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어쩌면 나는 운명을 몇번 만난 것도 같애.

물론 모르게 흘러가는게 운명이라지만
운명도 실수를 할 때가 있어서
나한테 뒤통수를 살짝 들켰을지도 모르잖아.

니가 눈물이 그렁한채로 너를 잡아달라고 말했을때..
그때 처음으로 운명을 만났을 것 같아.
그때 너를 잡았다면 우리는 지금과 달라졌겠지..

두번째는..
그리고 일년쯤 후에
니가 잠깐 귀국 했을때..
우리 딱 한번 만났을때..
음악소리밖에 안들리던 그 조용한 까페에서
그 노래를 함께 들었을 때..

"그대여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넌 그 노래를 듣다가 나한테 말했었어.
잡고 있던 내 손가락 하나 하나에 힘을 주면서..

나와 같다면.. 니가 와..
..니가 와..

모든 것은 정말 세번의 기회가 있을까?
가위바위보처럼..
요정의 소원처럼..

만약에 한번 더 운명이 나한테 뒤통수를 보여 준다면..
이번엔 널 잡을께..

너도 나와 같다면..
내가 갈께... 



She...


누가 그러더라.
이렇게 갑자기 별 계기도 없이 누군가가 생각나는 건
모르는 사이 그 사람과 내 마음이 닿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너도..나처럼..우리를 생각하고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한편으로는 그저 비때문이려니 생각하게 되네.

비는..
잊고 있던 사람을 그립게 만드는 눈과는 달라서
떠나간 사람을 원망하게 만들지.

너는 두번씩이나 나를 뿌리친 사람이니까..
붙잡아 달라고 부탁했을때도..
와달라고 부탁했을 때도..
잡고 있던 손을 먼저 놓은 건 너였으니까..

너는 내가 돌아왔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너와 같은 비를 맞고 있다는 걸..
오늘 하루종일 전화기 앞에서 긴 망설임을 겪고 있다는 걸..

내가.. 만약..
마침내.. 너에게 전화를 건다면..

아마 니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부재중 전화 표시만을 남기겠지만..
그렇다면..
그건 내가 보내는 마지막 신호일꺼야.

그러면..
너는 내게 와야해..

니가 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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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e..

 

 

혹시 그 드라마 보니?

그래 너 드라마 안보지.. 그럼 넌 잘 모르겠다.
희망 고문 이라고.

몇년 전에 인터넷에서 떠돌던 건데,
요즘 그 드라마에서 다시 나오더라구.
왜 그런거 있잖아.
내 마음은 아니면서 괜히 희망 흘리면서 옆에 붙여 두는거.
그게 당하는 사람 한테는 고문이나 다름 없다는 이야기.

그런거야. 
.

.

.

 

 

 

he...

 

.

.

.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니가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
뭐 그런 마음 일수도 있지.

그래도 잘 지냈는데..
나 한테 최소 한의 여지 같은거...
그러니까 그 동안의 우리가 지낸 시간을
안타까운 로맨스나 서로를 위한 배려,
아이 뭐 그런 식으로 내가 나 스스로 한테도
포장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지라도 남겨주면 좋았잖아.

날 한번도 남자라 생각해 본적 없다니...
너도 당연히 알고 있지 않았냐니...

너 그 말은 정말...
난 그 말이 정말...

너무..

너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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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과외하러온 학생이 냉수를 내왔는데
하필이면 유리컵이 파란색이네
너는 파란색에 담긴 유리컵만 보면 
장난스럽게 그랬었지
"이거 꼭 변기에 담긴 물 같지 않아?
내가 이렇게 말하니까 못마시겠지 그지?"

나는 그 생각이 나서
잠깐 그 물컵을 외면했다가 
그랬다가 다시 보란듯이 
한숨에 다 들이켰어

그 학생이 지금 라면을 먹고 있었다면
내게도 조금 먹으라 말했을때
분식집에서 라면을 시켜놓고는
젓가락을 챙챙 부딪히며
"배고파.. 배고파.."
노래처럼 종알거리던 
니 목소리를 대번에 떠올리지
그때 거기서 나오던 노래까지

지금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학생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이 든다
예습, 복습도 한적이 없는데
단 한번의 모든걸 
내 머릿속에 새겨 놓은 너

어차피 헤어질거였으면 
너 차라리
내 과외선생님으로 태어나지 그랬니?
내가 지지리 못하는 수학선생님으로

그랬다면
내가 더 좋은 대학에 갔을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과외나 하고 있지 않고 취직 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랬다면
널 그렇게 자신없게 보내지도 않았을텐데

 
she...
 
