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한달에 한번, 1일에만 책을 주문하기로 결심한 터라 내내 참았다가 오늘 책을 몇권 주문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지난달에 1일에만 주문했느냐 하면, 음, 모르겠다. 생각하지 말고.
오늘 주문을 하면서는 이제 막 조카를 낳은지 2주 되는 여동생을 위해 이 책을 함께 주문했다.
여동생은 딸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으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도 들었고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예쁜지에 대해서도 들었다. 물론 나는 조카의 얼굴을 직접 보기도 했다. 예뻤다. 여동생은 내게 "내 아이의 눈동자에 내가 가득 담겼을 때의 기분은 정말 뭐라 설명할 수가 없어." 라고도 얘기했다. 나는 조금, 서운해졌다.
여동생에게 나는 언제나 최고였고 우선순위였다. 여동생은 결혼하고 나서 임신을 간절히 기다렸는데, 자신이 임신을 했다는 걸 알게 된 그 감격의 순간, 가장 먼저 나에게 전화했었다. 신랑이 아니라, 친정 엄마가 아니라, 언니인 나에게. 나에게 전화해서는 펑펑 울었었다. 나는 아이를 갖는것을 여동생이 얼마나 간절히 바래왔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 전화해서 펑펑 울기만 하는 여동생에게 너 임신했구나, 라고 말했더랬다. 여동생은 울면서 응, 하고 계속 울었다. 여동생에게 나는 최고였고, 최선이었다.
독립하기 전의 여동생은 나랑 같이 한 방을 썼는데, 늘 늦게 귀가하는 나를 맞으면서 내가 벗은 옷을 옷걸이에 걸어주었고, 밥도 차려주었었다. 백화점에 수선을 맡긴 구두를 찾으러 가야하는데 언제가지, 라고 말만 할라 치면 언니 내가 다녀올게, 했더랬다. 재수할때 무엇이 힘들었는지도 나에게 얘기했었고, 연애를 할 때 생기는 모든 고민들도 나에게 얘기했다. 친구들과의 문제에 대해서도 내게 털어놓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이제 언니는 돈 쓰지마, 하기도 했다.
그래서 제부가 얄미웠다. 나의 그런 여동생을 가져간 것만 같아서 얄미웠다. 제부가 나랑 친해 지고 싶어서 가끔 와인을 사온다거나 고기를 사준다거나 할 때는 예뻤지만, 여동생이 하자는 대로 말을 잘 들어줄때도 기특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사실 제부를 그다지 예뻐하지 않았다. 제부만 아니라면 나는 여동생에게 늘 최고일 수 있을텐데, 제부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야속했다. 제부는 나의 사랑스러운 동생을, 나의 완벽한 여동생을 데리고 가버렸다. 그런데,
조카가 태어났다. 조카와 내 여동생은 부모자식 관계다. 조카가 여동생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나에게 엄마가 주는 의미와 동등하겠지. 그렇다면 내 여동생에게 나는 조금 더 뒤로 내쳐지겠지. 조카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나는 이 책을 주문하다가 살짝 서운함이 생겨나는 걸 느꼈다. 이제 내 여동생이 최고로 생각하고 최선으로 생각하게 될 상대는 내가 아니라 자신의 아이겠지.
삶은 그렇게 지속되는 거겠지. 내내 최고일수는 없는 채로, 내내 최선일 수는 없는 채로.
만약 나에게도 아이가 생기게 된다면 나 역시 그렇게 되겠지. 나의 최고나 최선의 상대도 바뀌어버리겠지. 누군가를 조금 더 밀어내고 또 누군가를 더 깊이 받아들이게 되겠지. 그러니까 김경미 시인은 세컨드라고 생각하자고 그랬던걸거야.
알지만,
서운하다.
그러나 그 서운함이 단순히 서운함으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나를 조금 더 밀어냈다면 다른 더 좋은 사람을 더 받아들인 걸테니, 그건 그들에게 축복해줘야 할 일이 될테니.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중이다.
락방은 내게 종교와 같죠, 라고 말했던 친구도 만약 다른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옆에 두게 된다면 종교를 바꾸게 되겠지. 진리는 다락방이죠, 라고 말했던 친구도 항상 자신이 바라던 가슴 뛰는 상대를 찾게 되면 진리를 바꾸게 되겠지. 사람은 늘 한결같을수도 없다는 걸 알고, 맹세가 얼마나 부질없는 지도 알고, 변하지 않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영원한 것 역시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고. 알고 있는 걸 받아들이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래야 한다. 그들이 떠나버려도, 그들이 조금 내게서 멀어진다해도, 내게는 또다른 사람들이 다가올 수 도 있을테니까.
토요일. 친구와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서점엘 갔다. 그러다가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친구랑 이 책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이 책은 [패러디 트와일라잇]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고, 여자주인공 이름은 '벨' 이며 남자주인공 이름은 '에드워트 멀렌' 이다. 하하. 이 책속에서는 에드워트가 벨을 죽이고 싶은 욕망을 참아야 한다. 하하. 잠깐 알라딘의 책 소개를 인용하자면,
<나이틀라잇nightlight>은 전 세계에서 문화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초대형 베스트셀러 <트와일라잇>을 패러디한 소설로서 뱀파이어를 마스코트와 판타지의 대상으로 소비하는 지금의 시대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원작의 틀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캐릭터와 스토리 전개를 통해 포복절도할 이야기를 펼쳐 나가는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패러디 작품으로서 재치 있는 원작 비틀기와 원작의 약점과 비현실성에 대한 조롱과 야유, 현대에 만연해 있는 속물근성이나 해체되어 파편화된 가족관계에 대한 언급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원작의 독서 여부와 상관없이 더할 나위 없이 유쾌한 독서 체험을 제공한다. 물론 <트와일라잇>을 읽은 사람들이라면 매 페이지마다 원작과 유사한 상황 속에서 전혀 다르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웃음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아니면 불경스러운 작가의 장난기에 분노를 느끼거나).
재미있고 웃겼지만 이 책을 사고 싶지는 않던데, 다른 사람들은 이 책을 사고 싶은걸까? 『트와일라잇』시리즈는 팬 만큼이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그런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려고 하는걸까? 하버드의 수재가 쓴 책이라고 하는데 책 소개를 보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단다. 영화 『무서운 이야기』도 시리즈로 나왔던 걸 보면, 미국은 특히 더 패러디를 좋아하는 걸까. 서점에 서서 이 책을 몇장 읽어보다가 계속 웃었다. 친구와 '에드워트래, 에드워트!' 하면서. 그리고 '벨을 죽이고 싶대' 하면서. 하하하하. 잠깐 훑어보고 사지는 않았다.
덥다. 밖에는 매미가 울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