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리 기자의 팟빵 <조용한 생활>을 유료 구독하고 있는데, 의외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너는 클래식 음악에 관련된 코너이다. 책 코너도 영화코너도 미술코너도 아니고 클래식 음악 코너. 정윤수 작가가 나와서 설명해주는데 이 코너 덕에 정윤수를 처음 알았다. 검색해보니 여행기를 써둔 것 같아 주문해두었다.


나는 클래식음악을 듣는 귀가 없다. 그러니까 가사가 없다면 이 음악이 저 음악 같고 저 음악이 이 음악 같고 들어본 음악 같고 처음 듣는 음악 같고… 그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라면 지식이 전무하며 취향같은 것도 성립되지 않았다. 남들이 클래식 음악 얘기하면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에피톤 프로젝트 좋아하고 루시아 좋아하면서 흐느끼는 쪽의 사람이다. 나름 클래식 공연에 가보기도 했지만, 내가 느끼는 것은 '이것은 확실히 이과의 영역'이라는 거였다. 그러니까 에피톤의 경우는 문과의 영역 같은데 클래식이라고 하면 어디에서 무슨 악기가 어떤 강도로 연주되어야 한다는 걸 설정하고 그대로 연주하고 지휘해서 또다른 곡으로 완성시키는 지점은 확실히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상상하지 못하는 영역의 것 같은거다. 그런점에서 클래식 음악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나랑은 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왜 김혜리 기자의 코너에서 클래식 음악을 다룬 코너를 좋아할까. 말러가 화가인지 연주자인지도 모르고 말러라는 이름은 그러나 들어본 상태의 무식한 내가 그런데 이번 코너에서는 말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이걸 유료구독하게 된 계기 자체가 정윤수의 이 코너 때문이었는데, 아니 이게 말러를 얘기하잖아? 그러면 말러 얘기만 하는게 아니라, 말러가 이랬다고 얘기하기까지 끊임없이 줄기차게 아주 다른 많은 것들이 소환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말러 얘기하면서는 세상에, 버지니아 울프도 소환됐다니까? 지난번에 바그너 얘기하면서는 니체도 소환되고. 나는 이런 얘기가 세상에, 그렇게나 재미있다. 그리고 그 시대적 배경까지 다 언급되는데 세상 꿀잼인거야. 한 번 듣는다고 기억하면 좋겠지만 또 그건 아니라서 다 까먹고 어디가서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겠지만, 아 나는 진짜 김혜리와 정윤수의 이 코너 듣는게 넘나 꿀잼이다. 그렇다면,


내가 행복의 약속 책을 링크해두고 왜 김혜리 팟빵 얘기를 했느냐. 그것은 사라 아메드가 본인이 생각한 행복과 불행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마찬가지로 다른 작가들의 책과 또 영화들을 예로 들기 때문이다. 꿀잼이다. 내가 본 책이나 영화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데, 알면 아는대로 모르면 모르는대로 이걸 읽는게 넘나 꿀잼이다. 덕분에 나는 SF 장르라서 볼 생각 전혀 없었던 <아일랜드>라는 영화를 보려고 마음 먹었다. 아니,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좀비' 영화도 그것은 결국 인간에 대해 말하는 영화야!! 라며 다 찾아보면서, SF 도 결국 인간을 말하는 영화임에 분명할텐데 왜 안보는걸까, 나는??? 각설하고,


자,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말이 많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백인 남자' 이다. 백인 남자. 사라 아메드가 <아일랜드>영화를 소개하기 전에 <칠드런 오브 맨>을 가져오는데, 그 때도 결국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는 건 백인 남자(쉽게 말하면 주인공이자 히어로) 라고 언급했었는데, 아일랜드 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한다.



