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장을 읽기 시작했다.
앞서 4장에서 둘의 키스신이 나온다고 해서 얼른 4장까지 읽어야지 했는데, 진짜 너무 어려워서 전자책으로 번역본 펼쳐놓고 한줄씩 번갈아 가면서 내용파악을 했다. 작년이었나 재작년에 영화를 봐둔게 좀 도움이 된 것 같다.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가 이 책의 화자인데, 책속에서 멕시코인으로 나온다. 그러니 백인이 아니라 유색인종, 영국 왕자 '헨리'는 백인으로 나온다. 위의 전자책 표지가 영화 포스터이긴 한데, 포스터를 가져와보겠다.

왼쪽에서 두번째 포스터가 너무 마음에 든다. 되게 환하게 잘 나온 것 같다. 그런 한편 세번째 포스터는 너무 인위적이고. rojo 는 스페인어로 빨강색, blanco 는 스페인어로 하얀색, azul 은 스페인어로 파랑색이다. 개인적으로 azul 이란 스페인 단어를 좋아한다. 아줄, 하고 발음하는게 뭔가 재미있거든. 영어 발음에서는 해보지 못했던 방식인것 같다. 설탕 도 좋아한다. azucar 인데, 뭔가 잊기 힘든 독특한 단어가 아닌가. 음.. 요즘 스페인어 듀오링고 안하고 멈춤 상태이긴한데, 내가 잠깐이나마 스페인어 했던거 좋다. 지금 안하고 있지만 ㅋㅋ 버린건 아니다. 다시 할거다. 각설하고,
언급했듯이, 미국 대통령의 아들은 멕시코인이고 영국 왕자는 백인이니, 저 포스터에서 누가 헨리역이고 누가 알렉스 역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왼쪽, '니콜라스 갈리친'이 영화에서 영국 왕자 헨리 역을 맡았다. 실제로도 니콜라스 갈리친은 영국 출신이다.
그리고 오른쪽, '테일러 자카르 페레즈'가 미국 대통령의 아들 '알렉스' 역을 맡았다. 미국인인 그에게는 멕시코인의 피도 흐르고 있다고 한다. 책에서 설명한 그대로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개인적으로 나에게 문제가 있으니,
내가 책을 읽으면서 알렉스에 자꾸 니콜라스 갈리친을 대입한다는거다. 엊그제 잠깐 영화를 다시 보면서 아 맞아, 얘가 헨리지, 얘가 알렉스야, 라고 했으면서도 다시 책을 읽을 때면 알렉스 부분에서 자꾸만 니콜라스 갈리친을 머릿속에 그리는거다. 왜죠? 돌아버리겠네. 하여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왜 재미있냐면, 이들이 아직 사귀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귀는 사이가 아닐뿐더러, 사실 그들은 서로 미워하는 관계였다. 상대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했단 말이지. 그런데 그렇지는 않다는 걸 알게되면서 한 명은 미국에서 그리고 한 명은 영국에서 서로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나는 이런거 진짜 너무 좋다. 문자메세지 보내는 거. 그러다보니 둘 사이에는 시차가 존재하고, 또 문자메세지만 줄기차게 보내다보니 어떤 날은 처음으로 통화도 해보게 된다. 이런거 너무 재미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확실히 커플의 시간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시간, 가장 예쁜 시간은 사귀기 바로 직전까지의 시간이 아닌가 싶다. 아직 우리가 뭔지, 어디에 있는건지 잘 모르는데, 하여간 자꾸 연락하는 사이 말이다. 나는 영화에서도 이들이 폰에 상대의 이름을 저장하고(알렉스는 헨리의 이름 옆에 똥 이모지도 넣었다)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는 장면을 참 좋아라 했었다. 이들이 문자메세지 주고 받는거 보면서 실실 웃음이 났다.
그러다가 내가 보냈던 바로 그런 시간도 떠올랐다.
그러니까 퇴근하고 집으로 가려다가 그와의 문자메세지가 시작됐다. 핑-퐁-핑-퐁 대화하다보니 걸으면서 타이핑 하기도 불편하고, 가만 집중하고 싶어서, 나는 퇴근하다말고 스타벅스로 들어갔다. 그리고 커피 한 잔을 시켜두고는 다른 건 안하고 그와 문자메세지로 대화를 했다. 한참 대화를 하다가 우리는 youtube 에서 노래 링크를 주고 받기도 했다. 요즘 이거 들어, 나는 이 노래 좋더라, 하면서. 그러면 상대가 보내준 노래를 또 가만 듣다가 문자메세지에 답을 하고 그랬다. 그래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그 날, 저녁도 먹지 않고 스타벅스에 머물렀더랬다. 그러는 내내 즐거워서 혼자 웃었다.
알렉스랑 헨리가 문자메세지를 주고받는데, 그 때의 내가 생각났다. 아이고 참 좋을 때다, 재밌지, 인생이 씐나지? 즐겨라... 이런 마음으로 흐뭇하게 읽고 있다. 하하하하하. 역시 썸탈 때가 제일 재미있고 예쁘다. 그러다 사귀면... 빡치는 순간도 오곤 해....
그리고 그들이 키스를 했다. 그 키스가 언제였냐면, 미국에서 알렉스와 알렉스의 누나 쥰이 주관하는 파티였는데,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젊은이들이 모여 기부도 하고 뭐 그런 파티였다. 그런데 쥰이 헨리를 초대한거다. 헨리는 영국에서 슝- 뱅기 타고 날아와서 그 파티에서 알렉스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알렉스는 술을 마시고 즐거워하면서 춤을 추고 그러다가 노라랑 키스를 한다. 노라랑은 그렇게 이 파티 때마다 키스를 했는데, 그 키스가 그러니까.. 그냥 입맞춤이 아니라 deep 키스인거다. 번역본에서 표현을 가져오자면, '질척하게 키스한다' 고 한다. '애정을 과시하며 주변 사람들의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짓을 즐긴'다는데, 둘다 모솔이라면서 그렇게 질척하게 키스하는 일이 괜찮은건지, 사실 유교걸인 나는.. 잘 모르겠는거다.
이건 스페인 영화 [나의 잘못]을 볼 때도 갸웃했던거다. 극중 남주가 부잣집 개망나니인데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고, 파티에 가서 이 여자랑 키스하고 저 여자랑 키스하고 막 그러고 다니는거다. 그러니까 '사귀지도 않는데 왜 키스하냐' 라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저렇게 그냥 뭐랄까, 아무런 감정이나 욕망이 담긴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그냥 질척한 키스를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거다. 아무리 그 남자가 잘생기고 인기가 많다고 해도, 여러명의 사람이 있는 곳에서 '저 잘생긴 남자랑 키스한 여자 7' 같은거, 나는 되고 싶지 않거든. 좆까라 그래. 아무튼 유교걸인 나는 그래서 남들 다 보는데서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키스 같은거 하는거 .. 어리둥절데쓰...
(안녕하세요? 유교걸 다락방 입니다. 샤라라랑~)
그 장면을 보던 헨리는 기분이 나빠져서 혼자 파티장을 빠져나온다. 그걸 본 알렉스가 뒤쫓아 나오고, 여차저차 대화하다가 헨리가 알렉스에게 키스해버리는 거다. 알렉스는 처음에 놀라지만, 그런데 그 키스에 응한다.
He tests leaning into the kiss and is rewarded by Henry's mouth sliding and opening against his, Henry's tongue brushing against his, which is, wow. It's nothing like kissing Nora earlier-nothing like kissing anyone he's ever kissed in his life. It feels as steady and huge as the ground under their feet, as encompassing of every part of him as likely to knock the wind out of his lungs. One of Henry's hands pushes into his hair and grabs it at the roots at the back of his head, and he hears himself make a sound that breaks the breathless silence, and- p.108

