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렬독서 하시나요? 아니면 한 권씩 읽고 한 권 다 끝내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시나요? 엄청 두껍고 머리 아픈 책이면요?
-그동안 한 권 끝내야 다음 책으로 넘어가는 사람이었는데, 아마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시작하면서 병렬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 같다. 나는 의무감에 읽는 독서, 읽어야 해서 읽는 독서를 진짜 싫어해서 대학때도 '이 책에서 시험 문제 낼거다' 라고 하면 부러 그 책을 안읽는 사람이었는데, 내가 '같이읽기를 하자!' 해버리니 얄짤없이 읽어야 했고, 그런데 읽어야 되는 책이니까 읽기 싫고, 그런데 읽어야 되니까 읽어야 겠고 그러다보니 의무감에 책을 읽으면서 다른 책이 너무 읽고 싶어지는 현상이 자연스레 발생. 누구나 시험기간에 드라마 보고 싶잖아요? 출근시간 집중력이 좋은 걸 이용해 여성주의 책은 출근시간에 읽고 그 외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는 병렬독서를 현재 하고 있다.
2. 도서관에 신청도 하시고 전자책도 구입하시는 것 같은데 도서관 신청or전자책 구입or종이책 구입은 어떤 기준인지?
-도서관에 신청하는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1.우선 내 돈주고 사긴 아까울 것 같은게 분명해 보이는 책, 읽게 되면 분명 아주 깨끗하게 읽고 다시 팔 책이 확실해 보인다면 신청하는 편이고 2.내가 최근에 책을 졸라 많이 사서 양심에 찔리니까 지금 또 사고 싶은 책은 도서관 신청할까? 해서 신청하기도 한다. 킁킁.
전자책은 크레마 생기고나서 얼라리여~ 막 샀는데, 일단 종이책으로 가지고 있어도 반복해 들여다보는 책을 몇 권 사두었고, 가볍게 읽을 책들(역시 종이책으로 갖고 싶진 않을 것 같은 책들)을 사두었는데, 그러다보니 전자책도 사두고 안읽고 쌓여버려서 최근엔 전자책을 거의 구입하지 않고 있다.
종이책은 그냥 막 산다.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도 사고 서재며 SNS, 시사인 등, 돌아다니다가 흥미 있어 보이는 책 발견하면 또 사고 막 산다.
3. 읽은 책은 다 100자평 남기시는 건가요?
-예전에는 쓰고 싶은 말이 생기는 책에 대해서만 기록을 남기는 편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내가 읽은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도 모르겠고 심지어 내가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아서 이제는 웬만하면 모두 백자평을 어떻게든 남기려고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것도 남겨두고 나면 나중에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어. 이를테면 내가 과거 일기장을 보면 '그가 너무 좋아서 미치겠다' 막 이런문장 나올 때 '하 시발 그가 누구야..'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다. 그래서 해당 날짜를 보고 '가만있자, 이 때가 그 때면 그러니까 그 놈인가 …' 이렇게 되어버려서, 웬만하면 언제 봐도 짐작 가능하게끔 구체적으로 쓰자 노력하고 있지만, 그건 잘 안된다. 애초에 태어나기를 이렇게 태어나고 이렇게 생겨먹어서 시간이 흐른 뒤에 보면 '이 말이 뭔 말이여' 이렇게 되어버리는 나란 여자. 매력이 끝이 없다.
4. 막상 읽어보니 별로라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는 책은 미련 없이 덮으시는지 아니면 그래도 붙잡고 완독하시는지?