거짓 희망(아일랜드)은 진짜 희망(사랑, 해방)으로 전환된다. 전화전이 되는 사람, 행복이 보장하던 거짓 희망에서 클론들을 해방시켜 그들에게 진짜 희망을 주는 사람은, 클론이든 아니든, 백인 남자다. (p.345)



이 지점에서 나는 영화 <히든 피겨스>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속에 천재 여성들은 모두 흑인인데, 일터에서 흑인의 화장실은 분리되어 있을 뿐더러 저기 먼 데 있다. 일하다 말고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는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저기 저 먼 화장실을 다녀와야 하는 거다. 이 때 그녀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길다는 걸 인지해 어디 갔다왔냐 묻고, 그것이 백인과 분리된 화장실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며, 그래서 백인전용 화장실이라는 간판을 부수는 사람은 누구냐? 백인 남자다. 불편을 겪은 것은 흑인인데, 그 불편을 겪지 않게 만들어주는 우리들의 히어로, 기꺼이 그 간판을 부수는 사람은 백인인 거다. 정말 불쾌한 장면이었는데, 여기에는 그가 백인 남자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 한몫했다. 불편한 당사자인 흑인 여성, 저 멀리까지 기어코 땀 흘리며 뛰어가야만 화장실에 닿을 수 있는 그 흑인 여성은 본인의 힘으로 간판을 부술 수 있었을까? 힘들고 불편하고 빡치는 당사자인 흑인 여성은 왜, 그 간판을 부술 수 없었을까. 왜 백인 남성이 그렇게 해주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까. 흑인 여성은 고통 당하면서도 부수지 못한 것을, 이 백인 남성은 어떻게 한 번에 부숴버릴 수 있었을까? 너무 빡치지 않나? 역사속에 드러나지 않은 흑인 여성들을 전면에 보여주는 영화여도 어쨌든 백인 남성은 히어로적으로 등장해버리는 부분. ㅋ ㅑ  분리한 것도 백인이고 합치는 것도 백인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부분… 네…



그리고, 샤론 볼턴을 떠올렸다. 내 사랑 샤론 볼턴.




"글쎄, 이곳에선 적응을 잘 못한 것 같고, 그 점에 있어서는 그들의 말이 맞아요. 이곳 섬들은 작지만 강력한 패거리가 다스리고 있거든요. 체격이 큰 금발의 남자들 말이죠. 모두 같은 학교를 나오고, 같은 스코틀랜드 대학을 다녔고, 노르웨이 부족의 침략이 있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서로 알고 지낸 사람들 말이에요. 토라, 생각해봐요. 병원의 아는 의사들이나, 학교의 교장이나, 경찰이나 치안판사, 또 상공회의소, 지역 시의회까지, 그들이 전부 차지하고 있다고요."

그 점에 관해서는 따로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꽤 많은 섬 주민들이 눈에 띄게 비슷한 외모를 지녔다는 사실을 나도 이미 여러차례 실감한 터였다. (p.249)








이 인용문 가져오려고 페이퍼 뒤졌더니, 내가 샤론 볼턴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당시에 친구와 나눴던 대화가 적혀있더라. 옮겨와본다.


- 이 구절 속에서는 작은 섬이지만 비슷한 사람들이 차지하잖아. 그렇지만 이건 세계로 확장시킬 수 있지.

- 아아

-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전세계적으로 남성들이 주요한 위치를 다 차지하고. 작가는 그 얘기를 이 섬에 빗대어 한 것 같아. 그게 너무 좋았어.

- 거꾸로 보면 이렇게 볼 수 있겠네. 백인 남자들이 지배하고 전세계적으로 남성들이 주요한 위치를 다 차지하는 그 짓이 이 세계를 자그마한 섬으로 만드는 짓이다.

- 크- 해석 좋다.

- 아니야 나는 니가 말하기 전까지 저 구절은 그냥 사실적시라고만 생각했어. 과연 니가 좋아할만하네.

- 나는 이 작가가 이래서 좋아. 할 말을 되게 세련되게 해.




