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너무 많이 걸었더니 어젯밤에는 특히나 더 피곤하고 다리가 아팠다. 내일 아침에 엘베강 옆에서 달리고 싶은데 나 괜찮을까, 걱정하다가 잠이 들었다. 알람을 여섯시 이십분에 맞춰두었는데 여섯시 되기 전에 일어나 하늘을 보니 이미 해는 다 떠있었다. 지금 나갈까, 하다가 프라하에서 여섯시 전에 나갔더니 너무 썰렁했어가지고 조금 더 있다 나가자 싶었다. 침대에서 밍기적대다가 스마트폰도 좀 보다가,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고 헛둘헛둘 몸을 조금 풀어준 뒤에 나는 엘베강 옆을 달리기 위해 나갔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날이 맑았고 너무 환해서 달리기에 나쁘지 않았다. 자, 달려보자! 나는 그렇게 엘베강 옆을 달렸다. 내 오른쪽엔 엘베강 왼쪽엔 브륄의 테라스, 반환점 찍고 돌아올 때는 내 왼쪽에 엘베강 오른쪽에 브륄의 테라스. 낭만 속에 달리기!!
마주오는 러너와 인사도 했다. 그런데 내가 달린 시간, 러너 보다는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더라.


내가 달리는 사람이어서 이런 기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멋져! 뿌듯해! 막 달려. 지중해 옆에서, 블타바강 옆에서, 호안끼엠 호수 옆에서, 엘베강 옆에서 막 달려, 달려!!

날씨가 좋아서 달리기가 좋았다.
한국에서 달릴 때 달리기를 시작하자마자 아주 느린 달리기인데도 구레나룻을 타고 땀이 흘렀단 말야? 그런데 여기서는 30분을 달려도 구레나룻에 땀이 나진 않는다. 물론 묶은 머리 에서 뚝, 뚝, 땀이 떨어졌지만..
머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제 머리를 좀 길려볼까 하고 좀 단발이 되었는데 너무 덥다. 그래서 묶고 다니는 것까지는 좋은데, 달리기할 때도 묶으니까 좋긴한데, 샤워다 하고 머리 말리고 거울 보면 단발의 나는 너무 못생겼어. 흐음. 한국 가면 머리 다시 잘라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울 볼 때마다 앗!! 너무 못생겼다! 막 이래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엘베강을 달렸다. 만세!!





하- 달리기 다 끝나고 땀 뚝뚝 흘리면서 벤치에 앉아 멍 좀 때릴라고 했는데...

이게 뭐냐면, 사진으로 잘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담배꽁초가 너무나 많다는 얘길 하려는게 아니고, 벤치에 앉았더니.. 발이 땋에 안닿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황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독일 사람들아, 다 키가 커서.. 벤치 이렇게 만든거야? 아시아인 나는.. 발이 땋에 안닿는데? 내가 여기서 달릴거라고 생각을 못했어? 이제 좀 더 넓게 생각해야지. 시야를 좀 더 넓게, 넓게. 바야흐로 지금은 지구촌이 하나가 된 시점이잖아? 동양인 중년 여성이 드레스덴 와서 달리고 막 그런다고. 그러니까 벤치 좀 어떻게 .. 해봐봐. 흠. 좀 더 낮게 만들면 키 큰 사람들이 앉기에 불편한가? 하여간 발이 땅에 안닿아서 나 당황해서 사진만 찍고 일어났어... 그래도 브륄의 테라스 벤치는 발이 뜨진 않더라고. 거기에 잠깐 앉아 멍때렸다.
달리고나서 아침 먹으러 가기 전에 야무지게 과일을 챙겨먹었다.
전날 미리 마트 갔다가 사온거다. 내일 달리고 와서 먹어야지, 하고 준비해둔 것. 정말이지 준비성도 철저한 다락방 되시겠다. 어디서나 굶지 않긔, 어디서나 잘 먹긔!!

