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요리 21: 치아바타



일전에 여동생에게 치아바타를 사서 보낸 적이 있었는데 여동생이 치아바타를 꼭 끌어안았다고 한 적이 있다. 여동생은 치아바타가 먹고싶어져 가끔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고. 주말에 여동생이 온다고 해서 나는 지난 주에도 구워서 이제 반죽 하는 거 레서피 없이 가능한 식빵을 만들자 생각했었지만, 여동생을 위해 치아바타도 구워보자, 도전하게 됐다. 마침 알라디너이며 트친인 H 님이 치아바타를 구워 사진을 올리셨길래, 오오 그것이 무엇입니까 했더니 치아바타, 라고 답해주셨던 것. 그래, 저게 치아바타지! 게다가 H 님은 검색하면 쉽게 만들어볼 수 있는 빵이라 하셨다. 좋아, 검색해보자! 그렇게 나는 여러명의 블로거로부터 정보를 얻는다.


일단, 크게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나는 계량컵도 없고 저울도 없어서, 나처럼 그런 거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내 방식대로 준비한 재료를 적어두겠다. 내가 만든 건 올리브 치아바타 이다.



<재료>

·강력분 종이컵 가득 네 컵

·소금 3티스푼

·이스트 4g(요즘은 4g씩 포장되어 팔아서 걍 그거 한 봉지 쓰면 된다)

·따뜻한 물 300ml(이건 집에 계량 컵이 있어서 거기에 담았는데 이 물에 대해서라면 꼭 이만큼이 아니어도 되는봐, 반죽할 때 알아서 가감하면 될듯하다)

·올리브유 4큰술(성인 밥숟가락으로 네 숟가락을 의미한다)

·검정 슬라이스 올리브 원하는 만큼



<만드는 방법>

1. 뚜껑있는 플라스틱 (나는 락앤락 통)에 강력분을 체에 받쳐 곱게 내고, 거기에 준비한 소금과 이스트를 넣어준다. (소금과 이스트는 섞이지 않게 넣으라는데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이스트 오른쪽, 소금은 왼쪽에 넣고 섞었다.)

2. 따뜻한 물을 넣어가며 주걱으로 잘 섞는다.

3. 반죽이 질퍽해지면 올리브유 두 숟가락을 넣어 좀 더 섞고, 섞인 뒤에 다시 올리브유 두 숟가락을 넣어 계속 섞는다.

4. 이렇게 완성된 반죽을 1번의 뚜껑을 덮어 따뜻한 곳에 두고 45분 발효한다. (나는 전기요를 고온으로 해서 그 위에 얹은 뒤 이불을 덮어두었다. 울엄마 예전에 이렇게 발효했어...)

5. 발효된 반죽의 뚜껑을 열어 왼쪽, 오른쪽, 위, 아래 에서 한 번씩 늘려 접어 주고(폴딩), 그 사이사이 슬라이스 올리브를 조금씩 얹는다.

6. 5번을 다시 45분정도 발효.

7. 폴딩 반복, 또 발효

8. 폴딩 반복 후,

9. 도마 위에 밀가루를 뿌리고 그 위에 반죽 있는 그릇을 뒤집어 반죽이 떨어지게 둔다. 떨어진 반죽을 손으로 요케요케 잘 매만져서 원하는 크기로 썰고, 그걸 다시 또 요케요케 매만져가지고(느낌 베리 굿입니다)

10. 220도로 예열된 오븐에 16분 굽는다. (시행착오를 거쳐 내게 최상은 16분임을 알게됨)



주의사항: 레서피 찾아보면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서, 누군가는 따뜻한 물에 이스트 먼저 풀기도 하고 누군가는 올리브유도 처음부터 같이 넣어 섞는다. 나의 경우에는 위에 내가 쓴 방법대로 했다. 또한 굽기도 220도에 25분이라고 한 사람도 있고, 두 번에 걸쳐 온도 바꿔가며 구워주는 사람도 있던데, 나의 경우엔 SK광파 매직 오븐이고 220도에 16분이 가장 적당했다.