사라 아메드가 이 책에서 언제나 히어로로 출연하는 '백인 남성'을 지적했고, 샤론 볼턴 역시도 자신의 소설을 통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백인 남성'에 대해 지적한다. 젊은 작가인 '샐리 루니'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설에서 '백인 남자'라는 워딩을 등장시킨다. 기억이 맞다면 그 워딩은, 백인 남자의 입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그동안에는 지적되어지거나 언급되어진적이 없었던, 그러니까 너무나 당연햇던 일들이, 이렇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백인 남성, 백인 남성 하고 자꾸 소환되면, 아마도 듣는 백인 남성들 빡칠것이고 우리가 뭘 그렇게 더 누렸다는 거야, 하면서 그렇게 언급하는 여성들을, 사라 아메드 식으로 말하자면, '분위기 깨는 페미니스트'로 보겠지만, 나는 이렇게 여성학책이든 소설책이든 백인 남성이라는 워딩이 등장하는 게 즐겁다. 그 워딩이 등장하는 순간, 그러니까 '백. 인. 남. 성' 이라는 워딩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결코 히어로적이지도 않고 지도자 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보다는, '그동안 히어로 역 따놓고 했던 놈들' 의 의미가 더 크다. 짜릿하지 않은가? 챙피하지만, 고백하자면, 나는 대표적 히어로 백인 남성이 등장하는 영화 <아마겟돈>을 너무 좋아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 볼 때마다 우리의 백인 남성이 자신을 희생해 지구를 구하러 가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오열하곤 했다. 극장에서 통곡해서 같이 보던 동생들이 이제 그만하라고 말려야 했고, 집에서 다시 보면서도 또 울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부끄럽다. 백인 남성이 지구를 구한다고 자기 한 몸 희생하는데 왜 유색인종 아시아여성인 내가 그렇게 흐느끼는 것이야 …



아직 행복의 약속을 끝내지 못했고 오늘이 벌써 4/28 이다. 주말에 나름의 스케쥴이 있기 땜시롱 오늘 안으로 끝내야 한다. 어제 끝내려고 새로 산 책상에 앉았다가 잠이 쏟아지는 바람에 자버렸… 침대에 앉아서 읽기 때문에 조는 줄 알았더니 책상에 앉아도 졸더라고요? 책상 괜히 산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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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28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여는 인질이다>에서 여자가 노예에서 탈출할 대안으로 공간 마련하기 라는 것이 있는데 여자는 공적인 공간에서 밀려나 있었다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겠죠. 그럼 그 공간을 선점 혹은 획득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남자이겠죠. 지금까지 봐왔던 영화를 되짚어보니 언제나 남자가 세상을 구원하고 여자는 보조적인 역할을 하거나 희생되는 쪽이 더 많아요. 인질로 잡히거나 죽음을 당해 남자의 행동에 촉매제가 되는 역할이었죠. 가끔 여자가 히어로인 경우도 있어 멋있다며 보고 있던 영화들도 필요 이상으로 타이트한 의상으로 성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경우가 많아 마음 한구석이 내내 불편했어요.
여자는 왜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라는 질문에서 그 역할을 맡을 ‘공간‘을 남자가 차지했기에 여자의 ‘공간‘은 육아 즉 돌봄에 한정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종종 밤에 책을 읽다 저도 모르게 졸아버려서 새벽 두세시쯤 깨는데 저만 그러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안도감이 생기는 아침입니다. 즐거운 주말을 위해 오늘 하루 에너지를 아끼고 보충하며 보내시기를 바라요. ^^

다락방 2023-04-28 10:38   좋아요 1 | URL
대디 님, 저는 여자에게 공간이 없다는 대디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또 그래서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공간을 지키는 일이라면 아주 예민해지고 신경을 뽝 쓰게 돼요. 여성공간을 모두의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 모든 시도에 반대합니다. 어떻게 만들어진, 생겨난 여성전용 공간인데 자꾸 모두를 위해 양보하라고 하는건지… 여자에게 양보하라고 배려하라고 하는 건 이제 그만 듣고 싶어요.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는 행태라고 봅니다.