-어떻게든 끝까지 읽자는 생각을 가지고 한 권을 막 몇달간 읽은 적도 있는데, 세상은 넓지 할 일도 많지, 먹을 것도 많지, 갈 곳도 많지, 책은 쌓여 있지, 안되겠다 이젠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자! 라고 해도 사실 중도 포기는 내게 쉬운 일은 아니다. 중도 포기한 책은 '나중에 다시 읽자'고 다짐해도 그게 안된다는 것을 내가 알고 있기 때문에, '이대로 멈추면 우린 영영 안녕이야!' 하게 되어 진짜 꼭 끝까지 읽으려고 하지만, 그러다가 다른 책도 못읽는 독서 침체기 와버려, 안된다 포기하자, 계속 훈련을 들이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현재 읽다 포기한 책은 버지지아 울프의 《올랜도》와 미셸 우엘벡의 《투쟁 영역의 확장》이 있다. 올랜도는 절반쯤 읽었고 투쟁 영역의 확장은 십분의 일쯤 읽었나. 미안합니다…
5. 중고로 팔아버리는 책과 남기는 책은 어떤 기준인지?
-시간이 지나면 사랑도 끝나고 입맛도 변하고 책을 파는 기준도 변한다.
처음 중고로 팔 때는 읽었지만 다신 안읽을 책만 골라서 팔았는데 이제는 읽자마자 거의 대부분 다 팔아버린다. 심지어는 안읽었지만 안읽을 것 같은 책들도 팔아버린다. (응? 왜 샀어?)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나는 책을 계속 사서 이렇게 팔아버려도 쌓이는 걸 어떻게 잡아낼 수가 없어. 읽으면 일단 알라딘에 중고팔기를 신청하고, 매입불가한 상품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회원에게 팔기로 등록한다. 주문이 한두건씩 들어오는데 빠른 배송 친절한 서비스가 관건이며 그래서 매우 평도 좋지만, 문제는 한 두권씩만 판매 되므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몇 백원에서 몇천원 정도 뿐이다. 여기서 알 수 있다. 내가 돈 벌려고 책 파는 게 아니라 정말 책을 없애려고 책을 판다는 사실을. 여러분, 다락방의 중고서점을 이용해주세요. 저렴한 가격에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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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책 구입하실 때 중점적으로 보시는 게 뭔지? 평소 믿고 보는 작가라면 그냥 구입해도 되겠지만 아니라면 저자 이력이나 뭐 소재나 상 받은 목록이라든가 뭘 주로 보시는지. 더해서 이런 책은 아묻따 거른다 하는 것도 있으실 텐데 궁금합니다.
-관심 작가의 책은 대부분 사는 책이고 관심 주제의 책도 사는 편이다. 몇해전만 해도 관심 주제는 여성주의 였는데, 요즘엔 좀 관심 분야가 확장되어서 철학, 사회학에도 관심이 생기고 역사도 좀 알고 싶다. 즉,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책을 더 많이 사고 있다는 뜻 되시겠다.
아묻따 거르는 책이라면 베스트셀러로 만인이 사랑하는 책을 좀 피하는 편인데, 베스트 셀러에는 잘 팔리는 이유가 있고 그것은 분명 그대로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책에는 유의미 이상의 무엇이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백화점 어쩌고 류도 평소의 나라면 관심없이 무시할 책이었는데, 그런데 어린 조카가 재미있게 읽었다고 해서 소통하려고 샀다. 독서의 폭은 때로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렇게 확장되기도 한다. 조카 때문에 꿈백화점하고 또 뭐 비슷한 거 있는데 … 여튼 안읽던 베스트셀러 읽었고,
내가 일전에 알라딘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어쩌고 잡화점 읽고 느낀건데, 책 안읽던 사람들이 쉽게 많이 읽는 책은 대체로 내가 읽었을 때 빡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책 많이 읽는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은 대체로 좋다.
나 역시 자기계발류는 피하는데, '그걸 읽어봤자 자기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성공한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계발 서적을 읽지 않아도 이미 나는 훌륭하게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평일의 루틴이 확실하고 스스로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도 투철하며 책임감과 사명감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마음도 따뜻하며 인류애 넘치는 내가 도대체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나는 자기계발 서적을 읽을 사람이 아니라, 이제 쓸 사람이다!!
무조건 구입하는 관심작가의 책은, 너무 자주 언급해서 이제는 모두가 외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써보자면,
한나 아렌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줌파 라히리, 샤론 볼턴, 이승우 등이다. 정희진 선생님 책도 다 읽어보려고 하는 책이고. 책장에는 여성주의 책장이 아예 한 군데 모여있고 그외 위 언급 작가들은 따로 한 칸이 마련되어 있다.
