룩셈부르크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벨기에로 갔다.
나는 여전히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엄마와 이모에게 홍합 요리를 주문해 드렸다. 벨기에는 뭐니뭐니해도 홍합요리지. 홍합과 맥주를 주문해두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식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부모로 살아가는 이야기, 똑똑하고 특별한 아이를 지켜보는 이야기, 그러나 평범한 아이였던 이야기.
식사를 마치고 다들 화장실을 한 번씩 다녀오자고 하였다. 보통 내가 먼저 다녀온 후 엄마와 이모에게 화장실을 어디로 가면 되는지, 특이사항은 없는지에 대해 일러주곤 하였는데, 브뤼셀, 우리가 식사했던 레스토랑의 화장실은 2층에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 화장실에 갔다가 이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려는데 내려가는 곳을 찾을 수 없어 당황했다. 그렇다, 나는 방향치다. 이곳으로 갔다가 아니, 저기 저런데 본 적 없는데, 하고 뒤로 돌았는데 내려가는 곳이 안보이고 헤매이다 간신히 내려가는 계단을 찾았는데, 어라, 이 계단은 아까 내가 올랐던 계단과 다른 모습인데? 당황하다가, 그래도 지가 내려가면 어쨌든 내가 밥먹었던 거기가 나오겠지, 그래봤자 이 식당인데, 하였지만, 내려가고난 후 내가 마주친 건 낯선 풍경이었다. 둘러보니 식당이름은 그대로, 그렇다면 하나의 식당 안에서 내가 해메이는 것이었다. 아니, 그래도 내가 여기 어딘가에 있었는데 못찾을 게 뭐야?
못찾았다.
하는수없이 나는 식당 밖으로 나가 내가 처음 들어갔던 출입문을 찾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그 문으로 들어가서도 나는 엄마와 이모를 찾을 수 없었다.
처음 내가 식당에 들어섰을 때 몇 명이냐 묻고 자리를 안내해주었던 직원이 나를 보았다. 그 직원은 헤매이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이냐 물었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I lost my mom,
하아- 내가 이 나이에, 엄마를 잃어버렸다고 맗고 있어.. 아 이게 무슨 일이야. 그는 내게 팔로우 미, 했고, 나는 그를 졸졸 따라갔다. 그리고 그를 따라간 그곳에서 결국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내가 오질 않아 화장실을 갔다가 내 이름을 불렀고 그런데 내가 대답이 없어 얘가 도대체 어딜 간거야,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와 당황하고 계셨는데, 내가 갑자기 엉뚱한 곳에서 온 것이었다. 나와 엄마의 만남에 나를 안내한 직원과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모두 함께 웃었고, 그러자 다른 직원이 내게 말했다.
"너 앞으로 지피에스를 이용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는 나의 색다른 모습이라고 했다. 아니, 이게 나야, 이게 나라고. 나는 방향치이고 길치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를 보고 길을 물어가면서 여행을 하는 거라고!!!
아이 로스트 마이 맘, 을 몇 살 때까지 하게 될까? 이 나이에 이런 말을 할 거라고 짐작이나 했던가.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브뤼셀 거리를 걷는 우리 엄마 ㅋㅋㅋ 타미가 이 사진 보고 "오 할머니 힙한데?" 라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브뤼셀에서 하루 자고 일어난 아침, 샤워하다 코피를 흘렸다.
누가 나를 코피나게 하는가.
나다.
바로 나 자신..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