제가 그래서 여성 히어로 영화인 <원더우먼> 볼 때도 너무 불편했고요, 그런 옷을 입고 싸움을 한다니. 말도 안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그 … 뭐냐, <레지던트 이블> 그건 대환장 지점이죠. 싸우는 여성들에게 싸울만한 옷을 입혀라, 좀!! 여성 액션도 여성들이 끈나시 입고 가슴 보이고 힐 신고 뛰는게 너무 많잖아요. 힐 신고 걸어다녀도 족저근막염 걸리는데(제가 바로 그런 사람) 왜 힐 신은 여성 영웅 만드나요. 아 정말 다 꼴보기 싫어요!!

DYDADDY 2023-04-28 10:56   좋아요 0 | URL
몇년 전 이야기이지만 회사 건물 내에 여직원을 위한 휴게공간이 없어 (남직원은 점심 시간에 누워서 잘 수 있는 휴게실이 있어요) 만들자고 건의했다가 대차게 까인 적이 있어요. 왜 여성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지 내내 궁금했는데 다락방님의 추천으로 읽은 <여자는 인질이다>에 그 답이 있었어요. 페이퍼에는 쓰지 못했지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

잠자냥 2023-04-28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도 말러 이야기하다가 버지니아 울프까지 가는 거 완전 잘해요. 주특기 아님? 이 페이퍼에서도 몇 개를 끌어와 이야기하시는지….. 암튼 그것이 부장님의 특기이자 페이퍼를 재미나게 만드는 지점입니다.

갑자기 칭찬하려니까 이상하다. ㅋㅋㅋㅋ 풋- 댓글로 기분 상하게(?)한 거 같아서 급 칭찬 모드였습니다. 좀만 깐죽대야지…;

그런데 <아마겟돈>에서 울 부분이 있던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사람 참 ㅋㅋㅋㅋ

다락방 2023-04-28 10:35   좋아요 3 | URL
풋댓글 기분 안상했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걸 안해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ㅋㅋㅋ 아니 이게 너무 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걸 많이 하면 너무 사람이 가벼워보이잖아요? 음... 안가벼워 보이나? (먼 산)

아마겟돈.. 백인 남자가 모두를 살리고 지구도 살리고 죽는게 너무 슬프더라고요.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저도 참….

네, 제가 이런 사람입니다. 흠흠.

잠자냥 2023-04-28 10:55   좋아요 1 | URL
그렇게라도 가벼워 보여야죠!

체지방도 많은데…..

다락방 2023-04-28 11:29   좋아요 1 | URL
딱 기다려요! 체지방 내가 다 없애버리고 말겠엇!! 불끈!!

책먼지 2023-04-28 11: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좋아하신다는 포인트가 딱 다락방님이 글쓰시는 스타일 그 자체라고 언급하러 내려왔는데 이미 자냥님이 칭찬 날리셨군요!!!

저 다락방님 지난번 페이퍼 읽고 <조용한 생활> 무료체험 중인데 해당 코너에서 정윤수 작가님이 워낙 열정적으로 신나게 말씀하시니까 덩달아 더 신나고 알고 싶고 재밌고 그렇더라고요!!

<히든 피겨스> 관련해서 알쓸신잡에 출연하셨던 김진애 교수님이 하셨던 말씀도 떠올라요. 재학 당시 서울대 공대에 여자화장실이 아예 없었다면서 본인은 교직원 화장실 이용하면서 학교 다녔는데 딱히 불편한 게 없었다고요.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때 그걸 문제제기하고 여자화장실을 만들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신다고요. 저는 여자화장실 없던 것에서 1차 충격 (설계 당시 여성이 서울대 공대에 학생으로 입학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한 거잖아요..??), 그걸 겪은 당사자가 어떻게 불편을 못 느꼈지 싶어 2차 충격이었어요..