사실 이거 몇 개 사진도 찍긴 했는데 이미 예전에 올린 사진들의 중복이라 사진은 생략하겠다.
자, 그리고 월요일의 책탑.
목요일에 아파서 조퇴하고 금요일에 연차를 사용했다. 증상은 에이형독감인데 검사결과는 다 음성. 목요일 저녁에는 몸살 잡아준다는 수액을 맞았고 금요일에는 병원 가 다시 검사했지만 음성. 금요일에 좀 괜찮다가 토요일 오후부터 상태가 다시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해 목이 붓고 목소리가 잘 안나왔는데, 그나마 오늘은 좀 괜찮다.

《형사 박미옥》은 내가 바라는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다. 현장에서 일하며 겪었던 어려움과 그리고 '여자라서' 더 힘들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 최근 《경찰하는 마음》은 담긴 글들이 좀 아쉬웠는데 그 아쉬운 지점을 형사 박미옥이 다 풀어주지 않을까 하다.
《인간 모세와 유일신교》는 프로이트의 책이다. 무조건 사 모으게 되는 작가들에 나는 최근에 프로이트를 넣을까 어쩔까 고민중이다. 그간 읽은 책이 별로 없다보니 모으겠다 확신할 수 없지만, 그런데 읽다 보면 어쩐지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 게다가 나는 모세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어서 프로이트가 말하는 모세가 궁금하다.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 용의 제목 같지만, 그러나 죽여야 할 남자 다 죽여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샀다.
《비극》은 테리 이글턴의 책인데, 테리 이글턴의 책도 사두고 안읽은 게 집에 있는데, 김혜리의 팟빵 듣다 보면 정윤수 작가 님이 테리 이글턴 극찬하시는 바람에 안 살 수가 없어 샀다. 나란 여자 …
《패배의 신호》는 사강을 별로 안좋아하지만, 최근 물감 님의 리뷰를 읽고 다시 도전! 하고 샀다. 다시 도전했어도 내가 좋아할 책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그 뭐랄까, 인생의 최고 목표? 가치?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 이 사랑과 집착과 연애와 섹스, 성애 …인게 참 별로인 것이다. 나는 로맨스 소설 좋아하지만, 내가 로맨스 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그 로맨스가 시작되고 진행되기 까지의 어떤 간질간질함과 갈등의 극복 같은 것이지 나는 사랑 없이 못살아 사랑이 짱이야 사랑 최고 사랑만이 답이다 이러는 것에 대해서는 좀 답답해져버려. 특히나 그것이 섹스로 연결되어가지고 막 사랑과 섹스의 집중 하모니 이렇게 되어버리면 상당히 피곤해져 버린다. 내가 사강을 그동안 두 권 읽었나 세 권 읽었나 모르겠는데, 내가 별로 안좋아라 하는 그런 감성의 책이었으므로 피하다가 이번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보기로 한다. 근데 역시 나는 아닐것 같긴 한데 … 아무튼 인간들이 좀 인생에서 사랑 좀 밀어내고 살고 좀 그랬으면 좋겠다. 사랑 하기도 했으면 사랑 밀어내기도 하고 좀 그래야지 어떻게 내내 사랑을 붙들고 있는지 … 그리고 왜 사강 내게 이런 느낌을 주는건지 … 여하튼 얇고 가벼우니 읽어보겠다.
다시 병원 간 이야기를 잠깐 이어보자면,
목요일에 병원 가 검사를 하고 몸살 잡아주는 수액을 맞고, 다음날 독감및 코로나 검사를 다시 하기 위해 병원데 재차 방문했더랬다. 닥터가 이미 다시 오라고 일러둔 터였다. 카운터의 간호사 샘들은 날 보고 좀 어떠냐 물으시더니, 어제보다 얼굴이 한 결 나아졌다고, 어제 수액을 맞아 다행이었다고 말씀들을 해주셨다. 실제로 몸이 전날보다 나은 상황이었던지라 감사하다고 말했다.
