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잘생긴 꽃
먼댓글로 연결된 페이퍼에서 언급했다시피, <비스틀리>의 남자주인공 '알렉스 페티퍼'가 나온다고 해 이 영화를 '다시' 보기로 했다. 알렉스 페티퍼 잘생겼는데 그간 왜 내가 본 기억이 없지? 하고 필모를 훑는다, 내가 본 영화들이 아니었을 뿐더러, 내가 볼 영화들도 아니더라. 아니, 대체 왜 <나는 네가 캠퍼스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같은 거에 나오는거죠? 난 그런 거 싫어. 무서워.… <트라우마>라는 영화도 주연으로 나온다는데, 내용이 너무 극우울일 것 같아서 패쓰. 그러니 볼만한 건, 이미 내가 보았던 <매직 마이크> 밖에 없더라. 매직 마이크 개봉 당시 채닝 태이텀이 무려 스트립댄서로 나온다고 해서 즐거워하며 친구랑 극장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채닝 태이텀은 이 영화를 촬영하고는 자신이 젊은 시절 실제로 스트립댄서를 했던 경험이 있다고 인터뷰도 했었더랬다. 오오, 그 뭐냐, 그 뭐지. <스텝업>!! 이미 채닝 태이텀의 춤실력이야 잘 알고 있으니 이 영화 좋아쒀!! 하고 씐나했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그 영화에서 '알렉스 페티퍼'를 본 기억은 없다. 가만있자, 채닝 태이텀이 주연이었고, 어떤 꼬꼬마를 스트립댄서로 데뷔시키고, 그러다가 성실히 사는 그 꼬꼬마 댄서의 누나와 사랑에 빠져서 결국은 스트립댄서 그만두고 성실한 목공일을 하는... 여기에서 그렇다면 '알렉스 페티퍼'가 그 꼬꼬마 댄서였나? 그런데 어쩜 이렇게 얼굴이 전혀, 전혀 생각나지 않을까? 하면서 나는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보려고 똭- 틀었다.
<매직 마이크>는 2012년 개봉 영화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하아. 아마도, 내가 변한 거겠지. 이 영화에 대해 어떤 자세한 기억은 남아있진 않지만 어쨌든 댄서 그만두고 성실히 살아보고자 하는 청년, 꼬꼬마의 누나와 사랑에 빠짐.. 뭐 이정도만 기억하고 불쾌한 느낌은 딱히 머릿속에 없었는데, 11년이 흘러 다시 보게된 지금, 첫 장면부터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 그러니까 채닝 태이텀이 느릿느릿 잠에서 깼는데, 알고 보니 이름도 모르는 두 명의 여성과 한 침대에… 쓰리썸의 흔적과 테이블 위 가득한 술병…에서 이미 스트레스가 뽝 ㅠㅠ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사람이 나이 먹으면 꼰대가 되는건 기정사실이고 거기에서 나도 예외일 수 없는데, 하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나 왜이렇게 스트레스야. 쓰리썸 스트레스… 어떤 사람들에게 쾌락을 위해 쓰리섬이 존재한다는 거 알지만, 힘들다. 아 스트레스. 노멀 피플 생각납니다. 쓰리썸을 제안하는 여사친의 말에 코넬은 싫다고 답하는 거다.
He can‘t do it. He‘s not indecisive on the question of whether he‘d like to do it or not, he actually can‘t do it. For some reason, and he can‘t explain it to himself, he thinks maybe he could fuck Peggy in front of Marianne, although it would be awkward, and not necessarily enjoyable. But he could not, he‘s immediately certain, ever do anything to Marianne with Peggy watching, or any of her friends watching, or anyone at all. He feels shameful and confused even to think about it. It‘s something he doesn‘t under-stand in himself. For the privacy between himself and
Marianne to be invaded by Peggy, or by another person, would destroy something inside him, a part of his selfhood, which doesn‘t seem to have a name and which he has never tried to identify before. - P100
그는 그런 행위는 할수 없다. 하고 싶은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확고하게 대답할 수 있고, 정말로 그런 짓은 할 수 없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이 메리앤 앞에서 페기와 섹스를 할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비록 불편하고 꼭 즐겁지만은 않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는 페기가 지켜보는 가운데, 혹은 메리앤의 또 다른 친구든 아니면 다른 어떤 사람이든 지켜보는 가운데, 메리앤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으리라고 즉시 확신한다. 생각만으로도 수치스럽고 혼란스럽다. 왜 그런지 그자신도 본질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그와 메리앤이 공유하는 사생활을 타인이 침범하면 그의 내면에 있는 어떤 것, 그러니까 마땅히 부를 명칭도 없고 그가 전에는 한 번도 확인해본 적도 없는, 그의 자아의 일부가 파괴될 것이다. -책속에서
아마 성인이라면, 그리고 섹스의 경험이 있다면, 연애를 했다면, 쓰리썸에 대한 대화를 많은 경우 해보았을 것이다. 실제로 쓰리썸을 경험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것이 좋아하는 섹스중의 하나일 수도 있을 것이다. 뭐 어쩌면 그렇게해야만 비로소 흥분과 쾌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고. 내 경우에도 상대가 쓰리썸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쓰리썸을 하자기 보다는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이었고, 나는 싫다고 했다. 그러자 쓰리썸의 행위자가 너와나를 포함해 여자 한명이 더 있는게 아니라, 더 있는 쪽이 남자라면? 을 상대가 물어왔고, 나는 안된다고 대답했다. 이건 여자가 두명이냐 남자가 두명이냐의 문제가 아니라고. 여자 두 명이면 너 혼자 즐거워서 시기하는 거 아니고, 남자 두명 이면 내가 개이득이라서 아니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이건, 그러니까 섹스는 너와 나 둘의 지극히 사적인 행위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걸 다른 누군가와, 그러니까 여자든 남자든 친구든 타인이든, 그 어떤 누군가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그걸 공유하고자 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 둘만의 내밀한 것보다 쾌락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을 나는 용납할 수가 없다!! 코넬이 말한 것처럼 그것은 나의 자아 일부를 파괴할 것이고, 우리 둘이 한 번이라도 셋이 되어 섹스를 즐기는 순간, 그 후로는 우리 둘의 섹스가 더이상 없을거라는 느낌적 느낌!! 유 노 왓 아 민? 아무튼 매직 마이크 처음 보고 11년 후에 다시 보는 나는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아아, 젊은이여, 너는 쓰리섬을 하는구나… 윽-
그래서 내가 여기서 그냥 꺼버릴라 그랬거든? 너무 스트레스인거야. 그런데 내가 아직 '알렉스 페티퍼'를 못만났지 뭐야. 그래, 네가 누구인지, 자 보자. 하고는 그가 등장하는 씬을 봤다. 그러니까 긴가민가 할때부터 나중에 확신을 갖고 '바로 그다!' 할때까지 보았는데, 이 영화속에서 알렉스 페티퍼는 너무 매력이 없다. 더 보면 있을지 모르겠지만 참 … 뭐라고 해야할까. 잘생겼는데 눈에 띄지 않는?
