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연휴를 심란하게 보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닥친 일 때문에 밥 먹다가도 한숨이 난다. 네살 조카랑 즐겁게 놀고 사랑 듬뿍 주고 깔깔 웃다가도 한숨이 났다. 나는 이제 어떡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결국 받아들여야겠지, 라고 다짐해보다가도 다른 방법은 없을까, 를 또 생각하고 있다. 이걸 어째야 하나. 이게 나은가 저게 나은가. 이걸 선택할까 저걸 선택할까. 이렇게도 하고 싶고 저렇게도 하고 싶다. 이래야 할 것 같다가 저래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아, 인생의 이 시점에 왜 내게 이런 고민이 찾아와야 하는가. 왜 세상은 내게 이런 폭탄을 던져준걸까. 그런데 이것은 폭탄일까? 모르겠다. 내 인생의 이 시점에 이것이 찾아온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 이쯤되면 당연히 와야 하는 것이었나. 내가 거부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인생은 더 어려워지려는 것인가 아니면 더 만족스러워지려는 것인가. 휴..
어제는 달려야 하는 날이었다. 그런데 전날부터 되게 달리기 싫었다. 매주 일요일에 달리는 일을 5주간 반복해왔다. 5주간 런데이 충실하게 꼬박꼬박 일주일에 세 번 채워가며 잘 해왔는데, 고비가 찾아왔네. 일요일에 안달리고 언제 달려도 상관은 없지, 그렇지만 일요일에 달려왔으니 일요일에 달려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마침 일요일에 비가 오는게 아닌가. 좋았어! 날씨 핑계로 하루 쉬자. 대신 월요일에 달리자! 했건만, 월요일도 비가 오고 있다. 나는 아직 달리지 못하고 있다. 아까 베란다 창을 열고 맞고 뛸 정도로 비가 오는가 보니, 이 비에는 뛰면 안되겠더라. 무엇보다 내 러닝화... 안돼. 뛸거면 아침 안 먹고 뛰려고 했는데 비가 와서 아침도 배터지게 먹었다. 고추참치 슥슥 비벼서 계란프라이랑 김치랑 같이 먹었다.
책을 샀다.
『고 녀석 맛있겠다』를 사두고 엊그제 네살 조카와서 읽어주는데 잡아먹는다는 얘기 나오니까 왜 잡아 먹냐고 묻고(왜, 를 하루에 천 번쯤은 하는 것 같다) 중간까지 읽지도 못했는데 도중에 나한테 묻더라.
"왜이렇게 무서운 책을 샀어?"
어?? 아니 이게 끝까지 봐야 하는데.... 도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조카는 연달아 이렇게 말했다.
"**(조카 이름)는 고모가 사준 구름빵이랑 내가발 어디있어랑 ***랑(기억 안남) 읽을게. 이건 안읽을래."
이러는거다. 아?! 그러면... 집에 안가져갈거야? 물으니 응, 이라고 했다. 덕분에 우리 집에 있다. 그러면 조카야, 고모 집에 둘 테니까 다음에 와서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 했더니 응 이라고 하면서 그런데 구름빵이랑~ 이러면서 내가 준 책들 읊더니 그거 읽겠다고 또 그런다. ㅋㅋㅋ
저녁에는 내가 조카네 집에 갔는데 일전에 다정한 알라디너로부터 선물 받은 『알사탕』이랑『알사탕제조법』을 조카에게 선물로 줬다. 조카는 당장 알사탕을 읽어 달라고 했고 나는 읽어 주었다. 읽어본 사람들은 알겟지만 알사탕의 첫 문장은
'나는 혼자 논다'
이다. 내가 읽어주는 문장마다 '왜?'를 묻던 조카는 다 읽고 나면 또, 또, 해서 연달아 세번쯤 읽어준 것 같다. 또, 하길래 첫장을 펼쳤는데 내가 읽어주기도 전에 조카가 말했다.
"나는 혼자 논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진짜 너무 귀여워. 외웠어 ㅠㅠ 귀요미 ㅠㅠ조카야, 고 녀석 맛있겠다는 다음에 다시 도전해보자꾸나. 알았지?
