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에 대한 스포일러 팡팡 팡팡팡 터집니다. 참고하세요.)
『Me before you』를 다 읽었다. 열번째 원서 완독이다. 크-
이번 책은 페이지수도 많았는데 다 읽었다. 만세! 함께 읽어준 친구들 덕분에 가능했다. 여러분 감사해요!! 제가 잘되면 다 여러분 덕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고 영화까지 있어서 아마 다들 결말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사지마비 환자 '윌'은 자신의 삶을 여기서 그만 끝내고 싶어하고 가족들은 그러지 말라고 말리지만 그의 뜻이 워낙 확고해, 윌은 가족에게 6개월의 마음준비 시간을 준다. 6개월 뒤로는 스위스로 갈겁니다. 그 사이에 가족들은 윌의 마음을 돌리고자 밝은 성격의 루이자를 고용한다. 그의 삶에 활력이 생기고 어쩌면 그의 마음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엔 사정을 모르고 그저 도우미 정도인줄로만 알고 취업했던 루이자는 그의 안락사 결정을 두고 이 일을 그만두려다가 그보다는 그가 죽음을 선택하지 않도록 마음을 바꾸고자 의지를 다진다. 그러는 시간들은 그들에게 서로에 대한 호감과 애정이 쌓이게 만들었고, 그러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이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로맨스물에서는 '너 때문에 내 삶은 달라졌어' 라며, '내가 사는건 너 때문이야'로 끝맺을 것이다. 너를 사랑하는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너의 마음이 나를 계속 살게한다는 것이 로맨스가 보여주는 사랑의 위대함, 아름다움일텐데, 미 비포 유에서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널 사랑하고 네가 내게 놀라운 시간을 선물해줬고 너는 나에게 강하게 새겨져 있지만, 그런데 그걸로는 부족해. 내가 전에 살았던 삶은 이게 아니었고, 내가 전에 살았던 삶, 그러니까 내몸을 내 마음대로 썼던 그 때의 삶이 나의 삶이었어, 이건 아니야, 이건 부족해, 라면서 윌은 자신의 결정을 번복하지 않는다. 그는 스위스로 간다.
루이자는 그의 결정에 절망한다. 그렇게 애썼는데 나는 그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구나, 실패했어. 게다가 나를 사랑하면서 그게 부족하대. 나라는 인간이 그에게 부족하다는걸까. 그는 이제 죽는걸까. 그가 없는 세상을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렇게 절망하며 방안에 틀어박혀 있다가 그녀는 생각을 바꾼다. 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채로 있고 싶지 않다, 그가 지금 내가 그의 옆에 있길 원한다면, 그렇다면 나는 그의 옆에 있겠다. 이것은 그의 결정이다. 그의 삶에 대한 그의 결정이다. 그녀는 스위스로 간다. 윌의 옆에 누워 윌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낸다. 즐거운 이야기를 좀 해달라는 윌의 말에 루이자는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이 함께 갔던 곳, 함께 경험했던 것, 함께 본 것. 루이자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삶보다 윌과 보낸 6개월이 더 좋았다고, 그 시간이 자신에게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다. 윌은, 우습게 들리겠지만 자신에게도 그렇다고 루이자에게 답한다.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해 얘기를 나눴었다. 미 비포 유를 천천히 읽어나가기 전의 나는 그건 좀 힘들지 않을까, 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섹스 같은 거, 없어도 되는거고 안해도 되는건데,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나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혼이 황폐해진다든가 정신이 이상해진다든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데, 아무려면 어떻담? 싶어지는 거다.
특히 위 영상 속 장면처럼, 그의 옆에 누워 그의 가슴에 기대는 게 가능한데, 그렇다면, 윌이 아닌 남자와 섹스하면서 대화가 안되거나 답답해지는 일들에 놓이는 것보다, 그 누구보다 대화가 잘 통화는 윌의 가슴에 기대서 사는 쪽이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지는거다. 이렇게 살면 되지 않나? 가끔 그의 옆에 누워 가슴에 기대면서. 사실 섹스를 하는 삶은 그대로 좋기도 하지만, 이런거, 그의 가슴에 기댈 수 있다거나 그의 넓은 등을 본다든가 하는거, 그런거 에서 오는 안정감도 있으니까. 그런걸로 충분해지지 않은가 싶은거다. 물론, 이건 나에게 직접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이렇게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윌은 자신의 비참함에 대해 얘기한다. 당신이 옷을 벗고 있어도 이상한 옷을 입고 있어도, 내가 할 수 있는게 없다, 내가 하고 싶은게 있는데 그걸 할 수가 없는 마음을 당신은 아느냐고.