그리고 아침을 먹으러 갔는데, 점심을 맥주랑 좀 거하게 먹을 계획이었던 터라, 아침은 좀 가볍게 먹고 싶었다. 브렉퍼스트 메뉴 있는 곳에서 좀 간단해보이는 거 먹어야지 하고 봐두었던 일찍 여는 레스토랑에 갔다. 그런데 아침에는 뷔페 밖에 안된다는 거다. ... 네?...... 그럼 나중에 올게, 하고 일어서서 걷기 시작했다. 가벼운 아침 파는데가 뭐 어디 없겠냐, 뭐든 있겠지, 하고 걸었는데,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빵과 샌드위치 그리고 커피를 파는 식당을 보게 됐다. 오, 바로 여기야!

나는 들어가서 샌드위치 하나랑(햄과 치즈가 꼭 들어가야해!!)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ㅋ ㅑ ~ 너무 좋구먼. 이 햇살... 나는 해가 좋고 밝음이 좋다! 그것은 내가 사자자리 이기 때문인가... (응?)


아 샌드위치 이만큼 남긴 거 아니고 사진 찍을 때 이만큼이 남아있었던 거다. 다 먹었다.

그런데 그냥 여기가, 이 순간이 너무 좋아서 찍었다.

여기 또 한참을 머물렀더랬다.
보통 밥 먹으면 바로 최소 15분 이상은 걷자고 생각해서 실천하는 편인데, 드레스덴에서는 그게 안되네.. 먹고 가만 앉아있게 된다. 영혼에 좋은것 같은 드레스덴, 사실 나의 육체에는 안좋은건가.
돈 벌고싶다. 돈 많이 벌고 싶다.
많이 벌어서 드레스덴 또 오고 싶다.
며칠 머무르고 싶다. 호텔 주변도 좋지만, 중앙역 근처도 너무 좋다.
다음엔 누군가와 함께 가서 매일 아침에 간단한 아침 먹고 멍때리다가 점심 때는 중앙역 근처로 슬렁슬렁 나가보고 싶다.
중앙역 근처에서 햇살을 흠뻑 받으면서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게으른 오후를 보내고 싶다.
드레스덴 너무 좋아서 사진을 너무 많이 찍었고 프라하에 며칠 있는것보다 드레스덴 하루 있으면서 인스타그램 업뎃도 계속 했다.
드레스덴 너무 좋다.
내가 어느 도시를 사랑하나, 생각해보았다.
뉴욕은 말해 뭐해, 나는 뉴욕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너무 어릴 때부터 내가 사랑했던 도시.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가 기대하지도 못했다가 로테르담을 사랑하게 됐고, 드레스덴을 사랑하게 됐다.
보통 여행하면서 누구랑 같이 오고 싶다, 는 생각 같은건 잘 안하는데, 물론 밤에는 수다떨 상대가 있다면 좋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긴 하지만, 구체적 인물을 떠올리진 않는데,
드레스덴에서는 순간순간 구체적 인물이 몇 떠올랐다.
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라면, 그 사람이라면, 하고 몇몇 사람들이 계속 떠올랐다.
여기를 보여주고 싶다, 이 온도와 이 밝음과 이 풍경속을 보여주고 싶다 생각했고, 이 풍경 속을 함께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랑 함께라면 한식집 가서 잔소주 시키는 대신 병소주 시킬텐데.
그러고보면 로테르담도 그랬다. 로테르담에 갈 때는 두 번 다 누군가와 함께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긴 누구랑 왔으면 좋겠다, 하고 또 구체적 인물을 떠올렸다. 그러고보면 내가 사랑하는 도시에 대해서는 자꾸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는 것 같다.
드레스덴에서 조카들에게 엽서를 보냈는데, 조카들에게도 말했다.
언젠가 이곳에 같이 오자고.
드레스덴과 사랑에 빠지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오고 싶다고, 내내 생각했다. 이곳을 내가 느끼는 것처럼 그들이 느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하는 도시를 보여주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