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 유토피아 - 인공자궁과 출생의 미래에 대한 사회적·정치적·윤리적·법적 질문
클레어 혼 지음, 안은미 옮김, 김선혜 감수 / 생각이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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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선의를 가진 기술이 발전한다해도 불평등한 사외, 여성을 혐오하는 사회에서는 악의적인 결과를 가져올 확률이 높다. 누구를 위해 우리는 생각하고 행동하는걸까. 클레어 혼은 이런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데, 그 질문들을 마주하는 순간들마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나 좋다. 


다만,


'우리는 여성만이 잉태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거부해야 한다' -p.248


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클레어 혼은 임신한 트랜스 남성, 젠더퀴어 등을 예로들며 여성만 임신하는 건 아니라고 하는데, '트랜스 남성'과 '젠더 퀴어'가 임신했기 때문에 '여성만이 임신하는 건 아니다' 라고 말해야하는가? 클레어 혼은 끊임없이 불평등한 사회를 언급하며 기술의 발전 이전에 일단 불평등한 사회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그래야 선의의 기술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주장에는 너무나 동의하지만 '여성만이 잉태하는 건 아니다'라는 그녀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그리고 클레어 혼의 주장대로라면,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우생학적인 것이다.


그녀의 어떤 주장이 나의 생각과 어긋난다해도 이 책이 좋은 책임은 분명하다. 새삼 내가 질문하는 책을 얼마나 좋아하는가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이 책에서는 직접적인 질문을 수차례 던지지만, 소설을 읽을 때 마주하게 되는 은유적 질문들도 너무나 좋다. 하여간 책이 최고다.

그다음 문제는 체외발생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자신을 낳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로부터 기꺼이 제거되었든 가용로 제거되었든, 과연 어떤 일을 겪게 될 것인지 이다. 누가 이 아기들을 책임지게 될까? 입양을 준비한다면 몇째 주에 예비 부모를 찾아야 할까? 이들을 품은 인공자궁은 어디에 둘 것이며,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게 될까? 아기를 품는 일이 그저 아기를 담을 용기를 찾는 일만큼 간단하다는 가정에는 임신한 사람들을 업신여기는 시각도 뚜렷이 담겨 있다. 임신을 이어가고 싶지 않으면 태아를 인공자궁으로 옮기면 된다고 말하는 평론가들은 이 아이들에 대해 누가 무엇을 책임질 것이냐 하는 꽤 중요한 질문에 대해서는 미심쩍다는 듯이 침묵하는 경우가 많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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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5-05-29 12: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이것 저것 생각을 골똘하게 만들어 주는 책인 것 같아요.
동의가 되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또 동의가 안되는 부분들도 많고 또 어떤 질문들에선 확실한 답이 없기도 하구요.
기술 발전이 임신 출산 육아 돌봄 세계에서는 발전이 더뎌 그렇지 않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여러 사회 문제와 정치적인 문제에 연루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간다는 게 참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책을 읽고 나서도 계속 그 질문들이 맴돌던데…이런 책들이 좋은 책이라고 하는가 보죠?^^

다락방 2025-05-29 15:31   좋아요 2 | URL
이 책을 읽는 일이 참 즐겁더라고요. 작가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같이 생각해보면서 정말 짜릿했어요.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도 일단 질문이 던져지면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그런 과정을 주어서 너무나 좋았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이 쓴 글을 읽는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요. 세상에 읽을 책이 너무나 많고 그만큼 또 모르는 걸 알게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기쁩니다. 우리 앞으로도 열심히 책 읽고 이야기 나눕시다, 책나무 님!

단발머리 2025-05-29 17: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의 질문이 참 좋았어요. 저자가 말하고 싶은 바가 있고, 제가 그것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여러 개 보여서 아주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꼭 ㅋㅋㅋㅋㅋㅋㅋㅋㅋ 5월 안에 읽으리!
완독 축하드립니다, 다락방님!
내내 수고 많으셨는데, 특히 이번달은 바쁘셨을텐데.... 각별히 수고 많으셨어요!
딱 1년 뒤에 컴백하시는 걸로 ㅋㅋㅋㅋㅋㅋ 그게 어떤 읽기든, 어떤 장르든 말이에요. 같이 읽기로 돌아오실걸로 알고 있을게요!

햇살과함께 2025-05-29 22:14   좋아요 2 | URL
저도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ㅋㅋㅋ

단발머리 2025-05-29 22:15   좋아요 2 | URL
앗싸! 일단 햇살과함께님 오셔서 2명 모였구요!! 🎉

독서괭 2025-05-30 17:21   좋아요 1 | URL
저두요! 일단 6월부터 하우스메이드 원서읽기 같이 하구요!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5-05-30 20:32   좋아요 1 | URL
괭님도 추가!!
하우스메이드 다락방님도 같이 읽는 건가요? ㅎㅎ

단발머리 2025-05-30 22:14   좋아요 1 | URL
네~ 다락방님 하우스메이드 같이 읽습니다.
햇살과함께님, 같이 가시지요~ 🤗

햇살과함께 2025-05-31 20:26   좋아요 0 | URL
하루키 먼저 해치우고요. 제가 읽을 수준인지 책 한 번 찾아보고요 ㅎ

다락방 2025-05-31 20:27   좋아요 2 | URL
이 책을 골라놓고 나서 이 책의 어떤 지점들이 혹여라도 너무 나와 다른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유익한 질문들을 많이 던져주어서 정말 좋았어요. 좋은 읽기 그리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결국 책이 정말 좋은거구나 생각했고요.
네, 컴백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어책 같이읽기에 대한 페이퍼 썼으니 여러분 확인하시죠!! 함께 갑시다!

독서괭 2025-05-30 17: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거의 다 읽었는데.. 내일까지 끝내 보겠습니다!

다락방 2025-05-31 20:29   좋아요 0 | URL
독서괭 님, 끝내셨나요?!

독서괭 2025-05-31 20:30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 아직요…..
김소영님 책 읽느라고 ㅋㅋ

독서괭 2025-05-31 20:31   좋아요 0 | URL
앗 펴보니 정말 조금 남아서 다 읽었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