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어지러울땐 무슨 책들을 읽으시나요?
마음이 어지러울때는 잘 모르겠으나, 저는 요 며칠 힘들게 하는 책 몇권을 읽고 냉큼 '소피 킨셀라'의 책을 집어 들었어요. 마침 얼마전에 친구가 선물해줬지 뭡니까!
이 책이 얼마나 말이 안되느냐 하면 말이죠, 글쎄 스물다섯의 여성이 되는일도 하나도 없고 부모님께는 빚까지 진 상태에서 회사 출장을 다녀오다가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이 비행기 안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다 말해버리거든요. 그런데 글쎄 그 남자가 자신이 '마케팅 보조'로 일하는 회사의 '회.장.님.' 아니겠어요?
풉-
[쇼퍼홀릭]에서도 여자가 빚더미에 쌓여있는데 재벌 남자를 만나더니 이 책에서도 엄청난 재벌을 만나네요. 저는 살면서 구경도 못해본 재벌들이에요. 그래서 건성건성 읽고 있는데, 아 글쎄 오늘 읽은 부분에 이런 게 나와요. 여자 주인공이 재벌 남자주인공과 처음으로 섹스를 하기 전, 그 흥분되는 상황의 장면입니다.
"잠깐만요." 난 간신히 말한다. "잠깐만요, 잭. 당신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뭔데?" 잭은 다급하게 흥분된 눈으로 날 본다. "뭔데, 뭔데?"
"난 아무런 테크닉도, 기술도 없어요." 난 탁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뭐가 없다고?" 잭은 몸을 살짝 떼고 날 본다.
"기술요! 특별한 기술이나 테크닉 따윈 모른다고요!" 난 변명조로 말한다. "그 왜 있잖아요, 아마 당신은 수천만 명도 넘는 슈퍼모델이나 체조 선수 같은 여자들과 잤을 거 아니에요? 뭐 다들 특이하고 놀라운 자기만의....." 난 잭의 표정을 보며 말꼬리를 흐린다. "아니에요." 난 얼른 입을 다문다. "상관없어요. 조금 전 얘기 잊어버려요."
"아니, 난 흥미가 동하는데." 잭이 묻는다. "그럼 엠마가 생각하고 있었던 테크닉이란 건 어떤 건데?"
아아, 왜 난 바보같이 입을 열었을까. 왜?
"아무 생각 없었어요!"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내 말의 요점이 그거라고요. 난 아무런 테크닉이고 기술도 없다구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잭이 지극히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특이한 기술 같은 건 하나도 모른다고."
아 글쎄, 지하철에서 이 장면을 읽는데 너무 웃긴거에요. 잔뜩 흥분해가지고서는 테크닉이 없다고 고백하는 모양새라니! 나도 나중에 이 방법을 써먹어 볼까, 테크닉이 없다고 고백해볼까, 생각하니 자꾸만 웃겨서.
요즘 계속 울게하거나 혹은 우울하게 하는 책들만 읽다가 이 말도 안되는 소설을 읽으니 어찌나 웃기던지요. 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주인공이 원하는 모든걸 다 들어주는 섹시한 세계적재벌은 좀...그래요. 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