그리고 폴딩이 뭔지 모르는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 '폴딩만 참고한' 영상을 가져왔다. 폴딩이 도대체 뭔지 몰라서...






그러니까 위 영상처럼 한번씩 폴딩 해줄때마다 나는 슬라이스 블랙 올리브를 넣은 거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 된 치아바타는 아래와 같다.





비쥬얼 대박인데, 속은 얼마나 잘 됐는지 볼까? 후훗.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이 넘실거림)




장난아니다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이 오븐에서 꺼내온 치아바타 보고 소리 질렀고, 맛을 보더니 자기가 그동안 사서 먹어본 것보다 더 맛있다고 난리난리였다. 저거 말고 작은 거 한덩이 더 나왔는데, 그거는 여동생이 집에 가져감. 움화화홧. 내가 먹어봐도 너무 맛있고 진짜 인생빵 찾았달까. 엄마도 식빵보다 이게 훨씬 낫다고 했다.



보통 레서피를 보면 굽는 판 위에 유산지를 깔아주거나 하는데, 나는 유산지를 사기 싫어서, 그거 하면 또 쓰레기가 되기 때문에 유산지를 쓰지 않았고 앞으로도 쓰지 않을 예정이다. 이렇게 다음 판에서 소금을 2티스푼 했더니 엄마는 심심해서 좋다 하셨지만 나는 3스푼이 더 나은 것 같다. 그리고 올리브가 씹히는 게 진짜 짜릿했다. 너무 맛있어서, 조카들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치아바타 성공으로 너무 .. 나의 숨겨진 재능 찾은 것 같고!


그래서! 저녁에 한 판 더 만들어서 후훗, 이걸 맛있게 먹기 위해, 감바스를 했다. 치아바타는 올리브유에 찍어먹어야 제맛이잖아요? 그렇게 내가 만든 감바스와 내가 만든 치아바타로 술상을 차렸다.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너무 대박적 대박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요일에 이모 온다고 해서 또 해줄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이제 치아바타 장인이다!! 내 손길은 치아바타랑 합이 맞아.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상 치아바타 천재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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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11-02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의 요리가 21번까지 왔다면 명실공히 알라딘 요리킹 아닙니까?

다락방 2020-11-02 14:03   좋아요 0 | URL
아아..어느틈에 21번까지 왔군요.. 언제 이렇게 했지.... 장난 아니네요, 나... 멋지다.... ㅋㅋㅋㅋㅋ
=3=3=3=3=3=3=3=3=3=3=3 추잡킹에 요리킹에 난리났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0-11-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만들어서 저렇게 나왔다는 건, 진짜 천재란 뜻이네요. 축! 재능의 대발견!!! 🤗

다락방 2020-11-02 14:03   좋아요 0 | URL
저도 진짜 깜놀했어요. 알고보니 제 손은 치아바타 만들기 위해 있는건가봅니다? 치아바타와의 환상 케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0-11-02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지엄지처억~~~~!!!!
구멍 숭숭이 너무 멋집니다.
소금 이스트 는 소금이 이스트 발효를 방해한다는 썰이...^^

다락방 2020-11-02 14:53   좋아요 0 | URL
그치요? 구멍이 예술로 뚫렸지요?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는 오늘부터 치아바타 장인으로 새롭게 태어납니다! 저의 또다른 자아를 발견했어요.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소금,이스트는 그런 썰이 있군요! 그래서 다들 소금하고 이스트를 섞이지 않게 하라는거구나..그런데 전 볼 때마다 이상하더라고요. 이거 이렇게 따로 넣어봤자 어차피 섞이는데? 하면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발효를 위해 앞으로도 섞이지 않게 넣겠습니다. 빠샤!

