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밤

                                                      김사인


나 죽으면 부조돈 오마넌은 내야댜 형, 요새 삼마넌짜리도 많
던데 그래두 나한테는 형은 오마넌은 내야 댜 알었지 하고 노가
다 이아무개(47세)가 수화기 너머에서 홍시냄새로 출렁거리는
봄밤이다.


어이, 이거 풀빵이여 풀빵 따끈할 때 먹어야 되는디, 시인 박
아무개(47세)가 화통 삶는 소리를 지르며 점잖은 식장 복판까지
쳐들어와 비닐봉다리를 쥐여주고는 우리 뽀뽀나 하자고, 뽀뽀
를 한번 하자고 꺼멓게 술에 탄 얼굴을 들이대는 봄밤이다.


좌간 우리는 시작과 끝을 분명히 해야 혀 자슥들아 하며 용봉
탕집 장사장(51세)이 일단 애국가부터 불러제끼자, 하이고 우리
집서 이렇게 훌륭한 노래 들어보기는 츰이네유 해쌓며 푼수 주
모(50세)가 빈자리 남은 술까지 들고 와 연신 부어대는 봄밤이다.


십이마넌인데 십마넌만 내세유, 해서 그래두 되까유 하며 지
갑을 뒤지다 결국 오마넌은 외상을 달아놓고, 그래도 딱 한잔만
더, 하고 검지를 세워 흔들며 포장마차로 소매를 서로 끄는 봄밤이다.


죽음마저 발갛게 열꽃이 피어
강아무개 김아무개 오아무개는 먼저 떠났고
차라리 저 남쪽 갯가 어디로 흘러가
칠칠치 못한 목련같이 나도 시부적시부적 떨어나졌으면 싶은


이래저래 한 오마넌은
더 있어야 쓰겠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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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10-03-21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우리도 나중 아주 나중까지 봄밤 전주집에서 삼겹살 먹어요 노가리도 까요 멸치똥도 빼줄께요
나중 아주 나중까지...)

다락방 2010-03-21 21:18   좋아요 0 | URL
네, 니나님. 나중 아주 나중까지요.

딱 오만원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 봄밤이에요.

L.SHIN 2010-03-21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쩌지, 나 이거 너무 좋은데...
외계인에겐 다소 어려운 사투리지만, 그래도 느낌이 좋아져 버렸어요.
뭐랄까, 누가 가슴 안에, 먹다 남은 솜사탕이라도 휙- 던지고 간 듯한 기분.
읽을수록 그 구겨진 솜사탕이 지 혼자 펴지고 있어요, 어쩔 거에요, 다락님.

다락방 2010-03-21 21:52   좋아요 0 | URL
참 좋지요? 원래 저 위에 내야댜는 내야'도ㅑ' 인데 저게 글자가 안써지네요. 시집에는 저렇게 써있는데 말입니다. 할 수 없이 댜로 썼어요.

윤중로를 걷고 싶어졌거든요. 하이킥을 보고났더니, 다정한 사람과 손을 잡고 윤중로를 걷고 싶어졌어요. 꽃잎이 눈처럼 내리는 걸 같이 맞고 싶어서요. 그래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오래전에 선물 받은 시집을 펼쳐서 훑다가 이 시가 확- 들어오더라구요. 그런 시이니만큼, L.SHIN님도 느낌이 좋으셨다면, 헤헷, 다행입니다.


봄밤이라는 단어는 단어 그 자체만으로 설레이는데 뽀뽀나 하자구요, 뽀뽀나.

또치 2010-03-21 22:20   좋아요 0 | URL
어흑, 윤중로... 그건 너무 슬프잖아요 다락님 ㅠㅠ
이제 윤중로, 벚꽃,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하이킥 때문에 아주 눈물바람이 된 슬픈 봄이에요.
그나저나,
김사인 아저씨 시 읽으니까 괜히, 잘 먹지도 못하는 소주가 땡기네요.
이래저래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거 보니까 봄은 봄인가 봅니다.

다락방 2010-03-22 09:13   좋아요 0 | URL
또치님. 일요일 오후에 하이킥 보다가 완전 울음바다 됐네요. 해리가 울때마다 저도 같이 울었어요. 아 진짜 어찌나 눈물을 쏟았는지. 해리의 슬픔은 너무나 순수했어요!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저 아이에게는 이런 이별이 처음이겠지, 이런 헤어짐이 처음이겠지, 헤어지기 싫고 안타까워 눈물을 흘리는 것이 지금이 처음이겠지, 하면서 말이죠.