게다가 극중 19세로 나오는 '아담'인 그는, 스트립 댄서로 처음 데뷔하는데, 그냥 이 스트립바의 모든게 불편하다. 남자들이 벗으면서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고 여성들이 환호하는 게 불편하다. 평소 남자들의 근육, 남성성, 남성미를 좋아하던 나이지만, 이 영화에서 남자들이 벗고 춤추는 거 너무 보기 싫다. 다들 몸매가 좋은데도 보기 싫다. 너무 불편하고 스트레스다. 여자들아, 다들 집에 가!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게다가 이 열아홉살 청년의 데뷔무대, 갑자기 데뷔하게 된거라서, 음악 틀어놓고 일단 옷을 벗으며 앞으로 나아가라고만 하는데, 그래서 이 아담이, 그러니까 알렉스 페티퍼가, 집에서 나왔던 복장이었던 낡은 후드티와 청바지를 벗고 팬티만 하나 남기고서는, 무대 밑으로 내려가 여성 관객의 무릎 위에 앉는데, 영화속 사람들은 모두 환호하지만 나는 너무 싫다. 무엇보다 다른 댄서들은 댄서를 하려고 여기에 왔고 준비했지만, 그에게 갑작스레 주어진 이 상황 자체도 불편하고, 게다가 스트립 댄서 할 줄 몰랐다가 갑자기 팬티만 입은 차림이 된 그에게서는, 여자의 무릎 위에 앉게된 그에게서는, 어쩐지 속옷에서 냄새가 날 것 같은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니까 여자 다리 위에 앉아서 몸을 막 이케이케 한단 말이야? 나 그 순간 갑자기 그 여자가 되어가지고, 아 이새끼 일어나고 나면 내 허벅지에서 이 놈 똥꼬 냄새 날 것 같아… 이런 생각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냥 그 새끼가 내게 다가온 순간부터 냄새가 날 것 같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나마 똥꼬냄새라고 말한 건 내가 순화해서 쓴 거다. 원래 더 직설적으로 다른 단어 쓰려고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성공적으로 스트립댄서 데뷔하고 그 날 관객이었던 여자들하고 섹스하고 아침까지 술마시고 이러는데, 그냥 이 모든게 다 싫고 스트레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물론 그 행위의 당사자들은 좋고 씐나서 했겠지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난 아닙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이런거 진짜 다 싫다. 물뽕 마시는 장면도 나오는데 으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너무 싫어. 마약 싫고 가학적 피학적 성행위 싫습니다. 그 뭣이냐, 알콜 중독도 싫어요. 그냥 난 그런거 싫고요, 안씻고 섹스하거나 옷 찢고 섹스하는 것도 싫습니다. 차라리 하지 않는 쪽을 선호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그래서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30분보고 중단했다. 이건 그만 볼거다. 나 십년전에 이거 재미있게 봤었나? 이 영화가 내게 스트레스로 기억되고 잇진 않은데, 그 땐 내가 젊어서 그랬던건가. 그때도 나는 마약도, 쓰리섬도, 똥꼬냄새도 싫어했는데.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내가 그때보다 더 허용불가능치가 높아진건가.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힘들다. 스트레스.
그래서 알렉스 페티퍼 다시 검색했는데, 여전히 볼만한 게 없네, 하다가 12세 관람가 하이틴 영화 하나 있는 거 발! 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짜 영화에 편견 없는 해맑은 나다! ♡
알렉스 페티퍼 좀 어떻게 해봐라. 이 배우 좀 어떻게 잘 써봐. 이렇게 빛나지 않을 배우가 아닌데…
라고 쓰고보니, 내가 예전에 임지연에 대해 이렇게 쓴 적이 있었단 말야? 찾아보니 2019년의 글이다.
☞ 써머리 (aladin.co.kr)
위 글 읽어보면 내가 중간에 '임지연 좀 그렇게 예쁜 여자로만 쓰지 말아라, 영화들이여… 좀 제대로 좀 해봐요, 좀… 이 사람에게 좀 생생한 캐릭터 좀 부여해줘!!' 라고 해놨는데 임지연 <더 글로리> 악녀로 대박 터진 부분… 영화계여, 내 말 들어라!! 알렉스 페티퍼 좀 어떻게 잘 좀 해보라고요!!
그럼 모르는 게 없는 나는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