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엄마는 양손에 뒤집개를 하나씩 들고 가스레인지 앞에서 뭔가를 하고 계셨다. 나는 욕실에서 머리를 감고 나오면서 아침부터 무얼하시나, 내 방에 들어갔고, 스킨과 로션 썬크림을 바르고 식탁 앞에 앉았다. 거기엔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계란 요리가 있었는데, 음... 이 찌그러진...건 대체 무언가.
"엄마..이거.. 계란 말이하려던 거였어?"
"...응..좀 큰 프라이팬이면 말아졌을텐데...그냥 먹어."
"엄마 주부경력 40년이 넘었는데 계란말이를 이렇게해?"
"그냥 먹으라고. 치즈 넣어서 그래. 텔레비젼에서 치즈 늘어나는 계란말이 보니까 맛있어 보이던데 난 이렇게 됐네."
엄마...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사진.. 안올리려고 했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가 없었어. 미안...
오늘 아침에 이 계란말이를 먹으면서, 내가 요리를 못하는 건 내 탓이 아니구나, 이것은 유전이었어!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엄마가 담근 김치는 세계 최고이고 삼계탕도 끝내주게 끓이지만, 계란말이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너무 웃겨. 엄마 놀린다고 주부경력 40년 운운했지만, 어떤 일들은 오래한다고 반드시 잘하게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시 엄마 체면을 생각해서 엄마가 진짜 김치는 끝내주게 잘하지만, 아니 그래도 저 계란말이 어쩔. 대부분의 것들은 타고난 걸 이길 수가 없는 것 같다. 노력하면 어느정도까지 나아질 순 있지만, 타고나서 노력까지 하는 사람을 대체 어떻게 따라간단 말인가. 왜 학교때도 그런 거 있잖아. 미친듯이 공부해도 2,3등 하는 애가 있고, 그것보다 덜 해도 1등 하는 애가 있고.
일전에 '김연주'라는 MC가 (임백천하고 결혼했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 고등학생이었을 때 연극에 빠져서 성적이 떨어져서 깜짝 놀랐고, 그래서 다시 열심히 해서 전교1등했다.... 라는 말을 라디오공개방송에서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회를 보던 이문세가 "무슨 그냥 해야지, 하고 노력한다고 서울대 가냐" 라고 했던 적이 있다. 맞다. 김연주는 서울대를 나왔다. 그러니까, '음 좀 해볼까' 라고 해서 전교1등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머리가 있어야 된다, 그말이다. 나같은 사람이 '음 좀 해볼까' 라고 하면 난 그냥....그만두자.
아무튼 오늘 엄마의 계란말이를 보면서, 시간을 들인다고 모든걸 다 잘하게 되는건 아니고, 엄마가 계란말이 이렇게 하는데 내가 잘할순 없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리할 때마다 스트레스 받고 해놓고 나면 생긴것도 웃기고..그게 다 ....유전이었어.
그러고보면 울엄마도 딱히 요리,바느질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구나 싶다. 그러니까 중학교때 가정 시간에 한복 저고리 만들기를 하는데 내가 바느질을 너무 못하는거다. 그래서 엄마가 내꺼 대신 바느질 해줬는데, 다음날 가정 시간에 선생님이 보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넌 발로 꾸맸니?"
하셨던 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그 때 울엄마가 해줬다고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다 유전이야 유전. 바느질, 요리 못하는 거 다 울엄마 때문이야. 울엄마..바느질도 못하고 요리도 못하는데 그거 하면서 사느라 진짜 고생이 많았다. 감쪽같이 바느질 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한 바느질은 다 해서, 조카들 어릴 때 옷에 주머니 갖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주머니 다 만들어줬었다. 찢어진 인형도 꼬매주고 나 맥북 가방에 손잡이가 없어서 불편하다니까 엄마가 손잡이도 만들어줬었다. 필요한 건 다 해줬어.
유전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왜냐하면, 여동생은 다 잘했거든. 여동생 역시 내가 다닌 중학교 똑같은 가정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들었고, 여동생이 만든 한복 저고리는 시범이 되었다. 선생님이 여동생 바느질 보시더니 가지고 다니면서 아이들 보여주겠다, 하신것. 여동생은 바느질도 잘해서 선생님이 뽑아가는 그런 저고리를 만들었지. 요리는 어떻고. 난 항상 여동생에게 '니가 엄마보다 요리 잘한다'고 말하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다 유전은 아닌걸로........
아무튼 오늘 엉망진창 치즈계란말이 때문에 "넌 발로 꾸맸니?" 까지 갔다왔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녀삼총사 3》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괜히 출연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작 장면이 여자 스파이의 미인계 작전이라 상당히 실망했었다. 이렇게밖에 못하나, 이렇게밖에?
자, 이제 스포일러 팡팡 터뜨릴테니 이 영화 보실 분은 패쓰하시길.
그런데 영화는 점점 더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싸움도 싸움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멘트들이 진짜 찰지다. MIT 대학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여성도 직장에서 더이상 올라갈 수 없는 한계도 그렇고 무엇보다 배신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남자 상사가 배신자라는 걸 알게되자 이 앤젤 멤버들이 모두 '믿을 수 없다'고 하는거다. 그 때 여자 상사가 말한다.
"니네 내가 배신자라고는 쉽게 생각했잖아."
