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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었는데, 마침 어제도 이 책 읽다가 사진 올린 분이 생각나, 사무실에서 도착해 나도 인증샷을 찍어 보았다. 밑줄을 긋고 북마크 붙여버린 나의, 육식의 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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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밑줄은 한나 아렌트에 대한 부분이다. 아, 한나 아렌트 좋아, 한나 아렌트 멋져. 한나 아렌트 이렇게 막 여기저기 나와가지고 내가 한나 아렌트를 계속 읽어볼 겁니다.
한나 아렌트는 폭력에는 언제나 도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구를 이용한 폭력 없이 인간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 폭력은 도살 행위의 중심에 있다. -.120
책을 읽다 보면 책에서 인용되는 혹은 언급되는 다른 책들이 읽고싶어지는데, 육식의 성정치에서도 마찬가지. '업튼 싱클레어'가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하고 써냈다는 《정글》을 읽어보고 싶어서 검색했더니 절판이라고 나왔다. 그렇다고 내가 원서를 사서 읽을 순 없는데!
20세기 초, 업튼 싱클레어는 직접 도살장에 취업해 일을 했다. 싱클레어는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를 둘러싼 운명의 은유로 여겼다. 《정글》에서 작가의 분신인 주인공 유르기스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도살장에 들른다. 안내자가 유르기스를 일할 장소로 안내한다. 유르기스는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도 않고 주의를 끌지도 못하는, 빛도 기억도 망각된 지하 감옥 같은 곳에서 벌어지는 조금 무서운 범죄 같은 것"을 경험한다(Sinclair 1906, 38~45). -P.121
80페이지에 언급된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의《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도 읽고 싶어 검색했는데 국내에 번역된 건 없었고 원서만 주르르 검색이 된다. 슬퍼..
고기가 남성의 특권이라는 점은 성서에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캐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은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The Woman's Bible》에서 《성경》의 <레위기> 6장에 나오는 구절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사제들은 제단 앞에서 깨끗한 옷으로 강라입고 나무와 숯을 이용해 매우 정성 들여 고기를 조리했다. 여자들은 그 음식을 맛볼 수 없었고, 모세의 형이자 유대교 최초의 제사장인 아론의 아이들 중 사내아이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Stanton 1974, 91). -p.80
요즘 성경 읽기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여성의 시각에서 본 성경을 너무 읽어보고 싶은데 원서 밖에 없다니.. 역시 영어 공부가 답인가. 해마다 '이번에는 기필코 영어공부를!' 다짐하지만 어째서 이 다짐은 저리로 꺼져버리는가. 사라져버려, 흔적도 없이.. 가벼운 다짐, 영어 공부. 샤라라랑~ ♡
그러니까 결론을 말하자면, 애덤스의 육식의 성정치에 언급되어 사고(읽고) 싶어진 책 두 권을 전부 구할 수 없었다는 거다. 특히나 업튼 싱클레어의 책은 읽으면 육식의 성정치와 맞물려서 좋을 것 같은데. 아쉬워.. 그렇다면, 이 책들이 없다면, 내가 책 구매를 이렇게 가볍게 포기하고 가겠는가? 나란 여자, 포기를 모르는 인간이다. 나는 장바구니에 책을 차곡차곡 쓸어 담았고, 그래서 장바구니에 이런 책들이 있다.
'필리스 체슬러'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페미니스트》를 읽고 싶다고 어제 친구에게 말하자, 친구는 '그거 읽고 계속 육식하려고 그러지?' 라고 물어서 나를 빵터지게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이 책에 대해서는 책소개보다는 목차를 가져오는 게 더 읽고픈 욕망을 끌어올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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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 부분을 너무나 읽어보고 싶다.
게다가 나는 여성들이 가장 먼저 버려야할 것은 '도덕 코르셋'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이라는 타이틀도 마음에 든다. 물론 내용이 전체적으로 내 생각과 같을지, 내가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읽어보아야 알겠지만, 포르노그래피와의 '전쟁'이란 단어를 쓴 걸 봐서는 나랑 지향하는 바가 같지 않을까.