 
집으로 돌아가는길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크지 않은 키의 남자
좁은 어깨가 너랑 많이 닮았다

오늘은 화요일
너는 지금쯤 카페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과외를 하러 갔겠구나

밥은 먹었을까?
화요일은 니가 과외가 두개가 있는 날인데
넌 또 밥도 먹지 못한채로
어느집 펼쳐놓은 상 앞에 앉았을까

어머님이 쟁반에 받쳐온 물한잔을 마셔가며
조는 아이를 깨워 수학문제를 풀고 있을까

학창시절 수학이 그렇게도 싫었다던 너는
과외를 가기 전이면 늘 같은 소릴 했었지
"대학가면 수학문제 안 풀어도 될줄 알았는데
 과외때문에 고3때보다 더 많이푸는것 같아
 나 정말 수학이 싫어..."
 
그런 너를 등떠밀어 버스에 태워보내고
지금처럼 버스정류장에
혼자 서 있으면
나는 무기력한 내가 싫었어
내가 꼭 니 무릎에 놓인 짐짝 같았어

너는 나를 안아 들수도
땅바닥에 내려 놓을수도 없었을거야

그러니 내가 헤어지자 했을때
니가 별 말없이 그러자 했던거
나는 원망안해

니가먼저 헤어지자고 했던 나를
원망하지 않았던 것처럼

다만... 나는 궁금해
니가 밥은 먹고 다니는지
그런게 나는 아직도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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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그냥 커피를 마시다가 니 생각이 났어,

사실 해마다 여름밤이면

가끔 생각했지.

그 해 여름 방학

처음으로 엠티란 걸 갔을때,

다들 잠들고 우리 둘만 깨어 있던 밤.

그 때 넌 갑자기 커피를 마시고 싶다고 했고,

그래서 난,

누룽지가 남아 있던 코펠에 물을 끓였어,

밥알이 떠 있는 그 커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넌 그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라고 했지.

그 커피 맛은 평생 못 잊을 거라고.

혹시나

너도 여름밤이 되면 그 커피 생각이 날까...

내가 생각날까...

내 생각이 나면, 한번 쯤 연락하지 않을까...

그런데 여름이 또 이렇게 다 갔네..

한 번쯤 네 소식이 들릴 만도 한데

아무도... 나한텐 전해 주질 않나봐..

너랑 헤어진 다음에...

내가 너무 엄살을 피워서 그런 거겠지?

하긴...어차피 다시 어쩌기엔

너무 오래전 일이지...

그땐 우린 둘다 스무살..

그때가 참... 좋았던것 같아..

 

여자...

 

머그잔 가득 커피를 뽑았어..

향기를 맡으며 조금씩 머금다 보면,

어느새 바닥이 드러나지.

만약 니가 이런 날 본다면

그때처럼 말해 줄까?

늦은 밤에 무슨 커피냐고.

그래..커피는 그렇지..

몸이 좋지 않은 날엔

심장을 마구 뛰게도 만들지..

수학 시험지를 받아들 때처럼

백미터 출발선에 설 때처럼..

그리고...여러 해 전 여름밤.

니가 끓여 준 커피를 받아들 때처럼..

그 때도.. 심장이 참 빨리 뛰었다..

난 그게 커피 때문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너 때문이었지,

이 밤에 무슨 커피냐고 말하면서도

서둘러 커피믹스를 찾아보던 너..

밥이 남아 있는 코펠에 그대로 물을 끓이고,

거기다 커피믹스를 쏟아 붓고,

그렇게 제대로 젓지도 않은 커피를 내밀며

반딧불이처럼 웃어주던...

너....때문이었어..

그 밤처럼 짧던 스무살 여름.

그리고 첫사랑 너를

난, 커피향으로 기억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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