고딩의 로망은 참 예쁘죠?
누나랑 윤중로를 걷고 싶었어요, 누나랑 캠퍼스를 걷고 싶었어요, 누나랑 같이 강의를 듣고 싶었어요.

그런 로망을 가진 고딩을 두고 세경은 또 다른곳에서 시간이 멈추기를 바라다니! 하아- 이래저래 한사람을 향한 마음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에요.

봄밤을 견디기 힘드게 만드는 스토리였어요.

L.SHIN 2010-03-22 12:13   좋아요 0 | URL
뽑-♡
(내가 뽀뽀하는 소리에요.ㅋㅋ)

아, 정말이지! 뽀뽀 안 해본지도, 안 받아본지도 백만년! ㅜ_ㅜ
자꾸 이렇게 가슴 후려팔 거에요, 다락님!

다락방 2010-03-22 12:26   좋아요 0 | URL
L.SHIN님. 저도 백만년.
전 이제 어떻게 하는지 방법도 잊어버렸어요. ㅎㅎ

Alicia 2010-03-21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님 봄밤이에요.봄밤봄밤봄밤봄밤 술도안마셨는데 취해있어요. 흠..*
:D

다락방 2010-03-22 09:13   좋아요 0 | URL
저는 만약 봄밤,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거리를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이렇게 말할것 같아요.

뽀뽀나 하자구요, 뽀뽀나.
:)

Alicia 2010-03-22 11:01   좋아요 0 | URL

다락님 터프하게 말고, 부드럽게 말해요 약하게. ^^* ㅇㅎㅎㅎㅎㅎ!
나는 다락님이 뽀뽀나 합시다!라고 말할까봐 걱정돼요 아주 많이ㅋㅋㅋㅋㅋ

다락방 2010-03-22 12:25   좋아요 0 | URL
아니, 왜 내가 뽀뽀해달라는 말을 터프하게 할거라 생각했나요? 네? 왜요왜요? 대체 왜요?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알리샤님 나를 좀 잘 아는 듯. ㅋㅋ

근데 뽀뽀나 해요, 라고 다정하게 말했는데 뭔소리하는거냣, 저리 꺼졋! 이러면 어떡하죠? ㅎㅎ 무서워요. ㅋㅋ

poptrash 2010-03-22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난 짜리 부조돈은 저승길에 한 잔 할 노자돈인가봐요.
할 일이 있어서 맥주 세병을 사놓고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데
일은 진척되는 게 없고 맥주만 50ml 가량 남았다는... T.T

다락방 2010-03-22 09:1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이 아침에, poptrash님, 맥주는 어찌하셨고, 할 일은 어찌되었나요?

이래저래 오마넌이 더 있다면, poptrash님께 맥두 두어병쯤 더 사드릴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담배는 이미 충분하시니까요!)

무스탕 2010-03-22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시집에도 줄바꾸기가 저렇게 단어 중간에 끊어져 있어요?
내야도ㅑ 라니.. 이렇게 입에 짝짝 붙다니.. ^^

다락방 2010-03-22 12:24   좋아요 0 | URL
네, 무스탕님. 원래 시집에도 줄바꾸기가 저렇게 되어 있어요. 그거 보고 고대로 베낀거랍니다. 도ㅑ는 못했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봄밤, 좋지요?
:)

sweetrain 2010-03-22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오만원만 더 있었으면 좋겠는 봄날이어요. >_<
오만원이 더 있으면 새빨간 립스틱을 사고 티셔츠도 살래요.
그러고도 남으면 사탕 하나쯤 입에 물고 올 수 있을지 모르죠.
아웅, 일 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말랑말랑하고 멜랑꼴리 해지나요.

다락방 2010-03-22 13:03   좋아요 0 | URL
전 오만원이 더 있었으면 신카이 마코토의 [초속5센티미터] DVD를 살 거에요. 아까 사려고 검색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더니 가격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그래서 빼버렸거든요. 히잉. 벚꽃이 날리는 애니매이션 한번 보고싶었는데 말이죠. ㅠㅠ

2010-03-22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2 1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잘잘라 2011-03-03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은 봄에 태어나는가봐요.
이 책을 사놓고 2011년 삼월 봄밤엔 누가 태어나나
한번 기다려볼까봐요.

다락방 2011-03-03 14:09   좋아요 0 | URL
무려 1년전의 페이퍼를 찾아내셨군요, 메리포핀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