'경선'의 《오빠가 사라졌다》는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가상의 한국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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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살면서 디지털 성범죄물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드물것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 역시 대학시절 한창 세상을 떠들석하게 했던 '**양 비디오'를 본 적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대학 전산실에서 보았더랬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컴퓨터를 잘 다룰줄 몰라서 친구가 이게 그거라고 틀어주고서야 볼 수 있었다. 그당시의 나는 내가 그것을 본게 잘못이라는 생각을 하진 못했었다. 다만, '이 여자는 이거 찍히는 거 몰랐던 거 같은데 이게 세상에 나와서 얼마나 암울할까'하는 생각은 했더랬다. 그리고 얼마뒤 서점에서는 그 비디오를 찍고 유포한 남자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소개에서 그는 자신의 수많은 여성편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했다.
성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 소설이지만 그 안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C. 라마자노글루'의 《푸코와 페미니즘》이란 책은 존재도 몰랐는데 어제 일명 '푸코 처돌이'인 친구로부터 소개 받아 알게 되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모두가 다른 환경에서 살아 왔으며 경험한 바도 생각한 바도 지향하는 바도 다 다르기에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느끼는 바가 다르다. 푸코의 성의 역사를 읽으면서 나는 너무 힘들었는데 어쨌든 4권까지 기어코 읽어냈고, 친구는 성의 역사 1권만 읽고도 푸코에게 흠뻑 빠져들어 푸코 처돌이가 되어 입문서를 돌파하고 있다. 같은 책을 읽었는데 한 명은 드디어 해방이라고 토할 것 같았다고 말하고 한 명은 푸코를 탐독하기 시작한다. 아아, 놀랍지 않은가.
나는 그런 친구에게 나의 이론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설파했다.
우리는 누구나 생에 한번 대머리를 품게 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나는 누구나 다 아는 '재이슨 스태덤' 팬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게다가 나는 재이슨 스태덤 말고는 딱히 좋아하는 남자 배우도 없다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재이슨 스태덤은 대머리이다. 그러니까 나는 대머리 성애자라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렇다고 사실 '대머리는 절대 안돼' 라고 마음 먹은 사람도 아니다. 대머리이든 아니든 별 상관 없는 사람이고 못생기든 아니든 역시 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러든가 말든가, 내가 반하는 건 그 사람의 겉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대머리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 키가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으며 쌍커풀이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배가 나왔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물론 이상형은 근육질의 남자, 코어 파워 대마왕인 사람이고, 앞으로 내가 또 사랑에 빠진다면 혹은 또 연애를 한다면 코어 파워가 엄청난 남자가 아니면 안된다고 부르짖은 사람이긴 하다만, 어쨌든 나는 재이슨 스태덤에게 연정을 품은 것이다. 내가 그대를 연모하오.
그러나 푸코 쳐돌이 친구는 대머리에 대해서라면 '안된다'는 취향이 확실했던 사람으로서,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대머리 푸코에게 빠져들고 말았고, 나는 나의 대머리 총량의 법칙을 이제 그만 인정하라고 친구에게 말했다. 내 말이 옳다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친구는 정말 인정하기 싫어해서 몸서리쳤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러나 너도 빠졌잖니, 대머리에게. 바로 지금, 바로 푸코에게! 대머리 총량의 법! 칙!
단톡방에서 우리의 대화를 보고 있던 또다른 친구는 말했다. 대머리 총량의 법칙 옳다고, 자신도 일전에 대머리를 사랑한적이 있었노라고... 거봐, 맞다니까? 맞다고!
아직 대머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러분, 앞으로가 있다, 앞으로.. 앞으로 여러분은 생에 한 번, 언젠가, 기필코, 대머리랑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샤라라랑~ ♡
아무튼 재이슨 스태덤은 코어 파워 대마왕이기도 한 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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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출퇴근해야 하는 직딩인 나는, 눈이 오는 날씨를 매우 싫어한다. 눈이 오는 것도 눈이 쌓인것도 아름답지만, 내게 아름다운 건 뒷전으로 밀린다. 출퇴근길이 편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내겐 더 중요하단 말이다.
어제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서 갑자기 눈이 내리고 쌓이기 시작했다. 슬슬 스트레스가 차올랐다. 아, 이거 이렇게 계속 내리면 어째, 쌓이면 어째, 나는 집에 어떻게 갈 것인가, 내일 출근은 어쩔 것인가.
