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저는 꼬꼬마 시절부터 아토다 타카시阿刀田高의 "취미를 가진 여인趣味を持つ女"의 열렬한 지지자였기도 하고, 이 작가를 기본적으로는 싫어하지 않습니다. 제가 호시 신이치를 싫어하는 데 비하자면 지나칠 정도로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단편집 [나폴레옹광]은 재난이었어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사 버린 게 화근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한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이 책을 들이밀며 내 기분을 좀 알아달라고 울부짖어야 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호시 신이치 식 실없음으로 꽉 차 있는 이 단편집은, 일단 표제작인 "나폴레옹광ナポレオン狂"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결말이 뻔히 예측 가능한 것은 그렇다치고-저는 이제 이 점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기로 했습니다-거기까지 이야기를 끌어가는 솜씨가 너무나도 둔합니다. 재치 있는 서술과는 거리가 멀어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비슷한 종류의 문제점을 가진 다음 수록작 "뻔뻔한 방문자來訪者(알라딘 서재 에디터에는 '來'의 일본식 글자가 찍히지 않아서 대신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가 차라리 나을 정도예요.  

 사실 '~부터가' 라고 말하려면, "나폴레옹광" 이전에 표지의 문제를 얘기해야 하겠지만...저 유치한 표지에 대해서는 심지어 말하고 싶지도 않아요. 아뇨, 일러스트 얘기 아닙니다. 띠지의 컨셉 얘기하는 거예요.   

 나머지 단편들 중 "밧줄-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繩-編集者への手紙-('繩' 역시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은 이전에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톤이 완전히 다르지만, 에도가와 란포의 [인간의자人間椅子]를 연상케 하는 부분도 있고요. :] 마음에 들었던 것은 "뒤틀린 밤"捩れた夜과 "그것의 이면裏側"의 2편입니다. " 광폭한 사자 凶暴なライオン"의 경우 완전히 좋아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서술의 힘이 딸린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영상물로 개작되었을 경우에는 한번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나 긴 건 말고, 뮤직비디오 같은 형식이 좋겠네요. "생 제르망 백작 소고 サン· ジェルマン伯爵考"는 대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라기 보다는, 뭘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는데 거기 한참 못 미쳤다는 편이 맞겠습니다) "사랑은 생각 밖의 것戀は思案の外('戀'을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은 이야기가 너무 뭐랄까...'늙었습니다'. 그런데, [나폴레옹광]이 1979년에 출간된 단편집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적극적으로 늙어보이는 이야기가 이 한 편 뿐이라는 점은 사실 좀 놀랍습니다. 가장 의외였던 부분이라고 할까요...:]

 "골프의 기원ゴルフ事始め" 역시 이전에 본 기억이 있습니다만 이쪽은 뭐랄까 아저씨 개그. 싫어요. "투명 물고기透明魚", "창공蒼空"은 실없고, 역시 "생 제르망 백작 소고" 레벨. "이白い齒('齒'를 한국식 한자로 표기했습니다)"는 그냥 도시전설 수준, 혹은 표제작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이것은 아토다 타카시라는 작가에 대한 호오라기보다는 [나폴레옹광] 이라는 단편집에 대한 호오에 가깝겠습니다. 단편집에는 장편과는 다른 단편집만의 '분위기' 라는 것이 있고, "취미를 가진 여인"을 그렇게 좋아했던 것도, 실은 그 단편을 처음 발견한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고려원, 1993) 이라는 단편집 전체의 분위기를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취미를 가진 여인"은 단편집 [냉장고에 사랑을 담아冷藏庫より愛をこめて](1978)에 처음 수록되었습니다. 이것이 아토다 타카시의 첫 번째 단편집이라고 하니까 어쩌면 저는 이쪽을 읽는 게 나을지도 모르죠.  

 
 ◁ 참고로, [나폴레옹광]의 초판(講談社, 1979) 표지는 이렇습니다. 귀엽네요. 이쪽이 현재 아마존에서 팔고 있는 버전 표지(▷)보다 나은 듯. 



 

 

 

 그러면, [나폴레옹광]에서 이제는 뭐가 남죠? ...물론, 복어의 미림보시가 남습니다. :] 미림의 '림'은 (酉+林)으로 쓰는 한자인데, 역시 안 찍히네요. ^^;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미림'의 한자 표기를 味淋, 味(酉+林) 양쪽으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미림보시는 흔한 요리법이기는 한데, 복어로 만든 것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ふぐの味(酉+林)干し'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이런 곳(클릭)에서 팔고 있는데...과연, 본문에 언급된 대로 아름다운 물엿 색, 혹은 호박빛이네요. 저 홈페이지의 설명에 의하자면 녹아내릴 듯이 보드라운 폭신폭신찰랑찰랑한 식감이라는군요. 먹어보고 싶어라...하지만 재료가 재료니만큼, 몹시 비쌉니다. 큰 것이 긴 쪽 길이 13cm 정도로 아마 어른 손바닥 정도 크기일 텐데요. 2~3장이 100g이 되고, 100g이 500엔이니, 저 단편에 나온 대로 이거 좋아하는 사람이 한 상자 선물받으면 매우 기쁘지 않을까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