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책 넘 좋다. 도움이 된다.
오늘 딱 반정도 읽은 것 같다.
모르던 것. 그냥 넘어간 감정들.
정의내리지 못하고 겪었던 그 감정들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빌려서 한번만 읽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는 예감.
이런 책은 사서 생각날 때 궁금할 때 다시 꺼내들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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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7-02-08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이 책 한번 읽기엔 좀 아깝죠.
전 심리상담 받을 때 상담 선생님께서 숙제처럼 내주셔서 읽었는데... 여러 가지로 좋았어요. 천 개의 공감도 읽을려구요. ^^

거친아이 2007-02-09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오늘 딴짓하느라 마저 다 못 읽었답니다.-_-;;
한번 죽 읽는다고 해도 읽을 때 뿐이고. 좋았다는 느낌만 남잖아요^^
천 개의 공감도 좋을 거 같아요.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죠~
 
제리 맥과이어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카메론 크로우 감독, 톰 크루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제리 맥과이어 - 사실 톰 크루즈 보다는 르네 젤위거 보고 싶어서 본 영화다. 톰 크루즈 상대역으로 나와서 이 작품으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다지. 역시 르네 양은 보고 있으면 애정이 팍팍 가는 스타일이다. 간만에 보는 톰 크루즈도 나름 괜찮았다. 난 언제부터 운동선수들도 에이전시가 있다는 걸 알았던가. 원래부터 알지는 못했었는데 말이다. 잘나가는 스포츠 에이전시의 에이전트로 일하는 제리는 어느날. 아주 바람직하고 건전한 생각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한다. 그리고 회사는 그를 해고한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했겠지.

막막하고 걱정되는 앞날이지만, 걱정없다. 힘든 시기를 곁에서 함께 해줄 도로시가 있으니까 말이다. 스포츠도 단순히 스포츠가 아닌 세상. 스포츠 세계 그 이면에 감추어진 면을 들추고 유머러스하면서도 감동적이게 마무리하는 스포츠 드라마다. 가능성이 좀 떨어지는 얘기겠지만 그런 얘기가 없으란 법도 없고. 성공과 사랑에서 말한다. 경쟁과 집착을 버리고 진심으로 인간적으로 일을 하니 성공하게 되었다는 교훈을 주는 영화였다. 제리가 도로시를 자신의 소중한 존재임을 제대로 깨닫고, 도로시를 찾아와 고백하는 장면이 좋았다. 인생의 성공이란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는 일과 직업적인 일에서 성취와 만족을 이루는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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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꽃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05년4월. 영국 기선 일포드호는 1033명의 조선인들을 싣고 제물포항에서 멕시코로 출항한다. 이들은 훗날, '조선 최초의 멕시코 이주민' 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적 기록의 한 페이지를 차지하게 된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필두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몰락한 양반들, 전직 군인, 도시 부랑자, 농민, 파계 신부, 박수무당, 내시 등 다양한 계층의 신분들이었지만, 조선땅을 등지고 새로운 땅으로 향하는 그들이 가슴속에 품은 기대와 희망은 같았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멕시코의 생활은 처참할 뿐이다. 에나켄 농장으로 채무 노예로 팔려간 조선인들. 그리고 다시는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들. 이들 중 일부는 멕시코 혁명에 휩쓸리게 되고 과테말라 띠깔이라는 지역에 나라를 세웠지만 곧 죽음을 맞이한다.

<검은 꽃>은 구한말 대한제국에서 멕시코까지의 공간적인 이동을 나타내면서도 그 이동 안에 담긴 또다른이동을 내포하고 있다. 중세에서 근대로 바뀌어진 시대의 변화와 사상의 변화를 말이다. 주인공은 각각의 개인들이다. 민족의 수난, 역사, 국가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그런 역사소설이 아니다. 이 점이 타 역사소설들과 구별되는 점이라고. 적당한 거리를 두고 냉정한 시선으로 균형 잡힌 무게로 서사하고 묘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읽으면서 생각했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고통 받고 고난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일련의 과정의 종착은 슬픔과 허무인 듯하다. 역사적 사실 토대 위에 문학적 상상력으로 빚어낸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고 깔끔하게 처리하는 글솜씨가 탁월하다.

단순히 이야기의 흐름에 시선을 두고 봐도 잘 씌어진 글임은 분명하지만, 그 안에 겹치고 혼합되어 마침내 융합한 바가 무엇인지. 개인적으로 김영하의 글은 신뢰하는 편이다.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지켜나가는 서사의 힘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뒤에 나와 있는 <해설>의 힘을 빌려, 이야기 속에서 생각하지 못하고 발견하지 못했던 깊이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분석하고 깊은 의미까지 알아챌 내공 아직은 없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확실하게 알았다. 가볍지 않은 안정감 있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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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

미시마 유키오의 <사랑의 갈증>은 우아하고 감상적인 통속소설이다.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이 그랬듯 단순히 도덕이라는 잣대로 재기 힘든 한 여자의 삶과 그 속내를 섬세하게 발라낸다. 그리고 묻는다. ‘편견이 아닌 도덕이 있을까?’ 거기에 대한 교과서적인 답안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시마 유키오는 주인공 에쓰코가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가의 문제를 기가 찰 정도의 천연덕스러운 문장으로 풀어간다.