(덧붙여, 다락방님 인바디 이미 칭찬 잔뜩 받으셨겠지만 저희 요가쌤이 보셨으면 완전 폭풍칭찬 날리셨을 것입니다!! 막대 세 개가 고르게 분포된 게 가장 베스트라고 하셨어요!! 저도 다락방님 것처럼 고른 그래프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체지방이 많아서 조절해야 하는 유형은 가운데가 움푹 패인 브이형태고 실제로 인바디 재보면 이 유형이 가장 많이 나온대요!!!)

다락방 2023-05-02 14:57   좋아요 0 | URL
정윤수 작가님 코너 정말 애정합니다. 이번호 듣다보니 본인의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지휘의 발견>이란 책에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책도 사려고 장바구닝 넣어두었습니다.

저 예전에 김진애 자서전인가 에세이인가, 그러니까 제목이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나의 테마는 사람>이런 류였던 것 같은데, 그러니까 그게 저 국민학교 6학년때 읽었던 책이고, 그 때 화장실 얘기가 나왔던 것 같았어요. 여자화장실 없었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은데, 문득 책먼지 님의 댓글 읽으니 그 책 생각이 나네요.

그리고 책먼지 님, 제 인바디 고른 그래프 아닙니다. 절대로, 절대로 아닙니다. 저야말로 가운데가 움푹 패인 유형입니다. 부끄럽지만 체중과 체지방이 너무 높아서 가운데가 움푹 파였어요. 누가 빠진다면 올라올 수 없을 정도로 파였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저도 이런 말.. 하고 싶지 않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독서괭 2023-04-28 1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행복의약속 링크해놓고 팟캐스트 얘기하다가 사실 하려던 얘기는 백인남자였고, 히든피겨스에 샤론 볼턴까지 가는 다락방님 글도 만만찮게 흥미롭습니다 ㅋㅋㅋ
저는 히든피겨스 내용 말씀하신 부분을 보니 <제2의 성> 964-965페이지가 생각납니다.
(덩달아 멋져 보이고 싶어서 보부아르 소환 ㅋㅋ)

공쟝쟝 2023-04-29 12:4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동의하고 독서괭님 앞으로는 문장까지 같이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4-29 15:01   좋아요 2 | URL
원래 그러려고 했는데 어제 바빠가지고 ㅋㅋㅋㅋ

바로 여기에 여자의 초라함의 뿌리 깊은 원인이 있다.
우리가 위대하다고 부르는 남자들은 - 어떻게 해서든지 - 자기들의 어깨에 세 계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들은 그 일을 잘 해내었다. 그들은 세계를 재창조하는 데 성공도 하고 실패도 했다. 그러나 우선 그 엄청난 중책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바로 어떤 여자도 결코 하지 못한 일이며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세계를 자기 것으로 생각하고 세계의 죄를 자기의 죄로 여 기며 세계의 진보를 자랑스럽게 여기기위해서는 특권자 계급에 속해야만 한다.
세계를 변화시키고 생각하고 드러냄으로써 세계를 정당화하는 것은 거기에서 명령권을 장악하고 있는 특권자들에게만 속한다. 그들만이 유일하게 세계 속에 서 자기들을 알아볼 수 있고, 거기에 자기의 표지를 새길 수 있다. 지금까지 인간 이 구현될 수 있었던 것은 여자 속에서가 아니라 남자 속에서다. 그런데 우리에 게 모범적으로 보이는 개인들이나 천재로 불리는 개인들은 그들 개개의 실존 속 에서 인류 전체의 운명을 걸려고 한 사람들이다. 자기에게 그런 권한이 주어졌다.
고 믿는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것입니다