루이자는 윌과 작별한다. 윌은 마지막까지 이것은 너의 선택이 아니다, 이것은 나의 선택이다, 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루이자는 파리로 간다. 파리로 가서 윌이 전해준 편지, 꼭 파리의 카페에서 읽으라고 했던 편지를 꺼내 읽는다. 윌은 자신에 대해 화가 났겠지만 그 화가 좀 풀린다면 자신의 선택을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루이자에게 돈을 남겼다. 그 돈으로 루이자는 그 좁고 한정된 마을에서 벗어나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살만한 곳도 마련할 수 있다. 혹여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면, 이 돈은 그에게 말하지 말고 숨겨두라고 한다.
그리고 어떤 말도 안 되는 남자한테 굳이 정착하고 싶다면, 꼭 이 돈 일부를 어딘가에 다람쥐처럼 챙겨둬요. 여전히 가능성이 있다는 걸 알고 사는건, 얼마나 호사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그 가능성들을 당신에게 준 사람이 나라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일말의 고통을 던 느낌이에요. -책속에서
And if you insist on settling down with some ridiculous bloke, make sure some of this is squirrelled away somewhere. Knowing you still have possibilities is a luxury. Knowing I might have given them to you has alleviated someting for me. -p.480
윌은 루이자에게, 이 돈이 네 삶을 어느 정도 바꿀 수 있겠지만, 너로 인해 내 삶은 훨씬 더 크게 바뀌었다, 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삶은, 그 전에 윌이 살았던 삶은 아니었던 거겠지. 윌은 자신의 생각을 너무 자주 하지 말고, 감상에 빠져 울지 말고, 그냥 잘 살라고 말한다.
Just live well.
Just live.
Love,
Will. -p.480
루이자가 만난 사지 마비의 환자가 돈이 많았다. 결국 그는 그녀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고 그녀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던 것도 그 돈이 있기에 가능했다. 음악회에 데려가는 것도 액티비티를 하는 것도 윌이 그전에 경험해본 것들이었고, 우리가 경험하는 그 모든 것들은 사실 돈이 들어간다. 그러니 이것을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비판하는 리뷰가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남자가 가진 돈으로 그녀의 인생이 바뀌는 것이니까. 루이자가 더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당분간은 살아갈 돈을 윌이 주었으니까. 그 돈은 분명 너무 좋고 필요하고 요긴하겠지만, 그러나 만약 윌이 돈을 주지 않았다면? 그렇더라면 루이자의 삶이 비참해졌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왜냐하면 루이자는 이미 많은 가능성을 품고 그걸 펼쳐나갈 사람으로 변해버렸거든.
그러니까 늦은 나이에 대학에 합격도 했고 이제 공부할 수 있고, 그 공부로 자신의 소질을 개발하고 일을 해나갈 수 있다. 돈이 없이 이 모든것들을 해내래면 무척 고생스러웠을 테지만, 그러나 루이자는 이미 예전의 루이자가 아니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윌의 돈은 이런 달라진 루이자를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윌은 루이자에게 돈을 남긴 것이다. 루이자에게 잘 살라고 말했는데, 잘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 나는 저 말이 너무 좋다. Just live well.
