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는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다.
무려 10만원어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 마지막 폴 존슨의 책이 진짜 벽돌책이라서, 보고나서 한 숨 쉬었다. 나는 도대체 이걸 왜 샀는가.... 이렇게 샀으면 읽어야 되잖아? 그렇지만 토,일요일에 바깥에 나가지도 않고 책도 안읽고...... 치아바타 굽고 에어프라이어로 닭 구워 먹고 술마시고 그랬다. 에어프라이어로 치킨은 처음 해보는데 여동생이 추천해준 닭을 샀고, 나도 맛있게 먹긴 했지만, 일요일 점심에 아빠 해드리니 아빠가 여태 먹어본 닭중 가장 맛있다며 정말 맛있게 드셨고, 앞으로 주말마다 이 닭을 먹으면 안되겠냐 하셨다. 아빠..나 고생스러..... 그러면서 아빠는 '네가 시집을 안가고 있으니 우리가 이럴 수 있구나' 하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긴 아는구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가 시집 갔으면 지금쯤 네 식구들 챙기느라 우리 신경이나 썼겠냐, 하신것. 그렇지만 아빠..나도 곧 나갈거야..... 곧......곧.............
어제는 여러가지로 우울하고 지쳐서 자, 책을 읽자 하고는 책장 앞에 섰는데 또!! 읽을 책이 없어 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성의 역사1 권이나 읽어야 되는데 읽기 싫어, 그렇게 5번 레인을 다 읽었고 줄줄 울다가 눈물 닦으면서 타미 줄거야 했다.
어린 아이가(초등6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이 모든 과정에서 겪어야 할 시간들이 얼마나 고되었을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짠해진다. 그러면서도 그러지 말지 그랬어, 라고 한켠에서 또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고지식한 꼰대 어른이구나 싶고. 전체적으로 좋았는데, 그래도 지나치게 이상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좋은 부모, 좋은 형제, 좋은 친구, 좋은 선생님, 좋은 이성친구까지 너무 다 좋지만, 그 모든게 다 갖춰질 확률은 얼마나 될까. 실망스런 모습에도 여전히 친구로 남는 것은 물론 너무나 바람직하지만 실제 현실에서 그럴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결국 주인공 '나루'는 성장하지만, 세상에 자신과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도 받아들이고, 자기가 우선시 생각해야 할 게 무엇인지도 알아차리게 되지만, 그리고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 받는 과정은 너무 필요했고 그렇게 하는게 마땅하지만, 그 비밀을 간직했던 시간들이 무서웠던 건 사실이다. 시간을 돌리고 싶다고 나루도 내내 생각한 것처럼, 아마 어떤 잘못된 선택들-그 순간의 판단-로 우리는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내가 왜그랬을까' 하게 되는 일들을 자주 마주치게 될 것이다. 나루 역시 살면서 그런 일을을 또 숱하게 마주칠텐데(인간은 결코 완벽해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니까) 그 때마다 어릴 때의 그 일이 판단할 때 지침이 되어주길 바란다.