독감과 코로나 검사를 다시 했는데 여전히 결과는 음성이었고 약은 다르게 다시 처방 받았다. 원인이 뭘까 다른 피검사와 소변 검사를 했고, 어쨌든 독감과 코로나가 아닌 것이 좋아 나오면서 간호사 쌤들께 '저 둘다 아니래요!' 했더니, 아니 간호사 쌤들이 다들 '너무 다행이에요! 걱정했어요!' 이러면서 좋아해주시는게 아닌가. 감사합니다, 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기분이 너무 좋은 거다. 너무 감사하네, 간호사쌤들 … 나는 그 길로 제과점에 가 카스테라를 샀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감사해요. 이거 드세요." 하고 내가 사온 카스테라를 내밀었다. (잠자냥 님, 이런 나라 싫어요? 그렁그렁.)
사기 전에 슬라이스 되었는지 묻는 건 기본이었다. 내가 직장생활 해보니 내가 썰어서 먹는 거 가져오는 사람들 너무 싫어. 특히 수박이랑 멜론 사온 사람들, 진짜 그러는 거 아닙니다. 회사 갈 때 그런거 사가지 마세요. 도대체 그 수박 누가 자르라고 수박을 사와요, 수박을? 케익도 사오지 마세요. 그거 칼로 잘라서 나눠야 하잖아요.
일인용 포장되어 있는게 제일 좋습니다.
이 케익 안에 슬라이스 되어 있나요? 물었더니 빵집 사장님은 그렇다고 해주셨다.

이전 조카들에게도 느꼈던 바지만, 내가 이 아이들에게 마음껏 사랑을 주고자 했을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주고 표현을 할 때, 나는 그것만으로도 생이 충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 둘째 조카들도 내 사랑을 그냥 흡수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자신의 사랑을 번번이 내게 표현해줬다. 내가 안아주면 마주 안아주고 내 팔짱을 껴고 종알종알 얘기하고 막 웃어주는데, 그러면 정말 가슴 가득 충만함이 차오른다.
토요일에 아가 조카가 집에 왔다.
아가 조카는 정말이지 방긋방긋 잘도 웃었다. 아가 조카를 데리고 시장에 갔는데, 해물을 파는 곳 앞에서는 주저 앉아서 관찰하기를 계속했다.

아가야, 만지면 안돼~ 하면 응, 하며 만지지 않았다.
오후에 달걀샐러드를 만들어주려고 오이를 썰고 있는데, 이제 막 여러가지 말을 배우기 시작한 조카가 내게로 달려와서는,
"고모 모해?"
하는게 아닌가. 뭐하냐는 물음은 아가의 아빠도 처음 들어본 말이라서 다들 빵 터졌다. 나는 조카가 사랑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채로, 고모 오이 썰어~ 해줬다.
거실 저쪽에 있다가 뛰어와 내 다리를 끌어 안을 때면 정말이지 너무 예뻐서 내가 어떻게 이런 조카가 있나, 나에게 어떻게 이런 조카가 있나 감사와 사랑이 솟아올랐다. 도서관에 데려갔는데 도서관 마당의 잔디에서 나비를 보더니 "나비야!" 하고 큰소리로 계속 불러서 너무 예뻤다. 아직 데리고 들어가기엔 어리지만, 우리 자료실에 들어가볼까? 하니까 남동생이 괜찮을까? 물어서 '조용히 하라고 하자' 하고 아가조카 데리고 자료들이 가득한 책 빌리는 곳으로 들어갔다. 아가야 여기서는 조용히 해야 돼, 하니까 자기 입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쉿~ 하는데 와, 진짜 이 귀여움은 어디서부터 온것인가. 나에게서 왔니? 그런데 조카가 참지 못하고 책들 사이에서 와- 해버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조카야 쉿, 여기는 조용히 해야 해, 했더니 금세 조용해졌다. 축복된 시간이었다. 헤어지고 나서 바로 보고파지는 사랑이었다.
자, 오늘은 또 오늘의 책을 사야겠다. 불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