에쓰코는 시댁 식구들과 살고 있다. 에쓰코의 남편 료스케는 장티푸스로 죽었는데, 죽기 전에 이미 상당한 여성 편력을 자랑했다. 그는 아내에게 여자 관계를 숨기는 정도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았다. 분한 마음이 든 에쓰코가 두 번째로 음독을 시도하려한 날 밤 남편은 병이 드는데, 며칠이 지나 장티푸스임이 밝혀져 병원에 갔을 때 남편은 이미 위독한 상태였다. 신혼 이후 처음으로 에쓰코는 행복을 맛보지만, 남편의 여자들이 하나씩 병원에 나타나고, 마침내 그는 죽는다. 남편이 죽은 뒤, 에쓰코는 남편을 보살피던 격리병동 같던 시골 마이덴 마을의 시아버지 집으로 가서 시아버지, 남편의 형 겐스케 부부, 남편의 동생 유스케의 아내와 아이들과 더불어 산다. 하지만 기실 그녀는 시아버지의 애인이다. 목욕하다 쇄골에 물이 고이면 떨어지지도 않을 정도로 바싹 마른 깐깐한 시아버지와 그녀 사이는 집안 식구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에쓰코는 농사를 돕는 열여덟살 일꾼 사부로에게 마음이 가 있다. 그 사실 역시 집안 식구들이 다 알고 있지만 에쓰코는 언제나 침착하려 하고, 사부로는 눈치조차 못 챈다. 어느 가을 저녁날의 축제날, 마을 젊은이들이 반라로 사자의 머리를 든 행렬을 이끌고 있었다. 에쓰코는 그 가운데 있는 사부로를, 사부로의 눈동자에 비친 화톳불을 본다. 에쓰코는 겐스케 내외와 떨어져 군중 속에 파묻히고, 사부로의 맨 등을 만지는 데 성공하지만 그날 그녀는 하녀 미요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인생에는 무슨 일이나 가능할 것 같은 순간이 몇번 있는데, 사람들은 아마 그 순간 보통 때는 볼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볼 것이다. 그것들이 일단 망각의 심연에 가라앉은 뒤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되살아나 세계의 고통과 환희의 놀랄 만한 풍요로움을 다시 우리에게 암시한다. 그러나 운명적인 이 순간을 피하는 것은 아무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나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봐버리는 불행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미시마 유키오는 에쓰코가 시아버지와 더불어 두 물체 같은 무표정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그 삶의 화톳불에 눈이 머는 순간으로 에쓰코를 치밀하게 몰아넣는다. <사랑의 갈증>은 누구나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누구나 그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마는 진부하고 통속적인 인간에 관한 흥미로운 관찰기다.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44151&mm=00300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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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은 언제나 공부를 하는 곳이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새벽같이 열람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치러왔다. 참고서가 아닌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에 가는 것이 오히려 어색하게 느껴지는 주객전도의 상황. ‘공부방’이 아닌 도서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규모는 작지만, 특별한 다섯곳의 도서관을 찾아갔다.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도자기를 굽고, 공원을 산책하며, 만화책에 파묻힐 수 있는 곳.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도약 중인 신나는 도서관, 즐거운 도서관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책 테마파크

책을 들고, 미술품 한번 보고, 숲 향기 한번 마시고

이용시간: 10: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에서 내려 119, 1500-2, 1005-5, 3, 22, 17, 3-1번 버스 이용
이용문의: 031-708-3588, www.snart.or.kr