완전히 다른 얘긴데, 아마 우리에게는 치명적 약점이나 비밀이 있을 것이다. 이 비밀을 밖으로 내뱉는 순간 많은 이들이 등을 돌리게 될지도 모를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진, 그런 비밀. 물론 모두에게 그런 비밀이 있는 건 아닐거다. 어떤 사람들은 인생을 돌이켜볼 때 단 한 순간도 후회가 없노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치명적 약점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내 인생에 있어서 그런 치명적 약점들이 있다. 어떤 약점은 가족들도 모르고 연인이었던 사람들도 모르고 지금 가장 친한 친구들까지 모르는, 그런 비밀이 있다. 시간을 돌린다면 그런 선택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만, 그러나 그 순간들에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 나였던 것도 변함 없는 사실이다. 이 일 때문에 나는 정치계에 입문할 수 없다고 늘 생각하고, 유명해져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털려... 털린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연애를 시작할 때 남자들에게 묻곤 했다. '너 혹시 정치할 생각 있어?' 라고... 정치할 생각 있으면 나랑 헤어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쑈를 하고 다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 내가 쑈한 게 이거 하나만은 아니니까... 여튼,
그런 내가 지금까지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 것은, 나의 그 비밀, 치명적 약점에 대해 위에 언급한것처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특히 헤어진 애인들이나 관계가 소원해진 친구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중 어떤 사람들은 '내 전여친 중에는 이런 일을 한 여자도 있어'라고 어디가서 말할 게 뻔하니까. 나는 사적인 비밀에 대해서 내가 말하지 않고 신뢰를 지키는 걸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그걸 지키려고 무진장 노력하는 편인데, 여태 살면서 깨달은 건, 다른 사람들 모두가 나와 같지는 않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연인에게도 말하지 않는데, 헤어지고나면 '역시 말하지 않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나루 얘기로 돌아가서, 저 소설은 아름답게 끝났지만, 그 후에는 어떻게 될까. 밝고 희망찰까. 주변에 다 용서하는 친구들만 있었으니 괜찮을까. 그 일을 아는 친구들이 아무에게도 그 일을 말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어디가서 '우리 수영 대표 나루가 말야~' 이러면서 말하게 되지 않을까.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 받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나의 치명적 약점을 지금 신뢰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에 있어서는,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할 것 같다. 삶이란 것은 산다고 더 쉬워지는 게 아니라서, 이 나이까지 살아도 '그때 왜 그랬을까', '그 말은 왜했을까' 후회하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틈틈이 '그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위에 말한것처럼 어떤 비밀에 대해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은 일이 그렇고, 또 누군가와 등돌리게 되었을 때 주변인들에게 편이 되어달라고 말하지 않는 일도 그렇다. 나는 나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내가 굳이 핑계 대며 다니지 않아도 나를 알고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어릴 때라면 누구랑 싸운 후에 '나 쟤랑 싸웠어, 쟤가 나빠, 내 말 들어줘, 내 편이 되어줘'하는 일들이 더러 있었는데(아 지금 생각해도 유치하다), 나를 알아달라고 얘기했어야 했는데, 이만큼 산 뒤에는 내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나를 좋아할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어떤 말을 들어도 좋아하고, 나를 싫어할 사람들은 나에 대해 어떤 말을 들어도 싫어한다. 이건 내가 뭘 더 말하고 내 입장에 대해 변명한다고 해서 되는게 아니다. 나는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내버려둔다. 네가 판단해서 내 옆에 있든지 말든지 하렴. 고등학생 때 친구가 다른 아이 말을 듣고 나를 달리 생각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 때 내가 놀란 건 '나랑 친하면서 왜 걔 말을 듣지?' 였다. 그 때 그게 너무 속상해서 엉엉 울었었는데, 이 나이 되고 보니 엉엉 울어도 갈 사람은 간다는 걸 깨닫게 된다.
붙잡고도 싶었지만 나도 결국엔 안될걸 알기에...
금요일에 만난 친구는 드물게도 '굳이 묻는다면 래디컬 성향이라고 답한다'고 내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반가웠는지 친구가 알까. 주변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정말 드물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친구들하고 대화를 해도 내가 나를 이해시킬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종종 외롭다는 글을 전에도 쓴 적 있는데, 같은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도 내가 느끼는 분노가 친구들의 분노와 그 크기와 형태가 다르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내가 한 사건을 접하고 처음 드는 마음, 나는 그 마음에 대한 확신이 있고, 그 마음이 괜히 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동안 숱하게 반복되어 온 일들이 나로 하여금 이런 생각, 이런 마음이 들도록 했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에, 굳이 선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최근에는 이런 나의 성향은 그동안의 내 삶이, 내가 보고 듣고 느껴온 것들이 이렇게 만들었겠구나 생각하니, 더욱이 바꾸기 힘들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참에 친구를 만나 '래디컬 성향이라고 답해'라는 말을 들으니 왈칵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그동안 여성학 책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들에 대해 씐나서 얘기해주고 친구도 재밌게 들었다. 아, 책은 역시 여성학 책이 재밌습니다, 여러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윗을 통해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조카가 쓴 책인데, 자, 이 책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느니, 작가 소개로 한 방에 끝내자.
