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은 공진솔을 자꾸 만나고 싶다. 공진솔이 업무적인 메일을 새벽까지 작성하고 나서 이건에게 보내자 이건은 메일이 오기만을 기다렸다가, 이제 일 다했죠? 라며 공진솔을 불러낸다. 그 새벽에. 이건은 공진솔에게 너는 나의 일기장 같다고 한다. 디어, 다이어리. 공진솔도 자꾸만 자꾸만 이건에게 끌린다. 이건이 좋다. 이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이건도 공진솔이 좋다. 자꾸만 자꾸만 공진솔과 함께 있고 싶고, 얘기하고 싶고, 안고 싶고, 만지고 싶다. 그런데 이건은 가끔, 옛사랑에 애틋해한다. 그래서 공진솔 앞에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하게 되고, 그렇게 공진솔을 아프게 한다. 둘 사이는 소원해진다. 공진솔은 정말 아.프.다.
그러다가 공진솔은 이건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생전에 뵙기도 했던 분이고, 그래도 사랑했던 남자의 할아버지인데, 하면서 장례식장에 찾아간다. 당연히 거기서 이건과 마주친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바깥으로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한 버스를 기다리는 공진솔에게 이건이 뛰어온다. 뛰어와서는 나는 나쁜놈인가봐, 장례식장에서 내내 공진솔 보고싶다, 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당신이 그때 내 눈 앞에 나타났어. 이럴 땐 꼭 사랑이 전부같잖아, 라고 이야기하며 공진솔을 안아버린다.
보고싶다.
보고싶다는 말은 그 어떤 사랑의 맹세보다 더한 간절함을 담고 있는 것 같다. 보고싶다. 사실 별 거 아닌 듯한 이 말 한마디를 한다는 것이 어디 쉬운일인가. 보고싶다. 나는 이 보고싶다는 말에는 유독 약해진다. 다른 어떤 말보다 더, 이 '보고싶다'는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믿고, 또 진심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모든 사랑의 감정이 축약되었을 때 보고싶다는 말로 튀어나오는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나는 상대가 보고싶다고 했을때, 언제나 약해져버려서 얼굴을 보여주고야 말았던 것 같다. 상대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때 조차도. 보고싶다고 하니까, 보고싶다고 했으니까. 그런데 어떻게 안보여줘. 그래서 나는,
보고싶다고 말을 할때는 한번도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다.
벌써 7월이다. 그 말은 즉, 사랑 없는 섹스를 할 수 있는 6월이 다 가버렸다는 뜻이다.
|
|
|
|
"5월이 아름다운 거 같아요? 눈으로밖엔 풍경을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5월을 아름답다 하죠. 전 6월을 좋아해요. 6월은, 거의 폭력적인 생기를 뿜어내잖아요. 무심히 흘러가던 강물에도 관능이 금가루처럼 녹아 흐르고, 그 물을 탐욕스럽게 빨아마신 식물까지 숨결이 가빠지는 게 6월이에요. 사랑 없는 섹스를 한다면 6월이 적당하지 않을까요? 누군가를 꼭 죽여야 한다면 6월의 저녁에 그 일을 해치워버리세요. 6월은, 어떤 죄악도 용서받을 수 있는 계절이에요." (pp.180-181) |
|
|
|
|
그러니까 다시, 7월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눈을 뜨면]
알고 있다 이게 꿈이라는 것을
그럼에도 너의 모습은 참 오랫만이야
그렇게도 사랑했었던 너의 얼굴
맑은 눈빛 빛나던 입술까지
살아 있다 저기 저 신호등 건너
두 손을 흔들며 엷게 보조개 짓던 미소까지
조심히 건너 내게 당부하던 입 모양까지
오늘 우린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쉰다
눈을 뜨면 네 모습 사라질까 봐
두 번 다시 널 볼 수 없게 될까봐
희미하게 내 이름 부르는 너의 목소리
끝이 날까 무서워서 나 눈을 계속 감아
안녕이란 인사조차 못할까봐
그대론데 사랑했던 너의 모습
눈가를 흘러 베갯잇을 적셔만 간다
하나둘씩 너의 모습이 흩어져만 간다
나 눈을 뜨면 별처럼 곧 사라지겟지
나 눈을 뜨면 번쩍이는 섬광처럼
이제는 그대도 조금씩 안녕..
오늘 밤에는 보고싶은 사람을 꿈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눈을 뜨고 싶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