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슬픈

-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안에서 김어준의 파파이스를(미안한데 케이에프씨인줄 알았다;;) 들었다. 평소에 팟캐스트를 듣지 않는데, 유민아빠에 대해 김어준이 하는 말을 듣고 싶어져 부러 찾아 들었던 것. 창밖을 보며 듣다가 핑- 하고, 이 방송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고 생각했다. 그래봤자 어차피 사람은 변하지 않겠지만. 나 역시 그렇지만, 사람은 자신이 보고싶은 걸 보게 되고 듣고 싶은 걸 듣게 된다. 자신의 최선이 다른사람에게도 최선이 될거라고 당연하게 추측하고 짐작한다. 그러나 나는 번번이 느낀다. 너의 최선은 나의 최선이 아니라고. 여튼 계속 듣는데 마지막에 파파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십대초반에서 중반인 듯한 여성이 '김어준이 너무 좋아서' 파파이스를 듣는다고 답했다. 김어준은 그녀에게 '시사에 관심이 있냐'고 물었고 그녀는 시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이 말에 그 곳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웃었는데, 그녀는 나중에 덧붙였다. 김어준이 좋아서 듣기 시작한건데 시사는 전혀 모른다, 그러나 자꾸 들어보면 들리지 않겠느냐, 요즘엔 듣다가 검색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그런다, 고.


아!


나는 이 말이 무척이나 좋았다. 김어준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이 부분에서 발휘됐던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더 알고 싶어하고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그렇게 공부를 한 건 그녀 자신이지만, 동기 부여를 김어준이 해준 게 아닌가. 스스로 알아나가고 공부하려고 하는 그녀가 무척이나 좋았고, 김어준의 긍정적인 영향력이 고마웠다. 그래서 막 결심해보게 되는것이다. 나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러다 이내 의문에 휩싸인다.



어떻게??



어제는 퇴근후 남동생을 만나서 술을 마셨다. 둘이 소주와 맥주를 마시면서 나는 잔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야할텐데, 염려하며 남동생에게 공부하라고 말했다. 뭐든 공부하라고. 영어든 시사든 뭐든, 계속 공부해, 라고. 그러자 남동생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누난 그만 좀 먹어.



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내가 또 막 할 말이 없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오늘 아침 출근준비를 하기 위해 눈을 뜨자마자 라디오를 틀었는데, 막, 이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크- 자연스레 대학시절 졸업여행이 생각났다. 제주도로 졸업여행을 갔다가 항공대랑 방팅했던 것. 하하하하. 이날 우리가 묵었던 숙소에 항공대 남자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가지고 함께 술을 마시며 방팅을 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술에 취하고 분위기는 무르익어갔고 그래서 몇몇이 일어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 맥주병에 숟가락을 꽂고 무한궤도의 '우리앞에 생이 끝나갈 때' 를 불렀는데, 크- 얼마나 환호성을 받았던지. 밤이 늦을수록 자리에서 일어나 잠 자러 가는 학생들도 있었고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키며 계속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도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후자였다. 그때 어떤 남학생이 토이의 이 노래를 불렀던거다. 남아서 자리를 지키던 우리는 남녀가 하나되어 이 노래를 따라 불렀는데, 나는 이 노래의 가사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고 있던터라(지금도 모르지만) 아는 부분만 따라부르다 모르는 부분은 허밍으로 하고 그랬다. 참 즐거웠지...여튼 나는 그날 방팅에서 인기 캡짱이었다. 남자애들은 내가 노래를 시작하면 모두 하나되어 따라 부르고 모두들 나를 좋아했다. 내가 얼마나 어깨를 으쓱했던가. 그러나,

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오고난 후에야...그 당시 인기 많았던 나를 제쳐두고, 남자아이들이 다른 여자아이들의 전화번호를 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밤을 보내고 누군가는 연인이 되어 있었고 누군가는 친구가 되어 있었다. 그날 거침없는 환호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던 나의 전화번호를 묻는 남학생은 

아.무.도.없.었.다.


복도에서 마주치거나 교실에서 마주치게 되는 아이들은 내게 ''항공대 아무개가 너의 안부를 묻더라', '항공대 아무개가 너 되게 재미있대' 라고들 말했다. 이게 지금 뭔 시추에이션???? 뭐지, 이 들러리 된 기분은?????????????? 나는 내가 탑인줄 알았는데 사실은 묻힌 아이었어?????????????????????


