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맨 마지막장은 <사이버 성폭력에 맞서 싸우기: 불법 촬영물을 중심으로> 라는 '한희정' 연구자의 글이다. 한희정은 불법촬영물 피해자들에 연대하고 그들을 돕고 유포된 영상물을 지우는 활동가들에 대해 이야기해주는데, 그 과정에서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가져온다.
스피노자의 『윤리학Etica』은 사물에 대한 참된 인식 및 인간의 욕망과 정서에 대한 적합한 인식을 통해 우리가 지복(행복beatitudo) 또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다(진태원, 2018:35). 스피노자는 『윤리학』3부 정리7에서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독특한 실재의 본질을 ‘코나투스conatus‘, 곧 자신의 존재 속에서 존속하려는 노력,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즉, 코나투스의 인간적인 표현은 ‘욕구‘ 내지 ‘욕망‘(3부 정리9)이다. 욕망은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노력으로서의 활동이다. 스피노자는 기쁨, 슬픔, 사랑 등의 정서가 이성과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정서가 없다면 인간은 어떤 행위도 할 수 없다고 본다. - P315
한희정은 반성폭력 활동가들의 활동이 스피노자가 언급한 코나투스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피해자들에게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디지털장의사를 포함하여 웹하드 업체들이 단순히 돈 때문에 불법촬영물을 지우는데에 별 관심이 없다는 것 오히려 유포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불법적으로 몰래 촬영된 영상이라는 것만으로 그것들이 자기네 웹하드에 올려져있는게 나로서는 끔찍할 것 같은데, 그러니까 내가 웹하드의 주인이라면 '야, 우리의 공간에 그런거 있다는 걸 참을 수 없어, 다 없애!'할 것 같은데, 클린센터들 조차 큰 수익원이 되는 콘테츠를 자발적으로 삭제하는 일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된다고 하면 그게 뭐가 됐든 만들고 팔고 그 과정에서 속이기도 하지만, 그게 돈을 더 많이 갖기 위한 악의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지만.. 불법촬영물이잖아. 피해자들이 있고 그 피해자들이 심지어 죽기도 하는 그런 영상이잖아. 그런데 수익 때문에 이런것들을 찍고 유포하고 삭제하는 업체들조차 적극적이지 않다면, 이건 아무리 돈에 미쳤다고 해도 윤리적으로 대가리 날아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윤리, 이거 자체가 아예 없는 것 같은거다. 그런 윤리를 그런데 반성폭력 활동가들은 갖고 있다는 거잖아.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가 학창시절 국민윤리를 배운게 아니어도, 그 윤리라는 게, 나로서는 어떤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바, 그 기본적인 것이 나를 인간으로 살게 해주며 더불어 다른 사람과 함께 살게 해주는 걸 가능하게 만들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건 어쩐지 아닌 것 같아', '이건 좀 찝찝해' 하는 그런 기본적인 감각이.. 아예 전무하다는 건가. 그렇다면 죄책감없이 죄를 저지르는 소시오패스 인게 아닌가. 아, 스피노자가 말하는 윤리라니. 나는 윤리에 대해 알고 싶다. 스피노자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 그래서 스피노자를 검색했는데 정작 스피노자가 쓴 것보다 스피노자에 대한 해설이나 입문서가 좌르륵 뜬다. 아니, 나는 내가 바로 읽어볼게. 해설서 없이, 입문서 없이!! 그렇게 스피노자의 윤리학을 검색했고 이런 세 권이 걸려들었다.
일단 이 책은 책 값이 만 원도 안되는 얇은 책이다. 오, 에티카.. 이렇게 얇은 책이야? 그러면 이걸로 사도 되지 않아? 하고 구매자평을 보니, 아, 이책은 발췌본인가 보았다. 아니, 나는 발췌본을 원하지 않는다. 스피노자의 에티카, 바로 그것 자체를 원해!!
이 책은 번역이 정말 좋다는 평들이 많은데, 그런데 표지 때문에 사람들이 별 깎고 그러더라. 나도 이 책 그래서 사고 싶은데(번역) 그래서 사기 싫다(표지). 아니, 이거 표지 진짜 무슨 일이야.
스피노자 책이 이렇게 샤라랑 할 일인가..
이건 정치론도 함께 있다고 하고 평도 좋다. 이 세권 중에는 그렇다면 이걸 사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데 동서문화사는 다른 책들을 읽어본 결과, 너무.. 책이 참.. 읽기 싫게 생기지 않았나요? 세상 지루하게 생겼다. 저 위에 별 샤라랑 스피노자 냐 밑에 세상 지루한 스피노자냐, 아아, 모르겠다, 어쩌지. 어떡하지.
사실, 스피노자에 대해서라면 일전에 허프만의 호기를 읽고 궁금해졌더랬다(그리고 스피노자를 읽었다 (aladin.co.kr)). 그 때도 읽어야지 하고 벼르다가 시간이 흘렀는데, 이렇게 또 만나게 되다니! 이제는 정녕 우리가 만날 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