크-
사실 나는 이 영화가 마지막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었는데,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주인공을 둘러싼 악당들이 한꺼번에 처리되는 장면. 악당인 남자들이 모두 쓰러지는데, 이걸 다 누가 한거냐. '앤젤들'이 한거다. 무심코 지나쳤던 여자들, 직장에서 만난 여자들, 그 모든 여자들이 앤젤이었던 것. 위기에 놓인 이 삼인방을 구하기 위해 그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던 거다. 무심코 지나쳤던 그 많은 여자들이 이 많은 남자들을 쓰러뜨렸다. 너무 상징적인 장면이라서 코끝이 찡했다.
온갖 멍청한 남자들이 다 나오는데 ㅋㅋ 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나오는것만 알고 봤다가 갑분노아센티네오 ㅋㅋㅋㅋ
여기서 멍청이1 로 나오는데 모르고 봤다가 웃겼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멍청이 2로 나오는 남자는 '샘 클라플린'
자기보고 왜 웃는지도 모르는 부자멍청이인데 여자가 '이 바보야' 한다 ㅋㅋㅋㅋ 아 웃겨. 아무튼 이 남자도 여기서 볼줄 몰랐다가 깜짝 놀랐네.
잠깐 샘 클라플린에 대해 얘기하자면, 이 남자를 영화 《미 비포 유》에서 보고 너무 이미지가 괜찮은거다. 뭐랄까, 운동 열심히 하는 신체건장한 부자 남자 이미지를 아주 잘 살렸달까. 그래서 내가 이 남자 나오는 영화를 또 보고 싶었는데, 이 남자가 이미 내가 본 영화에도 출연했더라. 그 때는 그다지 이미지가 강하지 못했나보다.
최근에 '샘 클라플린' 주연의 영화를 한 편 넷플릭스에서 보았는데, 그건 《러브 웨딩 리피트》였다. 오오, 좋아 로맨틱한 영화, 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그만볼까 생각을 수차례 할정도로 영화는 별로였다. 영화속에서 뭐랄까 너무 세상 착한 캐릭터에 항상 남이 먼저인 사람이라 으으 스트레스.
스토킹 전남친이 나오는 것도 진짜 너무 싫었는데, 이 스토킹들의 이 멍청한 심리를 도대체 어떻게 일깨워줘야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전여친(이라기에 그냥 한 번 잔 사이이다)이 결혼하는 결혼식에 찾아가서는 '너가 진정 사랑하는 건 나야' 이러고 있는거다. 세상 대환장... 쳐돌았..... 어휴.....
주인공 남주는 3년전에 며칠 데이트했던 여자랑 서로 다른 나라에 사는지라 헤어지기 전 아름다운 작별인사도 하고 싶고 다음을 기약하고 싶은데 갑자기 끼어든 방해꾼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헤어져야 했다. 그렇게 각자 다른 애인을 사귀었다가, 남주의 여동생이 결혼하는 날 여동생의 친구였던 그 여자가 찾아오면서 이들이 3년만에 재회하게 되는거다. 각자 지독한 연애를 했고 지금 둘다 싱글인 상황. 그러니 이 결혼식에서 다시 잘 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우지만, 여동생의 스토커가 찾아오는 바람에 남자는 자신의 사랑과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다. 이 결혼식을 무사히 마치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영화속 상황들이 다 너무 싫고 캐릭터도 싫어서 몇 번이나 그만볼까 생각했지만, 각자 자신의 연애를 하며 지내다가 다시 싱글이 된 이 남자와 여자가 만나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되는지가 궁금해서 끝까지 봤는데, 이 둘만의 이야기는 사실 별로 보여주는 게 없어서 영화 자체가 실망... 아무튼 이 영화에 샘 클라플린이 나오는거다. 미 비포 유 보면서 오오, 부유한 티가 나는 남자네? 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이 남자 나오는 걸 꽤 본 셈. 역할 너무 찰지게 소화한건지 모르겠는데 미녀삼총사에서 '멍청한 부자' 역할 디게 잘어울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젯밤에 잠들 때 여동생이 '언니 알라딘 커피 새로나왔네' 하고 얘기했다. 그래서 오늘 출근하자마자 새로운 커피를 주문했다. 나를 위해. 꺅 >.<
이 책 너무 진도 안나가서 미치겠다. 읽어두면 좋을 책 같아서 억지로 읽고는 있는데, 읽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은데 이것 때문에 그것들 못읽는다고 생각하니까 '그만 읽을까' 하는 마음이 너무 생겨버리는 것. 왜때문에 진도 이렇게나 안나가나요. 예전에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는 힘들게 읽지 않은 것 같은데.
이 책 읽으면서 내 서재방 책상 위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너무 읽고 싶고, 내 침대 헤드 위의 《의사는 왜 여자의 말을 믿지않는가》너무 읽고싶은거다. 《2020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도 읽고 싶어서 아까 두 장 읽었다. 흑흑. 그런데 다른 책 중간에 집어들면 이 출신을 아예 못읽을 것 같아서 다 읽자, 다 읽고 다른책 읽자, 하고 있는데 너무 진도 안나가 눈물이 나는거죠 ㅠㅠ
왜 내 독서를 가로막아, 왜, 왜, 대체 왜!!!!!
어제 친구가 저녁상을 사진 찍어 보내줬는데 아주 근사한 크림파스타와 직접 구운 빵을 예쁘게 플레이팅 했더라. 그거 보자 갑자기 내 안에 빵굽고싶은 욕망 솟아나는거야. 그래서 토요일에는 파운드케익을 구워보겠다. 음화화화화화화화홧. 마침 그 날 남동생네 식구랑 저녁도 함께 먹기로 했으니, 하나 더 구워서 빵순이 올케에게 선물해야지. 음화화화화화화화화홧.
그러면 저는 토요일 파운드케익으로 찾아뵙겠습니다...이만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