회사에서는 눈이 많이 오니 일찍 들어가라 했고 그렇게 나는 퇴근시간이 되기 전에 사무실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 꼬박 이십분을 걸어야 했는데, 걷는 길은 눈이 쌓여 있었고 누군가 치워놓은 길은 질퍽질퍽하고 미끄러웠다. 내 신발이 유독 미끄러운 신발인건 아니었지만, 눈길을 걷는건 조심스러운 일이었고,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려 가까스로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심히 걷느라 신경줄이 팽팽해진 상태였다.
이런 상태로 퇴근길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건 무리였다. 나는 스트레스가 너무 머리 꼭대기까지 차올라있어서 편하게 영화를 보며 가자고 생각했다. 마침 며칠전에 텔레비젼 채널 돌리다가 미션 임파서블 다시 보고 오 재밌어 하면서 다른 편을 넷플에서 다운받아놓은 뒤였다. 물론 이것도 이미 본거였지만.
내가 이런 액션을 '다시'보게 되다니, 역시 사람일은 모른다. 미래는 예측불허야.. 그리고 무슨말인지 사실 내용은 잘 모르겠다. 이 정보 왜 보안 되어야 하는지, 그 보안 어떻게 뚫을 것인지 이렇게 말하는 거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어쨌든 본다. 처음부터 나오는 여성 '일사(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 엄청 뛰어나서 놀라서 보는데, 그러나 이렇게 액션 뛰어난 여자 주연이어도 드레스를 입고 허벅지를 내보이며 총을 쏘고, 이 영화를 통틀어서 비키니 입고 수영장에서 나오는 장면도 이 여자 등장인물에게만 있다. 아무리 여자한테 역할 주고 액션 줘봤자 여성성이 드러나는 걸 포기를 못하는 것이구먼..
그러다 놀랍게도 나는 이 영화를 보다가 눈물을 흘린다.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외로움이란 감정에 대해 언젠가부터 가끔 생각하는데, 예전엔 외로움이란 나와 먼 감정이라 생각하다가 요즘엔 불쑥 내것이 되기도 하는바, 최근에도 외롭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거다. 보통 내가 외롭다고 생각할 때는 내 감정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을 때 생긴다. 이 감정을 누구도 이해못할거야, 누구도 날 이해할 수 없어, 라는 느낌은 나를 외로움으로 몰아간다. 내가 혼자 가져가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겪어내고 내가 혼자 이것들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극복해야 한다는 걸 새삼 다짐하게 될때면,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는 별개로 외로워지는 거다.
그런데 이 영화속에서 '헌트'(탐 크루즈)가 '벤지'(사이먼 페그)와 대화하는 장면에서 놀랍게도 위로를 받았다. 헌트는 CIA 로부터 쫓기는 사람이 되어 숨어 지내면서 악당을 찾아 무찌르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몇달간 보지 못했던 옛동료 벤지에게 연락해 도와달라고 하지만 자신의 계획이 뜻대로 잘 되지 않았고 게다가 벤지는 위험에 노출된다. 이에 헌트는 '널 보호할 수가 없어, 돌아가' 라고 말하는 거다. 그러자 벤지가 말하는 거다.
"그건 네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야.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현장 요원이고 매주 부인해 왔지만 네 친구이기도 해.도움이 필요해서 날 불렀잖아. 그러니까 난 아무데도 안 가."
CIA 에서 무사히 살아남기 위해서 항상 거짓말로 헌트와 친구냐고 묻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했던 벤지는, 헌트와의 대화에서 친구임을 인정한다. 벤지의 이 말들에 내가 울컥해지는 거다. 좋네. 헌트 잘 살았네, 좋구먼. 친구라고 옆에 있어주려는 사람이 있다. 좋구먼. 난 아무데도 안 가, 라고 말해주는 친구가 있구먼. 좋다. 네 친구야, 라고 당당히 말해주는 사람이 있구먼. 좋다. 헌트, 그동안 외로웠겠지만 지금은 외롭지 않겠네. 네 친구이기도 해, 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생이 외롭지 않겠어. 그래...
그래.....
그래..........
어쩐지 쓸쓸하군.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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