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의 순수청년' 하면 언뜻 생각나는 배우를 꼽으라면, 많은 관객들은 이 배우를 꼽기에 주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동안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에서 보여졌던 그의 이미지는 해맑게 웄는 그의 얼굴을 통해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묻어난, 깨끗함이 물씬 풍기는 청년 이미지였다.

그런 그가 영화속 캐릭터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청년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고 영화가 가지고 있는 성격이나 특성에 맞는 캐릭터의 이미지로 탈바꿈되어 있다는 것이 매우 특이할 정도로 꽤 강렬한 인상을 남길만한 역할들을 그동안 소화했다는 점이다. 가끔 그가 출연하는 영화들을 관람하면서 느낀 거지만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에 대한 도전을 즐기는 것 같다. 물론 영화에 대한 그만의 열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동안 관람했던 영화들 중 그가 출연했던 영화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반갑기까지 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과 <괴물>, <연애의 목적>, <국화꽃 향기>. 무려 4편이다. 그러나 그가 출연한 영화들 중 미처 관람하지 못했던 영화들도 있다. 그것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DVD관에 가서 틈틈히 볼 예정임을 미리 밝혀두면서, 소개하고 싶은 배우를 말해야겠다. 꾸밈이 없는 순수청년으로 꼽히는 배우, 바로 박해일 씨다.

내가 배우 박해일을 처음 본 것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박현규 역을 통해서였다. 개인적으로 영화 <살인의 추억>에 대해 그동안 관람했던 영화 중 최고의 영화로 손꼽힐 정도로 애착이 가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연기는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장면이 매우 짧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었다. 비록 비중이 높은 조연급 연기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이다.

최근에 영화 <살인의 추억>을 집 근처 DVD관에서 다시 봤지만, 그때도 박해일의 연기는 또 다른 느낌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거의 신인급 연기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연기파 배우로 알려진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과 더불어 더 치밀하고 정교할 정도로 보여준 그의 범인 연기는 꽤 인상적일 정도로 완벽에 가까운 것이었다.

마치 숨은 보석을 발견하듯, 이 영화를 통해 연기파 배우 박해일을 극장에서 관람했을 때나 DVD관에서 관람하면서 발견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또 다른 느낌을 지닌 색다른 경험인 만큼 신선한 충격과 더불어 만족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영화 <살인의 추억>을 관람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현장에서 어렵고 고군분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지만 그 사건 자체가 실제 사건이었기 때문에 공포와 불안함을 느낀다는 것이다.

또한 올해 최고의 흥행 성적을 내며, 역대 최고의 흥행영화로 기록된 영화 <괴물>(봉준호 감독)에서도 예전에 보여주었던 <살인의 추억>이나 <연애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동권 출신이지만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집안에서 유일하게 4년제를 나왔지만, 백수인 박남일 역을 소화해냈다. 그가 아니면 그만의 색깔이 드러난 박남일 역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사실 <연애의 목적>에서 보여주었던 연기 또한 감칠맛 나는 노골적인 성적 대사를 능청스럽고도 천연덕스럽게 보여주었던 탓에 뭇 여성들의 마음을 홀라당 사로잡을 정도였다. 그만이 나타낼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 연기는 그간 여러 영화들을 통해 다른 모습으로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영화로는 <살인의 추억>이 처음이었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CF에서의 이미지는 영화에서의 캐릭터와는 또 다른 모습이다. 부드러움과 자상함,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묻어나는 그런 이미지를 많이 봐왔던 탓인지 영화속 캐릭터의 그의 모습은 때론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거 보면 그는 천상 배우의 기질을 갖고 태어난 광대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영화와 CF 등을 통해 보여졌던 그의 고정된 이미지가 별로 없다는 점은 그만의 또다른 장점으로 꼽혀진다. 다양한 종류의 캐릭터를 통해 그는 자신이 선택한 영화속 캐릭터에 대한 끊임없는 이미지 변신을 위한 도전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그것이 어쩌면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앞으로 그가 출연하게 될 작품에서 보여질 그의 색다른 완벽한 이미지 변신 도전을 거부하지 않는 그만의 영화에 대한 열정에 대해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