『가장 쉬운 스페인어 첫걸음의 모든것』은 스페인어 좀 공부해보려고 샀다. 듀오링고로 공부하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왜 어느 단어에는 un 이 붙고 어떤 단어에는 una 가 붙는지 모르겠더라. 내가 나름 규칙을 찾아내려고 해도(자음으로 시작할 때와 모음으로 시작할 때인가?) 찾아지질 않아서 할 수 없이 책의 도움을 받자고 사봤다. 아직 펼쳐보진 않았다. 이 책 사면서 기존에 이 책 시리즈로 이미 사두었던 베트남어 첫걸음과 프랑스어 첫걸음은 중고로 팔아버렸다. 미안해.. 성조 6개는 도무지 도전할 엄두가 안나..
『먼 곳에서』,『캐나다』,『일의 기쁨과 슬픔』은 모두 알라딘이나 투비에서 다른 분들의 후기를 읽고 사게 되었다. 아, 캐나다는 다정한 알라디너의 인생 네권중 한 권이었다. 장류진의 책은 일전에 단편 하나 읽고 딱히 호감 가는 작가가 아니라 안사려고 했었는데, 다른 분 후기에서 이 책에 실린 한 단편이 궁금하더라 그래서 샀다. 그런데.. 이거 혹시 집에 이미 사둔거 아닌가 너무 걱정되는데, 집에서 애써 찾아보진 않았다. 이미 샀는데 또 발견하게 되면... 발견 안할라고 안찾아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지 알쥬?
어제 국내 작품 『기소영의 친구들』을 읽는데 마침 거기에 세례명이 '라파엘'인 등장인물이 나왔다. 대천사라고 했다. 서재의 대천사 님이 며칠전에 『지극히 낮으신』을 별다섯 주셨길래 그래 한 번 읽어보자, 하고 샀다. 묘하게도 나는 크리스티앙 보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자꾸 읽게 된다. 이런게 아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가능해지는 거 아닐까. 별로 안좋다고 했으면서 그 누구냐, 알랭 드 보통의 책도 여러권 읽었고, 보뱅도 내 타입 아니라고 하면서 벌써 몇 권째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한 다락방이다. (네? 갑자기요?)
조직 생활, 집단 생활, 단체 생활이라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회사 생활로 너무 고통스러워하는 친구가 일적으로 자꾸 얽혀야 하는 타부서 동료의 태도가 너무 싫다고 하소연한 적이 있다. 그러고보면 내가 평가하는 나는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기 보다는 태도 때문에 좋게 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여하튼 이 태도 라는 것에 대하여 사실 내가 굳이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거 읽어보고 괜찮으면 그 친구에게 주려고 샀다.
이렇게 사 놓고 내가 지금 또 책을 사려고 시동을 거는데, 얼마전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마 SNS 를 통해서 짧게 영화 안내를 본 것 같다. 사십대의 미혼모와 이십대의 보이밴드 멤버가 만나 사랑한다는 내용인 것 같은데 너무 흥미롭지 않은가. 당장 봐야지 했더니 '아마존 프라임'에서 한다는게 아닌가. 나는 이용권이 없는데! 하아. 이것도 구독해야 돼? 그런데 아마존 프라임 구독 어렵지 않나요? 그러다 이 영화가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다면 책으로? 하고 검색해보니 아직 번역본은 없는 것 같았다. 하아.
원서읽기는 멈춘지 오래이고 이미 가진 원서들 중에서 내가 사놓고 안읽은 것들도 팔려고 하는데 원서라니요. 할 수 없죠, 사야죠. 그런데 후딱 보고 싶기도 한게 저 보이밴드 좀 궁금하고 저들의 시작도 좀 궁금하단 말야? 아무튼 아마존 프라임 가입 때문에 참 거시기하네. 좀 통일해줄 수 없나요. 왜 이것저것 다 가입해야 하는가. 흑흑 ㅠㅠ 돈도 많이 들고 귀찮아. 여하간 아마존 프라임 가입하는 거 공부해서 무료일 때 잽싸게 저 영화 보고 치고 빠져야겠다. 그 전에 걍 네이버에 올라왔으면 좋겠네 ㅠㅠ 여러분을 위해 예고편을 가져올게.
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뭐랄까, 예술로 하나되는 이 커플 이라고 해야하나. 둘다 그림에 취미 있는가 보다. 음악에도 그렇고. 나는 예술적인 사람들 넘나 신통방통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나는 뭐랄까, 지극히 .. 너무 .. 음.... 아무튼 비예술적인 사람이라서 예술적인 사람들 넘나 존경스럽다. 대단해 보이고 막 그래.
하아- 오늘이 가는게 너무 싫다. 시간을 붙잡고만 싶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