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홍콩엘 갔었고, 홍콩에서도 역시나 서점을 찾아 들어갔다. 그러나 커다란 쇼핑몰 안에 있는 서점은 내가 원하는 서점이 아니었고-문구 완구 기념품을 다같이 파는 곳이어서 서점 보다는 선물가게의 이미지를 받았다-, 분위기 역시 내가 원하는 바와 달랐다. 그러나 낯선곳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일인가. 아쉬운대로 둘러보고 점원 몰래 마음 졸이며 사진도 몇 장 찍었다. 그러나 워낙 새가슴이라 정말 원하는 건 찍지도 못했어...여튼, 이 책이 되게 궁금해서 메모장에 메모해왔다.

거기서 이 책의 표지를 보고 너무 사고 싶어졌는데, 일단 안을 보지 못해서 망설여졌다. 게다가 나는 요리에 젬병이고 영어도 멍청이니 실상 이 책을 산다고 하면 내게는'요리책'이 아닌 '화보'의 의미 밖에는 없을 터. 그러므로 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스스로의 결정을 내리고 돌아섰지만, 아, 화보이면 어때, 누군가는 고흐의 그림으로 드가의 그림으로 에곤 쉴레의 그림으로 위로 받듯이, 나는 그냥 음식 사진 보고 위로 받으면 되잖아, 싶어져서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헐레벌떡 알라딘에 검색했는데...알라딘에는 없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알라딘 멍청아!!
서점에서 이 책은 비닐에 포장되어 있던터라 내용물을 보지 못했고, 아마존으로 부랴부랴 검색해 보자 했더니 책은 있지만 미리보기 이미지가 안뜬다. 하아- 그렇지만..저 밑에 있는 저런 사진들..이 책 안에 있겠지? 사고싶다..사고싶다..아마존에서 걍 주문할까. 배송비 많이 나오겠지? 배편을 택하면 그나마 나을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사고싶다, 알라딘 이 멍청아!!
아..저 책을 내 책장에 꽂아두고 싶다! 든든할 것 같아. ㅠㅠ
여튼 와인도 마시고 맥주도 실컷 마셨는데, 한 레스토랑에서 호가든 생맥주를 시켰더니 어마어마하게 큰 잔에 나왔다. 아..절반짜리 잔도 있던데, 그걸 시킬걸 대낮부터..사이즈에 대한 감 없이 '절반짜릴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걍 시켰더니...조낸 큰 잔에 호가든이 나와서 빵터졌다. 되도 않는 영어로 맥주를 갖다 준 점원에게 말했다.
쏘 빅!!!!!!!!!!!!
맥주가 담겨 나온 잔들을 보고 나와 친구들이 웃었고 점원도 함께 웃었다. 두 손으로 잡아야 마실 수 있고, 조금 마신 뒤에는 한 손으로 잡는 게 가능했는데, 우와- 무거워서 .. 이걸 한 손에 들고 근력운동을 할 수도 있겠다. 근력운동은, 우리, 맥주로 해요!!!
얼마나 큰지 보여주기 위해 기꺼이 내 얼굴을 비교하여 공개한다.
여러분, 이게 나에요.
역시 초미모다.. ( ")
홍콩에는 김수현과 이민호 광고가 가득했다. 버스에 커다랗게 이민호 얼굴이 있는데, 그건 마치 오래전 극장에서 포스터를 그린 그림 같았다. 사진이 아니라. 여튼, 이민호를 가리키며, 저건 그렸네, 라고 친구들에게 말했었는데, 그래서일까, 후후후후후, 엊그제 자는데 꿈에 이민호가 나왔다. 이민호와 박민영이 사귀는 사이었는데(이 둘이 연인으로 나온 드라마가 있던가???), 이민호는 이제 박민영이 싫어졌고 내가 좋아진거다...(아마도 저 호가든 초미모 때문일듯?) 당연히 박민영은 속상해하고 나를 시기하는데, 아랑곳않고 이민호와 나는 암수 서로 정다웁게(!!)지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민호와 손을 꼭 붙잡고 자꾸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다. 나는 미모롭지도 않고 이렇게나 늙었는데, 이런 내가 이민호랑 이렇게 정다웁게 지내도 괜찮은걸까, 이민호를 훨훨 날게 둬야되는 게 아닐까...이렇게 고민하면서도 나는 이민호의 손을 놓지 않았고, 이민호가 하도 나에게 다정다정해줘서, 나는 종국에는, 뭐 어때, 헤어지겠지만 걍 사귀면 되지, 너에게도 좋은 경험일거다...했는데 잠이 깬 것이다. 평일날 새벽 다섯시 사십팔분에 맞춰둔 알람이 변함없이 울렸던 것이다..........뻐킹쉿!!!!!

자, 이제는 냄비 받침을 받아야 하는데, 마침 하루키 책을 사면 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하나 더 받고 싶다는 거. 하나 더 받아서 여동생 주고 싶다....아...그럼 책을 오만원 어치를 더 사야되는데....결제는 어차피 나중일이니 그냥 지를까...일단 하나를 받아놓고나서 생각해봐야겠다. 동생 집에 알라딘 냄비받침 놓고 싶어......힝 ㅠㅠ
엊그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녀의 갈비뼈가 내 갈비뼈에 닿자, 우리 둘의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p.108)
이 문장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궁금했다. 갈비뼈와 갈비뼈가 닿는 기분은 어떤걸까? 어떻게 포옹하면 갈비뼈와 갈비뼈가 닿을까? 왜 나는 늘 배와 배가 닿았던 것 밖에 기억나지 않을까? 왜 나의 갈비뼈는 그에게 한 번도 가 닿지 못하고, 그의 갈비뼈 역시 내게 와 닿지 못했던가?
무척이나, 몹시, 매우많이, 너무나,
슬픈 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