하이드 2020-11-02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치아바타가 이렇게 쉬운거라고? 하고 당장 만들어! 만드는 법 찬찬히 읽어보고, 백스텝해서 나갑니다.

다락방 2020-11-02 18:1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또 해보면 할만 하다니깐요? 나도 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드 2020-11-02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솔직히 그런맴이었는데 ㅎㅎ 45분 x 2 나오는거 보고 ㅎㅎㅎ 사 먹겠습니다.

다락방 2020-11-03 09:12   좋아요 0 | URL
제가 해보니까 사실 사먹는게 가장 남는 장사인 것 같긴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레사 2020-11-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 담은 건강빵이니 돈주고 살 수 없는 가치가. ㅎ 응원합니다.여유 용기 마음 다

다락방 2020-11-03 10:13   좋아요 0 | URL
전 앞으로 치아바타만 구울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0-11-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너무.. 침 흐르게 하는 사진이예요 ㅠㅠ

다락방 2020-11-03 11:13   좋아요 0 | URL
장난아니죠! 저 진짜 계속 이 사진 봐요. 제가 해 놓고 제가 저한테 감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cott 2020-11-0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치아바타는 샵에 팔아도 될정도에요.
저렇게 구멍이 쑹숭 뚫려있게 만드는 과정 (발효 시간 준수 하며) 대단한 인내를 갖고 만들지 않으면 힘들어요.
저는 반나절 치아바타를 쓰담쓰담하다가 사먹고 있어요. ㅎㅎ
감바스 까지~
다락방님 금손~


다락방 2020-11-03 15:44   좋아요 1 | URL
스콧님 ㅠㅠ 제가 오늘의 요리 20에 이르기까지 전세계가 알아주는 요리 똥손이었는데 ㅠㅠ 오죽하면 요리 하나 해볼까? 하면 아빠 엄마가 뜯어 말리기 바빴는데 ㅠㅠ 치아바타에서 요리 금손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자기랑 맞는 무언가가 있는것 같아요. 저는 떡볶이도 제가 하면 맛없고 ㅠㅠ 걍 다 못하는데 ㅠㅠ 그런데 치아바타 하나는 맛있게 합니다. 제 인생요리를 찾았어요. 엉엉 ㅠㅠ

그렇지만 사먹는게 가성비에서 훨씬 낫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11-06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치아바타 천재님 ㅋ 아니 다락방님판 리틀 포레스트 ㅋㅋㅋㅋㅋ 축하드려요!!

다락방 2020-11-06 08:27   좋아요 0 | URL
장난아니야. 이 세상에 치아바타와 나 둘뿐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0-11-06 08:32   좋아요 0 | URL
근데 사진 비주얼이 너무 ㅋㅋㅋ 이제 사신 오븐은 제 몫의 가성비를 뽑아내 버린 겁니다

다락방 2020-11-06 08:33   좋아요 1 | URL
저 내일 치아바타 또 구울 거고 일요일에도 또 구울 거에요. 내 주말은 온통 치아바타 입니다! 우하하하핫.

공쟝쟝 2020-11-06 08:36   좋아요 0 | URL
안되겠어 ㅋㅋ 제가 사장님이 되고 건물주가 되면 한켠에 다락방님네 치아바타 보증금 안받고 내드릴게요😋

다락방 2020-11-06 08:39   좋아요 1 | URL
꺅 그러면 너무너무 좋겠어요! 나는 하루종일 치아바타만 만들겠다!! >.<
치아바타 맛집으로 소문나서 사람들 줄 서고 그러면 어떡하지? 그럼 또 너모 힘들어질텐데... 적당히 맛있게 만들어야겠어요. 히히히히히 우리 얼른 합치자!!

공쟝쟝 2020-11-06 09:48   좋아요 0 | URL
하루에 오십개만 생산하자 제꺼는 두개만빼주세요 ㅋㅋㅋㅋㅋㅋ 건물주 특권이니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