오래전에 번역본으로 먼저 읽고 영화를 보았을 때도 윌이 좋긴 했지만, 그리고 조조 모예스가 던진 질문은 우리가 충분히 생각해볼만하다고 여겼지만, 그러나 천천히 읽는 미 비포 유는 그간 내가 알던 미 비포 유보다 더 잘 쓴 소설이었다. 순간순간 조조 모예스는 질문을 던진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 그 삶은 어떠할까. 막연하게 불편하겠지, 하는 것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불면증이 찾아온다면?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며 그 시간들을 견뎌내야 한다. 일어나서 따뜻한 우유를 데워먹을 수도 없고, 잠도 안오는데 책이나 읽자, 할 수도 없다. 그저 그 시간을 묵묵히 버텨내야 한다. 누군가가 자꾸 들여다봐주지 않으면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열이 나도 어떤 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 누군가가 옆에 없다면 삶을 지속하는 게 불가능해진다. 내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있고 내 마음은 위로가 가득한데, 그런데 손 하나 뻗을 수가 없어 답답해진다.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 말보다 더한 것들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 하고싶은 많은 것들이 생각에, 의지에, 마음에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게다가 내가 아무리 간절히 기도한다고 해도 지금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게 분명하다. 그에게 남은건 현상유지 혹은 점점 더 약해지는 것뿐이다. 그가 선택한 건, '죽음' 이 아니라, '내 삶이 아닌 것을 그만두기' 일것이다. 이렇게 고통스럽게 버티지 않기. 나는 그의 선택이 안타깝지만, 그러나 그의 삶은 나의 것이 아니다. 결국 루이자가 울면서 스위스로 날아가 그에게 작별을 고한 것도 그걸 알기 때문이었다. '나 때문에' 살아달라고 할 수 없다. 마비된 채로 누군가의 도움 없으면 움직일 수도 없는 건, 결국 루이자가 아니라 윌이니까.
열번째 원서를 완독했다.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그냥 잘 살자.
Just live well.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2/1117/pimg_7903431033634561.jpg)
아니, 내가 그냥 잘 살라고... 오늘도 백팩 안에 다락방의 미친 여자 넣고 출근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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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껄... 내 가방과 책...
그런데 그냥 잘 살라면 이걸 메고 다닐 체력.. 이 있어야 하잖겠어요? 그래서 간식을 챙겼는데, 너무 많이 챙긴 부분.. 그렇지만.. 책이 무겁잖아. 이쯤에서 펼쳐보는, 인 마이 백... in my b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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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내 백팩 안에서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러니까 이게 설명이 좀 필요한데,
나는 유제품을 잘 못먹는다. 그래서 우유도 안마시고 우유 들어간 라떼 종류도 다 안마신다. 간혹 캬라멜마끼아또 먹고 싶어지면 무지방 우유나 오트로 바꿔줘야 하는데, 특히 그 비피더스.. 같은 것도 먹으면 너무 힘들단 말야? 그래서 요플레도 잘 안먹는데...
얼마전에 그릭 요거트를 먹고 완전 쑝간거다. 사실 그것도 먹고 나서 한참 속이 더부룩하긴 했지.
그릭 요거트를 안먹어본것도 아닌데, 친구네 가게에서 파는 그릭요거트가 너무 찐인거다. (친구네 가게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의 정석') 그릭요거트, 이렇게 꾸덕하고 찐인건가.. 너무 홀랑 반해가지고, 내가 너무 또 먹고 싶어서 매일 그릭요거트를 주문했는데, 이게 사실 주문하면서도 대략 어느 정도의 사이즈인지 감이 안잡혀가지고... 아무튼 두 개 주문하고 넣어먹을 블루베리 주문했는데 그릭요거트 사이즈 너무 큰 부분... 그래도 어떡하나. 회사에 가져와서 저렇게 사진 찍고 블루베리 다 씻어서 때려넣고 귤도 까서 넣고 먹는데...
너무 크네요?
이거 사진 보여주는데 엄마도, 친구들도 모두 저 요거트 사이즈에 놀라버리고,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걍 먹으면 되는거 아닌가 했는데, 얘들아 나 좀.. 벅차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요거트 경험 별로 없어서요... 아무튼 과일 다 때려넣어버렸기 땜시롱..... 보관하면 안되겠지? 껄껄.
저기 보이는 마카롱.. 먹고 싶어서 그냥 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에스토니아 가고 싶어져서 큰일이다.
큰일은 뭐가 큰일이야, 가면 되지.
Just live 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