아 여러분...... 너무 재미있을 것 같지 않나요?
내가 어제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은데, 아직 성의 역사1권도 안읽었고 쏠랄과 됨의 이야기도 아직 다 못읽어서..양심상 새 책을 건드리지 말자...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너무 궁금하다 너무 읽고 싶다. 그냥 확- 읽어버릴까? 아 너무 재밌겠어. 내가 책을 괜히 사는게 아니라니까? 진짜 겁나 재밌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뭐시람? 내가 오늘 출근하면서 '주말에 읽은 책이 없어 오늘은 페이퍼 쓸 게 없군' 했는데 어제 이렇게 또 길게 써버렸대? 하아-
최근에 새로 산 원피스를 오늘 처음 입고 출근했는데 너무 좋다. 특히 소매가!!
왜 이 소매가 좋냐면, 나의 경우, 항상 엉덩이나 가슴에 맞춰 옷을 사면 소매가 길어서 손목을 훌쩍 넘어가버리는 거다. 그래서 막 접어서 입어야 되고 걷어서 입어야 되고 줄이거나 해야 하는데, 이건 이렇게 마감이 딱 팔에 붙게 되어 있어서 좀 벌룬 형태인데도 내려가지 않고 너모 편한 것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입고 오면서 흑흑 ㅠㅠ 소매 좋아 ㅠㅠ 이 소매 너무 좋아 ㅠㅠ 이 소매 사랑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고 감동에 감동을 먹었다. ㅠㅠ 너모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런 소매 진심 사랑합니다.
엄마가 "락방아, 바다가 보고싶어, 바다 가고 싶어" 하셔서 강릉에 기차랑 호텔을 예약해뒀는데, 코로나 뭣이여 시방...갈 수 있을 것인가... ㅠㅠ
손. 손. 손 너무 좋다.
나는 연인간의 스킨십도 손잡는 걸 제일 좋아하는데, 손 너무 좋아. 손 보는 것도 좋고 잡는 것도 좋다. 왜 갑자기 손이냐면,
꿈을 꿨는데, 꿈에 되게 그립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된거다. 그 사람이 거기 있다는 걸 알고 나는 부러 찾아갔지만, 부러 찾아갔다는 티를 안내고 우연인 척 반갑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반갑다고 악수를 겸한 손을 잡게 되었는데, 상대도 나도 한참이나 손을 놓지 않고 계속 얘기를 해서, 너무 좋아서, 속으로 '손 놓지마' 라고 몇 번이나 말하고, '손 놓으면 어떡하지' 하게 되고, 계속 붙잡고 있으면서 두근두근해서, '왜이렇게 좋은거야' 생각했다. 손가락들끼리 서로 얽혀서 놓지 않으면서,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랐다. 레몬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이었다.
엄마
말에 따르면 나는 그때까지도 건널목에서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건넜다고 했다. (중략)오크우드 애비뉴에서 모퉁이를 돌면서 나는
충동적으로 조지 오빠의 손을 잡아 버렸다. 곧바로, 내 손을 꽉 잡는, 손가락들. 태양. 진분홍 무더기를 이루며 창문 위로
드리워진 더욱 탐스러운 부겐빌레아 넝쿨. 그의 따뜻한 손바닥. 인도에 웅크리고 앉은 오렌지색 줄무늬고양이. 낡은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계단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들. 활짝 열리는, 도시.
우리는 인도에 도착했고, 손을 놓았다. 얼마나 바랐던가, 바로 그때, 온 세상이 건널목이기를. (p.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