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n Ordinary Day: Just an Ordinary Day: Stories (Paperback)
Jackson, Shirley / Bantam Dell Pub Group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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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Est Bleu2007 @ Flickr)  

 (역시 외서 코너가 없을 때 페이퍼로 올렸던 내용입니다만, 외서 리뷰로 다시 올리면서 번역본 관련 정보는 삭제했습니다. 이 정보들은 페이퍼 버전에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  

 한국에서 셜리 잭슨은 [제비뽑기The Lottery][힐 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셜리 잭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계기는 이 [악의 가능성] 입니다. 1965년에 에드가상을 받은 이 단편은 한 문장도 더하고 뺄 틈이 없이 간결하고, 완벽하며 아름답습니다.  

 스트레인지워스Strangeworth집안의 마지막 한 사람인 미스 아델라 스트레인지워스는 일흔 한 살의, 정정하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인 노부인입니다. 그녀는 혼자 살며 사람 손을 빌리지 않고도 장미를 가꾸고, 스트레인지워스 저택을 관리하고, 남는 시간에는 마을의 악덕을 정화하는 일에도 힘씁니다. 스트레인지워스 집안 자체가 이 작은 마을의 역사와도 같아서, 미스 스트레인지워스는 이 마을을 스트레인지워스 집안의 장미처럼 '나의 것' 이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평생을 통틀어 마을 바깥에 나가 본 적이 거의 없는 미스 스트레인지워스에게 실제로 이 마을은 세상의 전부입니다.

 실제로 눈으로 보지는 못했더라도 존재하는 것이 분명한 악덕의 뿌리를 뽑기 위해, 미스 스트레인지워스는 위험한 일을 벌입니다. 그녀의 행동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소한 잘못을 바로잡기보다 오히려 주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근원이 됩니다. 그리고 우연한 실수로 인해 폭발하게 된 사람들의 악의는 그 즉시 미스 스트레인지워스를 덮칩니다. 
 


(사진 : Est Bleu2007 @ Flickr

 '플레전트 가 스트레인지워스 저택의 장미꽃'으로 상징되는, 영원히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은 채 살아갈 것만 같던 초반의 마을 풍경-미스 스트레인지워스가 지키고 싶어했던 것-과, 악의 씨앗을 모두 뿌리 뽑고 싶어하는 미스 스트레인지워스의 행동, 그리고 그 결말까지, 이 세 가지 요소의 선명한 대비는 너무나 아름답고도 끔찍한 광경을 그려냅니다. 셜리 잭슨은 별로 어려운 말도 쓰지 않으면서 인간의 악의나 야만성의 정수를 짚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악의 가능성]은 그녀의 스완 송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집필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죽음 후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Saturday Evening Post에 발표되었고, 그 해 에드가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실을 훑어봐도 놓치기 쉬운 고찰을 산뜻하게 잡아내는 것이 단편소설의 훌륭한 점 중 하나겠지요. [악의 가능성] 에서 다루고 있는 바는 실제로 우리의 현실에서도 그렇게 먼 부분이 아니고, 누구나 근처에 비슷한 사람이 하나...아니 상당히 많이 있었을 겁니다. 저는 한국인들이 이 소설을 포함해서, 셜리 잭슨의 단편을 좀 더 많이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잊어버리기 딱 좋은 문화에 살면서, 제 정신을 유지하고 깨어 있기가 힘들 때는 남의 통찰력을 좀 빌릴 필요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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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9-02-2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9살때쯤 미스터리를 섭렵(?)한 이후로 미스터리를 잘 안읽어서
잊고 지낸 분야였는데 님 덕분에 눈이 다시 뜨이네요~.ㅎㅎㅎ
셜리 잭슨,,,기억하겠습니다.

eppie 2009-03-10 12:54   좋아요 0 | URL
이쪽 장르를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장르나 실은 그렇겠지만...어릴 때는 그냥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다시 눈에 보여요. :] 아가사 크리스티는 나이가 들어야 맛을 안다고 하더니 정말 그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