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아가 조카를 보러 갔다. 그림책 두 권 가지고 갔다. <책 먹는 여우>는 이제 막 네 살된 아가에게 읽어주기 너무 글씨가 많았지만, 그래도 아가 조카의 귀여움은 발휘됐다. 책 내용중에 여우가 다 읽은 책에 소금과 후추를 쳐서 책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부분 읽어주자 아가가 그런거다.
"소금은 계란에 치는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귀욤. ㅋㅋㅋㅋㅋㅋㅋ <당근 유치원>도 읽어줬는데, 잘 때 침대에 가져가서는 제엄마에게 또 읽어달라 졸랐다. 나도 몇 번이나 읽어줬는데!! 아가조카는 어린이집에 가면 제일 먼저 책을 펼쳐본다는데, 설마.. 책 좋아하는 어린이로 자라게 될까? 책 좋아하는 어른이 될까?
책 먹는 여우를 읽어주다 보면 도서관과 서점이 등장한다. 마침 서점 장면에서 책이 많은 걸 보며 아가조카는 책이 많다고 한다.
"고모집에도 책 많지?"
"응 엄청 많아."
"(책에 나온)서점이 많아 고모 집이 더 많아?"
"고모집에 책이 훨씬 많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책 사모으는 거 뿌듯한 순간이다. 나의 조카들에게 이모와 고모는 책 많은 사람으로 강하게 기억돼야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저녁에는 아가 조카가 나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거다. 코끼리를 그려달래. 하아. 나는 그림을 정말 못그리거든요? 그래서 아무튼 그려보았다.
아가조카는 이 그림을 보더니
"코끼리 안같아!" 라고 했다. 하아- (내가 손으로 하는 건 다 못한다고 했잖습니까..)
나는 안되겠다, 무언가 보고 그려야겠다 싶어 네이버에 들어가 코끼리 이미지를 검색해보았다. 이런게 나오더라.
그래서 이걸 보며 따라 그려보았다.
이번에는 코끼리 같다고 했다.
하아- 아가랑 놀아주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지만, 다음날 집에 가는 내게 '가지마' 라고 말하면서 '고모 좋은데' 라고 할 때는 심장이 뽀개지는 줄 알았다. 흑흑 ㅠㅠ
아무튼 책 많은 고모, 이모가 되기 위해서
책을 샀다. (응?)
자, 한 권 한 권 차례대로 살펴보자.
[영어회화 입영작 훈련]은 친애하는 알라디너 가 나의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거라며 추천해준 책이다. 나는 소개받자마자 바로 구입해버렸다. 아뿔싸, 그런데 스프링 분철 신청한다는 게 깜빡했네? 이거 두꺼운데.. 여하튼 내가 이걸 언제부터 펼쳐보게 될지, 과연 펼쳐보기는 할지 잘 모르겠지만, 영어 공부를 놓지 않긔!!
[모든 공주는 자정 이후에 죽는다]는 그래픽 노블로 다 읽었는데 평 쓴다는 걸 깜빡했네. 바쁘다.. 그런데 이런 성장물의 최고봉은 역시 <빌리 엘리어트>인 것 같다!!
[비밀의 집] 새 책 샀는데 뭔가 헌 책 느낌으로 와서 별로다...
[홍학의 자리]는 지나주에 주문했는데 다른 책과 함께 이번주에 배송된 책이다.
[로힝야 제노사이드]는 내가 왜 장바구니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넣을만하지 않았나 싶다.
[다문화주의와 페미니즘]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책으로 선정해도 될지 살펴보려고 샀다.
[나는 왜 이슬람 개혁을 말하는가]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네덜란드로 망명해 하원의원을 하다 사람들로부터 테러협박 당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아얀 히르시 알리의 책이다. 너무 읽어보고 싶지 않나요..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은 지금 읽고 있는 [유대인의 역사]와도 이어지는 내용일것 같다.
[나의 핀란드 여행]은 절판된 책이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갖고 싶어서 중고 최상으로 구입했다.
[유년의 뜰]은 아직 오정희의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고 정윤수의 여행기에서 만나고 이젠 읽어야 하겠구나 싶어 구입한 책이다.
어제는 연차였고 반나절을 병원에서 보냈다.
종합병원에서 이 과와 저 과를 오가기를 반복하며, 아 늙는다는 것은 결국 병원 순례를 하는 것인가... 생각하던 하루였다.
점심엔 순대국밥을 사먹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대기를 하고 있길래 뼈해장국을 먹으러 갔다.
까페에 가 도넛도 먹고 커피도 마시면서 책을 읽는 오후를 보냈다.
저녁엔 피검사, 초음파 검사, 소변 검사 모두 마친 나를 위해 축배를 들었다.
많이 들어가지고 좀 취하고 늦게 잤다.
월요일부터..
안되겠다. 오늘부터 다시 태어나야겠다. 필! 승!
아니, 그런데 도나 해러웨이 책 왜케 어렵나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