '김광진'의 <편지>였다.

출근길 내도록 편지를 생각하려니, 오래전에 보았던 토요드라마 [무동이네 집]의 한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아마 무동이네 이모 였던가 고모 였던가...여튼 '김은정'은 '손지창'과 사귀고 있었다. 그 당시의 손지창은 정말 젊은 여자들 휘몰아칠 정도로 멋있었는데....뭐, 이건 그냥 넘어가고 어쨌든. 김은정은 손지창과 사귀면서 손지창이 너무 좋아서 좋아하는 마음을 가득담아 편지를 보낸다. 그당시는 핸드폰이 없었던 상황. 문자메세지로 마음을 전할 수 없었다. 삐삐도 없었을 때다. 반드시 집전화나 손편지, 만나서 전하는 마음이 가능했다. 김은정은 그렇게 자신의 절절한 사랑을 편지에 담아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가 상대에게 가 닿기 까지는 며칠간의 시간이 소요된다. 김은정은 손지창에게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채로 손지창을 만났는데, 손지창은 김은정에게 이별을 고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됐던가, 하는 이유로 김은정에게 헤어지자고 말한 것. 김은정은 집에 돌아와 펑펑 운다. 그리고는 자기가 보낸 편지를 어쩌면 좋으냐고 더 운다. 그때 김은정의 동생이 언니의 사연을 알고 손지창에게 전화를 한다. 

우리언니가 보낸 편지가 곧 도착할텐데, 오빠 그거 읽지 마. 뜯지 말고 읽지 마.

손지창은 힘없는 목소리로 알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전화를 끊은 그의 손엔 이미 김은정이 보낸 편지가 들려 있었고 물론, 다 읽고난 후였다. 손지창이 김은정에게 헤어지자고 말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그녀의 편지가 도착해 있었던 것. 만약 김은정의 동생이 좀 더 빨리 전화했다거나, 손지창이 하루 전에 헤어지자고 했다면, 그랬다면 손지창이 김은정의 편지를 읽지 않았을 지는 알 수 없다. 아마 인간의 호기심이 작동해, 편지가 더 늦게 도착했다 해도 읽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그러니, 그 사이의 시간차가 야속하다.

나는 너를 사랑해, 라는 말을 적어 편지를 우체통에 넣는다.
편지가 상대에게 닿기 전, 상대는 내게 이별을 통보한다.
이별에 가슴아파하는 나는 내가 며칠전에 보낸 편지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상대는 이별을 통보하고 씁쓸한 마음에 집에 돌아와 내가 보낸 편지를 받는다.
그 안에는 사랑의 말들이 가득하다.



그 사랑의 말들을 읽었다고 해서 그가 다시 그녀에게 전화를 해, 내가 전에 말한 우리의 이별은 번복할게, 라고 할 수 있을까? 이별이, 번복이 될까? 이미 나는 너를 더이상 사랑하지 않아, 혹은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 라고 말했던 게 나한테 와 닿아 가슴을 후려쳤는데, 이제와서 '너의 마음이 이렇다니 그 모든걸 없던 일로 할게' 라고 말한다 해도 그게 가능할까? 그런 말을 이미 이별을 말한 상대가 할 리도 없겠지만, 설사 한다 해도 내가 달갑게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


내 고백은 공중에 흩어지고 너에게 닿지 못했으며
너의 이별의 말만이 나에게 와 닿았다.

그 사이사이, 마주하지 못한 시간이 있었다.



아래 곡은 그 당시 [무동이네 집] 에 삽입되어 크게 인기를 끌었던 두 곡.













사과 몇 개가 사무실 내 자리에 있다. 며칠전 회사에 사과 몇 박스가 생겼는데, 그걸 전 직원이 몇 개씩 나눠가진 것. 당연히 집에 들고 가려고 했는데 너무 무거워 미루고만 있다가, 며칠전 오후에 배가 고파 먹었더니 너무 맛있는거다. 그래서 그냥 내 자리에 두고 배고플 때마다 먹자, 라고 생각했다. 빵보다는 사과가 나을테니, 라고 생각하면서. 

오늘은 아침부터 사과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사과를 씻으려 가려는 데 청소 아주머니가 바깥에 보인다. 나는 얼른 커다란 사과를 하나 더 집어서 바깥으로 나갔다. 아주머니, 사과 드세요. 제가 씻지 않았으니 씻어서 드셔야 해요, 라고 말씀드리며 사과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어휴 뭘 이렇게 맨날 줘요, 라고 고맙다고 하셨고, 두르고 있던 앞치마의 주머니를 벌리셨다. 손에는 고무장갑을 끼고 계셨던 터라. 나는 그 주머니에 쏙- 사과를 넣어드렸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와 내 몫의 사과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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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04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5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14-11-04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바다 -별빛이 내린다.

다락방 2014-11-05 11:05   좋아요 0 | URL
아항. 맞아요. 그 가사가 별빛이 내린다 였던 것 같아요.

별빛이 내린다 샤라라 라라랑~~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낭만인생 2014-11-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향기 가득한 글입니다.

다락방 2014-11-05 11:05   좋아요 0 | URL
어제 출근길에 지하철 안 옆자리 남자 향수 냄새가 아주 좋았습니다. 후훗

비로그인 2014-11-04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필요한 달력이 뭐죠? 말만 해요~~ ㅎㅎ
책을 다 사버리자 달력이 떴는데 살 책들이 또 생겨버렸어요 ㅠㅠ
그나저나 난 왜 백뮤직이 들려오는 문자를 못 받는거지? ㅠㅠ
편지. 저도 무지 좋아하는 노래예요^^

다락방 2014-11-05 11:39   좋아요 0 | URL
저 다 갖고 싶거든요. 음...책읽는 명화요! 그건 제 책상에 놓을거에요! ㅎㅎ 나머지 두 종류는 받아서 조카 갖다 줄거에요. 히히히히히

편지, 좋죠. 가슴에 바람이 부는 노래에요, 아른님. 흑흑.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되돌리지는 않겠소..

유부만두 2014-11-0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 나누는 다락방님.
참 예뻐요! 착한 어른이 도장 찍어드릴게요. ^^

다락방 2014-11-05 11:39   좋아요 0 | URL
착한 어른이 보다는 예쁜 어른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현실은 제게 예쁜 어른을 허락하지 않네요. ㅠㅠ

네꼬 2014-11-05 14:30   좋아요 0 | URL
예쁩니다 다락님. (참견)

다락방 2014-11-05 15:28   좋아요 0 | URL
네꼬님도 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버벌 2014-11-05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동이네 집이라니. 전 엄청 좋아해서 보던 드라마인데 왜 저 김은정과 손지창 부분은 생각이 안 날까요???? 그런데 그 둘이 그렇게 헤어진건가요? 난 왜 기억이 안나지? ㅠㅠ 최민수와 김혜선만 생각나~~~~

다락방 2014-11-06 09:15   좋아요 0 | URL
저는 최민수와 김혜선이 생각 안나요 ㅋㅋㅋ 최민수가 무동이네 집에 나왔다니 뭔가 안어울려요 ㅋㅋㅋㅋㅋ 최유라는 생각나네요. ㅋㅋㅋㅋㅋ
그 뭣이냐, 거기에, 이재룡이 미술선생으로 나왔던거요. 그림 그릴때마다 퍼햅스 러브 틀어둬서 막내 김민희를 설레이게 했던...이재룡도 그때 멋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