히융. 하여간 남자들이란..........


이 생각을 하며 출근준비를 하다가 자연스레 축제 때 일도 생각났다. 대학 축제때 우리과 주점에서 남자 몇과 나를 포함한 우리 학교 여자 몇이 함께 술을 마셨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또 나는 인기 폭발이었다. 남자애들이 음악에 관심이 많았는데 내가 익스트림의 겟 더 펑크 아웃 을 극찬했던 것. 왼쪽 이어폰과 오른쪽 이어폰에서 나오는 소리가 다르잖아, 가운데 뇌에서 그걸 합쳐서 완벽하게 만들지 않아?? 남자애들은 나에게 맞다고, 너 진짜 대단하다고 하며 추켜세웠고, 나는 또 그자리에서 사교의 여왕이 되었다고 으쓱했는데, 우리중 한 여자아이가 취하자 한 남자가 택시를 잡고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거다. 그렇게 자리를 파했는데, 그 날 여자아이는 집앞에서 그 남자아이로부터 고백을 들었다고 했다. 너가 좋다, 고. 걘 그냥 내 말 듣고 웃기만 하고 박수만 쳤는데.....그러다 취하기만 했을 뿐인데....말은 다 나랑 해놓고............

물론 그 학생이 더 예쁘긴 했다. 버스 안에서도 남자가 말을 걸기도 했고, 케이블 방송에서 캐스팅을 당하기도 했었다. 박수와 환호성, 사교성은....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아무짝에도..........







그래, 너네는 예쁜 애들에게 고백해라. 나는 누노를 사랑하련다. 게리도 좋아요! 나는 이 영상이 좋다. 누노 멋져!! ♡.♡ 누노 이즈 갓! >.<



바야흐로 연애의 계절인가....


아, 내가 먼댓글 저 페이퍼에 단 이유가 있었는데 까먹고 등록했네. ㅋㅋㅋㅋ 어제 저 책을 갖고 싶다, 저 안의 사진을 보고 싶다는 내 페이퍼에 ㄱㅈㄱㅎ님께서 티브이 방송인 것 같으니 아쉬운대로 유튭 찾아봐라, 해주셨는데, 오, 아니나다를까, 있었다!!!!!





이 영상은 라자냐를 만드는건데, 나는 오늘 이 영상과 다른 영상들을 보며 새삼 나 자신에 대해 새로 알게됐다. 내가 보고싶은 사진, 내가 보고싶은 요리는 애피타이저나 디저트 보다는 메인요리 쪽이라는 것을. 햄과 베이컨, 고기가 들어가는 메인요리쪽의 사진을 나는 더 보고 싶다. 물론, 먹고싶은 것도 마찬가지이고.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디저트 만드는 건 보다가 걍 꺼버렸다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요리는 메인요리죠!! 육덕육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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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는 건 늙어가는 일
    from 마지막 키스 2015-10-27 11:40 
    아주 오래전 신해철이 [밤의 디스크쇼] 디제이를 했을 때, 금요일이었나 토요일이었나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청취자들로부터 엽서를 받아 그 주의 인기가요를 순위로 뽑아 틀어줬었다. 신해철에 대한 애정으로 듣던 나같은 사람이 많았는지 당시 1위는 계속 신해철의 노래가 했었는데, 그래서 신해철은 말했었다. 자신의 신곡이 나온것도 아닌데 자꾸만 디제이라고 1등하니 안되겠다, 여러분들이 보내주는 노래에서 신해철노래는 빼겠다, 라고. 그러나 애청자들은, 팬들은 그
 
 
세실 2014-09-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다락방님. 남자들의 본심은 '천상 여자'를 좋아한다니깐요~~~~~~~
전 요즘 사무실에 카이의 세상의 모든 음악 잔잔하게 틀어놓고 듣고 있어요.

