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악당들의 섬
이 책을 사놓고 남동생에게 먼저 읽어보라고 줬더니 몇장 읽지 못하고 다시 나에게 줬다. 자기는 이 책 읽지 못하겠단다. 그래서 으응? 이상한가? 하고 봤는데, 웬걸, 재밌더라.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든다. 미키 할러와 필립 말로를 섞어놓은 것 같은, 그러나 그들보다 좀 더 에로틱한(?) 주인공이라고 해야할까. 무엇보다 주인공의 유머감각이 마음에 들었는데, 나는 소설속 등장인물들에게도 그리고 현실의 사람들에게도 유머감각은 갖추어야할 꽤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나름대로 유머감각이 있어도 나랑 코드가 안맞으면 그도 메롱이지만..
주인공인 '멀리건'이 내뱉는 말들 자체도 유머스러웠지만, 하하하하, 이 작가, 소설 자체에 유머스럽게 자신의 아내를 등장시켰다.
나는 신문사 도서 평론가의 책상에서 슬쩍한 로버트 파커의 새 소설을, 베로니카는 직접 찾아낸 자유시 작가 퍼트리샤 스미스의 얇은 문고판을 읽었다. (p.232)
으응? 퍼트리샤 스미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작가 소개에 시인 아내 퍼트리샤 스미스, 라고 써있지 않았나? 나는 책날개를 다시 보았다. 오, 나의 이 탁월한 기억력. 맞았다. 퍼트리샤 스미스는 시인이며, 이 책의 작가인 브루스 디실바의 아내였다.
[알라딘 작가소개]
브루스 디실바는 2012년 현재 컬럼비아 언론대학원에서 석사논문 지도교수로 재직 중이며, 세계 최대의 미스터리 축제인 부셰콘을 비롯해 미국추리작가협회 등에서 인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2012년 5월 《악당들의 섬》 후속작인 《Cliff Walk》를 발표했으며, 시인인 아내 퍼트리샤 스미스와 함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범죄소설을 구상 중이다.
하하하하. 그런데다가 이 시인의 시도 인용했다. 그래서 나는 그 시를 유심히 보았다. 어디, 좋은 시인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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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 생명을 부여한 존재가 무엇이었는지
재즈가 빠져나오려 몸부림쳤던 습하고 좁은 길이 무엇이었는지
재즈를 높이 들어 올려
갓 태어난 엉덩이를 두드리고
영광된 외침을 재촉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중요치 않네.
중요한 것은 스캣 속으로 흩어지는 우아한 선율과
그 감미로움을 소유하는 우리 자신이라네.
중요한 것은 바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욕설을 내뱉는
담배처럼 비쩍 마른 남자들이라네.
중요한 것은 손수 만든 치마를 끌어 올리고
무도장 바닥을 구멍이 나도록 두드려대는
통행 시간을 넘기고서 시간을 되묻는 일에 진력이 난
흑설탕 빛 아가씨들이라네. (pp.23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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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뭔 소리야.. 난해한 단어가 없는 난해한 시..인건가. 이 시를 읽고 주인공 멀리건은 좋아한다. 음..미국 사람들만 이해할 수 있는 시인가. 그런데 이 시를 다 읽고난 다음 부분이 나를 빵터지게 했다.
"오 이런!"
내 말은 진심이었다.
"그것 봐요."
"좀 보여줘."
베로니카가 나에게 책을 건넸고, 나는 책을 뒤집어서 뒤표지의 작가 사진을 확인했다.
"제길. 이 여자, 섹시하기까지 하잖아." (p.233)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재미있어. 물론 나처럼 기억력이 월등히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응?), 혹은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 장면은 그렇게까지 재미있진 않겠지만, 나는 읽다가 풋- 하고 웃어버렸다.
