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출근 전에 집에서 캡슐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담아온다. 출근길에 부러 까페에 들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홀짝홀짝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커피를 텀블러의 삼분의일쯤 남길 때면 지하철이 도착한다. 늘 그렇진 않다. 어떤 날은 절반쯤 남아있을 때 도착한다. 그렇게 지하철에 도착하면 텀블러의 뚜껑을 닫고 가방 안에 넣어둔다. 이른 시간이라 자리는 언제나 많아 내가 좋아하는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고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오늘은 당연히 《시몬 베유의 나의 투쟁》을 꺼내어 읽으려고 했는데, 트윗을 보다가 이 기사를 보게 됐고, 덕분에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는 강간 사건 이야기>
실제 있었던 일로, 《믿을 수 없는 강간 이야기》가 저 기사를 다룬 책이며 넷플릭스 드라마도 있다.
여자 형사 두 명이 결국은 강간범을 잡아내는 이야기라지만, 그래도 노골적으로 제목에 '강간'이 들어가있어 도무지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간이 이 책 안에 있다는 걸 내가 알면서 보기가 꺼려지는 거다. 내가 과연 이 책의 책장을 무사히 넘겨낼 수 있을까. 같은 이유로 드라마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아침 저 기사를 읽고나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지만 읽어야 할 것 같아. 다만, 드라마를 먼저 보지는 말고 책을 먼저 읽자, 라고 생각했다.
책 소개는 위의 기사로 충분히 대신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어제는 실제로 만나서 술을 같이 마시기도 했던 친구가 자신의 SNS에 올린 운동 영상을 보게됐는데, 와, 너무 자극이 되는 거다. 나는 정말 운동하는 거에 반하는구나! 새삼 깨달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등.. 이 보이는 운동이었어. 와- 진짜 얼마나 자극이 되던지, 어제 늦은밤, 배부른데도(응?) 굳이 빈야사를 하러 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겠지만, 잘 살아보겠다 혹은 열심히 살아보겠다,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결심은 누군가의 잔소리로 되기 보다는 타인의 삶 그 자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공부하라고 해도, 아무리 운동하라고 해도 그 잔소리로 움직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스스로가 뭔가 하고 싶어져야 비로소 행동에 옮길 수 있는 게 아닌가.
만약 어제 누군가 내게 일어나 운동을 하라, 고 했다면 했을지는 모르겠다. 나는 잔소리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고 잔소리 듣는 거 너무 싫어하고 그래서 나로 하여금 잔소리 하게 만드는 것도 너무 싫어하고, 같은 말 또 하게 만드는 거 개싫어하는데, 그런데 누가 으쌰으쌰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백마디 잔소리 따위는 전혀 필요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거다. 와, 개멋져, 짱멋져, 나도 멋져질래!! 이렇게 되어가지고 다다다닥 빈야사를 하러 간 것이다.
빈야사는,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진짜 힘들다. 태양경배자세라는 걸 반복하는 순환운동인데, 그래서 다운독 자세를 계속 반복해야 한다. 다운독은, 역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기지개 켜는 것 같은 효과를 주지만, 아직 내 경우에는 빡센 운동에 다름 아니다. 어제도 다운독을 얼마나 했는지 돌아오는 길에 팔이 후달렸어. 흑흑. 중간에 포기하고 철푸덕 엎어질까, 수없이 생각했다.
<다운독 자세>
요가 에세이는 이제 충분히 읽지 않았나 싶으면서도 또 언제나 읽을 때마다 뭔가 배워가는 게 있는 것 같아, 신간으로 나온 《요가의 언어》에도 관심이 간다.
그런 한편, 오, 아마 양미간에 주름 잡고 읽게될 책도 새로 나왔다.
여성 대법관 이었던 김영란 선생님의 신간이다. 그냥 제목만 봐도 읽고 싶어... 이 안에 담겨있을 이야기들에 또 얼마나 분노하고 빡치다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까. 지난주에 이미 세차례나 주문을 하고, 주말에 책장정리하다 포기를 하고, 사무실에 책을 다 치워두면 왜 다시 쌓이는가 고민하는 와중에도, 그래서 이제 다시는 책을 안사 라는 다짐을 하면서도, 이렇게 읽고 싶어지는 책이 나오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잖아 ㅠㅠ
요 며칠은 알라딘에 대해 생각했다. 독보적 서비스가 생기고 인용문들만이 우수수 올라오면서, 나는 점점 더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는가, 에 대한 생각. 나는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인가? 나는 지나치게 아날로그적인 인간인가? 이번에 태국 여행을 하면서도 호텔예약은 친구가 했건만, 친구로부터 예약확인서를 받아 종이로 출력해가지고 갔던 나다. 친구는 데스크에서 예약 확인을 인터넷을 연결해 보여줄 생각이거나, 혹은 여권만 줘도 충분히 해결될 거라고 생각했기에 그랬지만, 내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도 모르니 종이로 출력해가는 편이다. 아니면 캡쳐를 해가거나. 인터넷이 갑자기 안되는 경우에도 내 숙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므로. 그 출력된 종이를 내밀면서 아아, 역시 아날로그다..옛날 사람이야, 생각한거다.
알라딘은, 당연하겠지만, 내가 기존에 알아왔던 알라딘 내가 기존에 이용했던 알라딘과 많이 달라졌다. 세상이 달라지니 알라딘이 달라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데, 그 안에서 나는 자꾸 낯선 순간들을 맞이하게 돼서, 내가 이 흐름에 따라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데 그러기 싫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것이다. 북플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고 나서는 예전같은 서재 분위기도 아닌데, 그 역시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그리워지고.
그래서 내가 알라딘에 계속 있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계속 여기 있어야 하는가? 나는 계속 글을 쓰면서 살고 싶은데, 그렇다면 알라딘만이 답인가? 나도 이제 새로운 다른 곳을 찾아 이전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 내가 계속 여기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가 무어란 말인가.
일단 지금은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를 하고 있으니, 그리고 내심 12월까지는 할 생각이니, 그 때까지는 책임감을 가지고 이곳에 있으면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은? 그 다음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야겠구나. 지금 현재 사적인 일기를 쓰고 있는 네이버로 아예 옮기던지, 예스로 가던지, 아니면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한다던 브런치로 가는 것도 방법이지 않을까. 그러나 다른 곳에 가 적응할거면 굳이 알라딘을 떠날 이유는 무어람, 여기의 새 시스템에 걍 적응하면 되지. 무엇이 좋을까,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던 차.
어제 또 알라딘 이웃 분들과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데, 와, 진짜 여기만한 곳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는 거다. 같은 책을 읽고 비슷한 감상을 혹은 다른 감상을 나누는 일이 그 어디에서 이렇게 이뤄질 것인가.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고 책을 추천 받는 일은 또 얼마나 즐거운가. 그런 생각을 하면 역시 알라딘에 머무는 게 답이 아닌가 싶어지는 거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나 오래 내가 여기 있었던 게 아닌가 싶고. 오늘도 이렇게 관심 신간 올리면서 너무 신나는 나... 아아..... 고민은 계속 해보고 또 해봐야 하는 것이야.
텀블러에 커피는 비었고, 차이티라떼 분말이 있으니 타먹어야 겠다.
맛있는 쿠키를 먹고 싶다. 사무실 책상 위에 쿠키가 있는데 이게 맛이 없어서... 맛있는 거 먹고 싶어. 집에 맛있는 거 있는데. 뭔가 목이 메이는, 그런 뻑뻑한 쿠키를 먹고 싶다. 버터가 잔뜩 들어간 쿠키... 쿠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