겨울의 공원은 소슬하다. 잎을 떨군 나무들, 차갑게 굳어진 흙바닥은 가슴속까지 시리게 만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1월의 주말, 분당 율동공원의 공기는 사람들이 뿜어내는 뽀얀 입김으로 가득하다. 손을 꼭 잡은 연인에서 느긋하게 유모차를 밀고 가는 부부까지 방문객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공원 속 공원이 있다. 책 테마파크, 성남문화재단의 운영 아래 지난해 4월 문을 연 이곳은 설치미술가 임옥상, 건축가 승효상, 시인 김정환의 합작품이다. 책을 의미하는 각 나라의 언어들이 표지판처럼 세워진 ‘바람의 책’을 통과하면, 건물의 한면 전체에 훈민정음을 새겨넣은 거대한 조형벽이 손님을 맞이한다. 벽면 옆으로는 건물을 감싸는 산책로이자 책의 역사를 그림과 문자로 새겨넣은 ‘시간의 책’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엄마, 여기 아톰도 있어!” 벽화를 더듬으며 신이 난 아이들이 재잘대는 사이, 부모들의 카메라 셔터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그렇다면 정작 도서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굽이굽이 꺾인 미로를 빠져나가면 ‘공간의 책’, 말 그대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가 등장한다. 테이블 위에 차곡차곡 책을 쌓아놓고 문자의 세계에 빠져든 사람들의 모습은 여느 도서관 풍경과 다를 바가 없지만, 공간의 분위기만큼은 색다르다. 분홍빛 꽃을 틔운 나무, 천장 곳곳에 자리한 색색의 말풍선들은 이색 카페를 연상케 한다. 책을 든 사람들이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건물 밖으로 총총히 걸음을 옮기는 광경도 특이하다. 뒤를 따라가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도서관 뒤편의 잔디밭은 한가로이 앉아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기린, 자동차 등 다채로운 조형물 사이에 돌로 만든 벤치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김정환 시인의 자작시가 꼼꼼히 새겨져 있다. “일반적인 도서관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책을 주제로 한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박봉석 사서의 말처럼 책 테마파크는 도서관, 미술관, 공원이 한데 어우러져 화음을 빚어내는 공간이다. 매서운 날씨에 움츠려들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면, 얼음조각 교실(1월27~28일) 등 겨울에만 가능한 이벤트도 더불어 선사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

마음의 양식도 쌓고 나만의 취미도 살리고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서대문 독립공원 내
이용문의: 02-360-8600, www.sdmljalib.or.kr

미담을 소개하는 지면이나 방송을 통해 한번쯤 들어보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진아라는 이름에 “그게 누구야?”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릴 사람이 더욱 많지 않을까. 2003년 어학연수차 미국에 가 있던 딸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의류업체를 운영하던 아버지 이상천씨는 딸을 기리는 뜻으로 도서관 건립 사업에 50억원을 기부했다. 그 돈이 씨앗이 되어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이진아씨의 25번째 생일인 2005년 9월에 탄생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딸을 위해 만든 도서관이란 어떤 모습일까. 눈이 채 녹지 않은 서대문 독립공원을 관통해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붉은 벽돌의 아담한 건물이 나타난다.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이진아씨의 모습을 담은 벽화다. “책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는 아버지의 글귀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안내 데스크에 마련된 책자를 펼쳐드니 빼곡하게 들어찬 문화 프로그램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발레스쿨, 과학놀이 등 유아 프로그램을 비롯해 도예, 컴퓨터 등 성인 강좌까지 모양새가 여느 문화센터 못지않다. 개관 당시 9개반으로 출발한 문화 프로그램은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57개반으로 늘어났고, 800여명의 수강생을 배출했다. 이정수 팀장의 말을 빌리자면, “특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열이 높은 지역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강좌를 수강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운함을 느낄 필요는 없다. 일반 열람실을 없애고 자료실의 기능을 강화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의 주인공은 누구보다도 순수하게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골랐다면, 4층 종합자료실에 앉아 책장을 넘겨보자. 독립공원을 향해 활짝 트인 창밖 풍경은 눈의 피로를 씻어주는 작은 청량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만화의 집

옛날 만화부터 유럽 만화까지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4호선 명동역 1번 출구, 서울애니메이션센터 내
이용문의: 02-3455-8331, www.ani.seoul.kr