다락방 2014-09-12 12:52   좋아요 0 | URL
제가 지금 이 나이가 되어서 내린 결론이 있어요.
고등학생 대학생, 이십대 중반의 남자들에겐 특유의 허세가 좀 더 강하고, 그건 여자친구의 '외모'도 한몫을 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성숙해지면서 그들도 알게 돼요. 외모는 무시하긴 힘들겠지만 '가장 중요한'것은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래서 저는 나이들고나서부터 비로소 연애가 가능해진 것 같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뭐, 저 좋을대로 해석한겁니다. ㅋㅋ

포스트잇 2014-09-1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 근데... 다락방님, 남자를 진짜 좋아하긴 하시나요? 연애하고 싶어 죽을 만큼인건 하신건가요?

다락방 2014-09-12 14:48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이건 무슨질문이죠? ㅎㅎㅎㅎ 저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연애하고 싶어 죽을것 같진 않아요. 연애는 하면 재밌고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연애하고 싶어 죽을 것 같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ㅎㅎㅎㅎㅎ 얼마전에 친구랑 얘기하다 이런 비유를 들었는데요. 남자를 나무에 비유하자면, 전 그 나무가 그냥 좋은거에요. 가로수길에 있으면 그런대로 좋고, 산에 있으면 그런대로 좋고. 다른 집 마당에 있으면 그런대로 보면서 좋지 굳이 그걸 뽑아다가 내 집 마당에 심어놓고 싶진 않은 그런거? 뭐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핫

에르고숨 2014-09-1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요일 나들이 왔어요. 아래 페이퍼의 '슬픈' 갈비뼈 책, 어느 작가의 뭐뭐지요!라고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반가웠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ㅎㅎ 무슨 책이에요? 아, 곧 리뷰로 볼 수 있겠지만서도- 쿨럭. 주말 잘 보내세요! ^^

다락방 2014-09-14 19:17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에르고숨님!
저는 정말로,
누군가가 그 책은 누구의 무엇이지요? 라고 해주길 바랐던 것 같아요. 만약 그랬다면 더 친근해지거나 더 친밀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그러나 세상에 책은 많고도 많아, 그런 우연은 일어나질 않았네요. 아쉬워라.

무슨 책인지는 이제 곧 아시게 될겁니다. 여기에 댓글을 달고나서 바로, 페이퍼를 쓸 예정이거든요. 졸려서 약간 갈등중이지만요. 잘까, 페이퍼를 쓸까..

주말, 잘 보냈어요?

치니 2014-09-15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글을 읽으니 제 대학시절 슬픈 추억도 떠오르네요. 타학교 남학생들이랑 같이 엠티를 갔었는데, 어떤 애가 제가 그 당시 가장 좋아하는(그러나 일반적으로 잘 모르는 희귀) 곡을 기타 치며 불러서 완죤 뿅 갔는데, 알고보니 그애들은 모두 저희 과에서 유명한 애들 둘이 올 줄 알고 따라왔다가 걔네들이 안 와서 재미없다며 툴툴, 할 게 없으니 노래나 불렀다고. 제 생각엔 그 유명한 애들은 예쁘긴 해도 매력이라곤 전혀 없는 애들이었건만, ㅠ 그 둘이 안 오는 바람에 나머지 수십 명이 오지도 않은 주인공들 때문에 들러리로 전락한 기분, 슬펐어요. 근데 예나 지금이나, 진짜 이쁜 애들은 그런 자리 안 온다는 거, 그 남자애들이 어려서 고걸 몰랐던 거죠. ㅋㅋ

다락방 2014-09-14 19:20   좋아요 0 | URL
그당시엔 매력=미모 였던것 같아요. 녀석들도 시간이 흘러 철이 들게 되면 매력이 미모로 대변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아주 잘 알게되겠지요. 만약 나이 들어서도 그걸 알지 못한다면, 그런 놈들은 얼간이, 상대할 필요도 없고 말입니다. 저 고등학교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수학여행 가서 단체사진 찍은걸 한 아이가 학원 남자애한테 보여준거죠. 그래서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남자 쪽에서 단체사진을 보고 여자애들을 찍었어요. 이 애들로 나오게 해달라고... 당연히, 저는 그 '찍힌' 아이들중에 없었답니다. 지금이라면 그 행동에 분개할텐데, 그때는 내가 미모로 선택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우울했던 기억만 있네요. 아 분해..화내야 할 때 화도 못냈어...크- 역시 이것도 어려서 그런것 같아요.

자작나무 2014-09-17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들어 느끼는 것데 매력 중에 최고는
젊음입니다

다락방 2014-09-17 09:48   좋아요 0 | URL
동의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