게다가 이 책의 주인공 멀리건은 야구를 꽤 좋아해서 야구 경기와 선수에 대해 수시로 지식을 드러내는데, 음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핸드폰의 벨소리조차 상황에 맞게 수시로 바꾸는 그가 몇 번이나 음악을 언급하는데, 그 음악들 중 유독 이 노래의 제목이 내 마음을 끌었다.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벨소리를 멋진 아칸소 블루스 밴드 케이트 브라더스의 '당신, 내게서 멀어지고 있나요?(Am I Losing You?)'로 바꿨다. 내가 매우 좋아하는 곡이었다. (p.302)
당신, 내게서 멀어지고 있나요? 보다는 나는 당신을 잃고있나요, 라는 내 해석이 훨씬 더 근사하게 여겨져서 한참을 영어 제목을 들여다보다가 이 노래가 궁금해져서 youtube 로 검색해봤다.
오 좋다. 그리고 이 영상에서 보여지는 분위기도 좋다. 케이트 브라더스라고 해서 처음에 kate 를 찾았는데 cate 였다. 이 노래가 들어간 앨범을 사고싶어졌는데, 알라딘에 검색해보니 검색되질 않았다. 이 밴드의 앨범은 국내엔 발매되지 않은걸까.. 쓰읍-
그리고 정말로 이런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소리내서 웃은 부분이 있다.
가을 선거에서 시장과 맞붙게 될 호적수가 지난주에 앤젤리나 V. 리코에서 앤젤리나 V. 아리코(aRico)로 개명했다. 알파벳 순으로 기호 1번을 배정받기 위한 술수였다. 하지만 어제 로코 D. 카로차 시장이 로코 D. 아아아아카로차(aaaaCarozza)로 이름을 바꿨다. 이 기사는 1면을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p.83)
아, 나 진짜 빵터졌는데, 이것보다 더 빵터지는 부분이 잠시후에 나왔다.
"시장님의 새 이름을 방송에서 어떻게 발음해야 합니까?"
"카로차입니다. 에이 네 개는 묵음입니다."
시장이 대답했다. (p.117)
풉- 아. 작가님하, 나 빵터졌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책을 읽다가도 찰스 디킨스에 대한 글을 보게됐다. 찰스 디킨스, 그는 대체 어떤 작가인걸까.
나는 호기심에 손을 넣어 책을 한 권 꺼냈다. 찰스 디킨스의 [황폐한 집] 이었다.
"기회가 되면 그 책 꼭 읽어보쇼. 그 사람 진짜 글 쓸 줄 안다니까!"
조지프가 말했다. (p.305)
얼마전에 존 카첸바크의 『하트의 전쟁』을 읽고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구매해서 지금 내게로 배송되고 있는 중인데, 황폐한 집이라고?
오, 이것도 읽어보고 싶구나. 일단 위대한 유산을 읽고나서 주문하도록 하자, 라고 생각해보지만..아아. 나 너무 책사고 싶다. 지금 한 박스 배송되어 오고 있는데...두 박스 더 배송받고 싶어지는 이런 쓰잘데기없는 욕망..
어쨌든 이 책, 『악당들의 섬』을 다 읽고 작가의 말을 읽노라니, 이 책의 주인공인 '멀리건' 시리즈의 다음편이 미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오, 그럼 국내에도 번역되겠지? 나는 멀리건 시리즈를 계속 읽을 의향이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미키 할러가 보고 싶을까.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아무거나 사서 한 권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코넬리의 책이 무척이나 보고싶다. 갑자기. 아..보고싶어.. 뭘로 살까.. 히융-
오후에 여동생과 메세지를 주고 받았는데, 우리는 외모가 출중한 사람이 얼마나 살기에 편한가 하는 것에 대해 각자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었다. ( ") 그러다가 내가 이렇게 얘기했다.
"내 경우엔 글쎄, 세무서에서도 특혜를 받았다니까. 번호표 뽑고 기다리고 있는데 한 직원이 나 몇번이냐고 묻는거야. 그리고 내 앞에 대기인 수가 몇 명이나 있는데도 나더러 자기한테 오라더니 해주더라고."
그러자 여동생이 이렇게 대꾸했다.
"임산부인줄 안 거 아냐?"
나는 갑자기 패닉에 빠져서 대꾸를 하지 못했는데, 바로 여동생으로부터 메세지가 날아들었다.
"나 만삭이었을 때 국민은행 직원이 나한테 그렇게 해주더라고."
아!
(패닉중)
그런...........걸까. 예뻐서.....특혜를 받은게 아닌..............................건가.
후아.
어쨌든 금요일이다. 마음껏 술마시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