꼴깍, 침을 삼키는 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다시 침묵. 서걱대며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사법고시라도 앞둔 것일까. 하지만 웬걸, 자그마한 도서관을 가득 메운 것은 갓 열살을 넘겼을 법한 꼬맹이들이다. 아이들을 몰아의 경지로 몰고 간 것은 다름 아닌 만화책. 책장 사이의 공간이란 공간은 모조리 점령한 아이들은 양반다리를 한 채 초밥왕과 개똥이를 만나는 중이다.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안에 자리한 만화의 집은 이름 그대로 국내외 만화책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둘리와 도우너, 또치가 손짓하는 입구를 지나 1층 도서정보실에 들어서면 3만여권의 만화책이 손님을 반긴다. SF, 무협, 추리, 로맨스 등 장르별로 꼼꼼히 분류된 ‘장서’들을 읽는 것은 물론 무료. 문을 닫기 전까지 한권이라도 더 보겠다는 각오로 무장한 아이들은 잡담 한마디 주고받지 않고 열독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만화에 대한 애정을 간직한 성인이라면, <13> <리드뱅> 등 일반 서점이나 대여점에서는 접하기 힘든 유럽 만화들이 무엇보다 반가운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공짜 만화로 충분히 배를 채웠다면 소화도 시킬 겸 계단을 올라가보자. 벽면을 장식한 <마린 블루스> <파페포포 메모리스>의 주인공을 따라 걸음을 옮기면 전시실이 나타난다. 발소리를 내는 것조차 부담스럽던 아래층과는 대조적으로 전시실은 시끌시끌 높낮은 목소리들이 넘쳐난다. “엄마, 얘는 외계인이야?” “진짜 웃기게 생겼다~.” 캐릭터 모형에 바짝 달라붙어 눈을 빛내는 아이들도 신이 났지만, <소년세계> <어깨동무> 등 옛날 잡지를 앞에 두고 “이게 엄마가 어렸을 때 보던 거야?”라며 은근한 향수를 표하는 어른들도 흥이 오른 눈치다. 남산 언덕의 만화세계에 입장하기 위해선 잊지 않고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물리도록 만화책을 보기 위한 마음의 준비, 그리고 신분증.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정(情)으로 통하는 도서 사랑방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청량리역에서 내린 뒤 1215번 버스 이용, 홍릉초등학교 앞 하차
이용문의: 02-960-1959, www.L4D.or.kr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인간 세상 생겨났다네~.” 한복 의상을 차려입은 아이들이 무대 위에서 목소리를 뽐낸다. 15명의 아이들이 3개월 동안 연습해온 뮤지컬 <삼신할망>을 마침내 선보이는 날, 객석은 공연을 보러온 아이들과 어른들로 꽉꽉 들어찼다. 어린 배우들이 입을 모아 합창을 선보일 때마다 박수와 함께 플래시가 펑펑 터져나온다. 한껏 달아오른 공기가 콘서트장 부럽지 않은 이곳은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시청각실이다. 청량리2동 홍릉공원 옆에 자리한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개관한 지 이제 반년 남짓이지만, 회원 수만 1만2천명에 일일 방문객이 3천여명에 이른다. 자그마한 신생 도서관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도서관을 잠시라도 둘러본 이라면 그 이유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사람이다. 이우정 관장과 17명의 사서들은 “무섭고 딱딱한 도서관이 아닌 친근한 도서관”을 목표로 “백화점 수준의 서비스”를 보여주자는 의견을 모았다. 쉽게 사서를 찾을 수 있도록 유니폼을 맞추어 입었고, 사무실이 아닌 각층에 나가 직접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우선 업무로 삼았다. 뮤지컬 공연처럼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와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음은 물론이다. 사서들과 함께 도서관의 얼굴을 이루는 것은 지역 어르신들. 이웃 할아버지, 할머니가 일원이 되어 운영하는 도서관의 공기는 따뜻하고 편안할 수밖에 없다. “사서들을 비롯해 자원봉사자, 어르신들은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한다”는 김정규 사서의 이야기는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지역사회와 맺고 있는 끈끈한 관계를 말해준다. 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도서관. 그곳에는 책의 향기만큼이나 진한 사람 내음이 가득하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동화 놀이터

이용시간: 09:00~18:00(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찾아가는 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8번 출구, 도보로 5분 소요
이용문의: 02-3451-0800, www.nlcy.go.kr

“봄비가 내렸습니다. 강아지똥 앞에 파란 민들레 싹이 돋아났습니다.” 소곤소곤 동화를 들려주는 어머니와 호기심으로 눈을 빛내는 아이. 여느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24시간을 채우고도 모자랄 이야기보따리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 역삼동 옛 학위논문관 자리에 들어선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진 책의 놀이터다. 부모의 손을 잡거나, 또래끼리 무리를 이루어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어린이 자료실. 동화책과 그림책이 모자람없이 준비되어 있는 까닭도 있지만, 공간 자체가 아이들의 몸에 맞게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신발을 벗은 채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마룻바닥, 동그랗게 배열된 테이블, 낮고 넓게 만들어진 서가와 발 받침대 등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 섬세한 배려가 묻어난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인 ‘그림책 나라’가 별도로 마련된 것도 그 같은 맥락이다. 근처에 이사온 뒤 매주 한두번은 꼭 도서관을 찾는다는 소연이 어머니는 “책의 종류가 다양하고 보관 상태도 좋다”며 “애가 도서관에 가자고 하도 졸라서 요새는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어린이 자료실 맞은편의 외국 아동 자료실은 성인들에게도 매력적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 동화책들이 서가를 장식한 가운데, 자료실 한편에서는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인 ‘외국문화여행’이 진행 중이다. 현재 여행의 목적지가 된 곳은 터키. 전통 민담집부터 <내 이름은 빨강>까지 다양한 장르의 책들이 낯선 세계의 안내서로 마련됐다. 파트너가 되어줄 아이가 없다 해도 망설일 필요는 없다. 그림책을 놓고 투닥대는 아이들의 정겨운 소음이 귀를 간질이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동화 속 세계 이상의 행복감을 안겨줄 테니까.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3003001&article_id=44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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