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댜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
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 댜 알었지 하고 노가
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
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지
쳐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여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
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혀 자슥들아 하며 용봉
탕집 장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리
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쌓며 푼수 주
모(50세)가 빈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
갑을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