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전 [Gosick]을 한 권 정도 읽은 적이 있습니다. 한 권 봤더니 더는 못 읽겠더라고요. 어느 정도는 일러스트 탓입니다. 전 그 일러스트가 무척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고 이쪽 방향으로는 절정에 오른 그림체라고 생각합니다만, 작품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즉, 오타쿠 식으로 말하자면 '나의 빅토리카는 그렇지 않다능! ' 인 거예요.

1권만 본 상태에서 캐릭터물로써의 [Gosick]에 대한 평가를 내리자면 '약간 부족하지만 썩 괜찮다' 정도가 되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걸 계속하지 않은 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미스터리의 구태의연함에 진절머리가 난 탓이었습니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고 절실하지도 않은 것(실제로 답은 이미 알고 있었고)을 억지로 궁금하게 하려는 점이 후에 읽은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등과 비슷하다고 할 수가 있겠는데, 아무쪼록 작가가 2권부터는 그 버릇을 극복했기를 남몰래 빌어주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던 참이었는데, 이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그 우려를 가중시키고 말았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Gosick]에서의 주요 장점이었던) 두 주인공의 캐릭터마저 흔들거리고 던져지는 의혹들은 지루하며 특히 그 엔딩은 작가의 마음 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좋은 증거라고 생각합니다-좀더 굳게 마음을 먹고 야차의 길을 가지 않으면 키리오 나츠오가 될 수 없어요, 사쿠라바 선생! (...)  

 그러나 사쿠라바 카즈키는 여기서 자신의 결점을 커버하는 몇몇 수단을 채택하고 있는데 출처가 명시된 소재 하나를 흘리고 그것을 뒤집는 방향으로 간다든지 하는 귀여운 장치가 그 하나입니다. 그 결과 눈에 익은 캐릭터나 상황의 설정이나 예의 그 엔딩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해서 이 소설의 드라마는 [Gosick] 1권보다 낫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윙 걸즈] 생각을 하고 있었던 탓에 캐스팅이 자꾸 걔랑 걔 얼굴로 보였던 건 오로지 제 머리 속의 문제이거니와...

 뭐, 좋습니다. 각자에게는 자기의 길이 있는 거니까요. 모든 사람에게 키리노 나츠오가 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요. 그리고 그런-모든 작가가 키리노 나츠오인- 세상을 제일 싫어할 사람이 있다면 접니다. 사쿠라바 카즈키는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으로써는 라이트노벨 [Gosick]을 [바카노!]나 [풀 메탈 패닉!] 보다 선호할 일은 없지만, 그녀가 다루는 소재가 [소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 정도로 솔깃하다면 저는 또 읽을 겁니다. 나중에 실망하더라도요. 저는 사쿠라바 카즈키가 그 정도 가능성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 이 소설이 제목을 빌려 온 '그 유명한 소설'은 최근 재출간되었더군요. 어렸을 때 한 번 읽었다고 기억합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군요. 어쨌든 좋아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좋아하는 작가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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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8-12-2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는 제 기대에는 못미쳤던 작품이었어요. 읽고나서 그 주에 만나자던 친구에게 바로 줬었죠. 그런데 제목은 참 좋지 않나요?

eppie 2008-12-29 12: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어렸을 때-미처 저 책을 접하기도 전에-제목만을 무슨 추리소설 입문 안내서(8말9초에는 이런 책이 진짜로 많았잖아요!)에서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것 같아요. 내용이, 엄청 찝찝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서글프기도 해요. 아무래도 한 번 정도는 다시 읽어야겠네요. 전 가끔 이 작가 책을 몸에 안 좋은 거 먹는 기분으로 찔끔찔끔 보게 돼요. ㅠ_ㅠ

카스피 2008-12-27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탐정은 환영받지 못한다가 일신에서 나온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은 직업인가요? 한 20년만에 재간된것 같네요^^.이거 본 기억이 가물 가물 어떤 내용인지 생각이 않난다는... ^^;;

eppie 2008-12-29 12:13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알기론 그래요. (저도 그 일신판으로 보았어요.) 정말 20년만이네요. 중간에 이 작가의 [나이팅게일의 수의]를 보았는데, 이 작품 역시 역시 찜찜하고 우울했어요. 최소한 제가 읽은 이 작가 작품은 다 그랬어요. 피가 튀기지 않아도 '잔혹하다' 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고요. 하지만 사건의 디테일은 저도 역시 생각이 잘 안 나네요. 다시 읽기 시작하면 한 챕터만에 기억이 다 살아나지만요. 이런 식으로 [나이팅게일의 수의]를 몇 번 읽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