다락방 2023-05-02 14:59   좋아요 1 | URL
저는 진짜 알라딘의 여성분들 글쓰기에 자랑스러움이 솟구칩니다. 샤론 볼턴, 히든 피겨스, 사라 아메드 얘기했더니 보부아르 똭- 가져오는 이 멋짐, 어쩌면 좋아요. 정말 정말 멋집니다, 독서괭 님. 알라딘 만세만세 만만세에요. 특히 여성주의 책 읽는 분들 더 만만세!! 꺄울 >.<

햇살과함께 2023-04-28 13: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히든 피겨스 그 장면 보면서 처음엔 자동적으로 와 멋지다, 역시 케빈 코스트너! 했다가 ㅋㅋㅋ
책에는 없는 장면인데, 역시 미국 영화의 영웅주의 또 시작이구나 반성했네요.
미국식 영웅주의 영화 너무 싫어서 못 보겠어요.

다락방 2023-05-03 17:15   좋아요 1 | URL
저 극장에서 그거 같이 본 친구가 케빈 코스트너 멋지다고 해가지고 ‘난 짜증나!‘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
미국식 영웅주의 싫다고 하면서, 백인 남자 하나가 세상을 구하고 지구를 구하는 거 싫다고 하면서, 그러면서도 저는 아마겟돈 보면 울고 배트맨 좋아해요. ㅠㅠ 하아, 이 모순을 어쩌면 좋을까요 ㅠㅠ

난티나무 2023-04-28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메드가 ‘백인 남자’ 말해줘서 늠 속시원했어요!!!
저도 클래식 잘 안 듣는데 어젯밤에는 피아노연주에 꽂혀서 한 시간을 들었네요????@@ 이야기도 늠 재밌을 거 같아요.
저 어제 다 읽고 방금 백자평 썼어요!!!

다락방 2023-05-03 17:17   좋아요 0 | URL
저는 ‘백인남자‘라는 워딩을 사용하고 지적하는 모든 글쓴이들에게 복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백인 남자를 한국남자보다 올려치기 했던 시간들에 대한 후회도 들고요. 뭐 그건 그런데 ..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저에게도 언젠가 클래식 귀가 생기기를 바랍니다. 빠샤!!

책읽는나무 2023-05-01 14: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김혜리 기자님 <조용한 생활> 구독하지 싶네요. 지난 번 댓글을 읽고 며칠 무료 듣기 몇 개 골라서 들어봤었는데요. 목소리도 좋고, 주제들도 좋아 귀담아 들어지더군요. 걷기할 때 희진샘 팟빵 다 들음 김혜리 기자님 것도 듣다 보면 한 달은 훌쩍 지나있겠구나! 생각 했었네요.
클래식 잘 모르는 사람도 훅 빠져 들을 수 있게 만드는 건 참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인 거네요.
다락방 님의 페이퍼도 훅 빠져 읽게 하시니 그렇다면 같은 양질의 페이퍼!!!^^
전 <아일랜드> 영화는 극장에서 봤었는데 꽤나 충격이어 몇 개의 장면들이 조금 기억에 남습니다. 디스토피아 영화여서 충격이었던 건가 봅니다. 그런데 책에서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와 또 놀랐었어요. 영화 풀이를 읽으면서 충격이 아닌 공감으로 읽혀서....격세지감을 살짝 했었네요ㅋㅋㅋ

다락방 2023-05-03 17:18   좋아요 1 | URL
김혜리 기자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고 굵은데 되게 매력있더라고요? 저 어제 새로 등록한 요가 선생님 목소리가 너무 싫어서 지금 고민입니다. 3개월 등록했는데 이 목소리 어쩔.. 저는 제가 목소리에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어제 쌤과는 목소리 합이 안맞는가보다. 하고 있어요. 하하하하하.

아일랜드 영화 책 읽을 땐 보고 싶었는데, 사실 퇴근 시간이 되면 그런 영화 말고 다 때려부수는 영화나 사랑사랑하는 영화 보고 싶어요. 하아. 아무튼 좋은 책이었습니다, 책나무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