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과외하러온 학생이 냉수를 내왔는데
하필이면 유리컵이 파란색이네
너는 파란색에 담긴 유리컵만 보면
장난스럽게 그랬었지
"이거 꼭 변기에 담긴 물 같지 않아?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못마시겠지 그지?"
나는 그 생각이 나서
잠깐 그 물컵을 외면했다가
그랬다가 다시 보란듯이
한숨에 다 들이켰어
그 학생이 지금 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내게도 조금 먹으라 말했을때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놓고는
젓가락을 챙챙 부딪히며
"배고파.. 배고파.."
노래처럼 종알거리던
니 목소리를 대번에 떠올리지
그때 거기서 나오던 노래까지
지금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예습, 복습도 한적이 없는데
단 한번의 모든걸
내 머릿속에 새겨 놓은 너
어차피 헤어질거였으면
너 차라리
내 과외선생님으로 태어나지 그랬니?
내가 지지리 못하는 수학선생님으로
그랬다면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과외나 하고 있지 않고 취직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랬다면
널 그렇게 자신없게 보내지도 않았을텐데
she...
집으로 돌아가는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크지 않은 키의 남자
좁은 어깨가 너랑 많이 닮았다
오늘은 화요일
너는 지금쯤 카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과외를 하러 갔겠구나
밥은 먹었을까?
화요일은 니가 과외가 두개가 있는 날인데
넌 또 밥도 먹지 못한채로
어느집 펼쳐놓은 상 앞에 앉았을까
어머님이 쟁반에 받쳐온 물한잔을 마셔가며
조는 아이를 깨워 수학문제를 풀고 있을까
학창시절 수학이 그렇게도 싫었다던 너는
과외를 가기 전이면 늘 같은 소릴 했었지
"대학가면 수학문제 안 풀어도 될줄 알았는데
과외때문에 고3때보다 더 많이푸는것 같아
나 정말 수학이 싫어..."
그런 너를 등떠밀어 버스에 태워보내고
지금처럼 버스정류장에
혼자 서 있으면
나는 무기력한 내가 싫었어
내가 꼭 니 무릎에 놓인 짐짝 같았어
너는 나를 안아 들수도
땅바닥에 내려 놓을수도 없었을거야
그러니 내가 헤어지자 했을때
니가 별 말없이 그러자 했던거
나는 원망안해
니가먼저 헤어지자고 했던 나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만... 나는 궁금해
니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그런게 나는 아직도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