그래서 방금 전에 노라랑 키스하고 지금 헨리랑 키스한 알렉스 되시겠다.

알렉스는 지금 대학생이고 스물한살이다. 모솔이라고 나온다. 대통령의 아들이 되어 백악관에 들어와 살다보니, 사실 친구도 없다. 친누나와 누나친구 노라랑 친하게 지낸다. 세상에는 노라랑 연인 사이라고 알려져있기도 하다. 그러니 과시하려는 키스를 노라랑 하기도 한것인데, 아무튼 이 어린 남자가 그런데 정치에 관심이 많고 최연소 국회의원도 되고싶고 그래서 엄마의 재선운동에 합류하기로 했다. 물론 자라온 환경이 그렇다고 한다면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겟지만, 나는 스물한살이 정치에 관심이 많고 벌써부터 정치에 뜻을 둔 것도 신기했다. 보통 영화배우의 자녀가 영화배우를 희망하게 되는 것처럼 대통령의 아들이 정치인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도 이상한게 아니지만,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젊은 나이에 정치에 관심이 있다는게 참 신기한거다. 그리고 그렇게 젊은 나이에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정치에 관심 있는게 아니라 여자를 혐오하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서 자신의 한 표를 행사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말이다. 제대로 알면 자신이 서있는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 자기의 머리로 판단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정치야말로 젊을때부터 관심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물론, 나 역시 젊을 때 정치에 관심 있던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하여간 신기하고 기특했다. 물론, 주어진 환경이 특별했지만 말이다.
4장까지 읽으면서 아마존 프라입에 멤버십 다시 결제해서 이 영화 앞부분 다시 봤다. 자막은 영어로 설정해두고 봤다. 책 읽고나서 보니까 뭔가 더 잘 볼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 쓰리콤보가 참 좋은 것 같다. 원서-번역서-영화.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찾아서 영어 원서 같이 읽기 하고 싶어지는데, 그런 의미로 [The idea of you] 번역서 나왔으면 좋겠다. 나 그거 외웠다니까? I could be your mothe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의 5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So, the thing about the kiss is, Alex absolutely cannot stop thinking about it. -p.109
그러니까, 그 키스의 문제는, 알렉스의 뇌리를 한 시도 떠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전자책 중에서
보통 그렇다.
인생의 첫 키스도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지만, 누군가와 처음으로 키스를 하게 되면, 마찬가지로 한동안 그 키스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법이다. 대체적으로는 또하고 싶다는 생각도 동시에 하게 된다. (물론, 드물게는, 이 빌어먹을 새끼, 다시는 안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