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남자
어제 페이퍼 말미에 넷플릭스 드라마 《연애대전》을 언급했었다. 점심시간이나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이 드라마를 보고 있는데, 주인공 '미란'(김옥빈)의 엄마가 책을 내게 됐다. 가부장적 남편 때문에 속 끓였던 시간을 책에 녹여낸 것. 그래서 출판기념회도 하게 되는데,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페미니즘을 한스푼 떨어뜨리고 진행한다. 사람들이 많이 보는 드라마에 이런 기본적인 말이나 행동을 넣는 것은 바람직한데, 사실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재미는 내게 미란의 액션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미란은 나쁜놈이 있다는 걸 인지한 순간 참지 않긔! 아주 그냥 뚜드려 패버린다. 미란이 나쁜놈을 응징할 때마다 어찌나 신나는지! 이렇게 뚜드려패는 장면이 없었다면 굉장히 뻔한 로맨스였을 것고(너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내가 보지도 않았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남주인공의 연기가 너무나 어색하기에.... 진짜 깜짝이야다 깜짝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오늘 아침 지하철 안에서는 《여성, 인종, 계급》을 읽었고, 양재역에 내려 버스를 타서는 드라마를 잠시 보는데, 8회의 마지막. 이제 둘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했다. 이것이 계약 연애가 아니라 리얼 연애가 되는 순간.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강호'(유태오)의 집으로 간다. 왜욤??
집에 도착한 후 강호가 '와인 줄까' 묻는데 미란은 키스를 시도한다. 그들이 계약연애를 시작한 후 한 번도 키스한 적 없었으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나누게 되는 키스인건데, 그래서 응 키스하는구나, 하고 보다가, 아니 키스하다말고 갑자기 강호가 외투를 벗어 던지는 거다. 이들이 외출후에 들어왔고 그래서 아직 서로 모든 옷을 갖추어 입은 상태인데 키스하다가 외투를 벗는 거다. 성인 여성과 남성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키스를 시작하면서 침실로 향하는 건 뭐 자연스런 수순일 것이고, 그러니 키스를 하다가 외투를 벗는 것은 별스러울 것도 없는데, 그러니까 참 뻔한 장면인데, 아니 어쩌자고 키스하다 외투 벗는 강호 보고 내 마음이 흔들거려. 갑자기 아랫배가 저릿저릿해지면서 몸을 뒤틀고 싶어지는거다. 아 쉬바 이게 뭐여... 그 후에 키스가 더 이어지고 9회 초반에 섹스신이 나오는데, 나는 이 섹스신은 오히려 별게 없었는데 외투 벗을 때 뭔가 약간 전기 충격 온 것 같은 느낌적 느낌. 뭔지 알쥬? 그 장면에서 아주 오래전에 ... 그러니까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갑자기 내 손 끌고 눈에 보이는 빌딩으로 들어가 계단을 다다닥 올라가서는 키스를 했던 남자가, 그러다가 키스를 멈추고 잠깐 외투의 단추를 풀고 다시 키스하던 남자가 오버랩 되어버리는 바람에......................
자니? ..
아침부터 이게 뭔일이래. 어제 마신 와인이 아직 깨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이 드라마 보는데 미미 님 생각난다. 미미 님, 이거 재미있게 보실 것 같아요!! ㅎㅎㅎㅎ(혹시 벌써 보셨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